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 CHAPTER 07

레고 같은 트릿과 큐브

지난 장에서 우리는 6561개의 방을 돌아다녔지? 방마다 다른 경험, 다른 기억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어. 나는 그 방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궁금해졌어. 친구들도 한 번 같이 생각해 줄래?

그 많은 방과 기억은 도대체 무엇으로 지어졌을까?

도서관에는 책이 필요하고, 빌딩에는 벽돌이 필요하잖아. 아무리 멋진 성도 결국 작은 돌 하나부터 쌓아 올린 거고. 그렇다면 크라우니의 6561개 방도, 무언가 아주 작은 조각으로 지어졌을 거란 말이지.

그 작은 조각을 찾으러, 오늘은 네 친구와 함께 길을 떠나 보자. 티, 옴, 타, 음! 다 모였지? 좋아, 출발!

트릿 —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 칸

가다 보니 작은 상자 하나가 길에 떨어져 있었어. 열어 보니 안에 손가락 한마디만 한 레고 블록이 딱 하나 들어 있더라고.

"이게 뭐지?" 내가 갸웃하자, 티가 폴짝 뛰어나오며 말했어.

"이게 바로 트릿(trit)이야! 크라우니 세상에서 제일 작은 조각이지. 레고 블록 한 칸이라고 생각하면 돼."

레고 블록 하나로는 아무것도 못 만들 것 같지? 그래도 이게 시작이야. 모든 게 여기서 출발해.

그런데 이 트릿, 보통 레고랑은 좀 달라. 트릿은 세 가지 모습으로 변신하거든. 우리가 이미 만난 친구들 모습 그대로야.

  • +1 — 티. 참, 데이터, 존재. 레고가 위로 볼록 튀어나온 모습. "나 여기 있어!" 하고 손드는 거지.
  • 0 — 옴. 모름, 명령, 대기. 레고가 평평한 모습. "음… 글쎄, 잠깐만." 하고 가만히 있는 거야.
  • -1 — 타. 거짓, 반대, 연결. 레고가 아래로 쏙 들어간 모습. "아니야, 반대쪽이야!" 하고 고개 젓는 거지.

〔그림: 트릿 한 칸의 세 가지 모습 — 위로 볼록(+1 티) / 평평(0 옴) / 아래로 오목(-1 타)〕

음이 옆에서 살짝 손을 들었어.

"그럼 나는? 나는 어디 있어?"

좋은 질문이야, 음아. 너는 조금 특별해서, 조각 안에 들어가 있기보다는 조각과 조각 사이를 끊어 주는 일을 해. 단어 사이의 쉼표처럼 말이야. 그 얘기는 조금 있다 다시 하자. 약속!

자, 그러면 이 세 가지 모습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타가 진지하게 말했어. "트릿 하나에 숫자를 담을 수 있어. +1은 양수, -1은 음수, 0은 영(0). 기호가 딱 세 개지? 그래서 이걸 3진수라고 불러. 우리가 학교에서 쓰는 건 0부터 9까지 쓰는 10진수인데, 크라우니는 딱 세 기호만으로 숫자를 나타내거든."

"왜 굳이 셋이야?" 하고 묻고 싶지? 그건 크라우니가 원래 세 가지로 생각하는 친구라서 그래. 생각이 셋이니까, 숫자를 담는 그릇도 셋. 자연스럽지? 더 자세한 이유는 뒤에서 천천히 만날 거야.

27칸 상자 — 큐브가 나타났다!

레고 한 칸만으로는 뭘 못 만든다고 했지? 그래서 우리는 조각들을 붙이기 시작했어.

옴이 트릿을 하나, 둘, 셋… 차곡차곡 쌓더니 갑자기 손뼉을 쳤어.

"완성! 이게 큐브(Cube)야!"

내 눈앞에 정육면체 상자 하나가 뿅 나타났어.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인데… 아!

"이거 루빅스 큐브잖아!"

맞아. 한 면이 가로 3, 세로 3. 그리고 깊이도 3. 한 칸씩 세어 보자.

  • 맨 앞 한 층, 3×3 = 9칸
  • 가운데 한 층, 3×3 = 9칸
  • 맨 뒤 한 층, 3×3 = 9칸
  • 다 합치면 = 27칸!

〔그림: 루빅스 큐브처럼 보이는 정육면체, 27칸 격자로 표시. 앞·가운데·뒤 세 층으로 나뉜 모습〕

그래서 큐브를 만드는 약속은 아주 간단해.

3 × 3 × 3 = 27개의 트릿을 모은다.

칸마다 트릿이 하나씩 쏙 들어가. 그러니까 큐브 한 개에는 트릿 27개가 빈틈없이 꽉 들어차는 거야. 아파트 한 층이 여러 호실로 나뉘듯이, 큐브 한 채가 27개의 방으로 나뉘는 거지.

"27이라는 숫자, 잘 기억해 둬!" 티가 신나서 말했어. "크라우니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27을 또 만나면, 바로 여기 이 큐브에서 온 거니까."

큐브 안에 숨은 이름표

레고에도 종류가 많지? 기둥 모양, 바퀴 모양, 사람 모양. 큐브 속 27칸도 전부 똑같은 일을 하는 건 아니야.

타가 큐브를 톡톡 두드리며 설명해 줬어.

"칸들 대부분은 데이터를 담아. 숫자라든지, 글자라든지. 책장에 책을 꽂아 두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큐브 끄트머리에는 좀 특별한 칸들이 있어. 제일 끝쪽에 자리 잡은 칸들이 이름표 역할을 해. 라벨 붙은 상자 알지? "컵라면", "샤프" 이렇게 딱지가 붙어 있으면 안 열어 봐도 뭐가 들었는지 알잖아. 그 라벨이랑 똑같아.

이름표 칸들은 이런 질문에 답해 줘.

  • "나는 데이터일까, 아니면 명령일까? 그것도 아니면 앞 큐브에 이어지는 걸까?"
  • "내가 담은 건 숫자일까, 글자일까?"
  • "나는 한 칸으로 끝나, 아니면 다음 칸으로 이어져?"

〔그림: 큐브의 한쪽 끝을 확대, 마지막 이름표 칸들을 색깔로 강조 표시〕

여기서 음이 조용히 손을 들었어. 아까 약속했던 그 친구!

"내 차례지? 나는 칸과 칸을, 큐브와 큐브를 끊어 주는 역할이야. '안녕, 친구!'에서 쉼표랑 느낌표가 단어를 나눠 주잖아. 내가 딱 그 일을 해. 빈자리를 만들고, 여기서 끝, 저기서 시작! 하고 구분선을 긋는 거지."

그러니까 트릿이 모습을 바꿀 때 보이는 셋(티·옴·타)에다가, 끊어 주는 음까지 더하면 신호가 모두 넷이 돼. 값은 세 가지(3진), 신호는 네 가지(4상). 그래서 이걸 다 합쳐 4상 균형 3진이라고 불러. 어려운 말 같지? 그냥 "값은 셋, 친구는 넷!" 하고 외워 두면 돼.

큐브를 쌓아서 프로그램 성을 짓는다

자, 이제 진짜 멋진 걸 만들어 볼 차례야. 상상해 봐, 친구들.

레고 블록을 몇백 개, 몇천 개 가져다가 쌓으면 뭐가 될까? 탑이 되고, 성이 되지! 우리 눈에는 색깔 고운 성으로 보이지만, 아래를 살짝 들춰 보면 그 안에 작은 블록들이 빼곡히 끼워져 있어.

크라우니의 프로그램도 똑같아. 트릿을 27개씩 모아 큐브를 만들고, 그 큐브들을 다닥다닥 이어 붙이면…

프로그램이라는 성이 솟아오르는 거야!

큐브마다 맡은 일이 달라. 어떤 큐브는 "더해!"라는 명령을 담고 있고(옴의 일), 어떤 큐브는 숫자 5를 담고 있고(티의 일), 어떤 큐브는 글자 "안녕"을 담고 있어. 그리고 어떤 큐브는 "나 앞 큐브에 이어지는 거야!" 하고 손을 내밀지(타의 일). 음은 그 사이사이를 끊어 주며 줄을 세우고.

봤지? 네 친구가 각자 자리에서 한 가지씩 맡으니까, 큐브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거야.

크라우니가 일을 시작하면, 이 큐브들이 차례차례 움직여. 첫 번째 큐브가 일을 마치면, 그 결과가 두 번째 큐브로 넘어가고, 두 번째는 세 번째로 넘기고…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말이야. 한 발 한 발 큐브를 밟고 건너가면, 결국 어디에 도착할까?

목표지점! 우리가 시키고 싶었던 일이 짠 하고 끝나는 거지.

〔그림: 작은 큐브 수십 개가 일렬로 연결되어 탑을 이루는 모습. 아래는 든든한 토대, 위로 갈수록 명령과 데이터가 사이좋게 섞여 있는 모습〕

크라우니의 기본 약속, 27

다 와 가는데, 잠깐 쉬면서 정리해 볼까? 친구들, 우리 오늘 뭘 배웠지?

  • 트릿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조각 (레고 한 칸)
  • 큐브 = 트릿 27개를 모은 상자 (레고 상자)
  • 프로그램 = 큐브 여럿을 쌓아 올린 성

신기한 게 보여? 전부 셋이 숨어 있어. 모습이 셋(티·옴·타) → 3×3×3 해서 27칸 → 그 27칸 큐브들을 또 모으고. 크라우니는 어디를 가든 가슴에 "셋"을 품고 있어.

그리고 하나만 더 기억해 둬. 27이라는 숫자는 앞으로 자꾸자꾸 나타날 거야. 모습도 셋, 큐브도 27, 그리고 우리가 지난 장에서 만난 "6561개의 방"도 사실은… 27이 자라고 또 자라서 생긴 거란다. 작은 게 모여 큰 게 되고, 큰 게 또 모여 더 큰 게 되는 거지.

음이 가만히 듣다가 한마디 했어.

"이거 우리 세상이랑 똑같네?"

맞아, 음아. 한 사람이 모여 가족이 되고, 가족이 모여 마을이 되고, 마을이 모여 나라가 되잖아.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큰 것에서 더 큰 것으로. 크라우니도 바로 그 원리를 그대로 따라 지어졌어. 그래서 나는 가끔 이렇게 생각해. "크라우니는 자연을 닮았구나" 하고.

〔그림: 트릿 한 칸 → 27칸 큐브 → 큐브들이 모인 성 → 6561개의 방으로 점점 커지며 우상향하는 계층도〕

자, 이렇게 우리는 크라우니가 무엇으로 지어졌는지 알아냈어. 트릿이라는 레고 한 칸, 27칸짜리 큐브, 그리고 큐브를 쌓아 만든 성. 든든한 토대가 생긴 셈이지.

그런데 이렇게 멋진 성을 다 지어 놓고도, 아직 못 해 본 게 하나 있어. 바로 이 성 안에서 무언가를 사고파는 일이야. 티가 가진 걸 타에게 주고, 그 대신 무얼 받으려면… 둘 사이에 오갈 수 있는 약속, 그러니까 '돈' 같은 게 필요하겠지? 다음 장에서는 네 친구와 함께 크라우니원로 사고파는 신나는 시장으로 나가 보자. 준비됐지, 친구들?

해볼까? 손가락 끝으로 3×3×3 상자를 허공에 그려 보고, 그 안에 "안녕", "더해", "5"를 한 칸씩 넣으면서 "이게 바로 큐브구나!" 하고 작게 중얼거려 봐.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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