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장에서 너는 한국말로 또박또박 명령을 내려 봤지. "더해 줘", "보여 줘" 하고 말이야. 한선씨가 네 말을 알아듣고 척척 움직이는 걸 보면서 나는 네 눈이 반짝이던 걸 기억해. 그 반짝임을 품은 채로, 우리 넷—아니, 네 친구와 너—은 크라우니의 큰 공원 앞에 도착했단다.
나는 김프린이야. 이 모험을 너랑 같이 걷는 작가지. 자, 이번엔 시간 이야기를 들려줄게.
해가 벌써 하늘 한가운데 떠 있었어. 그런데 네가 손목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했지.
"어? 내 시계는 11시 52분인데, 크라우니 친구들이 준 시계는 왜 이렇게 다르지?"
크라우니 시계에는 1부터 27까지 빙 둘러 적혀 있었거든. 우리 시계하고는 영 딴판이었어.
"그건 우리 시계가 하루를 다르게 자르기 때문이야!" 타가 웃으며 말했어. "그리고 여기엔 너랑 같이 풀어야 할 비밀이 하나 숨어 있어."
〔그림: 공원 입구에서 네 친구가 둘러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배경엔 거대한 큐브 모양 게이트〕
너는 공원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어. 그곳엔 정육면체 조각상이 서 있었거든. 딱 27개의 작은 정육면체로 쪼개진 큐브. 꼭 루빅스 큐브 같았어.
"저거 뭐야?"
"저게 바로 우리 '하루'야!" 옴이 밝게 말했어. "크라우니 세상의 하루는 27 크시로 되어 있거든. 그리고 1 크시는 정확히 53분 20초야."
"53분 20초? 왜 하필 그래?" 음이 물었어.
"왜냐면 우리 하루를 27조각으로 딱 떨어지게 잘랐기 때문이야!" 티가 손가락으로 공중에 큐브를 그렸어. "하루를 전부 초로 세면 86,400초거든. 그걸 27로 똑같이 나누면…"
너는 계산기가 필요할 것 같았지만, 타가 먼저 답을 알려 줬어.
"3,200초가 나와. 그리고 3,200초는 53분 20초지."
〔그림: 공중에 떠오른 큰 숫자들이 작은 시간 조각으로 변신한다〕
나는 네가 아직 못 미더워하는 표정을 짓는 걸 봤어.
"근데 정말 그 정도가 집중하기 딱 좋아?"
"한번 느껴 봐!" 옴이 네 손을 잡았어. "영화는 두 시간이라 좀 길지? 그런데 책 한 권을 읽거나 레고를 만들다가, '아, 이제 막 재미있어지는데!' 싶은 순간이 있잖아."
"바로 그 길이가 53분이야!" 타가 덧붙였어. "너무 짧아서 아쉽지도 않고, 너무 길어서 지루하지도 않은, 딱 좋은 길이."
네 친구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으면서 더 큰 비밀을 풀기 시작했어.
"그럼 크라우니 사람들은 이 27조각을 어떻게 쓸까?" 음이 너에게 물었어.
너는 손가락을 꼽으며 생각했지. "아침엔 공부하고… 그다음엔 밥 먹고 쉬고… 저녁엔 또…."
"딱 세 가지야!" 티가 손뼉을 쳤어. "일하는 시간, 배우는 시간, 쉬는 시간. 셋!"
〔그림: 케이크 한 판을 셋으로 자르는 손, 각 조각이 다른 색깔〕
타가 보이지 않는 케이크를 자르듯 공중에 손을 그었어. "크라우니 하루는 이 케이크처럼 정확히 셋으로 나눠. 한 조각이 9 크시, 그러니까 8시간씩이야. 그리고 이 셋에는 멋진 이름이 있지."
"티옴타!" 네 친구가 함께 외쳤어.
"티는 뭐고, 옴은 뭐고, 타는 뭐야?" 너는 빨리 알고 싶어 안달이었어.
음이 먼저 입을 열었어. "티(Ti)는 일하고 만드는 시간이야. 숙제를 끝내거나, 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시간 말이야."
"어젯밤에 너 레고 딱 한 칸만 더 끼우고 싶다고 했잖아?" 타가 너를 바라봤어. "그게 바로 티야. 무언가 완성되는 기분. '더한다'는 뜻이라, 숫자로는 플러스 1(+1)이지."
옴이 손을 들었어. "그다음이 옴(Om)이야. 배우고 궁금증을 풀어 가는 시간. 도서관에서 새 책을 펴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그 순간."
〔그림: 큰 책이 펼쳐지고 그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옴은 '모름'이라는 뜻도 돼." 옴이 웃으며 덧붙였어. "모르는 걸 하나하나 알아 가는 시간이니까. 옴은 숫자 0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가장 깊은 생각이 피어나는 시간이지."
마지막으로 타가 말했어. "타(Ta)는 쉬고 회복하는 시간이야. 낮 동안 열심히 일하고 배웠으면, 그다음엔 푹 쉬어야 하거든."
순간 너는 피곤이 훅 풀리는 기분이 들었지.
"저녁밥 먹고 가족이랑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타야." 타가 말을 이었어. "일과 배움에서 한 발 물러서는 거지. 숫자로는 마이너스 1(-1). 거꾸로 돌아가 숨을 고르는 방향이야."
〔그림: 케이크 세 조각이 빨강·노랑·파랑으로 칠해진다. 그 옆 아이 표정이 차례로 바뀐다—열심히→골똘히→편안히〕
네 친구가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내려는데, 너에게 의문이 생겼어.
"근데 왜 굳이 셋을 다 해? 일만 하면 안 돼? 아니면 쉬기만 하면?"
"좋은 질문!" 음이 네 옆구리를 톡 쳤어. "만약 네가 하루 종일 숙제하고 공부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너는 상상만 해도 피곤했어. 손가락이 욱신거리고, 눈이 무거워지고… "번아웃!"
"맞아!" 타가 손가락을 살랑 흔들었어. "우리말로는 '탈진'이라고 해. 완전히 지쳐서 더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거야."
옴이 반대쪽을 설명했어. "그럼 거꾸로, 하루 종일 놀기만 하면? 처음엔 신나겠지만…."
"금방 심심해져!" 너는 벌써 겪어 본 일이었지. 게임을 너무 오래 하면 어느새 시들해지니까.
"새로운 걸 배우지 않으면 자라지 못하거든. 그래서 지루해지는 거야." 티가 말했어.
"그래서 크라우니 사람들은 일·배움·쉼을 고르게 섞어. 마치…." 타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휘젓는 시늉을 했어.
"초콜릿 우유처럼!" 음이 외쳤어.
〔그림: 빨강·노랑·파랑 가루가 우유에 섞여 먹음직한 색이 된다〕
너는 웃음이 터졌어. "초콜릿 우유?"
"초콜릿 우유엔 물도 있고, 우유도 있고, 초콜릿도 있잖아!" 타가 설명했어. "셋이 다 섞여야 맛있어. 물만 있으면 맹물이고, 우유만 있으면 심심하고, 초콜릿만 있으면 너무 진하지."
옴이 한층 진지하게 덧붙였어. "일만 하는 사람은 지쳐 버려. 배우지 않으면 똑같은 일만 반복하다 자라지 못하고. 쉬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툭 부러져."
"쉼은 약한 게 아니야. 쉼도 일의 한 조각이야." 음이 천천히 말했어. "쉬는 동안 몸과 마음이 회복되니까, 그래야 다음에 또 힘껏 달릴 수 있거든."
네 친구가 너를 빙 둘러쌌어.
"그래서 크라우니는 이 셋을 공평하게 나눠. 하루를 3 티옴타로, 각각 9 크시씩. 그러면 몸도 마음도 훨씬 튼튼해져.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해!" 티가 환하게 웃었어.
그때 벤치 옆 크라우니 시계가 한 칸 똑, 하고 움직였어.
"아, 방금 정확히 1 크시가 흘렀어!" 타가 말했어.
"벌써?" 너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지.
"이게 바로 53분의 마법이야." 옴이 미소 지었어. "우리가 한참 이야기했는데, 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지?"
너는 고개를 끄덕였어. 정말 재미있었거든.
"만약 두 시간이었다면? 아니면 30분이었다면?"
"30분이면 너무 짧고…" 너는 곰곰이 생각했어. "두 시간이면 지루했을 것 같아."
"바로 그거야!" 타가 네 머리를 쓰다듬었어. "53분은 한 가지에 깊이 빠져들기 딱 좋은 길이야. 우리 뇌가 가장 잘 집중하는 길이가 이만큼이거든."
〔그림: 어린이 머리 위로 무지개 빛이 반짝이며 솟아오른다〕
"그래서 학교 수업이 정해진 시간에 끝나고, 사이사이 쉬는 시간이 있는 거야." 음이 설명했어. "너희 선생님도 자기도 모르게 이 리듬을 따르고 있는 셈이지."
"우리 동네 친구들도?" 너는 놀랐어.
"전 세계가 다 그래!" 타가 말했어. "사람이 가장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 바로 이 리듬이거든."
그러더니 네 친구가 다시 공원의 큐브를 가리켰어.
"저 큐브 보이지? 27개 조각. 한 조각을 1 크시라고 생각해 봐. 아홉 조각을 묶으면 1 티옴타가 되는 거야."
"아홉씩 묶으면… 셋!" 너는 손가락으로 세어 보았어. "딱 떨어지네!"
"맞아!" 음이 신비로운 목소리로 말했어. "27은 3을 세 번 곱한 수거든. 3×3×3. 그래서 티·옴·타 셋으로 정확하게 나뉘지. 각각 9 크시씩."
너는 문득 궁금해졌어. 네 친구는 분명 넷인데, 시간은 왜 셋으로만 나눌까?
"근데 너희는 넷이잖아. 티, 옴, 타… 그리고 음. 하루는 왜 셋으로만 잘라? 음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
순간 네 친구가 서로 눈을 맞췄어. 무언가 큰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듯이. 특히 음은 살짝 웃기만 했지.
"음은… 셋 사이사이에 숨어 있어." 타가 천천히 말했어. "셋으로 똑 떨어지지 않는 자리, 어디에도 안 맞는 빈 자리, 한 칸 비워 둔 그 틈—거기가 음의 자리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더 알고 싶었어.
"그건 아직 말해 줄 수 없어." 음이 신비롭게 미소 지었어. "넌 조금만 더 자라면, 그 빈 자리가 사실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될 거야."
나는 그때 네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어. 비밀이 하나 남으면, 다음 이야기가 더 기다려지는 법이니까.
"그럼 나도 이제 53분을 재면서 살아야 해?" 너는 살짝 설레는 목소리로 물었어.
"꼭 시계만 들여다볼 필요는 없어." 옴이 말했어. "수학 문제를 풀다가 '어? 벌써 다 풀렸네?' 하거나, 책을 읽다가 '어라, 벌써 한 장이 끝났어?' 싶을 때. 그게 바로 네가 집중했다는 뜻이야."
"그 느낌을 꼭 기억해 둬." 티가 네 손을 잡았어. "그러면 다음번엔 그 집중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어. 점점, 점점 더 쉽게."
"일한 다음엔 꼭 쉬어." 타가 덧붙였어. "배운 다음엔 친구랑 놀거나 영화를 봐. 네 몸과 마음은 그렇게 해 줘야 너한테 고마워해."
"그리고 이 셋을 고루 섞으면…." 음이 하늘을 가리켰어.
〔그림: 하늘에 별들이 하나둘 돋아나고, 그 별들이 선으로 이어져 큰 별자리를 그린다〕
"네 하루하루가 정말로 반짝일 거야."
네 친구가 네 손을 잡고 공원을 나섰어. 해는 어느새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지. 너는 오늘 하루를 세 조각으로 나눠 보기로 마음먹었어.
아침은 공부(티). 점심엔 새 책 읽기(옴). 저녁엔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타). 셋이 고루 섞인 하루, 53분마다 한 번씩 숨을 고르는 하루.
그런데 말이야. 크라우니 세상이 셋으로 나눈 건 하루만이 아니란다. 셋이라는 균형은 하루를 넘어, 온 세상을 떠받치고 있어. 크라우니가 세상을 셋으로 나누고 또 나누다 보니, 그 칸이 무려 6561칸이나 되었거든. 다음 장에서는 바로 그 6561개의 방으로, 너랑 같이 들어가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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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까? 오늘 하루를 일·배움·쉼 셋으로 나눠 보고, 어느 시간에 집중이 가장 잘 되는지 가만히 느껴 봐.
첫 번째 책은 선물이에요. 가입하면 100맘을 드리니까, 두 번째 책부터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요. 친구를 추천하면 50맘도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