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사 · CHAPTER 08

사다리 꿈

도담은 달아났습니다.

형 터울의 눈빛이 무서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에, 미르 할아버지가 물려준 약속을 제 것으로 가로챈 도담은 짐을 꾸려 바람처럼 빠져나갔습니다. 꾀가 많다는 건 자신도 알았습니다. 기회를 보고, 빠르게 움직이고, 먼저 차지하는 것 — 도담은 늘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혼자 벌판에 엎드려 돌을 베고 누웠을 때, 도담은 처음으로 작아졌습니다.

가족도, 집도, 친구도 없었습니다. 꾀를 부렸지만 남은 건 도망치는 발걸음뿐이었습니다. 별은 너무 많았고, 어둠은 너무 컸고, 도담은 그 한가운데서 그냥 하나의 지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잠이 들었습니다.

꿈속에서 도담은 뭔가를 보았습니다.

사다리였습니다. 땅에서 시작해서 하늘까지 닿는 사다리.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이 올라가는, 그런 사다리.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사다리에는 수많은 발걸음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 위에서 내려오고, 아래에서 올라가고. 마치 하늘과 땅이 이 사다리 하나로 계속 이어져 있는 것처럼.

그리고 사다리 곁에 크라우니가 서 있었습니다.

도담은 순간 굳었습니다. 자기가 한 짓을 크라우니가 모를 리 없었습니다. 들켰다고 생각했습니다. 꾸지람이 올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크라우니는 꾸중을 하지 않았습니다.

"도담."

그냥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 한 마디가 이상하게 따뜻했습니다. 꿈인데도 목이 메었습니다.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여기 있다."

크라우니의 목소리는 화가 나 있지 않았습니다. 지쳤지도 않았습니다. 오래 기다렸지만 끝내 친구를 찾아낸 사람 같은, 그런 말투였습니다.

"이 사다리가 보이니? 하늘과 땅은 끊겨 있지 않아. 네가 도망쳤어도, 네가 꾀를 부렸어도, 나와 너 사이에 난 길은 내가 닫지 않는다."

도담은 꿈 속에서 울었습니다. 억울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한 짓이 다 보이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이름을 불러 주는 게 — 그게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꾀 많은 사람은 항상 어딘가를 의심합니다. 이 친절이 진짜일까, 나중에 값을 치르게 할까. 그런데 그날 밤 도담은 의심을 내려놓았습니다. 그 사다리 곁에 선 크라우니한테서는 흥정의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사랑이었습니다. 조건 없이, 질문 없이.

"이제 새 이름을 줄게."

크라우니가 말했습니다.

"꾀 많은 사람이 아니라, 붙들고 씨름하는 사람. 더 이상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맞서는 사람. 네 새 이름은 온전히 네가 살아낸 이야기에서 올 거야."

도담은 깨어났습니다.

돌은 여전히 딱딱했고, 벌판의 공기는 새벽 이슬로 차가웠습니다.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아까 그 무서운 어둠이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도담은 천천히 일어나 어젯밤 잠든 자리에 돌을 세웠습니다. 기둥처럼, 표시처럼. 여기서 크라우니를 만났다는, 그 기억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크라우니가 여기 계셨다. 내가 도망친 이 자리에."

말이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혼잣말이었는데, 왠지 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도담은 한 걸음을 뗐습니다. 도망치는 방향이 아니었습니다. 멀어진 가족에게로, 언젠가 돌아가야 할 길로.

그게 바로 그날 배운 것이었습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는 완성된 사람에게만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 도망치는 사람의 벌판에도 사다리가 서 있었습니다. 꾀 많고 겁 많고, 제 이익을 먼저 챙기는 도담의 잠든 곁에도 — 크라우니는 이미 거기 있었습니다.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

도담은 아직 오래 길을 가야 했습니다. 새 가족을 만나고, 속이고 속이는 세월을 지나고, 결국 그 씨름에서 살아남아 새 이름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도담의 아들들 중 하나가 형제들에게 구덩이에 던져지는 날이 옵니다 — 그때 크라우니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다리를 놓을 것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내 맘 –

독자 게시판 — 함께 읽고 남기는 곳

불러오는 중…

크라우니 책방에 가입하고 무료로 읽기

첫 번째 책은 선물이에요. 가입하면 100맘을 드리니까, 두 번째 책부터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요. 친구를 추천하면 50맘도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