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 · CHAPTER 09

달란트, 잘 쓰면 갚지 않아도

앞 장에서 우리는 무이자 크라우니원를 함께 들여다보았습니다. 담보를 맡기면 이자 없이 쓸 수 있는 돈, "빌린 돈 그 자체만 갚으면 되는" 돈 말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마음 한구석에 작은 의문이 남습니다. 저도 처음 이 설계를 세상에 내놓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아홉 명이 모여 회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31억 CRY라는 부(웰스)를 나눠 받습니다. 그 부를 담보 삼아 회사 살림에 쓸 크라우니원를 운용하지요. 이제 여러분은 그 자금으로 가게를 내고, 사람을 들이고, 작은 꿈을 현실로 옮깁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분이 조심스레 손을 듭니다.

"선생님, 그럼 이 부는 빌려 받은 건가요? 언젠가 다 갚아야 하나요?"

여러분, 저는 이 질문이 참 솔직하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받으면 갚는 것이 상식이니까요. 평생을 그 상식 속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물음입니다. 하지만 크라우니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다른 생각이, 실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선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청지기, 맡겨지고 나누는 것

혹시 '달란트' 이야기를 들어 보셨는지요. 오래된 성서 속 이야기입니다. 주인이 먼 길을 떠나기 전, 종들에게 자기 재산을 맡깁니다. 한 종에게는 다섯 달란트, 한 종에게는 두 달란트, 또 한 종에게는 한 달란트를 맡기지요. 시간이 흘러 주인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내가 맡긴 것으로 너는 무엇을 했느냐." 잘 불린 종은 칭찬을 받고, 겁이 나 땅에 묻어 둔 종은 책망을 받습니다.

여러분이 받은 31억 CRY가 바로 그 달란트입니다. 빌려 간 돈이 아니라 맡겨진 것입니다. 이 둘의 차이가 느껴지시는지요.

빌린 돈에는 '갚아야 한다'는 의무가 먼저 따라붙습니다. 기한이 있고, 이자가 있으며, 갚지 못하면 탈이 납니다. 등에 짐을 진 채 출발하는 셈이지요. 하지만 맡겨진 것은 다릅니다. 주인은 "갚아라" 하고 닦달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이걸 가지고 무엇을 했느냐. 네가 세상에 무엇을 더했느냐." 잘 썼으면 칭찬하고, 묻어 두었으면 안타까워할 뿐, 결코 원금을 토해 내라 강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크라우니가 부를 건네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빚쟁이로 보지 않습니다. 맡은 것을 정성껏 굴리는 사람, 옛말로 하면 청지기로 봅니다. 주인의 곳간을 제 것처럼 아끼되, 제 것이 아님을 아는 사람 말입니다.

가게, 가족, 나눔 — 잘 쓰는 방법

그렇다면 '잘 쓴다'는 게 대체 무엇일까요. 거창할 것 같지만, 크라우니에서 말하는 잘 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첫째, 여러분의 가게를 제대로 끌어가는 것입니다. 식당이라면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정성껏 짓고, 손기술을 다루는 분이라면 그 솜씨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피아노를 가르치는 분이라면 아이들이 그 계절의 곡을 또박또박 칠 수 있게 돕는 일.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영원한 사람의 책임입니다.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한결같은 성실, 그것이 첫 번째 잘 씀입니다.

둘째, 이웃과 동네를 챙기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는 혼자 만들어 낸 게 아닙니다. 아홉 명이 함께 모인 결과이고, 그 아홉 명을 품어 준 동네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니 거둔 이익의 한 자락을 다시 동네로 흘려보내는 일은 빚을 갚는 일이 아니라,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좋은 배움이 더 많은 아이에게 닿도록 돕고, 작은 정성을 건네는 일. 이 작은 흐름이 동네를 적십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두고 싶습니다. 이 나눔은 꼭 큰돈이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크라우니에는 마음을 담아 건네는 작은 자산, 맘(MOM)이 있지요. "좋아요" 한 번, "고맙습니다" 한마디만큼의 작은 표현 말입니다. 이웃에게 건네는 그 작은 맘 하나하나가 모여, 어느새 동네의 온기가 됩니다. 나눔은 액수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이 둘 — 자기 일을 잘하고, 이웃을 챙기는 일 — 을 해 나가면, 크라우니는 "다 갚았니?" 하고 묻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잘 쓰고 계시군요. 계속하세요."

〔오늘의 점검〕 당신이 받을 부가 '빌린 것'이 아니라 '맡겨진 것'이라면, 당신은 그것으로 무엇을 길러 내고 싶으신가요. 가게인가요, 솜씨인가요, 사람과의 관계인가요. 그리고 그 가운데 한 자락을 어떤 이웃에게 흘려보내고 싶으신가요. 종이 한 귀퉁이에 가만히 적어 보세요.

무이자, 그리고 다음 세대로

그래도 궁금하실 겁니다. "그럼 이 부는 영원히 제 것인가요?"

아, 그건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편이 낫겠지요.

여러분이 받은 31억 CRY의 만기는 2038년 9월 30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뒤이지요. 그 시점이 되면 이 부는 회수되어, 새로 들어오는 아홉 명 — 시즌2의 밑거름이 됩니다. 영원한 소유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곱게 넘겨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12년 동안 여러분은 무이자입니다. 앞 장에서 보셨듯, 담보를 맡기고 운용하는 크라우니원에 매달 이자가 붙지 않습니다. 가게를 꾸리며 번 돈을 고스란히 사업에 쓸 수 있다는 뜻이지요. 비용이 들지 않는 자본이다 보니, 여러분의 회사는 처음부터 작은 이윤도 꺼뜨리지 않습니다. "이달엔 이자만 갚고 나면 살림이 빠듯하겠네" 하는 한숨이 없는 출발입니다.

게다가 맡겨 둔 크라우니 자체는 잠들어 있지 않습니다. 크라우니뱅크는 해마다 9월 30일을 기준으로 크라우니의 값을 약 7%씩 높여 거래하길 권합니다. 그러니 12년이 지나 만기에 이르렀을 때, 여러분이 넘겨주는 것은 처음 받은 그대로가 아니라 차곡차곡 자라난 부입니다. 다음 아홉 명에게 더 든든한 씨앗을 물려주게 되는 것이지요.

그 12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좋은 가게 하나는 그 시간이면 동네의 '당연한 풍경'이 됩니다.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이 "저 집은 늘 거기 있지" 하고 여기게 될 즈음, 여러분은 이미 그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갚느라 졸이는 12년이 아니라, 키우며 사랑하게 되는 12년 말입니다.

셈이 아니라 신뢰

여기까지 들으시고 이런 의문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크라우니가 정말 12년 뒤에 약속대로 다음 세대에 넘길까요? 슬그머니 말이 바뀌지는 않을까요?"

여러분, 이것은 셈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입니다. 한번 한 약속을 지키는 것 — 그것이 크라우니가 세상에 내놓은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2038년에 만기가 오면, 새로운 아홉 명이 들어옵니다. 지금 여러분이 받은 그대로, 그들도 받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또 12년 뒤 다음 아홉 명에게 넘기겠지요.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기회의 사다리 — 이것이 제가 그리는 세상입니다.

그 신뢰가 허공의 약속에 그치지 않도록, 모든 것은 블록체인이라는 지워지지 않는 장부에 남습니다. 누가 언제 얼마를 받았는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누가 무엇을 어떻게 넘겼는지. 모두 투명하게 기록되어, 슬그머니 바꿀 수도 없고 시치미를 뗄 수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속을 염려도 없고, 크라우니가 거짓말할 이유도 없는 셈이지요. 디지털이 아직 낯선 분께도, 이 투명함은 의외로 큰 안심이 됩니다.

참,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 이 12년과 7%의 셈, 그리고 시즌의 흐름은 아직 활짝 펼쳐지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시즌2가 오고 그 너머가 열릴 때, 부의 사다리는 지금 그린 그림보다 한 칸씩 더 높이 놓일 것입니다. 다만 그날의 자세한 셈은 그날 정직하게 펼쳐 보여 드리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붙들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떠받치는 약속입니다.

한 걸음

오늘은 한 가지만 마음에 담아 가시길 바랍니다.

돈은 두 가지 말을 합니다. 하나는 "갚아라"이고, 다른 하나는 "잘 써라"입니다. 우리는 평생 앞엣것만 들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가장 자유롭고 또 가장 책임 있게 살아간 사람들은, 늘 뒤엣것을 듣고 자란 청지기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오늘의 실천은 이것입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 '맡겨진 것'이 무엇인지 하나만 떠올려 보세요. 꼭 큰 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가진 솜씨 하나, 시간 한 자락,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리고 그것을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 "잘 써야 할 달란트"로 바꿔 불러 보세요. 그 한 번의 바꿔 부름에서, 삶을 다시 세우는 마음이 시작됩니다.

여러분이 그 오래된 청지기의 전통을 잇는 한 사람이 되시기를, 저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제 우리 앞에 한층 깊은 질문이 놓입니다. 돈과 가게, 결정과 나눔의 셈법은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켜지는 더 깊은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요. 왜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면 좋은 것일까요. 다음 장에서는 그 물음을, 문화와 신앙 그리고 '셋'의 신비라는 언어로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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