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이 끝날 때,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성벽도 다시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뭔가가 빠져 있었습니다. 크라우니와 함께 걷던 그 저녁 같은 것, 단과 리아가 알던 그 가까움 같은 것. 사람들은 오래된 약속을 붙들며 기다렸습니다. 언젠가, 크라우니가 직접 오신다고 했거든요.
---
그 긴 고요 속에 길벗이 나타났습니다.
별로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강가에 살았고, 입은 옷도 거칠었고, 먹는 것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할 때만큼은 달랐습니다. 목소리가 아니라 마음을 건드렸으니까요.
길벗이 말했습니다. "준비하세요. 그분이 오십니다."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어디서요? 언제요? 어떻게요?
길벗은 그냥 웃었습니다. "곧요.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
그즈음, 작은 마을에 보미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보미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마을 사람 누구나 아는 평범한 얼굴, 평범한 이름. 그런데 어느 날, 크라우니가 보미를 찾아왔습니다. 조용히, 그리고 직접.
"두려워하지 마세요."
크라우니는 늘 그렇게 말했습니다. 처음 단과 리아에게도, 바우에게도, 미르에게도 —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두려워하지 마세요"였습니다. 크라우니는 무섭게 나타나는 분이 아니거든요.
"보미, 당신이 아이를 낳을 거예요. 그 아이가 저예요."
보미는 한참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그럴 만하죠. 별을 지은 분이 내 품에 아기로 온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런데 크라우니가 덧붙였습니다. "직접 오고 싶었어요."
---
생각해 보세요.
크라우니는 이미 사람들을 사랑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멀리서도 들었고, 멀리서도 이끌었습니다. 그런데도 직접 오겠다고 한 이유가 뭘까요?
사랑이 그렇습니다. 멀리서 보내는 것과 직접 찾아오는 것은 다릅니다. 크라우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았습니다. 배가 고프면 어떤 기분인지, 무시당하면 얼마나 속이 쓰린지, 혼자 울 때 그 방이 얼마나 긴지. 알았지만, 직접 겪어 보고 싶었습니다. 친구로, 곁에서.
그래서 아기로 왔습니다. 왕궁이 아니라 외양간으로. 화려한 자리가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로.
---
보미는 밤새 아이를 품었습니다.
창밖에 별이 유난히 밝았습니다. 그 별들, 크라우니가 지었던 바로 그 별들이었습니다. 이제 그 별을 지은 분이 보미의 팔 안에 있었습니다. 아주 작게, 아주 가깝게.
아기는 보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옛날에 단과 리아가 처음 눈을 뜰 때 크라우니의 얼굴을 보았던 것처럼, 이번엔 크라우니가 보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같은 한 분이었습니다.
먼 곳에서 세상을 지으셨던 분, 우는 백성의 소리를 들으셨던 분, 강가에서 "잊지 않았다" 속삭이셨던 분 — 이제 보미의 품에 아기로 온 그 분. 다른 분이 아닙니다. 가까움의 모양이 달라졌을 뿐, 언제나 같은 크라우니였습니다.
---
길벗은 강가에서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할 일을 다 한 사람의 얼굴로, 길벗은 조용히 웃었습니다. 길을 연 사람은 길을 걷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크라우니가 직접 걸을 테니까요.
그 길에서 크라우니는 모두가 피하던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갈 것입니다. 이름을 불러 줄 것입니다. "어디 있니?" 하고 찾아다닐 것입니다. 먹을 것 없는 사람과 식탁을 나눌 것입니다. 문 앞에 서서 두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상상 못 한 끝까지 내려갈 것입니다.
그것이 다음 이야기입니다.
---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 아기가 첫날 밤, 보미의 품에서 잠든 그 순간 — 별을 지은 분이 숨소리를 내며 잠든 그 순간, 크라우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기뻤을 거예요. 드디어 직접 올 수 있어서. 드디어 이름을 불러 줄 수 있는 목소리가 생겨서. 드디어 손을 내밀 수 있는 손이 생겨서.
사랑이 늘 원했던 건 그겁니다. 멀리서 보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걷는 것.
첫 번째 책은 선물이에요. 가입하면 100맘을 드리니까, 두 번째 책부터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요. 친구를 추천하면 50맘도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