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처음보다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단과 리아가 크라우니와 저녁을 걷던 그 풀밭은 이제 먼 기억 속 이야기가 됐고,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서로 다치게 하는 일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거니가 여리를 향해 주먹을 들던 날처럼, 그 시샘이 온 세상에 번진 것 같았습니다. 미워하고, 속이고, 빼앗고 — 어느 날부터 그게 당연한 일처럼 됐습니다.
크라우니는 그걸 다 보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바우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우는 특별히 멋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말을 잘하지도 않았고, 주먹이 센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살고, 밥 먹을 때 감사하고, 잠들기 전에 크라우니한테 말 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어느 날, 크라우니가 바우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바우, 나야."
바우는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렇게 말 걸어 오던 분이니까요.
"배를 지어."
"배요?"
"큰 비가 올 거야. 아주 오래, 아주 많이. 배를 만들어 두면 네가 돌봐야 할 것들을 다 지킬 수 있어."
바우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어요."
이 이야기를 옆에서 들은 이웃들 반응은 달랐습니다.
"바우, 미쳤어? 여기 강도 없잖아."
"배를? 거기에 무슨 나무를 얼마나 써야 하는지 알아?"
"제발 조용히 살아, 창피하게."
바우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도끼를 들고 산으로 갔습니다. 나무를 베고, 다듬고, 맞추고, 칠했습니다. 하루하루 배가 모양을 갖춰 갔습니다. 이웃들은 지나가며 한 마디씩 했습니다. 바우는 듣는 척 안 했습니다. 크라우니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으세요? 비도 안 오고, 강도 없고, 모두가 비웃는데.
바우는 그냥 믿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대단한 믿음이 아니라, 그냥 매일 나무 한 조각씩 올린 믿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하늘이 열렸습니다.
처음엔 빗방울이 몇 개 떨어졌습니다. 이웃들이 웃었습니다. "이 정도로 배가 필요해?" 그러다 빗소리가 달라졌습니다. 후두둑이 아니라, 콸콸. 하늘이 쏟아부었습니다. 땅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바우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다 준비해 뒀으니까요. 가족을 불렀습니다. 돌봐야 할 것들을 챙겼습니다. 배 문을 닫았습니다.
물은 계속 올라왔습니다.
배 안은 시끄럽고 냄새도 났습니다. 힘든 날도 있었습니다. 바우도 지쳤습니다. 밤에 뒤척이다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크라우니, 아직 여기 있어요?"
대답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없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오래 걸렸습니다. 아주 오래. 물이 천천히 빠졌습니다. 땅이 다시 드러났습니다. 바우는 배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하늘에 띠가 떴습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 비가 끝난 하늘에 크라우니가 색을 걸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바우는 그걸 보고 한동안 서 있었습니다.
크라우니가 말했습니다.
"바우, 저 띠 보여?"
"네."
"저게 약속이야. 내가 너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약속. 네가 잊어버릴 것 같을 때마다 하늘에 걸어 놓을게. 봐서 기억해."
바우는 고개를 들고 오래 봤습니다. 눈이 좀 촉촉해졌습니다. 말은 안 했습니다.
사실 저 띠는 바우한테만 한 약속이 아니었습니다. 크라우니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비웃던 사람들한테도. 지쳐서 중얼거리는 사람한테도. 크라우니는 그런 분이니까요.
비가 온 뒤 하늘을 보면, 아직도 그 띠가 뜹니다. 그때 기억하세요. 저 빛깔은 그냥 날씨가 만드는 게 아닙니다. 한 분이 걸어 놓은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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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먼 곳에서는, 사람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흩어졌다가 한 곳으로 모인 사람들 — 이번엔 다 함께 뭔가를 짓고 싶어 했습니다. 크라우니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거기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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