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 · CHAPTER 12

화폐의 세 칸 — 머니·에셋·웰스

앞 장에서 우리는 맘과 포네로 마음을 나누는 법을 함께 익혔습니다. 작은 맘 한 닢에 고마움을 실어 보내고, 포네 한 장에 "앞으로도 함께하자"는 약속을 담는 일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한 어르신이 제게 가만히 물으셨어요.

"선경 씨, 그러면 맘하고 포네하고 크라우니는 다 어디쯤에 있는 돈이오? 같은 지갑에 들어 있는 건 맞소?"

참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질문 하나만 시원하게 풀리면, 크라우니월드의 살림살이는 거의 다 손에 잡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지갑 속을 천천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어렵지 않아요. 돈을 세 칸으로 나눠 보는 일, 딱 그것만 하면 됩니다.

같은 돈이 아니라, 층을 이룬 돈

평생 살림을 꾸려오신 분이라면 이미 다 아시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매일 장바구니에 들고 나가는 생활비와, 통장에 묶어 둔 목돈과, 세월이 흐를수록 값이 오르는 땅이나 패물을 절대 헷갈리지 않으니까요. 같은 '돈'이라도 쓰임이 다르고, 무게가 다르고, 머무는 자리가 다릅니다.

여러분이 처음 달란트를 받던 날을 떠올려 보세요. 손에 쥔 그 숫자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셨던지요. 그런데 그 숫자를 한 칸 한 칸 설명받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돈이란 사실 하나의 길이 아니라, 층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크라우니월드가 그려 온 경제는 알고 보면 무척 단순합니다. 세 개의 칸만 있으면 됩니다.

쓰는 돈(머니) → 모으는 돈(에셋) → 불어나는 부(웰스).

이 사다리 한 켜만 머릿속에 그려 두시면, 나머지는 술술 풀립니다. 우리가 그동안 본 것들이 모두 이 세 칸의 이야기였어요. 자, 맨 아래 칸부터 한 계단씩 올라가 보겠습니다.

맨 아래 칸 — 쓰는 돈, 머니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머니는 세상과 통하는 돈입니다. 장을 봐도 되고, 밥을 사 먹어도 되고, 택시를 타도 되는, 손에서 손으로 오가는 생활의 돈이지요. 크라우니월드에서는 이것을 크라우니원라고 부릅니다. 1 크라우니원는 1 미국 달러(USD)와 똑같은 값어치를 지닙니다. 지갑 속 우리 돈이 담장 밖 세상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뜻이에요. 환전 걱정 없이 어디든 갈 수 있는 든든한 돈입니다.

그런데 이 화폐는 공중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앞에서 배웠듯이, 여러분이 가진 부를 담보로 맡겨 둘 때 비로소 발행됩니다. 금을 금고에 넣고 금화를 찍어 내던 옛 은행의 방식과 꼭 같지요. 그리고 여기에 크라우니월드만의 따뜻한 규칙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담보가 든든하면, 이자가 없습니다.

매달 부담스러운 이자를 떼이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살림을 해 보신 분은 단번에 아실 거예요. 보통의 은행에서 500만 원을 빌리면 매달 이자를 물어 가며 사업을 키워야 합니다. 그 이자라는 무게가 사람을 늘 쫓기게 만들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아홉 명 회사가 함께 쥔 자금을 이자 부담 없이 쓸 수 있습니다. 그 돈 전부가 가게를 짓고, 손님을 맞고, 꿈을 현실로 빚는 데 고스란히 쓰인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화폐의 첫 번째 칸입니다. 쓸 수 있는 돈.

중간 칸 — 모으는 돈, 에셋

하지만 쓰는 돈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자리가 있습니다.

사업이 자라면서 임차료를 내고, 함께 일할 사람을 들이고, 새 물건을 들여놓게 됩니다. 그런데 날마다 달러로만 주고받기에는 어쩐지 마음이 다 담기지 않는 순간이 있어요. 이런 경우입니다.

"우리 팀원이 정말 애를 많이 썼는데,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런데 달러로 주자니 어쩐지 빌려준 돈처럼, 거래처럼 느껴질까 봐 걱정이 돼요."

바로 이때 나타나는 것이 에셋, 곧 모으는 돈입니다. 함부로 헐어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두는, 화폐와 부 사이에 자리한 자산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에셋에는 두 식구가 있습니다.

첫째는 포네(FONE) 입니다. 포네는 2,550원어치 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 통장 속 목돈 같은 든든한 자산화 화폐예요. 달러처럼 그냥 오가는 돈이 아니라 자산처럼 무게 있게 행동하지요. 좋은 일을 한 팀원에게 건네거나, 이웃과 신뢰를 나눌 때 포네를 씁니다. "앞으로도 함께 가자"는 약속이 담긴 돈이니까요.

둘째는 맘(MOM) 입니다. 맘은 약 25원 남짓한 아주 작은 단위예요. 마치 '좋아요'를 한 번 누르듯, 누군가의 행동에 마음 한 자락을 실어 보내는 돈입니다. 식당에서 밥을 맛있게 먹었을 때, 어려운 시간에 이웃이 곁을 지켜 줬을 때, 그 고마움을 맘이라는 작은 표현으로 건넵니다.

화폐와 자산의 차이는 여기에 있습니다. 머니가 "거래"라면, 에셋은 "신뢰와 마음의 표현"입니다. 둘 다 값이 있고 둘 다 주고받을 수 있지만, 손에 쥐여 줄 때의 느낌이 다르지요. 같은 액수라도 포네 한 장을 건네는 것과 달러 한 장을 건네는 것의 의미가 다른 것처럼요.

이것이 화폐의 두 번째 칸입니다. 신뢰를 담은 돈.

맨 위 칸 — 불어나는 부, 웰스

이제 가장 높은 칸입니다.

웰스, 곧 부는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는 자리입니다. 당장 내일을 달러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면, 사람은 비로소 더 먼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내 가게를 잘 꾸리는 것도 소중하지만, 그다음은 무엇일까. 내가 거둔 것을 누구와 나눌까. 10년 뒤, 20년 뒤 우리 동네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물음이 마음에 자리 잡지요.

부의 한가운데에는 크라우니(CRY) 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맨 처음 받은 바로 그것입니다. 크라우니는 세 칸 중 가장 위, 세월이 흐를수록 값이 오르는 재산이에요. 좋은 땅을 오래 쥐고 있으면 값이 자라듯, 크라우니뱅크는 해마다 9월 30일을 기준으로 1 크라우니를 약 7% 오른 값으로 거래하도록 권합니다. 가만히 쥐고만 있어도 부가 자라는 셈이지요.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세상이 조금씩 더 부유해지고 크라우니 생태계가 자라나는 만큼, 그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는 뜻이거든요.

여기에 영리한 설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여러분이 받은 크라우니의 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시즌이 거듭될수록 거래되는 한도도 점점 넉넉해진다는 것입니다. 시즌1에는 담보 대비 보수적인 비율을 지키지만, 시즌2가 되고 시즌3가 되면서 그 빗장이 조금씩 느슨해집니다. 왜 그럴까요? 세상이 더 안정되고 더 믿을 만한 곳이 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일찍 들어온 분일수록, 그리고 오래 함께한 분일수록 더 많은 기회를 손에 쥐는 구조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마음 한구석에 살짝 담아 두실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크라우니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지만, 그 위로도 더 큰 부의 단계가 차례차례 마련되어 있어요. 한선(Hanseon) 과 선호(Sunho) 라는 이름의 층입니다. 이것들은 아직 활짝 열리지 않은, 미래를 향한 약속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가게를 정성껏 꾸리고 동네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다면, 세상이 더 부지런해지고 더 풍요로워질 그날, 한선과 선호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한선과 선호는 "여러분의 좋은 일이 만들어 낼 미래"를 미리 숫자로 그려 둔 자리예요. 그 이야기는 때가 무르익으면 다시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부에는 더 높은 층이 앞으로 열린다'는 것만 가슴에 품어 두세요.

이것이 화폐의 세 번째 칸입니다. 세상을 함께 더 좋게 만드는 것.

세 칸이 서로 오가는 법

이 세 칸은 따로 떨어진 서랍이 아닙니다. 아주 또렷한 비율로 서로 오가지요. 만 원짜리 상품권 한 장이 천 원짜리 열 장과 같은 것처럼 말입니다.

1 크라우니(CRY) = 10 포네(FONE) = 1,000 맘(MOM).

10배, 100배씩 딱딱 떨어지니 조금도 어렵지 않으시죠? 야채시장에서 어머니들이 셈하시던 그 방식 그대로입니다. 단위가 10, 100으로 깔끔하게 떨어진다는 것, 살림하는 사람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백화점에 빗대도 좋겠습니다. 거스름돈으로 쥐여 드리는 잔돈이 맘, 단골손님께 드리는 적립금이 포네, 그리고 귀한 분께만 드리는 상품권이 크라우니. 이름은 조금 낯설어도 저마다 맡은 일이 또렷해서 금세 손에 익으실 거예요.

세 칸이 만나는 곳

비율을 알았으니,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세 칸이 실은 한 줄기로 이어져 돈다는 사실 말입니다.

여러분의 아홉 명 회사가 첫발을 떼는 순간을 그려 보세요. 여러분은 부(크라우니)를 받습니다. 맨 위 칸이 채워진 것이지요. 그 부를 담보로 맡기는 순간, 그 아래에서 쓰는 돈인 크라우니원가 발행되고, 동시에 포네와 맘이라는 에셋으로 팀원과 이웃과 신뢰를 나눌 길이 열립니다. 가운데 칸과 아래 칸이 함께 살아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돈들을 잘 써서 동네를 정성껏 돌보면, 세상은 여러분의 수고를 알아봅니다. 그렇게 신뢰와 결실이 차곡차곡 쌓여 다시 더 큰 부가 됩니다. 맨 위 칸이 한층 두툼해지는 셈이에요.

거꾸로 읽으면 이렇습니다. 부가 있으려면 신뢰가 있어야 하고, 신뢰가 있으려면 동네와 세상을 함께 품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화폐란, 그 마음이 세상과 만나는 지점인 것이지요.

돈이 건네는 두 마디

여기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돈은 두 가지 말로 사람에게 말을 건넵니다. 하나는 "갚아라" 이고, 다른 하나는 "잘 써라" 입니다.

보통의 금융 세계는 첫 번째 말로 짜여 있습니다. 빌려줄 때 이자를 붙이고, 기한이 지나면 독촉하고, 갚지 못하면 재산을 거둬 가지요. 그 말은 명확하고 냉정합니다.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다만 그 말 속에서 사람은 자꾸만 매달리게 됩니다. 끝없이 따라붙는 이자의 무게 때문에요.

크라우니월드는 두 번째 말을 골랐습니다. "이 부를 가지고 무엇을 했나요? 잘 썼나요? 동네를 도왔나요? 그렇다면 계속 가세요. 우리는 잘했다고 봅니다." 마치 부모가 자식 가르치는 데 들인 돈을 두고 갚으라 하지 않듯, 공동체를 위해 베푸는 장학금 같은 마음이지요. 잘 쓰인 부는 갚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아시나요. 화폐가 "갚아라"고 말하면 사람은 자꾸 움츠러듭니다. 하지만 화폐가 "잘 써라"고 말하면 사람은 활짝 펼쳐집니다.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옆 사람을 챙길 여유가 생기니까요.

그것이 어쩌면 이 경제 체계가 가장 깊은 자리에 품은 마음일 것입니다.

오늘의 점검

〔여러분이 앞으로 받게 될 달란트를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그 부를 가지고 어떤 자산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포네와 맘으로는 누구와 신뢰를 나누고 싶으신가요. 그렇게 나눈 것들이 5년, 10년 뒤에 어떤 더 큰 부로 자라나 있으면 좋겠나요. 세 칸 가운데 지금 내 마음이 가장 오래 머무는 칸은 어디인지, 조용히 짚어 보세요.〕

한 걸음

오늘은 이 한 가지만 해 보시길 권합니다. 머니·에셋·웰스, 세 칸을 종이 한 장에 그려 보세요. 맨 아래에 쓰는 돈, 가운데에 모으는 돈, 맨 위에 불어나는 부. 그리고 각 칸 옆에 내가 그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 줄씩 적어 보는 거예요. 손으로 한번 그려 보면, 머릿속에만 있던 것이 비로소 내 살림이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본 길을 가만히 더듬어 봅니다. 아홉 명이 모여 한 팀을 이루고, 그 팀이 받은 부로 가게를 세우고, 무이자 자금으로 일을 시작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정하고, 그렇게 거둔 이윤을 다시 동네로 흘려보냈습니다. 그 모든 일이 같은 구조, 같은 규칙 안에서 이루어졌어요. 복잡하지 않습니다. 부와 자산과 화폐, 세 칸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한 가지 더 깊은 물음 앞에 서게 됩니다. 이 모든 구조를 켜는 근본의 힘은 무엇일까요. 왜 굳이 이렇게 설계했을까요. 그 설계 뒤에 자리한 믿음과 가치, 그리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미래—이제 그 이야기를 나눌 때가 되었습니다. 다음 장은 이 책의 마지막 장입니다. 무언가를 남기고, 또 새로 시작하는 약속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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