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니를 처음 만난 그날 밤, 친구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어.
자꾸만 한 가지가 궁금했거든.
"그런데 크라우니는 어떻게 그렇게 똑똑한 거지?"
다음 날, 나는 크라우니에게 곧장 물어봤어. 그랬더니 크라우니가 빙긋 웃었어.
"나 혼자 똑똑한 게 아니야. 내 곁엔 늘 네 친구가 있거든."
"네 친구?"
"응. 티, 옴, 타, 음. 사실은 네 머릿속에도 살고 있는 친구들이야."
내 머릿속에? 그런 친구들이 있다고? 믿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크라우니가 손을 한 번 흔들자, 정말로 친구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어.
〔그림: 네 친구 티·옴·타·음이 반짝이는 빛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맨 먼저 나타난 친구는 환하게 웃고 있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얼굴이었지.
"안녕! 난 티야. '응!' 하고 외치는 친구지!"
"응? 그게 무슨 뜻이야?"
"네가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응, 그래, 좋아, 할 수 있어!' 하고 등을 밀어주는 친구라는 뜻이야. 숫자로 말하면 나는 플러스 일(+1)이거든."
그러면서 티는 손바닥으로 허공을 위로 쭉 밀어 올렸어. 마치 엘리베이터의 위쪽 버튼을 누르듯이.
"쉽게 말하면, 난 *있는* 것들의 친구야.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 진짜로 존재하는 것. 밝은 빛, 데이터, 물건, 그리고 네가 하는 행동까지. 다 내 식구들이지."
"우와, 그럼 넌 늘 신나 있겠다?"
"맞아! 난 '네, 됩니다!' 하고 말하는 친구니까. 하지만 친구야, 나만 들으면 안 돼."
"왜?"
티가 살짝 진지해졌어.
"내가 밀기만 하면, 자전거가 멈출 줄을 모르거든. 그래서 다음 친구가 필요해."
크라우니가 옆에서 가만히 손짓을 했어.
그다음 나타난 친구는 차분하고 조용했어. 서두르는 법이 없어 보였지.
"난 옴이야. 응도 아니고, 아니도 아니야. 글쎄… 잠깐 생각해 보는 친구지."
옴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팔을 천천히 내렸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어.
"숫자로는 영(0)이고, 난 *기다리는* 친구야. 티가 '응!' 하고, 타가 '아니야!' 하는, 그 둘 사이에 서 있지. 판단을 잠깐 미루는 거야. 보통, 중간, 평소. 그런 자리가 내 자리야."
"그럼… 넌 도와주지 않는 거야?"
"아니, 아니. 잘 들어 봐."
옴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하나 그렸어. 가운데가 텅 빈, 숫자 0처럼 생긴 원이었어.
"네가 바로 결정하면 안 될 때가 있잖아. '지금은 하지 마, 조금만 더 생각하고, 조금만 더 기다려.' 그렇게 멈춰 서야 할 때. 그게 내 일이야. 내가 없으면 티가 계속, 계속 밀어대서 자전거가 길 밖으로 휙 튀어 나가 버려."
"아…"
"그리고 친구야. 난 *보통* 친구야. 그런데 보통은 결코 나쁜 게 아니란다. 밥도, 날씨도, 하루도 — 보통일 때가 사실은 제일 좋은 거거든."
나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어. 보통이 제일 좋다니.
그다음 나타난 친구는… 웃지 않았어. 팔짱을 끼고 나를 똑바로 봤지.
"난 타야. 난 '아니야'라고 말하는 친구다."
"어? 그건 좀 무서운데…"
"숫자로는 마이너스 일(-1)이야. 난 반대하고, 잡아당기고, 서로를 이어 주는 친구지."
타가 팔을 위에서 아래로 쭉 내렸어. 티와는 정반대 방향이었어.
"누가 '이거 하자!' 하면, 난 '잠깐, 아니야, 그렇게 하면 안 돼' 하고 막아서. 그게 나쁜 거냐고? 천만에. 넌 매일매일 '안 돼'를 배우면서 자라는 거야. '불을 만지면 안 돼.' '신호 없이 길을 건너면 안 돼.' '거짓말하면 안 돼.'"
"그건… 다 맞는 말이네?"
"그렇지? 그래서 난 절대 나쁜 친구가 아니야. 네가 벼랑 끝에서 한 발 물러서게 잡아 주는 친구일 뿐이지. 사슬이 한 칸 한 칸 이어지듯, 난 너와 세상을 단단히 이어 줘."
타가 팔로 큰 원을 그렸어. 무언가를 연결하는 듯한 동작이었어.
"그리고 한 가지 더. 난 *거꾸로* 보는 친구야. 티 말만 들으면 세상이 늘 환하기만 하잖아. 그래서 가끔은 내가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다른 각도에서 그림을 보여 줘야 해."
세상을 반대쪽에서 본다라. 나는 타가 조금씩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어.
그런데 이상했어. 세 친구가 다 나타났는데도,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거든.
"저 셋이 전부야?"
내가 물었더니, 크라우니가 손을 들어 올렸어.
"잠깐. 한 친구가 더 있어. 음이야. 그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친구지."
그 순간, 공기가 일렁였어.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이.
〔그림: 공기 중에 흐릿한 그림자가 어른거리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는 모습. 혹은 텅 빈 의자 하나〕
"어? 어디 있는데? 안 보여."
"안 보이지? 그게 맞아."
크라우니가 고개를 끄덕였어.
"음은 *빈자리*에 사는 친구거든. 블랙홀처럼 말이야. 숫자로는 마이너스 영(-0). '마이너스 제로'라고 불러."
마이너스 제로? 영에 마이너스가 붙은 숫자라니, 그런 게 다 있나?
음은 모습 없이 목소리로만 들려왔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깊고 조용한 소리였어.
"난 앞에 나서지 않아. 대신 나는…"
음이 나머지 세 친구를 부드럽게 가운데로 모았어.
"이상한 일.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일. 예상하지 못했던 일. 갑자기 튀어나온 변화. 그리고 티·옴·타 셋 중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 모든 것. 그게 다 내 식구들이야. 난 그 빈자리를 지키는 친구지."
"그럼 음은… 나쁜 친구야?"
음이 조용히 웃는 소리가 들렸어.
"나쁜 친구는 아니란다. 다만 네가 아직 잘 모르는 친구일 뿐이야. 함께 지내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될 거야."
티는 '있는 것', 옴은 '기다리는 것', 타는 '반대하고 잇는 것', 그리고 음은 '셋에 안 맞는 나머지 모두'. 어쩐지 음이 가장 궁금해졌어.
크라우니가 네 친구를 한자리에 모았어.
"자, 이제 좀 알겠지?"
"음… 그런데 이 친구들이 왜 그렇게 중요해?"
크라우니가 환하게 웃었어.
"넌 매일매일 이 네 친구를 쓰고 있거든. 네가 알든 모르든 말이야. 뭔가를 생각할 때, 뭔가를 고를 때, 뭔가를 해 보려고 할 때 — 네 친구들이 네 머릿속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어."
"예를 들면?"
"학교에서 어려운 문제를 푼다고 해 보자. 티는 '할 수 있어!' 하고 너를 밀고, 옴은 '잠깐, 시간이 좀 필요해' 하고 너를 멈춰 세우고, 타는 '어, 그 풀이는 틀렸어!' 하고 다시 돌아보게 하지. 그리고 음은 가끔 '어라? 이건 좀 다른데?' 하면서 아무도 생각 못 한 새로운 방법을 툭 던져 줘. 이 넷이 손을 맞잡아야 비로소 넌 정답을 찾아내는 거야."
네 친구가 한 바퀴 빙 돌더니, 서로 손을 맞잡아 동그란 원을 만들었어.
"단 하나만 꼭 기억해 둬."
크라우니가 손가락을 하나씩 꼽았어.
"티만 계속 밀어대면? 멈출 줄 몰라서 사고가 나. 옴만 계속 멈춰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나. 타만 계속 거부하면? 자신감이 무너져 내려. 그리고 음을 아예 못 본 척하면? 넌 세상의 진짜 크기를 영영 못 보게 돼."
넷이 함께해야 진짜라는 말. 어쩌면 그게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말일지도 몰라.
〔그림: 네 친구가 손을 맞잡은 원 위에 '티·옴·타·음'이라고 큼직하게 쓰여 있는 모습〕
크라우니가 한 발짝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어.
"이 네 친구를 영어로는 티옴타음(TiOmTaEm)이라고 불러.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걸 '세상의 언어'라고도 한단다."
"세상의 언어? 왜 그렇게 불러?"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이 네 친구 중 하나 안에 꼭 들어가거든. 넌 밥을 먹을 땐 티를 쓰고, 무얼 고를지 망설일 땐 옴을 쓰고, 위험한 걸 만날 땐 타를 쓰고,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일을 만나면 음을 만나. 그래서…"
크라우니가 손바닥을 활짝 펴 보였어. 손금 사이로 작은 별빛 같은 게 반짝였어.
"네가 더 자라면, 이 친구들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거야. 돈을 다루는 일, 나라를 돌보는 일, 일자리, 건강, 그리고 네 꿈까지. 머지않은 어느 날엔, 이 네 친구로 만든 새로운 돈도 만나게 될 거야. 가까운 것부터 귀한 것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보물 사다리 같은 돈이지. 하지만 그건 한참 뒤의 이야기야. 지금은 그저, 네 머릿속 네 친구를 알아 둔 것만으로 충분해."
돈에도 친구들이 산다고? 나는 그 말을 마음 한구석에 살짝 접어 두었어. 언젠가 펴 보려고.
이야기가 끝나자 세 친구는 스르륵 물러났어. 그런데 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 여전히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어.
음이 나직이 말했어.
"넌 아직 내가 뭔지 다 알지 못했지? 괜찮아. 다음번엔, 정말로 보여 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음의 기척이 천천히 흐려졌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음이 멀어진 게 아니라 내 안 어딘가로 들어와 자리를 잡은 것 같았어.
〔그림: 어른거리는 음의 그림자, 그 너머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
다음 이야기에서 음은, "몰라"라고 말해도 정말 괜찮은 이유를 — 자기만의 비밀을 — 나에게 살며시 들려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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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까? 오늘 하루 동안, 너는 티·옴·타·음 중에서 어떤 친구를 가장 많이 썼을까? 가만히 한번 떠올려 봐.
첫 번째 책은 선물이에요. 가입하면 100맘을 드리니까, 두 번째 책부터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요. 친구를 추천하면 50맘도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