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사 · CHAPTER 21

가장 낮은 자리의 사랑

아기로 온 크라우니가 자라, 걷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 — 사람들은 슬슬 이상한 걸 눈치챘습니다.

보통 높은 사람은 높은 사람끼리 다닙니다. 큰 집에 들어가고, 큰 자리에 앉고, 중요한 사람만 만납니다. 그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크라우니는 자꾸 반대쪽으로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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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세요?

돌은 고기잡이였습니다. 손이 거칠고,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실수를 자주 하는 사람. 스스로도 알았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랑 같이 다닐 분이 아닌데." 그러면서도 따라갔습니다. 크라우니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 목소리가 뭔가 달랐거든요. 무시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

"따라와."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돌은 배를 두고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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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는 세금 걷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당시 세금 걷는 사람은 두 배로 미움을 받았습니다. 외세에 빌붙어 제 동족에게 세금을 뜯으니까요. 세이도 그걸 몰랐겠습니까. 시장 골목을 걸을 때마다 사람들이 길을 비키는 느낌, 익숙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

그날 크라우니가 세이의 세무서 앞을 지나가다 멈췄습니다.

사람들은 설마 했습니다. 설마 저기 들어가진 않겠지.

크라우니는 들어갔습니다.

"오늘 저녁, 나랑 같이 먹자."

세이는 손을 멈추고 크라우니를 봤습니다. 비웃는 건지 확인하려고. 비웃는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진심이었습니다. 세이는 그날 처음으로 식탁을 차려 누군가를 초대했습니다. 크라우니를. 그리고 크라우니를 따라온 여러 사람을. 그렇게 미움받던 집에 처음으로 웃음소리가 들어왔습니다.

식탁이 그런 겁니다. 크라우니가 들어가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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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의 이야기는 더 조용했습니다.

나래는 오래 아팠습니다. 몸도, 마음도. 세상이 정한 규칙 때문에 가까이 오면 안 되는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눈총을 받았고, 손이라도 닿을까 봐 모두가 슬쩍 몸을 피했습니다.

나래는 사람들 뒤에서 생각했습니다. "저분 옷자락만 스쳐도."

군중이 워낙 많아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밀고 들어갔습니다. 마지막 힘으로. 손끝이 닿는 순간, 뭔가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크라우니가 멈추고 물었습니다. "누가 나를 만졌니?"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군중인데요. 크라우니는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다 나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나래는 무서워서 엎드렸습니다. 규칙을 어겼으니까요. 혼날 줄 알았습니다.

크라우니가 말했습니다. "일어나."

혼내는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 오래 기다린 친구를 드디어 찾은 것 같은 목소리. "괜찮아. 어디 있었니?"

나래는 그때 울었습니다. 오랫동안 참았던 울음이 한꺼번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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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니는 어느 날 저녁, 가까운 친구들과 같이 앉아서 말했습니다.

"있잖아. 나는 너희를 종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종은 주인이 무슨 마음인지 몰라. 그런데 나는 내 마음을 다 너희한테 말했잖아."

돌이 물었습니다. "그러면 뭐예요?"

"친구."

한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그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뭔가가 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눈물이 나려는 걸 참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별을 지은 분이, 직접 아기로 내려온 분이, 지금 이 낡은 방에 앉아서 자기를 친구라고 부른다.

가장 높은 분이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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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한테도 묻고 싶습니다.

혹시 스스로 "나 같은 사람은 안 되겠지" 하고 먼저 물러선 적 있나요? 돌처럼 자기가 거칠다고, 세이처럼 남들이 피한다고, 나래처럼 규칙을 어겼다고.

크라우니는 그쪽으로 먼저 걸어갑니다. 항상.

문을 두드리는 쪽은 크라우니입니다. 열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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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이 끝날 무렵, 크라우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목소리에 뭔가 무거운 것이 실린 것 같았습니다.

"끝까지 같이 있을게."

친구들은 그게 얼마나 큰 말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오면, 그 '끝까지'가 어디까지인지 보게 될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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