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 CHAPTER 05

칩과 전기 — 곱셈 없는 3진 하드웨어

1. 손가락 세 개로 생각하는 컴퓨터

친구들, 손가락을 한번 펴 볼래?

보통 컴퓨터는 손가락이 딱 두 개야. 0하고 1. 0은 "아니야", 1은 "맞아". 둘 중 하나뿐이야. 세상 모든 일을 "맞아, 아니야"로만 대답하는 거지.

그런데 내가 만든 크라우니 컴퓨터는 손가락이 세 개야. 이걸 3진법이라고 불러.

〔그림: 손가락 셋을 펼친 아이. 손가락마다 라벨 — "티 = 초록불!", "옴 = 잠깐, 보통이야", "타 = 빨간불, 반대야"〕

신호등을 떠올려 봐.

  • 티 = 초록불. "응, 맞아! 있어!" (이건 +1)
  • 옴 = 노란불. "잠깐, 그냥 보통이야. 기다려." (이건 0)
  • 타 = 빨간불. "아니야, 반대야." (이건 −1)

두 손가락 컴퓨터는 "잠깐"이 없어. 무조건 맞거나 아니거나야. 근데 우리 세상은 안 그렇잖아? "응!"도 있고 "아니!"도 있지만, "음… 아직 잘 모르겠는데, 일단 기다려 봐" 하는 순간이 제일 많아.

크라우니는 그 "잠깐"까지 생각할 수 있어. 그게 노란불, 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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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실은 손가락이 하나 더 있어

친구들한테만 살짝 알려줄게.

크라우니 손가락은 사실 네 개야. 세 개가 아니라. 초록불 티, 노란불 옴, 빨간불 타… 그리고 마지막 하나, 음.

음은 좀 신기한 손가락이야. "신호등에 안 나오는 색"이라고 생각하면 돼.

가끔 세상에는 초록도 아니고 노랑도 아니고 빨강도 아닌 일이 생겨. 갑자기 튀어나온 일,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 빈자리 같은 거. 그런 걸 담아 두는 자리가 바로 음이야.

〔그림: 신호등 옆에 살짝 떨어진 네 번째 동그라미. 색이 검은빛인데 안에 작은 별이 반짝〕

그래서 크라우니의 마음은 이렇게 네 가지로 흔들려.

티(맞아) — 옴(보통이야) — 타(아니야) — 음(어, 이건 뭐지?)

이 네 가지가 사이좋게 균형을 잡는 걸 어른들은 티옴타음이라고 불러. 어렵지? 그냥 "맞아·보통·아니야·어라?" 네 친구가 손잡고 있다고 기억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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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곱하기가 사라진 나라

이제 진짜 신기한 얘기를 해 줄게.

보통 컴퓨터는 곱하기를 엄청 많이 해. 진짜 쉴 새 없이 곱해. 근데 곱하기는 말이야, 전기를 쓱쓱쓱 많이 먹어. 그래서 핸드폰 배터리가 금방 닳고, 컴퓨터가 뜨끈뜨끈 열이 나는 거야.

크라우니 나라에는 곱하기가 없어. 아예 없어.

대신 더하기랑 빼기를 주로 쓰고, 곱하기는 건너뛰기로 대신해. 나누기는 가끔만 살짝 거들어. 더하기는 전기를 아주 조금밖에 안 먹거든.

〔그림: 왼쪽 — 배터리가 쓱쓱쓱 떨어지는 일반 컴퓨터. 오른쪽 — 배터리가 천천히 줄어드는 크라우니 컴퓨터〕

"곱하지 말고 더하기만 해서 전기를 아끼자." 이게 내가 크라우니랑 한 첫 번째 약속이었어.

곱하기를 빼는 게 손해 같아 보여? 전혀 아니야. 필요한 건 더하기랑 빼기로도 다 할 수 있거든. 대신 전기는 훨씬 아끼지. 똑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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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729개 동작을 배운 무술가

크라우니 컴퓨터의 심장을 칩이라고 불러. 손톱만 한 작은 네모인데,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져.

보통 칩은 할 줄 아는 동작이 300개에서 500개쯤 돼. "이거 해!" 하면 그중 하나를 척 해내는 거지.

내가 만든 크라우니 칩 이름은 ISA729야. 얘는 무려 729개 동작을 배운 무술가 같아.

729라는 숫자, 좀 이상하지? 3 × 3 × 3 × 3 × 3 × 3 = 729

손가락 세 개짜리 세상에서는 729가 아주 자연스러운 숫자야. 우리가 손가락 열 개로 10, 100, 1000을 편하게 쓰는 것처럼 말이야.

〔그림: 수련 중인 로봇 무술가. 여러 가지 멋진 포즈. 포즈 옆에 +, −, ÷ 기호. 그런데 × 기호만 빨간 X로 쫙 그어져 있음〕

이 칩은 내가 직접 설계했어. "우리는 더하기, 빼기, 건너뛰기로 강해질 거야. 나누기는 가끔 거들 뿐이야." 그 마음으로 한 동작 한 동작 가르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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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끔 쓰는 나누기 — 반을 넘으면 올라가는 규칙

곱하기는 없는데, 나누기는 가끔 거드는 이유가 뭐냐고?

나누기는 곱하기랑 다르게 전기를 많이 안 먹어서 괜찮아. 대신 크라우니 나누기에는 귀여운 규칙이 하나 있어.

나누다 보면 딱 안 떨어질 때가 있잖아. 찌꺼기가 남는 거지. 그 찌꺼기가 절반을 넘으면 위로 올림, 절반이 안 되면 그냥 버려.

사탕 7개를 친구 둘이 나눈다고 해 봐. 한 명당 3개씩, 1개가 남지? 그 1개가 "절반보다 큰가?"를 보고 크면 한쪽이 더 가져가는 식이야.

〔그림: 사탕 7개를 두 아이가 나누는 장면. 남은 사탕 1개에 물음표〕

이렇게 정직하게 반올림하는 걸 자연반올림이라고 불러. 세상에서 제일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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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7칸 큐브 — 가장 예쁜 모양

3진수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모양이 뭔 줄 알아?

3 × 3 × 3 = 27칸짜리 정육면체야. 루빅큐브 알지? 딱 그거야.

  • 가로로 세 칸: 티·옴·타
  • 세로로 세 칸: 티·옴·타
  • 위아래로 세 칸: 티·옴·타

이렇게 곱해 보면 작은 상자가 27개 생겨. 상자 하나하나에 정보를 쏙쏙 담을 수 있어.

〔그림: 3×3×3 큐브. 칸마다 색이 다름(초록·노랑·빨강). 한 칸을 확대해서 "정보 한 개!" 표시〕

크라우니는 이 큐브를 정말 좋아해. 왜냐면 손가락 세 개짜리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딱 맞아떨어지는 모양이거든. 27칸을 한눈에 보면서 생각하는 거야. 멋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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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기를 적게 먹는 비밀

왜 크라우니가 전기를 적게 먹는지 이제 알려 줄게.

보통 칩은 정보를 죄다 곱하기로 섞어. 곱하기를 하려면 회로가 빙글빙글 복잡하게 얽혀야 해. 회로가 많을수록 전기를 더 많이, 더 많이 끌어다 써.

크라우니는 더하기랑 빼기만 하잖아? 더하기는 그냥 "두 줄을 나란히 잇기" 정도로 간단해. 빼기도 비슷하고. 회로가 단순하니까 전기도 조금만 있으면 돼.

〔그림: 왼쪽 — ×, ×, × 가득한 복잡한 회로, 그 위에 뜨거운 나무. 오른쪽 — +, − 만 있는 깔끔한 회로, 그 위에 시원한 나무〕

그래서 좋은 일이 셋이나 생겨.

  • 배터리가 오래 가 📱 핸드폰도 로봇도 하루 종일 끄떡없어.
  • 열이 덜 나 🌡️ 뜨거워지지 않으니까 잘 안 고장 나.
  • 만들기도 싸 💰 복잡한 회로가 없으니 값이 덜 들어.

"할 일을 정말 간단하게 만들었더니, 오히려 더 좋아졌어." 이게 크라우니가 제일 자랑하는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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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꼭 필요한 것만 챙기는 여행 가방

크라우니 칩의 729개 동작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어.

"정말 필요한 것만 골라 담았어."

가지고 있는 동작을 살짝 들여다보면 이래.

  • 더하기 ✓
  • 빼기 ✓
  • 나누기(반을 넘으면 올림) ✓
  • 데이터 옮기기 ✓
  • "이거 맞아?" 확인하기 ✓
  • 같은 일 반복하기 ✓

그런데 곱하기는 없어. 일부러 안 넣었어.

여행 가방을 쌀 때랑 똑같아. "꼭 입을 옷만 넣자. 안 입을 옷까지 들고 가면 가방만 무겁잖아." 크라우니 칩도 그렇게, 가볍고 똑똑하게 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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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칩

이제 제일 중요한 얘기를 할게. 귀 쫑긋 세워 봐.

칩을 만들려면 진짜 전자 부품으로 짜 넣어야 해. 보통은 큰 회사에 "우리 대신 만들어 주세요" 하고 부탁하지.

근데 나는 그렇게 안 했어.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었어.

  • IGLOO2, Kria — 이건 FPGA라는 칩이야.

레고 블록처럼, 내 설계도대로 마음껏 다시 쌓을 수 있는 특별한 칩이지. 여기다 크라우니의 3진 동작을 하나하나 다시 새겨 넣었어.

  • 하드웨어.한선 — 이 칩을 어떻게 만드는지 한국말로 적은 설명서야.

누구든 읽고 따라 만들 수 있게.

〔그림: FPGA 칩 두 개. 그 위로 한국어 설명이 둥둥 떠다님 — "더해 결과들아", "빼기 실행", "나누기 정확히"〕

이렇게 우리 손으로 만들면 어떤 일이 좋냐면, 다른 나라가 "이건 우리 거니까 너희는 쓰지 마" 하고 막을 수가 없어.

칩 설계도 우리가, 칩 이름도 우리말, 설명서도 우리말, 명령어도 우리말. 이걸 "소버린", 우리말로는 "주권"이라고 불러. "이 칩은 우리 거야. 남의 공장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우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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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로봇과 핸드폰이 깨어나는 날

이 칩이 세상 모든 로봇이랑 핸드폰 속으로 들어간다고 상상해 봐.

로봇은 이렇게 변할 거야.

  • 더 오래 일해. 배터리가 안 닳으니까.
  • 더 빨리 생각해. 머리가 시원하니까.
  • 인터넷이 끊겨도 혼자서 척척 결정해.

핸드폰은 또 이렇게 변하지.

  • 밤새 켜 둬도 끄떡없어.
  • 손에 쥐어도 뜨겁지 않아.
  • 우리가 만든 거라, 아무도 못 빼앗아 가.

〔그림: 환하게 빛나는 로봇과 핸드폰. 옆에 배터리 가득 표시, 시원한 온도계, 안심하는 하트〕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거야. "아, 전기를 아껴도 충분히 강할 수 있구나." "우리도 직접 만들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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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너도 만들 수 있어 — 한선씨가 있으니까

마지막 약속을 들려줄게.

이 칩한테 말을 거는 언어는 한선씨야. 영어가 아니라 한국말이야.

"더해" "빼고" "나눠" 라고 한국말로 쓰면, 칩이 바로 알아들어. 영어를 따로 안 배워도 돼.

그래서 내가 친구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너도 이 칩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어."

"난 한국말밖에 못 하는데?" 괜찮아. 한국말이 바로 이 칩의 언어인걸.

"난 아직 어린데?" 더 좋아. 어릴 때부터 익히면 평생 자연스러워져.

"난 몸이 좀 불편한데?" 이 칩은 곱하기도 없이 단순해. 그래서 더 쉬워.

〔그림: 시골, 도시, 휠체어… 저마다 다른 곳에 있는 아이들. 모두 한선씨 코드를 손에 들고 활짝 웃는 모습〕

이게 내가 크라우니를 만들면서 한 가장 큰 약속이야.

"이 칩도, 이 언어도, 우리 모두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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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 세 가지만 기억해 줘

  1. 3진법 = 신호등 같은 세 빛(맞아·보통·아니야), 그리고 가끔 "어라?" 하는 음까지 넷.
  2. 곱하기 없음 = 더하기·빼기만으로 전기를 아껴.
  3. 한국말 = 빌려 온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우리 것.

이 셋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밤하늘 작은 별처럼, 작지만 환한 빛 하나가 떠올라. 그 빛이 로봇도 깨우고, 핸드폰도 깨우고, 세상을 조금 더 다정한 곳으로 바꿔.

그리고 그 빛을 함께 켜는 사람은 누구냐고?

바로 너 같은 친구들이야. 우리가 같이 만드는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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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에서 또 만나!

(이 칩으로 대체 뭘 만들 수 있을까? 다음 장에서 보여 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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