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 CHAPTER 06

천장을 올리자 — 프랍 트레이딩

질문 하나로 시작하자. 바카라 테이블에서 당신이 잃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얼마일까.

답은 간단하다. "내가 가진 전부"다. 10만 원을 들고 가면 10만 원, 1억을 들고 가면 1억. 위로도 천장이 없고, 아래로도 바닥이 없다. 정확히는, 잃는 쪽의 바닥이 당신의 통장 잔고다. 그런데 이번 장에서 만날 무대는 거꾸로다. 위로는 회사 자본만큼 열려 있고, 아래로는 380달러에서 못 박혀 잘려 있는 게임. 손실에 미리 영수증이 붙은 무대. 그 이름이 프랍 트레이딩이고, 우리가 오르는 사다리의 세 번째 칸이다.

앞 장들에서 손으로 돌려본 시뮬레이터를 떠올려 보자. 바카라는 자본을 100배로 키워도 ROI가 −4.5% 언저리에 머물렀다. 그런데 그 −4.5%는 "평균"이다. 마틴게일을 누르면 26%의 확률로 자본 전체가 0이 됐다. 잃는 쪽엔 바닥이 없었던 것이다. 홀덤까지 올라왔을 때는 천장이 위로 열렸다. 핸드 선택만 잘해도 +2.68%,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 좋았다. 다만 그 천장이 상대방 손에 잡혀 있었다. 테이블이 다 고수면 내 엣지가 내려온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남겼다. "내 천장이 왜 상대 한 명 손에 잡혀 있어야 하지?"

프랍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프랍펌(prop firm)은 '자기자본 거래 회사'의 줄임말이다. 트레이딩을 잘하는 사람을 찾아 회사 돈을 맡기고, 번 돈을 나눈다. 다만 회사가 당신을 모르니까 시험을 본다. 이걸 챌린지라고 부른다. 참가비를 낸다. 주요 프랍펌 공개 요금표를 보면 5만 달러 계좌 챌린지가 보통 300~400달러 선이다. 이 책에선 380달러로 잡자. 그 돈을 내면 가상의 5만 달러 계좌를 받는다. 진짜 돈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계좌다. 정해진 규칙대로 거래해 목표 수익(약관상 보통 +8~10%)을 손실 한도 안에서 달성하면 통과다. 통과하면 회사가 진짜 자본을 붙여주고, 번 돈의 일부(보통 80% 안팎)를 당신이 가져간다.

여기서 한 발 멈추고 그 영수증을 보자. 빌린 돈으로 크게 거는 레버리지 거래를 해본 사람은 안다. 거긴 잃는 폭이 바카라보다 더 깊다. 잘못 걸리면 원금이 0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빚까지 진다. 프랍은 다르다. 챌린지에서 깡통을 차도 잃는 건 그 380달러뿐이다. 회사의 가상 계좌가 손실 한도에 닿으면 계좌가 닫히고, 당신은 추가로 한 푼도 안 잃는다. 빚도 안 진다. 전문 용어로 이걸 '손실 캡(loss cap)'이라 한다. 쉽게 말하면 손실에 미리 뚜껑을 씌워둔 거다. 바카라의 26% 파산을 떠올려 보라. 거긴 잃는 쪽이 무한이었고, 한 번의 긴 연패가 통장을 비웠다. 프랍에선 그 무한이 잘려 있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게임일까. 여기서 멈추면 광고다. 프랍펌 인스타그램에 깔린 "월 1억 출금 인증" 같은 말. 우리는 앞 장에서 한 번도 그렇게 떠밀지 않았다. 직접 손으로 계산하게 했다. 프랍도 똑같이 하자.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챌린지 참가자 100명 중에, 결국 출금까지 받아 가는 사람은 몇 명인가?" 이 숫자에 이름을 붙이자. P(출금). 챌린지를 산 사람이 끝내 자기 계좌로 돈을 빼 가는 확률이다.

숫자를 단순하게 깔자. 곱셈과 뺄셈이면 된다. 챌린지 한 번에 참가비 380달러. 통과해서 끝내 출금까지 갔을 때 평균적으로 손에 쥐는 순이익은 이 책의 보수적 추정으로 약 1,460달러(재도전 비용과 수수료까지 다 뺀 평균). 출금까지 못 가면 받는 건 0. 이제 기댓값을 쓰자.

한 번당 EV = P(출금) × 1,460 − 380

슬라이더를 잡았다. 직접 밀어보자. 업계 평균으로 추정되는 7%에 놓으면, 0.07 × 1,460 − 380 = −277.8달러. ROI로 −73%다. 바카라의 −4.5%보다 훨씬 나쁘다. 많은 책이 여기서 "거 봐라, 프랍도 사기다" 하고 덮는다. 우리는 슬라이더를 더 민다. 26%로 밀면 0.26 × 1,460 − 380 ≈ 0달러. 본전, 즉 손익분기다. 직접 풀어봐도 380 ÷ 1,460 ≈ 0.26. 100명 중 26명이 출금에 도달하는 세상에서 이 게임은 마이너스를 벗어난다. 40%까지 밀면 0.40 × 1,460 − 380 = +204달러, ROI +54%. 같은 게임이 슬라이더 위치 하나로 −73%에서 +54%까지 출렁인다.

P(출금)한 번당 EVROI한마디로
7% (업계 평균 추정)−277.8달러−73%바카라보다 나쁨
26% (손익분기)≈ 0달러0%본전선
40% (확실한 +)+204달러+54%천장이 열림

그래서 진짜 질문은 "프랍이 사기냐"가 아니다. "나는 P(출금) 슬라이더를 7%에서 26% 위로 밀어 올릴 수 있는 사람인가?"다. 바카라에선 아무리 똑똑해도 슬라이더가 하우스 엣지 −1.06%에 못 박혀 있었다. 카드는 당신을 몰랐으니까. 프랍의 슬라이더는 일부가 당신 손에 잡힌다. 업계 평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이유의 절반은 사람들이 규율 없이 덤비기 때문으로 보인다. 목표 수익에 눈이 멀어 손실 한도를 잊고, 한 번 깨먹고, 감정에 휘둘려 더 크게 건다. 그게 바카라에서 마틴게일 누르던 그 손이다.

그 손을 잡아주는 작은 도구가 있다. 게이트다. "오늘 하루 손실이 이 선에 닿으면 자리에서 일어난다." "연속 2패면 그날은 끝." 손실 한도를 회사가 거는 게 아니라, 당신이 당신한테 미리 거는 규칙이다. 잘 만든 게이트 하나가 평균 기댓값을 약 +0.10R(거래 위험 1단위가 R) 들어 올린다. 수백 번 반복되는 게임에서 0.10R은 슬라이더를 손익분기 쪽으로 미는 힘이다. 다만 정직하게 병기하자. 이 책 모델에서 게이트를 지키며 끝까지 가는 사람은 58%쯤이다. 게이트는 마법이 아니라 손잡이일 뿐이다.

그늘도 같이 보자. 일부 프랍펌은 당신 거래를 실제 시장에 안 내보내고 회사가 직접 반대편에 선다(B북). 당신이 이기면 회사가 잃는 구조라, 오래 이기는 걸 반기지 않는다. 통과해 돈을 벌어도 출금 단계에서 약관의 작은 글씨로 미루거나 거절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평균 출금액을 1,460달러로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가 여기 있다. 통과가 곧 현금은 아니다. 그래서 프랍을 고를 땐 두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출금이 제3자 트래킹으로 외부 검증되는가, 그리고 B북인가 아닌가.

뒤를 돌아보자. 당신은 패턴을 읽고, 확률을 가늠하고, 손실을 견디고, 흔들려도 규율을 지키며 한 번에 1청크씩 간다. 이건 홀덤에서 사람 읽던 그 능력이고, 바카라에서 마틴게일 유혹을 눌러보며 배운 그 절제다. 달라진 건 능력이 아니라 무대다. 바카라에선 그 능력을 쓸 자리가 없었고, 홀덤에선 천장이 상대 한 명에 묶였다. 프랍에선 같은 능력을 시장이라는 더 큰 무대에 걸고, 아래엔 380달러 영수증이 캡을 씌운다.

자가진단 하나. "나는 손실 한도에 닿았을 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한 판만 더 하고 손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인가?" 만약 그 '한 판만 더'의 손이 게임을 넘어 일상까지 끌고 간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저 누군가와 말해볼 때라는 신호일 수 있다. 좋은 소식은 이 답이 고정이 아니라는 거다. 게이트를 걸고 청크를 쪼갤수록 슬라이더는 위로 민다. 바카라에선 천장에 손이 안 닿았지만, 여기선 닿는다.

그런데 프랍을 한동안 굴려보면 손끝에 남는 게 하나 있다. 천장이 어쨌든 회사 약관 안에 있다는 것. 게이트가 빡빡하고, 출금 마찰이 남아 있고, B북이 뒤에서 상한을 조인다. 슬라이더를 40%까지 밀어도 그 위엔 누군가의 울타리가 있다. 그래서 또 질문이 생긴다. 같은 능력으로, 게이트도 없고 출금 거절도 없고 천장이 아예 위로 무한히 열리는 무대가 있다면, 당신은 거기서도 슬라이더에 손을 댈 수 있을까. 당신은 이미 EV를 손으로 계산하고 슬라이더를 직접 밀어본 사람이다. 그 사고방식 자체가 다음 칸에선 팔 수 있는 자산이 된다. 그 경험을 다음 장에서 곱셈으로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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