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이 외쳤어도 왕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약한 이를 돌보라는 말은 벽에 부딪혀 돌아왔고, 돌아온 말은 그냥 흩어졌습니다. 외치는 이들은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조용해졌습니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무서운 종류의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그걸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벽이 무너졌습니다.
먼지가 하늘까지 올라갔습니다. 돌들이 굴렀습니다. 오래 서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아이들이 울었습니다. 어른들은 울지도 못했습니다. 너무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슬퍼할 겨를도 없이 끌려가야 했습니다.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 먼 땅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뒤를 돌아봤지만 성은 이미 없었습니다. 연기만 피어올랐습니다. 누군가가 "버드나무에 수금을 걸었다"는 노래를 중얼거렸습니다.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너무 슬퍼서, 노래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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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다들 앉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이는 물을 바라봤습니다. 어떤 이는 그냥 땅을 봤습니다. 이름을 잃어버린 것 같은 얼굴들이었습니다. 집이 있던 사람, 이름이 있던 사람, 매일 저녁 돌아갈 곳이 있던 사람들이,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습니다.
"크라우니가 우리를 잊으신 거 아닐까."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목소리가 작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 말을 들었습니다.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더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주 조용히, 무언가가 곁에 있었습니다.
크라우니는 거기 있었습니다.
성 안에 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강가에 있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바로 옆에, 먼지 냄새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슬픈 사람들 사이에, 노래도 못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
"너를 잊지 않았다."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들렸습니다. 마음 가장 안쪽 어딘가에, 이름을 부르듯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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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니는 따라왔습니다.
백성이 끌려가는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무거운 발걸음 옆에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성이 있을 때만 함께하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성이 무너져도, 먼 땅으로 가야 해도, 크라우니의 사랑에는 경계가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모든 별을 지은 분이 왜 그 먼지 나는 길을 걸었을까요. 왜 포로들 사이에 앉아 있었을까요.
그게 크라우니였으니까요. 사랑이 그런 거니까요.
사랑은 좋을 때만 곁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너졌을 때, 끌려갈 때, 노래가 나오지 않을 때 — 그때 더 가까이 옵니다. 먼 땅이라도, 거기까지 따라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그 어둠 속에 먼저 들어와 있습니다.
크라우니는 먼 땅 한가운데서도 속삭였습니다.
"나는 여기 있다. 너도 여기 있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도 함께 있는 거다."
강가에서 울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그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래도 됩니다. 사랑은 믿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은 그날 밤, 아주 오랜만에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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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세상이 다 너를 잊어도, 크라우니는 네 이름을 기억합니다. 어떤 땅에서, 어떤 강가에서, 어떤 먼지 속에서 울고 있든. "나는 네 이름을 내 손바닥에 새겨 놓았다"고 외솔이 전한 말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때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습니다. 먼 땅에 와서야 조금씩 알 것 같았습니다.
성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왕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노래가 나오지 않는 계절도 옵니다.
그래도 크라우니는 따라옵니다.
어둠이 끝나는 곳이 아니라, 어둠 안으로. 슬픔이 끝난 다음이 아니라, 슬픔 한가운데로. 그게 이 사랑이 다른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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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땅에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세월 동안 크라우니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백성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무너진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노래가, 아주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말도 들려왔습니다. 크라우니가 직접 데려가겠다고 했다는 말이었습니다.
기다리는 것도 사랑이었습니다. 그 긴 기다림 내내, 크라우니는 가지 않았습니다.
통사 18장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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