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회사를 가질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나이를 묻고, 경력을 재 보고, 통장 잔고를 세어 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젓는 분들의 얼굴을요. "서른이 넘으면 늦었다", "빌릴 돈이 없으면 안 된다", "나 같은 사람한테 회사는 무슨"—이런 말들이 공기처럼 떠다닙니다. 저도 그 공기를 압니다. 저 역시 한때 같은 자리에서 망설였으니까요.
바로 앞 장에서 우리는 '나의 균형 점수'를 매겨 보았습니다. 일과 배움과 쉼, 그 셋이 내 하루 안에서 얼마나 고르게 숨 쉬고 있는지를요. 누군가는 점수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을 테고, 누군가는 의외로 단단했을 겁니다. 저는 그 점검이 단지 '나 한 사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좋은 하루를 살 줄 아는 사람은, 좋은 일터를 만들 줄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그 균형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크라우니가 그리는 회사는, 여러분을 부담 앞에서 포기하게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이 이미 가진 것에서 출발하는 회사입니다.
야구장에 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라운드 위의 아홉 명—투수와 포수, 내야수 넷, 외야수 셋. 정원이 정확히 아홉입니다. 한 명만 빠져도 경기가 성립하지 않지요.
크라우니의 작은 회사도 꼭 그렇게 시작합니다. 아홉 명.
이 아홉 명이 한 팀이 되면, 함께 크라우니(CRY)를 나눠 받습니다. 셈은 이렇습니다. 한 분이 6억 2천만 CRY를, 나머지 여덟 분이 각각 3억 1천만 CRY씩 받습니다. 일을 앞장서 끌어가는 분이 일반 팀원의 정확히 두 배가 되는 것이죠. 모두 합쳐 31억 CRY. 이것이 시즌 1의 전부입니다.
여기서 잠깐, 이 크라우니가 무엇인지 짚고 가겠습니다. 크라우니의 살림에는 세 켜가 있습니다. 맨 아래는 날마다 주고받는 돈(머니), 곧 크라우니원입니다. 그 위에는 가치를 담아 두는 자산(에셋)이 있고요. 그리고 맨 위, 가장 근원에는 부(웰스)가 있습니다. 크라우니(CRY)는 바로 그 맨 위, 부의 자리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손에 쥔 31억 CRY는 그러니까 '쓸 돈'이 아니라 '가진 부'입니다. 집이나 땅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든든해지는 바탕인 셈이지요.
그렇다면 이 부를, 어떻게 회사 살림으로 끌어 쓸까요. 여기서 크라우니의 가장 인상적인 셈법이 나타납니다.
부(웰스)인 크라우니를 담보로 맡기면, 곧바로 쓸 수 있는 돈—머니가 생깁니다. 우리는 이 돈을 크라우니원라고 부르지요. 신용카드를 만들 때 내 신용에 맞춰 사용 한도가 자동으로 정해지듯, 내가 가진 부(CRY)에 맞춰 쓸 수 있는 운용 자금의 한도가 저절로 열리는 것입니다.
3억 1천만 CRY를 가진 분이라면 약 42만 5천 크라우니원를, 6억 2천만 CRY를 가진 분이라면 약 85만 크라우니원를 손에 쥡니다. 갓 출발하는 작은 회사가 사무실을 얻고, 재료를 사고, 함께 일할 사람을 들이기에 결코 작은 돈이 아닙니다.
가장 놀라운 건 이것입니다. 여러분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집문서를 잡히지 않아도 되며, 갚을 날을 두려워하며 잠 못 이루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가진 부가 곧 신용이고, 그 신용이 곧 자금으로 바뀌는 것이니까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이 자금에 왜 이자의 무게가 얹히지 않는지는, 바로 다음 장에서 차근차근 풀어 드리겠습니다. 여기서는 '내 부가 내 자금이 된다'는 한 가지만 마음에 담아 두시면 충분합니다.
아홉이 모이면 매주 한 번씩 만납니다. 시간은 단 1크시—크라우니의 표준 시간 단위로 53분 20초입니다. 짧지요.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거기서 함께 결정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이 회의에서 표결을 하면, 여느 회의와 다른 선택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찬성(T), 반대(A), 그리고 유보(O). 세 개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유보는 기권이 아닙니다. 무책임한 중립은 더더욱 아닙니다. "아직 정보가 모자랍니다. 제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더 알아봐야 합니다"—이렇게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유보입니다. 그리고 크라우니는 그 정직함을 존중합니다.
만약 아홉 명 중 찬성도 다섯에 못 미치고, 반대도 다섯에 못 미치는데 유보가 많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안건은 부결되지 않습니다. 대신 재논의로 넘어갑니다. 정보를 더 모으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표결하는 것이지요.
추리소설의 탐정을 떠올려 보세요. "이분이 범인인 듯한데, 증거가 모자라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무능함이 아니라 정직함입니다. 그래서 또 다른 단서를 찾게 되고, 비로소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역사 속 중립국들도 그러했습니다. 동과 서 어느 쪽으로도 섣불리 쏠리지 않은 그 한 박자가, 때로 세계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이해가 안 되면 물어보는 회의. 이런 문화는 성급한 결정을 막아 주고, 아홉 명이 모두 납득한 뒤에야 한 발을 내딛게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표결 기록은 블록체인에 지워지지 않게 남습니다. 누가 언제 무엇에 표를 던졌는지 투명하게 남는다는 뜻이지요. 디지털이 아직 낯선 분들께도, 이 투명함은 의외로 큰 안심이 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 슬그머니 바뀌는 일은 없으니까요.
아홉 명의 작은 회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크라우니는 그다음을 생각합니다.
한 아홉 명 회사가 잘 자라면, 그와 손을 잡은 또 다른 아홉 명 회사가 나타날 것입니다. 동네 식당 한 곳이 이웃 동네로 퍼지듯이 말이에요. 그렇게 세 배씩, 한 걸음 한 걸음 늘어납니다.
9명 → 27명 → 81명 → 243명 → 729명 → 2,187명 → 6,561명.
숫자를 외우려 하지 마세요. 그림을 기억해 주세요. 좋은 작은 식당 하나가 입소문을 타고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하나의 작은 생각이 몇 해에 걸쳐 수천 곳의 식당망으로 자라나는 풍경 말입니다. 크라우니가 그리는 그림은 거대한 회사 하나가 아닙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가게들, 그 가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이루는 큰 숲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회사가 그 숲의 한 그루 나무가 됩니다.
왜 하필 세 배일까요. 너무 빨리 커지면 처음의 마음이 흩어지고, 너무 느리면 꿈마저 식어 버립니다. 세 배는 그 사이의 적당한 속도입니다. 사람의 호흡으로 자랄 수 있는 속도 말이지요.
아홉 명이 모인 첫 만남에는 잠깐, 즐거운 놀이가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게임이지요. 각자가 자신의 자원—시간이든, 돈이든, 마음이든—을 나눠 담는 놀이입니다. 일에 쓸 것, 배움에 쓸 것, 쉼에 쓸 것. 세 곳에만 나눌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한곳에만 몰아주면 나머지 둘은 금세 바닥납니다. 회사의 성장만 바라면 가정이 흔들리고, 배움만 고집하면 일이 멈추고, 쉼만 탐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요. 세 가지의 균형을 잘 맞춘 사람이 마지막에 가장 높은 점수를 얻습니다.
눈치채셨는지요. 이것은 바로 앞 장에서 우리가 매겨 본 '나의 균형 점수'를, 게임판 위에서 다시 한번 겪는 일입니다. 내 하루의 균형이 이번에는 회사의 살림이 되어 돌아온 것이지요. 게임판에서 익힌 그 균형 감각이, 머잖아 회의 탁자 앞에서 고스란히 쓰이게 됩니다. "이 나이에 회사라니?" 싶은 그 자리에서,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한 박자 미뤄 둘 줄 아는 사람이 가장 단단한 결정을 내리는 법이니까요.
시작은 이렇게 합니다.
아홉 명이 둘러앉습니다. 아무도 "회장님", "상무님" 하고 부르지 않습니다. 한 분은 일을 앞장서 끌어가는 리더일 뿐이고, 나머지 여덟은 그 팀의 일원입니다. 그들은 각자의 재주를 꺼내 놓습니다. 한 분은 고객과 마음을 나누고, 한 분은 손으로 만드는 일을 잘하고, 한 분은 숫자를 야무지게 맞추고, 또 한 분은 흩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모읍니다. 그 아홉 가지 재주가 모여 하나의 회사를 이룹니다.
부를 받았으니 자금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습니다. 12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즌 1의 만기는 2038년 9월 30일. 12년은 사람이 천천히 무언가를 일굴 수 있는 시간입니다. 처음의 서툰 제품을 고쳐 가면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아홉 명이 함께 자라갑니다.
그렇게 매주 한 번씩 모여, 이번 주는 무엇을 했고 다음 주는 무엇을 할 것이며 지금 가장 고민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나눕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그 자리에서 조용히 자라납니다.
저는 이것을 거창한 사업 혁명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신문에 날 만한 '스타트업 성공담'도 아닙니다. 다만 아홉 명이 한 발을 내딛는 그 순간이, 어쩌면 여러분의 삶을 조용히 바꾸는 출발점이 될 거라고는 진심으로 믿습니다.
아무 담보도 없이, 나이 제한도 없이, 이미 가진 부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고, 그 정직함이 존중받는다는 것. 작은 시작이 큰 숲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것—그것이 제가 여러분께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아홉 명이 한 팀이 되려면, 먼저 여러분 안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이 자라야 합니다.
〔오늘의 점검〕 지금 여러분 곁에서 함께할 여덟 분을 그려 볼 수 있으신가요. 가족일 수도, 이웃일 수도, 이미 알고 지내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자라날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그중 한 분의 얼굴을 떠올렸다면, 오늘 그분께 안부 한마디를 건네 보세요. 모든 큰 숲도 첫 한 그루에서 시작되니까요.
자, 이제 우리는 아홉 명이 모여 회사가 서고, 부가 자금으로 바뀐다는 것까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자금에는 왜 이자의 무게가 얹히지 않을까요—다음 장 '무이자 크라우니원'에서, 갚을 걱정 없이 굴러가는 그 돈의 비밀을 함께 열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책은 선물이에요. 가입하면 100맘을 드리니까, 두 번째 책부터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요. 친구를 추천하면 50맘도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