혜진이는 방학 때 뭘 할지 여러 개를 정해 놨어. 미술도 배우고 싶고, 친구들이랑도 놀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줄넘기도 열심히 하고 싶었지.
근데 매일 아침 일어나면 뭘 먼저 할지 몰라서 자꾸 시간을 낭비했어. "오늘은 뭘 할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 하고 점심 먹는 시간이 돼버렸어. 조각으로 쪼갠 일도 많은데, 매번 "이것도 할까, 저것도 할까?" 하며 헷갈렸거든.
알고 봤더니, 정하는 것도 힘이 든대. 하루에 계속 선택하다 보면 마음이 지쳐서 결국 뭘 하든 하기 싫어진다고 해.
그럼 어떻게 할까? 거리 신호등처럼 정해 버리면 돼.
신호등은 3가지가 아니라 4가지 빛깔이야. 우리가 정할 때도 마찬가지야.
초록불(티) — 한다, 바로
"엄마, 난 미술을 배울 거야."라고 확신 있게 정하는 거야. 주저 없이 해. 시간도 정하고 시작해.
노란불(옴) — 아직 잘 모르겠어
"도서관에 갈까? 말까?"라고 헷갈린다면, 여기 멈춰. 그런데 자꾸 고민만 하면 안 돼. 대신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몇 분일까?" 한 가지만 알아보기로 정해. 알아본 뒤에 예스, 아니오를 붙이면 돼.
빨간불(타) — 안 한다, 지워
"줄넘기 연습은 이번 방학에 안 할 거야." 이렇게 정하고 잊어버려. 다시 생각하지 마. 지웠으니 끝이야.
회색(음) — 내 일이 아니야, 나중에
친구가 "우리 함께 웹툰 만들자"라고 할 때, 지금은 할 수 없겠지? 그럼 "좋은 생각인데 나중에 할 거야. 형한테 물어봐" 이렇게 정하고 넘어가. 내 것도 아니고, 지금 할 것도 아니니까.
하나 신기한 게 있어. 우리가 정하지 못하고 자꾸 고민하는 건, 진짜로 "안 할 거야"가 아니라 "아직 모르겠어"인 경우가 많아.
그런데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하듯이 자꾸 붙잡고 있어.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진짜 결정처럼 느껴지지 않는 거야.
쉬운 방법이 있어. "아, 내가 옴이구나(아직 모르는구나)" 하고 인정해 버려. 그리고 한 가지만 정해 봐.
"도서관 가기 전에 엄마한테 물어보고 가자." "미술 선생님한테 첫 수업이 뭔지 들어보자."
이렇게 "알아볼 것 하나"만 정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져.
지금 이 순간 정하지 못해서 자꾸 생각나는 일 하나를 떠올려 봐. 그리고 "이건 초록불일까? 회색일까? 빨간불일까?"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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