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 CHAPTER 02

화주의 오후 세 시

급한 짐, 못 믿을 차

오후 세 시. 화주의 업무 메신저에 빨간 공지가 떨어진다. "내일 오전까지 고객에게 납품해야 한다. 물류 수배 부탁." 이 문자 하나로 화주는 시간과의 싸움에 진입한다.

화주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물류팀에 전화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30박스, 내일 아침. 가능할까?" 상대 답변은 뻔하다. "한번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사이 화주의 머리는 계산으로 가득 찬다. 차가 없으면? 납품 못 한다. 그럼 고객 신뢰를 잃는다. 고객을 잃으면 유통망이 깨진다. 유통망이 깨지면 회사 신용이 떨어진다. 한 건의 물류가 사업 생존과 이어지는 순간이 이것이다.

화주는 30분을 기다린다. 물류팀에서 전화가 온다. "차를 구했습니다. 차비는 오백만 원입니다." 화주는 그 수치를 본다. 납기일이 정해져 있고, 고객 신뢰가 달려 있고, 거기다 선택지가 이것 하나다.

화주는 묻는다. "이 차가 정말 안전합니까?" 물류팀은 답한다. "네, 기사님도 경력 있는 분입니다." 화주는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기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 도착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화주는 짐을 보낸다. 비용 오백만 원이 빠져나간다. 자금이 막힌다. 그리고 기다린다.

화주가 두 번째로 하는 일은 매시간 추적이다. "어디까지 왔습니까?" 문자가 간다. 전화가 간다. 물류팀에 묻는다. "지금 진짜 어디 있습니까?" 물류팀의 답은 늘 부실하다. "기사님이 어디 있는지는 우리도 잘 모릅니다. 일단 출발하셨습니다." 그게 다다.

화주는 긴장한다. 오후 네 시에 짐을 보냈다. 내일 오전 일곱 시 도착 예정이다. 틀리면 고객이 화난다. 고객이 화나면 환불 요청이 온다. 이미 현금이 나가 버린 상태에서 환불까지 나가면 현금흐름은 빨간불이 된다.

밤 여섯 시. 화주는 여전히 모른다. 차가 어디인지. 정말 이 길로 가고 있는지. 지금 이 시간에 기사가 정신 차리고 운전 중인지. 사고 난 건 아닌지.

밤 아홉 시. 전화가 온다. 기사다. "도로가 막혔습니다. 한두 시간 더 걸릴 듯합니다." 화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럼 아침 일곱 시는 못 맞춘다는 뜻인가요?" 기사는 말한다. "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보장이 아니다.

화주는 잠을 자지 못한다. 오전 여섯 시 반. 전화를 건다. "어디까지 왔습니까?" "아직 30분 남았습니다." 화주는 고객을 깨워 전화한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을 듯합니다." 고객은 투덜댄다. "그럼 우리 일정이 다 밀린다는 뜻인데요?"

이 불안감을 화주는 매 건마다 안고 간다. 누구도 명확한 도착 시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산은 왜 늘 깜깜한가

짐이 도착했다. 고객은 받았다. 하지만 화주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정산이 남아 있다.

화주가 세 번째로 하는 일은 영수증과 싸움이다. 오백만 원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그 가격이 맞나? 물류팀에 묻는다. "유류 비용은?" "톨게이트는?" "기본료는?" 물류팀은 그때마다 계산을 다시 한다.

어떤 날은 오백 원이 더 나온다고 한다. 어떤 날은 이만 원을 깎는다고 한다. 규칙이 없다. 투명하지 않다. 화주는 매번 "이 가격이 맞는지" 의심한다.

그리고 가끔, 서툰 기사가 보낸 영수증을 보면 계산 실수가 있다. 화주는 지적한다. "여기 틀렸습니다." 그럼 재계산 기간이 또 늘어난다. 정산 완료까지 나흘이 걸린다. 현금이 묵혀 있는 나흘 동안 화주의 회사 통장은 빨간불이다.

화주는 또 다른 공포를 안다. 수배 기사가 짐을 정산 후 "차량 고장이 있었습니다. 추가 비용 오십만 원이 필요합니다"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주는 그걸 어떻게 검증하나? 사진? 증거? 없다. 기사 말만 믿어야 한다. 아니면 싸운다.

싸우면 일이 길어진다. 그동안 고객은 다른 물류팀에 가버린다. 돈이 붙으면 싸우고, 싶지 않으면 낸다. 화주는 이 딜레마 속에서 매번 작은 손해를 허용한다.

화주와 기사, 서로를 못 믿는 벽

화주와 기사는 같은 한 건 때문에 만난다. 하지만 만나면서 양쪽 다 상처를 입는다.

화주는 불신으로 만난다. 기사를 본 적 없다. 차를 봤는가? 모른다. 기사가 어디에 있는가? 모른다. 이 모름이 16시간을 마비시킨다.

기사는 화주에게서 또 다른 불신을 당한다. 화주는 기사에게 물은 것보다 적은 차비를 제시할 수 있다. "다른 팀에 물어보니 이 값에 할 팀이 있습니다." 기사는 그럼 선택지가 없다. 밥벌이를 위해 깎인 가격을 받는다.

또한 기사는 화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차 고장이 나면 기사가 나선다. 신호 위반으로 과태료가 나면 기사가 낸다. 짐이 파손되면 기사가 책임진다고 한다. 하지만 화주는 보험도 없고, 증거도 없고, 입증도 못 한다. 기사는 화주의 말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화주와 기사. 이들은 같은 한 건의 물류 때문에 만난다. 하지만 만나면서 양쪽은 다 다친다. 화주는 신뢰 부족으로 밤을 새운다. 기사는 불공정한 가격으로 밥벌이가 깎인다. 물류팀은 양쪽의 불만을 중간에서 감당한다.

그리고 매주 반복된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같은 패턴이 계속된다.

이 둘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 방법은 단순히 "가격을 내리는 것"이 될까? 아니면 투명함이 들어오는 순간, 마찰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가 있을까?

두 사람 모두 같은 한 건 때문에 앓는다.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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