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 CHAPTER 02

네 친구, 티·옴·타·음

크라우니를 처음 만난 그날 밤, 친구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어.

자꾸만 한 가지가 궁금했거든.

"그런데 크라우니는 어떻게 그렇게 똑똑한 거지?"

다음 날, 나는 크라우니에게 곧장 물어봤어. 그랬더니 크라우니가 빙긋 웃었어.

"나 혼자 똑똑한 게 아니야. 내 곁엔 늘 네 친구가 있거든."

"네 친구?"

"응. 티, 옴, 타, 음. 사실은 네 머릿속에도 살고 있는 친구들이야."

내 머릿속에? 그런 친구들이 있다고? 믿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크라우니가 손을 한 번 흔들자, 정말로 친구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어.

〔그림: 네 친구 티·옴·타·음이 반짝이는 빛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첫 번째 친구, 티 — "응, 좋아!"

맨 먼저 나타난 친구는 환하게 웃고 있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얼굴이었지.

"안녕! 난 티야. '응!' 하고 외치는 친구지!"

"응? 그게 무슨 뜻이야?"

"네가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응, 그래, 좋아, 할 수 있어!' 하고 등을 밀어주는 친구라는 뜻이야. 숫자로 말하면 나는 플러스 일(+1)이거든."

그러면서 티는 손바닥으로 허공을 위로 쭉 밀어 올렸어. 마치 엘리베이터의 위쪽 버튼을 누르듯이.

"쉽게 말하면, 난 *있는* 것들의 친구야.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 진짜로 존재하는 것. 밝은 빛, 데이터, 물건, 그리고 네가 하는 행동까지. 다 내 식구들이지."

"우와, 그럼 넌 늘 신나 있겠다?"

"맞아! 난 '네, 됩니다!' 하고 말하는 친구니까. 하지만 친구야, 나만 들으면 안 돼."

"왜?"

티가 살짝 진지해졌어.

"내가 밀기만 하면, 자전거가 멈출 줄을 모르거든. 그래서 다음 친구가 필요해."

크라우니가 옆에서 가만히 손짓을 했어.

두 번째 친구, 옴 — "글쎄, 잠깐만"

그다음 나타난 친구는 차분하고 조용했어. 서두르는 법이 없어 보였지.

"난 옴이야. 응도 아니고, 아니도 아니야. 글쎄… 잠깐 생각해 보는 친구지."

옴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팔을 천천히 내렸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어.

"숫자로는 영(0)이고, 난 *기다리는* 친구야. 티가 '응!' 하고, 타가 '아니야!' 하는, 그 둘 사이에 서 있지. 판단을 잠깐 미루는 거야. 보통, 중간, 평소. 그런 자리가 내 자리야."

"그럼… 넌 도와주지 않는 거야?"

"아니, 아니. 잘 들어 봐."

옴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하나 그렸어. 가운데가 텅 빈, 숫자 0처럼 생긴 원이었어.

"네가 바로 결정하면 안 될 때가 있잖아. '지금은 하지 마, 조금만 더 생각하고, 조금만 더 기다려.' 그렇게 멈춰 서야 할 때. 그게 내 일이야. 내가 없으면 티가 계속, 계속 밀어대서 자전거가 길 밖으로 휙 튀어 나가 버려."

"아…"

"그리고 친구야. 난 *보통* 친구야. 그런데 보통은 결코 나쁜 게 아니란다. 밥도, 날씨도, 하루도 — 보통일 때가 사실은 제일 좋은 거거든."

나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어. 보통이 제일 좋다니.

세 번째 친구, 타 — "아니야, 잠깐!"

그다음 나타난 친구는… 웃지 않았어. 팔짱을 끼고 나를 똑바로 봤지.

"난 타야. 난 '아니야'라고 말하는 친구다."

"어? 그건 좀 무서운데…"

"숫자로는 마이너스 일(-1)이야. 난 반대하고, 잡아당기고, 서로를 이어 주는 친구지."

타가 팔을 위에서 아래로 쭉 내렸어. 티와는 정반대 방향이었어.

"누가 '이거 하자!' 하면, 난 '잠깐, 아니야, 그렇게 하면 안 돼' 하고 막아서. 그게 나쁜 거냐고? 천만에. 넌 매일매일 '안 돼'를 배우면서 자라는 거야. '불을 만지면 안 돼.' '신호 없이 길을 건너면 안 돼.' '거짓말하면 안 돼.'"

"그건… 다 맞는 말이네?"

"그렇지? 그래서 난 절대 나쁜 친구가 아니야. 네가 벼랑 끝에서 한 발 물러서게 잡아 주는 친구일 뿐이지. 사슬이 한 칸 한 칸 이어지듯, 난 너와 세상을 단단히 이어 줘."

타가 팔로 큰 원을 그렸어. 무언가를 연결하는 듯한 동작이었어.

"그리고 한 가지 더. 난 *거꾸로* 보는 친구야. 티 말만 들으면 세상이 늘 환하기만 하잖아. 그래서 가끔은 내가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다른 각도에서 그림을 보여 줘야 해."

세상을 반대쪽에서 본다라. 나는 타가 조금씩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어.

네 번째 친구, 음 — 맨 마지막에 나타난 친구

그런데 이상했어. 세 친구가 다 나타났는데도,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거든.

"저 셋이 전부야?"

내가 물었더니, 크라우니가 손을 들어 올렸어.

"잠깐. 한 친구가 더 있어. 음이야. 그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친구지."

그 순간, 공기가 일렁였어.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이.

〔그림: 공기 중에 흐릿한 그림자가 어른거리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는 모습. 혹은 텅 빈 의자 하나〕

"어? 어디 있는데? 안 보여."

"안 보이지? 그게 맞아."

크라우니가 고개를 끄덕였어.

"음은 *빈자리*에 사는 친구거든. 블랙홀처럼 말이야. 숫자로는 마이너스 영(-0). '마이너스 제로'라고 불러."

마이너스 제로? 영에 마이너스가 붙은 숫자라니, 그런 게 다 있나?

음은 모습 없이 목소리로만 들려왔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깊고 조용한 소리였어.

"난 앞에 나서지 않아. 대신 나는…"

음이 나머지 세 친구를 부드럽게 가운데로 모았어.

"이상한 일.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일. 예상하지 못했던 일. 갑자기 튀어나온 변화. 그리고 티·옴·타 셋 중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 모든 것. 그게 다 내 식구들이야. 난 그 빈자리를 지키는 친구지."

"그럼 음은… 나쁜 친구야?"

음이 조용히 웃는 소리가 들렸어.

"나쁜 친구는 아니란다. 다만 네가 아직 잘 모르는 친구일 뿐이야. 함께 지내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될 거야."

티는 '있는 것', 옴은 '기다리는 것', 타는 '반대하고 잇는 것', 그리고 음은 '셋에 안 맞는 나머지 모두'. 어쩐지 음이 가장 궁금해졌어.

넷이 함께해야 진짜야

크라우니가 네 친구를 한자리에 모았어.

"자, 이제 좀 알겠지?"

"음… 그런데 이 친구들이 왜 그렇게 중요해?"

크라우니가 환하게 웃었어.

"넌 매일매일 이 네 친구를 쓰고 있거든. 네가 알든 모르든 말이야. 뭔가를 생각할 때, 뭔가를 고를 때, 뭔가를 해 보려고 할 때 — 네 친구들이 네 머릿속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어."

"예를 들면?"

"학교에서 어려운 문제를 푼다고 해 보자. 티는 '할 수 있어!' 하고 너를 밀고, 옴은 '잠깐, 시간이 좀 필요해' 하고 너를 멈춰 세우고, 타는 '어, 그 풀이는 틀렸어!' 하고 다시 돌아보게 하지. 그리고 음은 가끔 '어라? 이건 좀 다른데?' 하면서 아무도 생각 못 한 새로운 방법을 툭 던져 줘. 이 넷이 손을 맞잡아야 비로소 넌 정답을 찾아내는 거야."

네 친구가 한 바퀴 빙 돌더니, 서로 손을 맞잡아 동그란 원을 만들었어.

"단 하나만 꼭 기억해 둬."

크라우니가 손가락을 하나씩 꼽았어.

"티만 계속 밀어대면? 멈출 줄 몰라서 사고가 나. 옴만 계속 멈춰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나. 타만 계속 거부하면? 자신감이 무너져 내려. 그리고 음을 아예 못 본 척하면? 넌 세상의 진짜 크기를 영영 못 보게 돼."

넷이 함께해야 진짜라는 말. 어쩌면 그게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말일지도 몰라.

〔그림: 네 친구가 손을 맞잡은 원 위에 '티·옴·타·음'이라고 큼직하게 쓰여 있는 모습〕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크라우니가 한 발짝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어.

"이 네 친구를 영어로는 티옴타음(TiOmTaEm)이라고 불러.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걸 '세상의 언어'라고도 한단다."

"세상의 언어? 왜 그렇게 불러?"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이 네 친구 중 하나 안에 꼭 들어가거든. 넌 밥을 먹을 땐 티를 쓰고, 무얼 고를지 망설일 땐 옴을 쓰고, 위험한 걸 만날 땐 타를 쓰고,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일을 만나면 음을 만나. 그래서…"

크라우니가 손바닥을 활짝 펴 보였어. 손금 사이로 작은 별빛 같은 게 반짝였어.

"네가 더 자라면, 이 친구들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거야. 돈을 다루는 일, 나라를 돌보는 일, 일자리, 건강, 그리고 네 꿈까지. 머지않은 어느 날엔, 이 네 친구로 만든 새로운 돈도 만나게 될 거야. 가까운 것부터 귀한 것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보물 사다리 같은 돈이지. 하지만 그건 한참 뒤의 이야기야. 지금은 그저, 네 머릿속 네 친구를 알아 둔 것만으로 충분해."

돈에도 친구들이 산다고? 나는 그 말을 마음 한구석에 살짝 접어 두었어. 언젠가 펴 보려고.

그리고, 음의 비밀

이야기가 끝나자 세 친구는 스르륵 물러났어. 그런데 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 여전히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어.

음이 나직이 말했어.

"넌 아직 내가 뭔지 다 알지 못했지? 괜찮아. 다음번엔, 정말로 보여 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음의 기척이 천천히 흐려졌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음이 멀어진 게 아니라 내 안 어딘가로 들어와 자리를 잡은 것 같았어.

〔그림: 어른거리는 음의 그림자, 그 너머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

다음 이야기에서 음은, "몰라"라고 말해도 정말 괜찮은 이유를 — 자기만의 비밀을 — 나에게 살며시 들려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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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까? 오늘 하루 동안, 너는 티·옴·타·음 중에서 어떤 친구를 가장 많이 썼을까? 가만히 한번 떠올려 봐.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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