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 CHAPTER 03

만들지 않은 발전소 — 가장 깨끗한 에너지

이 책에서 가장 큰 발전소는 어느 그림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짓지 않은 발전소가 어떻게 가장 큰 발전소냐고 물을 수 있다. 그 역설이 이 장의 전부다.

절약이 생산보다 크다는 산수

절약이 생산보다 크다는 말은 듣기 좋은 구호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차가운 산수다. 1킬로와트의 전기를 캐려면 그만큼의 연료를 태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절반쯤은 열로 새어나간다. 발전, 송전, 변환의 모든 단계마다 손실이 따라붙는다. 어떤 발전소도 효율 100퍼센트일 수 없다.

그런데 단 하나, 효율 100퍼센트인 에너지가 있다. 쓰지 않은 에너지다. 쓰지 않은 1킬로와트는 손실이 0이다. 태울 일이 없으니 새어나갈 일도 없다. 그러므로 가장 깨끗하고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는 캐낸 에너지가 아니라 아낀 에너지다.

크라우니의 에너지는 캔 것이 아니라 아낀 것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크라우니가 하는 일이 다시 보인다. 가벼운 브라우저는 같은 화면을 더 적은 전력으로 그린다. 셀 기반의 운영체제는 켜질 때 더 적은 자원을 쓴다. 한선씨로 짠 가벼운 프로그램은 같은 일을 더 적은 연산으로 끝낸다. 셀코어가 거대한 인공지능을 작은 규칙으로 대신할 때, 그 거대한 모델을 돌리는 데 들었을 막대한 전기가 통째로 절약된다.

세상은 인공지능 시대의 전력 소비를 걱정한다. 거대한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고 돌리는 데 드는 전기는 작은 도시의 소비량에 비할 만하다. 크라우니의 대답은 더 깨끗한 발전소를 짓자가 아니다. 그만큼 거대한 모델이 정말 필요한지 먼저 묻자는 것이다. 필요 없는 거대함을 덜어내면, 그 자리에서 캐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가 태어난다. 짓지 않은 발전소란 이런 뜻이다.

두 자원의 결정적 차이

여기 시간과 에너지의 아름다운 비대칭이 있다. 전기는 캐면 줄어들지만, 시간은 덜어낼수록 늘어난다. 이 두 문장은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가 코드를 덜고 모델을 줄이고 절차를 없앨 때, 한쪽에서는 태우지 않은 에너지가 절약으로 쌓이고, 다른 쪽에서는 기다리지 않은 시간이 사람에게 돌아온다. 한 번의 덜어냄이 두 가지 선물을 동시에 낳는다.

가장 깨끗한 것의 역설

그래서 이 책은 자랑할 만한 거대한 시설을 내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짓지 않은 것, 태우지 않은 것, 만들지 않은 낭비다. 만들지 않은 낭비가 가장 깨끗한 에너지다.

물론 여기서 멈추면 이것은 그저 효율의 이야기일 뿐이다. 절약 자체가 목적이라면,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곳간에 쌓아두는 구두쇠의 이야기로 끝나고 만다. 가벼움도 빠름도 절약도, 그 자체로는 아무 뜻이 없다. 아낀 1초와 1와트가 어디로 흐르는가, 그것이 전부다. 다음 장에서 그 방향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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