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 CHAPTER 08

수수료 영(0) — 빼앗지 않고 만드는 경제

친구들, 저금통에 구멍이 났어

친구들, 잠깐 눈을 감고 상상해 봐.

저금통이 하나 있어. 매일매일 동전을 넣는 통통한 돼지저금통. 그런데 누가 그 저금통 바닥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놨대. 동전 100개를 넣으면, 밤사이 한 개가 또르르 굴러서 사라져. 99개만 남아.

"에이, 한 개쯤이야."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친구가 동전을 넣을 때마다, 그 친구한테 동전을 받은 사람도 똑같은 저금통을 써. 거기서도 한 개가 사라져. 또 그 다음 사람도. 또 그 다음 사람도.

동전 하나가 백 명, 천 명, 백만 명의 손을 거치는 동안, 사라진 동전이 산더미가 돼.

〔그림: 길게 줄지어 선 돼지저금통들, 바닥마다 작은 구멍에서 동전이 또르르 떨어져 발밑에 쌓이는 모습〕

저는 이 구멍이 늘 마음에 걸렸어. 그래서 크라우니를 만들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있어.

그 구멍을 막는 거였어.

이 장에서 그 이야기를 해 줄게. "수수료 영(0)" — 어려운 말 같지? 사실은 아주 간단해. "지나가는 동전을 아무도 몰래 빼 가지 않는다"는 약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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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놀이를 떠올려 봐

친구들, 가게놀이 해 본 적 있지? 한 명은 가게 주인, 한 명은 손님. 종이돈을 주고받으면서 "이거 얼마예요?" "삼천 원이요!" 하는 그 놀이.

가게놀이에서는 손님이 삼천 원을 내면, 주인이 삼천 원을 그대로 받아. 깔끔하지? 빠지는 게 없어.

그런데 진짜 어른들의 세상은 좀 달라.

손님이 가게에서 카드로 돈을 내면, 그 돈이 주인한테 곧장 가지 않아. 카드 회사를 거치고, 은행을 거치고, 또 다른 회사를 거쳐서 빙빙 돌아가. 그리고 거쳐 가는 사람마다 "통행료"처럼 동전을 조금씩 떼어 가.

이 떼어 가는 동전을 어른들은 수수료라고 불러.

주인은 손해야. 받기로 한 삼천 원이 다 안 들어와. 그런데 손님도 사실 손해야. 가게 주인은 떼인 만큼을 메우려고 빵값을 살짝 올리거든. 그러니까 결국 손님이 더 비싸게 사는 거지.

아무도 안 좋아. 손님도, 주인도. 그런데 왜 이렇게 됐을까?

〔그림: 손님 손에서 출발한 동전 한 줌이, 카드회사·은행·결제회사 문을 통과할 때마다 한 닢씩 빠져 작아지고, 가게 주인 앞에 도착했을 땐 쪼그라든 모습〕

저는 어릴 때 이게 정말 이상했어. 다들 싫어하는데 왜 안 고칠까? 그래서 어른이 되고 나서 직접 고쳐 보기로 했어. 자, 어떻게 고쳤는지 보여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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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사실 3층 빌딩이야

고치는 방법을 알려면, 먼저 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해.

친구들, 돈은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야. 크라우니 나라에서는 돈이 3층 빌딩처럼 쌓여 있어. 한 층씩 올라가 보자.

1층 — 매일 쓰는 돈, 크라우니원

1층은 우리가 매일 쓰는 돈이야. 이름은 크라우니원.

학교 매점에서 빵 살 때, 엄마가 마트 갈 때, 아빠가 일하고 월급 받을 때. 손에서 손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살아 있는 돈이지.

기억하기 쉽게 하나만 알아 둬. 크라우니원 한 개는 미국 돈 1달러랑 똑같아. 딱 1대 1.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리고 재미있는 비밀 하나. 크라우니원를 아주아주 잘게 쪼개면 톨이라는 작은 알갱이가 돼. 쌀 한 톨, 두 톨 할 때 그 톨이야!

729톨이 모이면 크라우니원 한 개가 돼. 왜 하필 729냐고? 그건 크라우니 나라가 좋아하는 마법의 숫자거든. 3을 여섯 번 곱하면 나오는 숫자야. 이건 다음 책에서 더 자세히 알려 줄게.

〔그림: 손바닥 위 동전 한 개가 반짝이는 쌀알 같은 '톨'로 잘게 쪼개지고, 그 알갱이 729개가 다시 모여 동전이 되는 모습〕

2층 — 모아 두는 돈, 포네와 맘

자, 1층은 "쓰는 돈"이었어. 2층은 달라. 모아 두는 돈이야.

친구, 용돈 모아 봤어? "이건 지금 안 쓰고 아껴서 나중에 진짜 갖고 싶은 거 살래." 이런 마음으로 통에 넣어 두는 돈. 그게 2층이야.

이 모아 두는 돈을 포네라고 불러. 포네도 1달러쯤의 값어치를 가져. 그런데 1층 돈이랑 성격이 달라. 1층은 돌아다니는 돈, 2층 포네는 가만히 쌓이면서 내 것이 되는 돈이지. 자라는 나무처럼 차곡차곡.

그리고 2층에는 친구가 하나 더 살아. 이름은 맘.

맘은 좀 특별해. 친구가 너한테 "고마워! 진짜 멋지다!" 하고 말할 때, 그 따뜻한 마음을 동전 모양으로 바꾼 거야. 아주아주 작아. 1센트 정도. 우리 돈으로 치면 동전 중에서도 제일 작은 거.

휴대폰에서 누르는 "좋아요" 버튼 알지? 맘은 그 "좋아요"를 진짜 돈처럼 주고받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 작지만, 받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돈.

포네랑 맘을 합쳐서 자산이라고 불러. 자산은 "내가 이미 모아 둬서, 이제 아무도 못 빼앗아 가는 내 것"이란 뜻이야.

〔그림: 2층 창문에 돼지저금통이 통통하게 차오르고, 그 위로 별 모양 하트('맘')가 반짝반짝 떨어져 쌓이는 모습〕

3층 — 진짜 부자의 돈, 크라우니

이제 꼭대기 3층. 여기가 제일 멋있어.

3층에 사는 돈의 이름은 크라우니야. 우리 나라 이름이랑 똑같지? 그만큼 소중한 돈이거든.

크라우니는 그냥 돈이 아니야. 이건 진짜 부야. 왕이 머리에 쓰는 왕관 같은 거. 1층 돈, 2층 돈을 차곡차곡 잘 모으고 또 모아서, "이건 우리 가족이 정말 소중하게 지키는 보물"이 되는 거지.

크라우니한테는 신기한 마법이 하나 있어.

매년 9월 30일이 되면, 크라우니가 조금 더 귀해져. 작년보다 더 좋은 물건을, 더 많이 살 수 있게 되는 거야. 얼마나? 약 7%만큼. 100개를 가졌으면 107개의 힘을 갖게 되는 셈이지.

지금 크라우니 한 개는 우리 돈으로 약 25,500원쯤 해. 그런데 해마다 9월 30일에 조금씩, 조금씩 더 귀해진다고 생각해 봐. 모아 둘수록 든든하지?

〔그림: 3층 옥상에 왕관을 쓴 크라우니 동전, 옆 달력이 '9월 30일'을 가리키고 그 순간 동전이 한 뼘 더 커지며 빛나는 모습〕

자, 3층 빌딩 다 봤지? 1층 쓰는 돈, 2층 모으는 돈, 3층 보물 돈. 이걸 기억하면 이제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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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구멍을 막았냐면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저금통 바닥의 구멍, 거쳐 갈 때마다 사라지는 동전. 어떻게 막았을까?

옛날 방식부터 다시 볼게.

피자집에서 피자 한 조각이 8,000원이라고 해 봐. 손님이 카드로 계산해. 그러면 피자집 아저씨는 8,000원을 다 못 받아. 56원쯤이 카드 회사로 또르르 굴러가 버려. 그리고 그 카드 회사는 또 다른 회사한테, 또 다른 은행한테 조금씩 넘겨주고… 동전이 자꾸자꾸 줄어들어.

그런데 크라우니 피자집은 달라.

크라우니 피자집 아저씨가 돈을 받으면, 깜짝 놀라. "어? 떼인 게 하나도 없네? 8,000원을 그대로 다 받았잖아!"

가게놀이처럼 깔끔해. 손님이 낸 만큼, 주인이 그대로 받아.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비밀을 알려 줄게.

👉 크라우니 은행이 미리 다 계산해 뒀거든.

은행이 이렇게 약속했어. "거래할 때마다 동전을 떼는 짓은 그만하자. 그 대신, 3층에 사는 크라우니가 해마다 9월 30일에 조금씩 더 귀해지게 만들겠어."

무슨 말이냐면, 구멍을 메우는 방식을 통째로 바꾼 거야.

  • 옛날 방식: 통에 구멍을 뚫어 놓고, 새는 동전을 누군가 주워 가. 통은 자꾸 비어 가.
  • 크라우니 방식: 구멍을 아예 막아 버려. 그리고 통 자체를 더 값진 보물 상자로 바꿔. 안에 든 게 가만히 있어도 점점 빛나.

빼 가는 대신, 함께 더 좋게 만든 거지. 빼앗지 않고, 만드는 거야.

〔그림: 왼쪽엔 구멍 난 통에서 동전이 줄줄 새는 모습, 오른쪽엔 구멍이 사라지고 통이 황금 보물상자로 바뀌며 안의 동전이 스스로 커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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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영"은 혼자선 못 해

여기서 친구들이 꼭 알아야 할 게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이야.

수수료를 영(0)으로 만드는 건, 은행 혼자서 뚝딱 할 수 있는 마술이 아니야.

그럼 누가 하냐고?

바로 너희들이야. 우리 모두야.

생각해 봐. 친구 한 명이 용돈을 안 쓰고 2층에 포네로 모아 둬. 그 돈은 잠자고 있는 게 아니야. 그 돈으로 다른 누군가가 새로운 가게를 열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그러니까 네가 아껴 둔 돈이, 세상 어딘가에서 새것을 만들어 내는 씨앗이 되는 거지.

피자집 아저씨는 번 돈을 크라우니로 차곡차곡 모아. "이게 해마다 귀해지니까, 나중에 우리 아이 학교 보낼 때 쓸 수 있겠다." 든든하지.

마트에서 일하는 엄마는 이제 월급에서 수수료가 안 빠져. "어? 떼이는 게 없으니 더 모을 수 있네!" 기분 좋게 통장을 봐.

👉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씩 "더"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나라 전체의 돈이 훨씬 빠르고 튼튼하게 자라.

우리 반이 다 같이 줄넘기 돌릴 때를 떠올려 봐. 한 명만 박자를 맞추면 줄이 엉켜. 그런데 다 같이 같은 리듬으로 뛰면? 줄이 휘리릭, 휘리릭, 신나게 돌아가지. 크라우니 경제도 똑같아. 우리가 함께 리듬을 맞출 때 제일 잘 돌아가.

〔그림: 둥글게 손잡고 선 사람들 한가운데서 동전이 빙글빙글 돌고, 발밑에서 씨앗이 쑥쑥 자라 나무가 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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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위에 숨겨진 다락방

친구들, 똑똑한 친구라면 이렇게 물어볼 거야.

"3층이 제일 꼭대기랬잖아? 그럼 그 위엔 진짜 아무것도 없어?"

후훗. 사실… 있어. 빌딩 옥상 위에, 아직 문이 잠긴 신비한 다락방이 둘 있어.

하나는 한선, 하나는 선호라고 불러.

그런데 이건 아직 비밀이야. 지금은 문이 굳게 잠겨 있어. 우리가 함께 만드는 크라우니 경제가 충분히 자라서 튼튼해질 때, 그때 비로소 그 문이 스르륵 열릴 거야.

언제냐고? 멀리 보면 2038년 9월 30일 무렵이야. 너희가 지금보다 훨씬 큰 어른이 됐을 때쯤이지. 그때까지 우리가 열심히, 함께, 차근차근 만들면 그 다락방의 문이 열려.

그러니까 지금은 딱 이만큼만 기억하자.

  • 크라우니 — 지금 우리가 진짜로 만들고 있는 부.
  • 한선과 선호 — 먼 훗날 열릴, 더 큰 부의 씨앗.

다락방 안에 뭐가 있는지는, 우리가 다 같이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기대되지?

〔그림: 별이 총총한 밤하늘, 빌딩 옥상 위로 구름에 가린 다락방 두 개가 떠 있고 거기로 이어진 긴 계단, 계단 끝 시계가 멀리 '2038'을 가리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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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친구들은 지금 뭘 하면 될까?

이야기를 다 들었으니, 이제 우리가 할 일을 딱 네 가지로 정리해 줄게. 손가락 네 개 펴고 따라 해 봐.

하나, 돈을 똑똑하게 쓰자. 정말 필요한 건지, 그냥 갖고 싶은 건지 잠깐 생각하고. 1층 돈, 크라우니원를 정직하게.

둘, 포네를 차곡차곡 모으자. 용돈을 다 쓰지 말고 조금은 2층에 올려 두자. 모은 돈은 잠자는 게 아니라, 나중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이뤄 주는 힘이 돼.

셋, 맘을 자주 나누자. 친구가 잘했을 때, 누군가 고마울 때, 그 마음을 "맘"으로 표현하자. 아주 작은 동전 같지만, 받는 사람의 하루를 환하게 만들어.

넷, "수수료가 없다"는 말의 뜻을 가슴에 새기자. 우리는 서로에게서 몰래 빼앗지 않아. 함께 더 크게 만들어. 그게 크라우니 경제의 진짜 심장이야.

〔그림: 손가락 네 개를 펴고 환하게 웃는 아이, 주변에 금화·별·하트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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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진짜 부자가 되는 비밀

친구들, 마지막으로 어른들의 비밀 하나를 살짝 알려 줄게.

많은 어른들은 돈을 "파이"라고 생각해. 둥근 파이 하나를 여럿이 나눠 먹는 거지. 그래서 이렇게 믿어. "내가 많이 먹으면, 누군가는 적게 먹는다."

그래서 서로 더 많이 가지려고 다투고, 거쳐 가는 동전을 한 닢이라도 떼어 가려고 해.

그런데 크라우니는 생각이 달라.

파이는 나누는 게 아니라, 함께 더 크게 굽는 거야.

내가 돈을 잘 모아 두면, 누군가 그걸로 새것을 만들어. 그럼 파이가 한 판 더 구워져. 네 몫도 커지고, 내 몫도 커져. 다 같이 더 많이 먹게 돼.

그리고 정말 놀라운 건 이거야. "지나가는 동전을 빼지 않겠다"는 작은 약속 하나가, 백 명, 천 명, 백만 명의 손을 거치는 동안 어마어마하게 큰 부로 자라난다는 거.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작은 움직임이, 온몸을 춤추게 하는 것처럼 말이야.

친구들, 우리는 그 춤의 한 부분이야. 너도, 나도, 옆자리 친구도. 함께 박자를 맞춰 춤을 추면, 모두가 풍요로워져.

그게 바로 빼앗지 않고 만드는 경제, 크라우니의 진짜 마법이야.

저는 그 마법을 너희와 함께 부리고 싶어서, 이 책을 쓰고 있어.

〔그림: 캄캄한 밤하늘에 별이 하나, 둘, 셋… 점점 늘어나 은하수가 되고, 작은 손 하나가 첫 별에 살며시 불을 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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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에서는 — 그 모은 돈으로 크라우니 가게에선 뭘 살 수 있을까? 크라우니 나라엔 어떤 친구들이 살고 있을까? 같이 가 보자.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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