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사 · CHAPTER 15

노을의 그늘

노을은 왕이 되었지만, 왕이 되고 나서도 오래 목동이었습니다.

들판에서 별을 세던 시간, 크라우니께 노래를 올리던 밤 — 그것이 노을의 진짜 얼굴이었습니다. 왕홀보다 수금이 먼저였고, 명령보다 노래가 먼저였습니다. 그래서 크라우니는 노을을 사랑했습니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솔직했기 때문에.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노을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성이 크고 넓어질수록, 왕홀이 무거울수록, 노을은 자꾸 자기를 잊어 갔습니다. 들판의 바람도, 크라우니와 도란도란 나누던 저녁도, 어느 날부터인가 기억 속 먼 곳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어느 봄날 저녁,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숨기고 싶었습니다. 들키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마음이 어디서 온 건지도 몰랐습니다. 단과 리아가 동산에서 나뭇잎을 잡아 가렸던 것처럼, 노을도 자기 마음속에 두꺼운 무언가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러움이라는 건 처음엔 작은 돌멩이 같지만, 숨길수록 벽이 됩니다.

크라우니는 알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척 두었던 게 아닙니다. 노을이 자기 발로 돌아올 시간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기다리는 내내, 이름을 부르고 싶었습니다. 예전처럼 "노을아" 하고 한 번만 불러 보고 싶었습니다.

노을이 마침내 무릎을 꿇은 건, 밤이 깊어서였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방에서, 노을은 오래 울었습니다. 왕이 운다는 게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노을의 가장 솔직한 얼굴이었습니다. 들판에서 별을 보며 노래하던 그 아이, 그 아이가 다시 거기 있었습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다섯 글자였습니다. 크라우니는 그 다섯 글자를 아주 오래 기다렸습니다.

크라우니가 노을에게 달려온 건, 야단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안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팔을 벌리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잘못이 크다고 생각해서 멀찍이 선 것도 아니었고, 먼저 사과를 더 받아 내려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노을이 돌아서는 순간 — 이미 거기 있었습니다.

"오래 찾았어."

부드러운 말이었습니다. 꾸짖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먼 곳을 헤매다 돌아온 친구를 맞는 사람의 말이었습니다.

노을은 더 많이 울었습니다. 자기가 지은 잘못의 크기만큼 울었고, 기다려 준 사랑의 크기만큼 울었습니다. 크라우니는 그 울음을 막지 않았습니다. 모두 흘러내리게 두었습니다. 사랑은 때때로 다 쏟아지게 기다려 주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부서진 마음은 그날 밤 조금씩 붙기 시작했습니다.

조각난 그릇이 붙을 때 이음새가 남듯, 노을의 마음에도 자국이 남았습니다. 크라우니는 그 자국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손으로 짚었습니다.

"이 자리가 내가 너를 붙들었던 자리야."

그날부터 노을의 노래는 전보다 더 깊어졌습니다. 왕이어서가 아니라, 부서지고 붙들린 사람이어서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그 노래는 이름도, 왕홀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닿았습니다. 잘못을 숨기다 지친 사람들이, 노을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도 몰래 눈물을 흘렸습니다. 크라우니가 멀지 않다는 걸, 돌아서는 사람을 기다린다는 걸 — 노래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을은 완벽한 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올 줄 아는 왕이었습니다. 크라우니가 사랑한 건 그 부분이었습니다.

잘못 앞에서 숨지 않고, 결국 돌아서는 것. 부서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 솔직함이 크라우니의 마음을 붙들었습니다.

노을이 늙어 가는 동안, 크라우니는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노을 다음에는 지혜를 구하는 아이가 올 것이었습니다. 크라우니는 그 아이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크라우니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 그 아이도 언젠가 알게 될 것이었습니다.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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