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 CHAPTER 09

곁에서 돕는 사람에게 — 그리고 손잡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고 같이 뛰어든 사람이, 제일 먼저 가라앉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은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 이 책의 모든 장은 "이기고 싶은 사람" 본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 장은 그 사람 *옆에 있는 당신*에게 먼저 말을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밟을 수 있는 첫 사다리 칸도, 끝에 나란히 놓아 두겠습니다.

밤마다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파란 불빛을 본 사람. 통장에서 이유 없이 빠져나간 숫자를 본 사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열일곱 번쯤 들은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라면, 먼저 두 문장을 건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의 힘만으로 그 사람을 멈추게 할 수도 없습니다. 두 번째 문장이 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우리 손으로 구할 수 있다고 믿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보상 회로의 문제입니다. 옆 사람의 사랑으로 끌 수 있는 스위치였다면, 당신은 진작에 껐을 겁니다.

선의가 가장 깊은 구덩이를 팔 때

먼저, 화가 나서 하는 말부터. "또 했어?" "정신 안 차려?" 이 말들은 거의 항상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심리학에 리액턴스라는 개념이 있습니다(Brehm, 1966). 사람은 자기 자유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그 방향과 반대로 행동해서 자유를 되찾으려 합니다. 그래서 추궁받은 사람은 멈추는 게 아니라 *숨깁니다.* 거짓말이 늘고, 혼자 하고, 더 깊이 들어갑니다. 비난은 행동을 바꾸는 게 아니라 지하로 옮길 뿐입니다.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도 그렇습니다. 무너지는 걸 보면 손이 먼저 나가죠. 한 번만, 이번만. 하지만 결과가 사라지면 멈출 이유도 사라집니다. "어차피 누가 막아주니까"라는 안전망이 다음 베팅의 발판이 됩니다.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 이건 *빚*은 그 사람 몫으로 두되 *사람*은 곁에 두라는 말이지, 등 돌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둘은 다릅니다. 통장을 뒤지고 폰을 검사하는 감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은 더 교묘해지고, 당신은 형사이자 죄수가 됩니다.

빼낸 자리를 채울 세 가지

비난 대신 '나-전달법'입니다. "너 또 그랬지"는 화살이라 듣는 순간 방어막이 올라갑니다. "통장을 보고 나는 무서웠어. 우리 얘기 좀 할 수 있을까"는 거울입니다. 내 감정은 내 것이고 사실이라, 반박할 거리가 없습니다. 공격이 없으니 문이 닫히지 않습니다.

다음은 경계입니다. 경계는 벽도 처벌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하고 하지 않을지를 차분히 정해 미리 알려두는 것*입니다. "너를 사랑해서 곁에 있을 거야. 하지만 도박 빚은 더 갚아주지 않을 거야." 핵심은 한번 정했으면 조용하고 일관되게 지키는 것. 흔들리는 경계는 협박의 반복이 되어 당신만 더 지치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어쩌다 "나 좀 문제 있는 것 같아"라고 흘리는 순간. 작고 망설이는 한마디입니다. 여기서 "그걸 이제 알았어?"라고 받으면 문이 쾅 닫힙니다. 대신 "그 말 꺼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마워." 설득하려 들지 말고, 그 사람의 자율성을 믿고 한 칸만 같이 디디세요. 변화는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낄 때 굴러갑니다.

산소마스크는 당신부터

비행기 안전 안내를 떠올려 보세요. "산소마스크는 보호자가 먼저 착용한 뒤 아이에게 씌우십시오." 매정해 보이는 이 순서에는 과학이 있습니다. 당신이 먼저 숨 쉬지 못하면 아무도 구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당신의 시간을 사수하고, 공동 계좌를 분리하고, 혼자 짊어지지 마세요. 가족이 흔히 말하는 3C가 위로가 됩니다 — 내가 만든 게 아니고(Cause), 통제할 수 없고(Control), 고칠 수도 없다(Cure).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가라앉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어 주는 것, 그거 하나로 충분합니다.

본인을 위한 첫 사다리 칸 — 30일, 한 칸씩

그리고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본인이라면, 손에 잡히는 칸 몇 개를 두고 갑니다. 회복은 직선이 아닙니다. 좋아졌다 가까워졌다 또 멀어지는 울퉁불퉁한 곡선이 정상입니다. 그래서 이건 '30일 완치'가 아니라 첫 사다리 칸입니다. 전부 옵션입니다. 밟고 싶은 칸만.

첫 주는 작게 움직이는 주입니다. 헬프라인 번호를 연락처에 '소화기'라는 이름으로 저장하기. 판에 손이 갈 때 끊지 말고 *딱 10분만 미루기* — 10분 뒤의 당신은 지금보다 멀리 봅니다. 지난 한 달 빠져나간 돈을 어림으로 한 줄 적어 보기. 숫자는 길이로 보면 몸에 남습니다.

다음은 환경을 바꾸는 주입니다. 의지는 밤마다 흔들리지만 구조는 안 흔들립니다. 맑은 정신일 때 입장 자체를 자동으로 막아 두는 자기배제를 알아보고, 금액·시간 한도 중 하나만 걸어 두고, 밤마다 같은 회로를 건드리는 알림 하나만 끄는 것. 그다음엔 막아서 생긴 빈자리를 채울 차례입니다. 카드를 읽던 눈, 끝까지 버티던 끈기 — 그 능력은 사라지지 않고 자리만 옮기면 됩니다. 돈 0원·위험 0으로 내 전략을 그대로 돌려 보고, 심박이 뛰던 그 순간을 대신할 작은 것 하나를 일주일에 한 번 해 보세요.

한 달째엔 지난달 숫자와 이번 달 숫자를 나란히 적어 봅니다. 줄었으면 당신이 만든 거고, 안 줄었어도 적는 사람과 안 적는 사람은 길을 잃었을 때 갈립니다. 미끄러진 날이 0이 아니어도 정상입니다.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미끄러진 다음에 다시 칸을 밟았는가입니다. 손잡이는 추락 대비 장비가 아니라 위로 오르는 장비니까요.

체크가 몇 개든, 0개여도, 여기까지 읽은 것만으로 이미 사다리 위에 서 있습니다.

혼자 감당하고 있다면, 곁에서 돕는 당신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박문제 헬프라인 1336 — 24시간·무료·익명.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곁에 있는 사람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쓸 일이 없으면 가장 좋고, 거기 있어 주면 고마운 빨간 소화기입니다.
내 맘 –

독자 게시판 — 함께 읽고 남기는 곳

불러오는 중…

크라우니 책방에 가입하고 무료로 읽기

첫 번째 책은 선물이에요. 가입하면 100맘을 드리니까, 두 번째 책부터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요. 친구를 추천하면 50맘도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