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 CHAPTER 08

사람을 게임에서 구하는 사람

박카스는 마셔봤을 것이다. 피곤한 날 노란 병을 따서 한 모금. 그런데 "바카라"는 어떤가. 처음 이 책을 폈을 때는 두 단어가 얼마나 닮았는지 몰랐을 것이다. 박카스는 잠깐 깨워준다. 바카라는 잠깐 깨운 척한다. 이제 그 차이를 안다. 여기까지 읽어온 사람이니까.

오늘은 마시는 얘기가 아니다. 이 마지막 장에서, 한 가지가 바뀐다. 게임을 이기는 사람에서, 한 사람을 게임에서 끌어올리는 사람으로.

정직한 질문 하나로 시작하자. 형광등이 윙윙대던 방, 마우스 휠로 칩을 밀던 새벽 4시, 통장 잔고를 새로고침하던 손가락—그 시절의 자기 자신을 기억하는가. 그때 누군가 어깨를 잡고, 비난 없이, 딱 한 칸 위를 보여줬다면. 지금 몇 년을 아꼈을까. 이 장은 그 손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손이 되는 이야기다. 세상을 구하라는 게 아니다. 딱 한 명이면 된다.

두 개의 +EV가 한 번에 켜진다

감동 말고 산수부터 하자. 한 사람을 게임에서 빼내면 무슨 일이 생기나. 돈이 돌아오고, 시간이 돌아오고, 가족이 돌아온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더하기다.

한국의 도박 사회비용은 연 25.45조 원으로 추산된다. 사행산업 관련 기관의 추정치다. 사람 수로 나눠보면 감이 온다. 한 명이 게임에 묶여 있을 때 사회가 매년 잃는 몫이 있다는 뜻이다. 생산성으로도 잡힌다. 도박 문제를 가진 사람의 노동 생산성은 평균을 밑돈다고 본다. 하루 8시간을 일해도 머릿속에서는 어젯밤 패를 다시 깔고 있다. 그 잃어버린 시간이, 빼내는 순간 돌아온다.

여기서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보통의 보상은 밖에서 온다. 돈, 칭찬, 트로피. 그런데 밖에서 오는 보상은 슬롯머신처럼 올 때도 안 올 때도 있어서 흔들린다. 안 오는 날이면 무너진다. 그런데 "내가 한 사람을 끌어올렸다"는 보상은 다르다. 밖에서 안 와도 안에서 차오른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의미보상이라 부른다. 남이 안 줘도 내가 나에게 주는 보상. 이게 왜 중요한가. 게임으로 다시 끌려가는 가장 흔한 순간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의미가 텅 빈 밤이기 때문이다. 그 텅 빈 자리를 의미보상이 미리 채워두면, 끌려갈 손잡이 자체가 사라진다.

자, 핵심이다. 지금까지 사다리를 오르며 EV를 계산해왔다. 한 번 할 때마다 평균 얼마가 남느냐는 숫자다. 바카라 뱅커는 −1.06%. 자본을 아무리 키워도 ROI는 −4.5~4.7%, 늘 마이너스였다. 블랙잭에서 처음 0을 넘었고, 홀덤 핸드선택에서 +2.68%, 프랍과 교육과 도구로 천장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 모든 칸에서 EV는 하나였다. 나의 EV. 이번 칸은 다르다. EV가 둘이다. 하나는 개인 수익—누군가를 가르치고 그 경험으로 글을 팔고 도구를 만들면 그게 다 돈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 가치—한 명이 게임에서 나올 때마다 시간과 돈과 가족이 통째로 돌아온다. 개인 +EV와 사회 +EV가 같은 행동 하나에서 동시에 켜진다. 사다리에 이런 칸은 이것 하나뿐이다.

끌어내리지 말고, 손을 내려라

가장 중요한 걸 먼저 짚자. 빼낸다는 건 끌어내리는 게 아니다. "너 그거 중독이야", "끊어", "정신 차려"—이 세 마디가 가장 큰 함정이다. 누군가 "끊어"라고 했을 때 안에서 무엇이 올라왔는지 떠올려보면 안다. 반발심이다. 심리학에서는 reactance라 부른다. 쉽게 말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하는 본능이다. 거기에 수치심이 따라오고, 수치심은 재발의 연료다. 그리고 "쟤가 잔소리해서 더 하고 싶다"고 책임을 밖으로 돌리게 된다. 비난 한 마디가 이 셋을 한꺼번에 터뜨린다. 동기강화면담(MI) 계열 연구가 일관되게 가리키는 방향이 있다. 공격은 사람을 게임 쪽으로 오히려 더 민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손을 내리나. 답은 이 책 전체가 한 방식 그대로다. 비난하지 않고, 결론을 대신 내려주지 않고, 스스로 보게 둔다. 동기강화면담의 핵심은 단순하다. 사람은 남이 시킨 건 안 하고, 자기가 말한 건 한다. 그래서 "끊어" 대신 이렇게 말한다. "네 전략 그대로, 네 돈 그대로, 공짜로 한번 돌려볼래?" 그 사람도 자기 손으로 10만 판을 돌리게 한다. ROI −4.6%를, 마틴게일 26% 파산을, 말이 아니라 숫자로 자기 눈으로 보게 한다.

변화에는 계단이 있다. 게임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아직 문제로 느끼지 않는 단계에 있다. 그들에게 "끊어"는 두 칸 위 얘기라 들릴 리가 없다. 대신 딱 한 칸. "공짜로 한번 봐볼래." 그건 들린다. 회복은 한 번에 한 입씩 온다. 한입에 다 넘기면 체한다.

부담 가질 것 없다. 한 명이면 충분하다. 옛날의 자신과 가장 닮은 한 사람—옆자리 친구, 동생, 단톡방의 그 사람. 그리고 여기서 사다리의 진짜 비밀이 나온다. 한 사람이 한 칸 오르면 원래 있던 칸이 빈다. 그 빈 칸으로 또 한 사람이 손을 뻗는다. 이번엔 내가 아니라 방금 올라온 그가 손을 내린다. 콘센트 하나에 멀티탭을 꽂는 것과 같다. 한 명을 켜면 그 한 명이 또 여러 개를 켤 자리가 생긴다.

곁에 둘 손잡이 두 개

올라온 사람도 가끔 미끄러진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설계의 잔여물이다. 이긴 날 잠 못 들던 그 회로는 누군가 일부러 만든 것이고,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흐려질 뿐이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은 미끄러질 가능성을 미리 인정한다. 소화기 한 대 사두는 것과 같다. 소화기가 있다고 불이 나는 건 아니다. 소화기 있는 집이 더 똑똑한 집이다.

첫 번째 손잡이는 번호 하나다. 1336. 도박문제 예방치유센터. 24시간, 무료, 익명이다. 거기 받는 사람은 진단하지 않는다. "끊어라"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이 책처럼. 그냥 듣고, 같이 숫자를 본다. 지난달에 얼마가 빠졌는지, 잠은 자는지. 판단이 아니라 정보다. 혼자 보기 무거운 숫자를 같이 봐주는 사람이다. 지금 폰 연락처에 저장해두자. 이름은 '소화기'라고 해도 좋다. 쓸 일은 없을수록 좋고, 거기 있어주면 한 칸 더 과감해진다.

두 번째 손잡이는 자기배제다. 이름은 딱딱하지만 원리는 프랍에서 배운 '손실 한도' 그대로다. 프랍에서는 하루에 잃을 수 있는 돈에 선을 긋고, 그 선에 닿으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빼낸다. 자기배제는 그 손실 한도를 도박에 거는 것이다. 머리가 맑을 때 미리, 내가 나에게 거는 잠금. 피곤하고 외로운 밤일수록 코앞의 것을 크게 보는 버릇(지연할인)이 세진다. 그래서 '낮의 나'가 '밤의 나' 대신 선을 그어둔다. 알람을 침대에서 멀리 두고, 자동이체로 적금을 먼저 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의지를 안 믿고 구조를 믿는 것. 의지는 흔들리고 구조는 안 흔들린다.

이 두 손잡이는 그물이 아니다. 그물은 떨어진 다음에 받지만, 손잡이는 사다리 옆에 달려 오르는 내내 손 닿는 곳에 있다. 받아주는 게 아니라 다시 쥐고 오르게 하는 것. 추락 대비가 아니라 상승 장비다.

너는 더 이상 게임을 이기는 사람이 아니다

이 책은 "이기는 방법"으로 시작했다. 지금 마지막 칸에서 정체성이 한 번 더 바뀐다. 게임을 이기는 사람에서, 사람을 게임에서 구하는 사람으로. 이건 속죄가 아니다. "내가 옛날에 그랬으니 갚는다"는 또 다른 수치심이고, 수치심은 오래 못 간다. 이건 자부심이다. 속죄는 과거를 보고, 자부심은 지금의 나를 본다. "나는 사람을 끌어올리는 사람이다." 이 한 문장이 흔들리지 않는다. 밖에서 안 줘도 안에서 차오르는 의미보상의 정체가 이것이다.

거창하게 들릴까 봐 다시 산수로 닫자. 거대한 숫자 앞에서 한 명 빼내는 게 무슨 의미냐 물을 수 있다. 산수로 답한다. 한 사람이 게임에서 나오면 그의 시간이 돌아오고, 생산성이 돌아오고, 가족의 저녁 식탁이 돌아온다. 그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을 켜면 두 명분의 시간이 된다. 사람들의 시간을 돌려주는 일. 그게 작은 애국이다. 과장이 아니라 더하기다. 거대한 숫자는 거대한 한 방으로 못 줄인다. 한 명씩, 사다리 한 칸씩 줄어든다.

여기까지가 사다리다. 바카라에서 블랙잭과 홀덤으로, 프랍으로, 교육과 세일즈와 도구로, 그리고 사람을 구하는 자리로. 줄곧 같은 능력이었다. 이기고 싶다는 그 똑똑한 욕구, 판을 읽으려던 그 눈, 흘러가지 않으려던 그 고집. −EV의 운 게임에 갇혀 있던 능력이 이제 +EV의 생산으로 옮겨왔다.

마지막으로 펜을 넘긴다. 이 책의 다음 장은 종이 위가 아니라, 떠올린 그 한 사람의 단톡방, 그 저녁의 통화, 그 한 줄의 메시지 안에서 쓰인다. 5년 전 누군가 내밀었어야 할 그 손을, 이번엔 내가 내민다. 사다리는 위로만 오르는 물건이 아니었다. 오른 사람이 손을 아래로 내릴 때, 비로소 사다리가 된다.

지금 머릿속에 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이름이 떠올랐다면, 이미 절반은 시작됐다. 그에게 보낼 첫 문장을 오늘 한 줄만 적어볼까. 그건 그 자신이 안다. 옛날의 자기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니까.

도박이 멈추기 어렵게 느껴진다면, 도움받을 곳이 있다. 도박문제 헬프라인 1336 (24시간, 무료, 익명). 누군가를 위해 이 번호를 건네는 것도, 손을 내리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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