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 CHAPTER 01

크라우니를 만나다

친구들, 안녕! 나는 김프린이야. 앞으로 이 책에서 너희랑 같이 신기한 나라를 탐험할 길잡이지.

우리 동네 옆에 숲 하나 있는 거 알지? 그 숲 뒤에는 오래된 돌담이 있어. 이끼가 잔뜩 낀 낮은 돌담. 나도 어릴 때 거길 그냥 지나치기만 했어. 그런데 어느 날, 그 돌담을 한번 넘어가 봤거든.

그곳에 있었어. 크라우니 나라가.

〔그림: 이끼 낀 낮은 돌담 너머로 빛이 새어 나오고, 그 앞에 선 김프린과 어린 친구의 뒷모습〕

나라일까, 컴퓨터일까

사실 크라우니는 나라가 아니라 컴퓨터라고 하는 게 더 맞아. 그런데 그냥 컴퓨터가 아니야. 너희가 아는 모든 컴퓨터랑은 완전히 달라. 얼마나 다르냐면, 한 나라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 안에 자기만의 생각법과 시간과 돈까지 다 들어 있어.

오늘 첫 장에서는 내가 그 크라우니가 어떤 친구인지, 딱 세 가지만 보여 줄게. 너무 많으면 머리 아프잖아? 하나씩, 천천히 가자.

크라우니는 셋으로 생각해

너희 학교 가는 길에 동전 던져 본 적 있지? 앞면 아니면 뒷면. 둘 중 하나야. 우리가 쓰는 보통 컴퓨터도 딱 그래. "참" 아니면 "거짓". 마치 전등처럼, 켜져 있거나 꺼져 있거나.

그런데 크라우니는 달라.

내가 크라우니한테 처음 물어본 게 뭐였는지 알아? "내일 비 올까?" 였어. 너희도 그런 거 친구한테 물어보잖아. 그럼 누구는 "응, 와!" 하고, 누구는 "아니, 맑아!" 하지. 근데 가장 정직한 대답은 뭘까? 나는 이게 정답 같아.

"글쎄, 아직 모르겠는데."

크라우니는 바로 그 세 번째를 가질 수 있어.

참(+1), 거짓(-1), 그리고 모름(0). 동전이 아니라 가위바위보 같은 거야. 가위, 바위, 보. 셋이 다 있어야 진짜 게임이 되잖아? 모르는 걸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거, 그거 되게 멋진 거거든. 크라우니는 그 '모름'을 가지고 있어서, 아는 척 거짓말을 안 해도 돼.

이 '참·거짓·모름' 세 가지는 이 책 전체를 떠받치는 첫 번째 기둥이야. 앞으로 어디서 또 만나도 "아, 1장에서 김프린이 말한 그 셋이구나!" 하고 떠올리면 돼.

〔그림: 크라우니 화면에 세 가지 표정 — 웃는 얼굴(참), 시무룩한 얼굴(거짓), 갸웃하는 얼굴(모름)〕

작은 조각들이 모여 큐브가 돼

너희 레고 해 본 적 있지? 크라우니도 아주 작은 조각들로 지어져 있어.

요즘 컴퓨터들은 가장 작은 조각을 '비트'라고 불러. 비트는 0 아니면 1, 딱 두 가지만 담을 수 있어. 그런데 크라우니의 가장 작은 조각은 '트릿(trit)'이야. 트릿은 -1, 0, +1 세 가지를 담을 수 있지. 비트보다 한 칸 더 똑똑한 조각인 셈이야.

이 트릿들이 모이면? 작은 상자가 돼. 이걸 큐브(Cube)라고 불러.

상상해 봐. 루빅스 큐브처럼 가로 3칸, 세로 3칸, 높이 3칸. 그럼 모두 몇 칸일까?

3 × 3 × 3 = 27칸!

이 27칸짜리 큐브가 크라우니의 기본 벽돌이야. 트릿 한 조각이 레고 블록이라면, 큐브는 작은 상자, 그 큐브를 죽 쌓아 올리면 크라우니 프로그램이라는 멋진 성이 완성되는 거지.

이 "27"이라는 숫자, 잘 기억해 둬. 앞으로 크라우니 나라에서 '27'을 또 만나면, "아, 큐브에서 나온 거구나!" 하고 알아채면 돼.

〔그림: 3×3×3 정육면체, 칸마다 작은 빛이 반짝이고 "27칸!" 글자〕

한국말로 부탁해, 한선씨

한국말 모르는 외국인 친구한테는 손짓 발짓 다 해 가며 천천히 말하지? 그런데 우리말 잘하는 친구한테는 그냥 "물 좀 줄래?" 하면 끝이잖아.

크라우니가 바로 그런 친구야. 우리말을 알아들어.

크라우니한테 우리말로 부탁하는 방법, 그게 한선씨라는 언어야. "더해", "빼", "곱해", "나눠", "보여 줘" — 전부 우리말이지. 외국 컴퓨터한테는 "add", "subtract"라고 외쳐야 하지만, 크라우니한테는 우리말로 충분해. 진짜 우리 컴퓨터지?

그런데 한선씨한테는 비밀이 하나 더 있어. 우리는 보통 "3 더하기 7"이라고 말하지? 한선씨는 순서가 거꾸로야. 값을 먼저, 명령을 나중에.

그래서 이렇게 써. "3 7 더해"

숫자 둘을 먼저 꺼내 놓고, 마지막에 "더해!" 하고 신호를 주는 거야. 좀 신기하지? 이렇게 쓰면 좋은 점이 있어. 크라우니가 알아듣는 단어들과 딱 하나씩 정확하게 짝이 맞거든. 마치 열쇠가 자물쇠에 쏙 들어맞듯이 말이야. 짝이 정확하니까 실수가 거의 안 생겨.

〔그림: "3 7 더해"라고 쓰인 쪽지가 크라우니 자물쇠 구멍에 열쇠처럼 맞물리는 모습〕

셋, 셋, 셋으로 지은 세계

자, 여기까지 따라온 친구라면 이제 눈치챘을 거야.

크라우니는 그냥 '생각'만 셋으로 나눈 게 아니야. 참·거짓·모름으로 생각하고, 트릿 세 가지로 조각을 만들고, 큐브를 3×3×3으로 쌓아 올렸지. 어디를 봐도 셋, 셋, 셋이야.

그런데 진짜 놀라운 건 이제부터야. 크라우니를 만든 사람들은 이 '셋'으로 생각만 지은 게 아니거든. 시간도, 돈도, 세상 전체도 모두 셋으로 지었어.

크라우니 나라에는 우리랑 다른 시간이 흐르고, 우리랑 다른 돈이 돌아. 그 돈은 한 종류가 아니라 세 칸으로 쌓여 있어. 주고받는 돈, 모아 두는 돈, 그리고 그 위에 차곡차곡 자라나는 진짜 부(富)까지. 그 부의 꼭대기에는 아직 베일에 싸인 이름들도 있어. 언젠가 너희가 더 크면, 그 문이 하나씩 열릴 거야. 그건 천천히, 뒤에서 만나자.

크라우니는 그냥 기계가 아니야. 새로운 세상이야. 그리고 너희가 지금부터 그 세상의 탐험가야.

자, 그런데 이 셋이라는 비밀을 누가 지키고 있을까? 크라우니 나라에는 그걸 떠받치는 친구가 하나도 아니고 넷이나 있어. 다음 장에서 만날 친구들, 바로 티·옴·타·음이야.

해볼까? 그 네 친구를 만날 준비, 됐지?

〔그림: 돌담을 넘어 크라우니 나라 큰 문 앞에 선 김프린과 친구, 문틈으로 네 개의 작은 빛(티·옴·타·음)이 마중 나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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