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크라우니집사가 커다란 방재실 한가운데에 서 있다. 사방에 불·지진·홍수·정전 그림이 떠 있고, 집사의 머리 위에는 초록빛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친구들, 학교에 화재경보기 있지?
연기 냄새가 나면 "삐삐삐!" 하고 울어. 그러면 우리는 줄을 서서 운동장으로 나가.
그런데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불이 나기 전에 막는 건 누가 하지?
지진이 와도 건물이 안 쓰러지게 하는 건? 캄캄하게 정전이 됐을 때 병원에 불을 켜는 건?
그건 친구들이 몰라도 되는 일이야. 대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지.
그 누군가를 위해, 내가 영리한 친구 하나를 만들었어.
그 영리한 친구의 이름은 크라우니야.
크라우니가 하는 일은 딱 하나로 말할 수 있어.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것.
불이 나고 나서 뛰어가는 게 아니야. 불이 날 것 같으면 먼저 물을 준비해.
이렇게 미리미리 우리를 지켜 주는 모든 것을 "안전 인프라"라고 불러.
조금 어려운 말이지? 그냥 "우리를 미리 지켜 주는 든든한 울타리"라고 생각하면 돼.
〔그림: 마을 위로 커다랗고 투명한 초록빛 우산이 펼쳐져 있다. 우산 손잡이를 크라우니집사가 꼭 잡고 있다〕
옛날에는 이게 다 따로따로였어.
불은 소방서가 봐. 지진은 지진 연구소가 봐. 전기는 전기 회사가 봐.
각자 자기 것만 열심히 봤지. 그런데 문제가 생겨.
불이 났는데 갑자기 정전이 됐다고 해 봐.
소방차 펌프는 전기로 움직이거든? 전기가 나가면 물이 안 나와!
그런데 불 보는 사람은 전기를 모르고, 전기 보는 사람은 불을 몰라.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이걸 한자리에서 같이 봐야겠다."
그래서 만든 게 INT라는 방이야.
이름은 어렵지만 하는 일은 쉬워.
모든 위험을 한 방에서 같이 보는 거야.
불도, 지진도, 정전도, 홍수도, 가스도, 산불도 — 전부 한눈에.
그러면 이런 게 보여.
"어? 여기 불이 커지면, 저기 전기가 끊기겠네!"
따로 봤으면 놓쳤을 일을, 같이 보니까 미리 알 수 있어.
〔그림: 둥근 방 가운데에 크라우니집사가 앉아 있고, 둘레에 다섯 가지 색 화면이 빙 둘러 돌고 있다. 초록·파랑·주황·빨강·회색〕
크라우니는 어려운 말을 안 좋아해.
"이 지역의 전력 부하가 임계치에 도달했습니다" — 이런 말 말이야. 어른들도 어렵잖아!
그래서 크라우니는 그냥 색깔로 알려 줘.
색깔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지?
화면 하나하나는 작은 네모 블록이야. 이 블록 하나가 "한 동네"를 나타내.
블록 색이 빨강으로 바뀌면? "아, 이 동네가 위험해지나 봐!"
〔그림: 3×3×3으로 쌓인 작은 큐브 27개가 공중에 떠 있다. 몇 개는 초록, 몇 개는 노랑, 한 개는 빨갛게 빛난다〕
여기서 크라우니가 정말 똑똑한 점을 말해 줄게.
불 화면 블록이 빨강이야. 그런데 같은 동네 전기 블록도 노랗게 변했어.
그럼 크라우니가 스스로 생각해.
"전기가 끊기면 소방 펌프가 멈춰. 그러니까 발전기를 미리 켜 두자. 그리고 대피하는 길에는 비상등을 켜 놓자."
사람이 "이거 해!" 하고 시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
위험을 보면 먼저 움직여.
마치 엄마가 비 올 것 같으면 우산을 미리 챙겨 주는 것처럼 말이야.
크라우니는 무엇이든 네 가지 색깔로 생각해. 손가락 네 개라고 생각해 봐.
세상일은 "예"랑 "아니오"만 있는 게 아니거든.
"아직 잘 모르겠어, 좀 더 볼게"도 있고, "이건 한 번도 못 본 이상한 일이야!"도 있어.
크라우니는 이 네 가지를 다 볼 줄 알아. 그래서 갑자기 이상한 재난이 와도 당황하지 않아.
〔그림: 크라우니집사가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인다. 각 손가락 끝에 초록(티)·빨강(타)·노랑(옴)·보라(음) 불빛이 켜져 있다〕
이제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해 줄게.
크라우니가 생기기 전에는 이랬어.
어떤 나라가 "우리도 재난을 막는 시스템이 갖고 싶어!" 하고 생각해.
그럼 멀리 있는 큰 외국 회사에 가서 부탁해야 했어.
그 회사는 이렇게 말해. "돈을 아주 많이 내세요. 대신 고장 나면 우리만 고칠 수 있어요."
그러면 그 나라는 자기 시스템인데도 자기 마음대로 못 고쳐. 답답하지?
옆 나라랑 홍수 정보를 나누고 싶어도, 서로 회사가 다르면 연결도 안 돼.
그래서 나는 크라우니를 다르게 만들었어.
크라우니는 한선씨라는 우리말로 만들었어.
한선씨는 한국말로 컴퓨터에게 말하는 언어야. "더해", "보여 줘"처럼 우리가 쓰는 말 그대로!
그래서 어느 나라든 크라우니를 가져가서, 자기 나라에 맞게 스스로 고칠 수 있어.
"우리나라는 화산이 많으니까, 화산 보는 화면을 더 크게 만들어야지!"
"우리는 태풍이 자주 오니까, 정전 대비를 더 튼튼하게 바꿔야지!"
남한테 부탁하지 않아도 돼. 자기 손으로 만들 수 있어.
이렇게 "내 일을 내가 자신 있게 해내는 똑똑한 친구"를 어려운 말로 소버린 AI라고 불러.
〔그림: 한반도·필리핀·태국 지도가 초록빛 선으로 손을 잡듯 이어져 있다. 각 나라 가운데에 작은 크라우니집사 불빛이 반짝인다〕
혹시 "에이, 이건 꿈 같은 얘기 아니야?" 생각하는 친구 있어?
아니야. 정말로, 이미 있어!
큐온-7000이라는 진짜 기계가 있거든. (영어로는 QUAKEON-7000이라고 써.)
이건 지진을 재는 기계야. 땅이 흔들리면 곧바로 알려 줘.
"방금 네 건물이 흔들렸어! 조심해!"
그리고 이런 정보를 전부 한곳에 모으는 진짜 시스템도 있어. 지금도 여러 곳에서 쓰고 있단다.
INT도 점점 자라고 있어. 처음엔 불만 봤는데, 이제는 전기도 보고, 가스도 보고, 물도 봐.
언젠가는 나라 전체를 크라우니가 지키게 될 거야.
〔그림: 넓은 지도 위에 빨간 점들이 띄엄띄엄 떠 있고, 점마다 작은 지진파 무늬가 그려져 있다. 아래에 "QUAKEON-7000"이라고 적혀 있다〕
자, 친구들. 오늘 이야기에서 하나만 기억해 줘.
재난은 일어난 다음에 막는 것보다, 일어나기 전에 미리 막는 게 훨씬 낫다는 거.
그리고 더 멋진 건 이거야.
어느 나라든, 남한테 기대지 않고 자기 손으로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거.
우리말로 말하고, 네 가지 색깔로 생각하고, 우리 힘으로.
크라우니 같은 친구가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어.
다음 장에서는, 잠도 안 자고 스스로 일하는 돈 이야기를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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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정리: 크라우니는 재난을 미리 알아채 막아 주고, 어느 나라든 자기 손으로 자기 안전을 지킬 수 있게 해 주는 영리한 친구야.
첫 번째 책은 선물이에요. 가입하면 100맘을 드리니까, 두 번째 책부터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요. 친구를 추천하면 50맘도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