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장에서 우리는 번아웃이 왜 오는지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마땅히 쉬고 배워야 할 시간을 일이 슬그머니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지요. 도둑맞은 줄도 모르게 도둑맞은 시간. 그것이 우리를 무너뜨립니다.
그렇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봅시다. 내 하루가 정말로 어떻게 나뉘고 있는지, 직접 들여다볼 차례예요. 저는 이 작업을 무척 좋아합니다. 막연히 "요즘 힘들다"고 느끼던 것이, 숫자로 보이는 순간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지거든요. 적이 어디 숨어 있는지 알면, 더는 무섭지 않은 법이니까요.
차 한 잔 옆에 두시고, 천천히 따라와 주세요.
어제 아침 눈을 뜬 순간부터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당신의 스물네 시간은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저는 이 셋을 일·배움·쉼이라고 부릅니다.
일 — 가치를 만드는 시간입니다. 회사에 다니시면 근무 시간이고, 가게를 하시면 장사하는 시간이고, 집에서 살림과 손주를 돌보신다면 그 또한 분명한 일입니다. 어떤 모습이든,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또는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보태는 시간이라면 다 일이에요. 돈을 받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배움 — 새것을 익히는 시간입니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을 때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동호회에서 취미를 배울 때도 있지요. 손주에게 자랑하려고 휴대폰 새 기능을 익히는 것도, 교회 성경공부에 나가시는 것도 모두 배움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만 꼭 기억해 주세요. 배움은 가만히 쉬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입니다. 어쩌면 가장 자주 잊히는 영역이에요.
쉼 —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잠이 가장 핵심이고요. 낮잠, 산책, 식사, 가족과의 도란도란한 대화, 예배, 가벼운 운동도 모두 쉼에 들어갑니다. 다만 쉼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해요. 텔레비전을 멍하니 틀어 두는 것과, 마음먹고 푹 자는 것은 같은 쉼이 아니랍니다.
이 셋이 고르게 어우러질 때, 우리 인생은 비로소 안정적으로 흘러갑니다. 한쪽으로 기울면 어딘가가 반드시 삐걱거려요.
하루는 스물네 시간입니다. 셋으로 나누면 여덟 시간씩이지요.
이것이 기본 공식입니다. 셋이 똑같은 무게를 가질 때 사람이 건강해요. 저는 이 셋을 티·옴·타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말이 아니라, 그저 일에 티, 배움에 옴, 쉼에 타라는 이름을 붙여 두었을 뿐이에요. 이름을 붙이고 나니 신기하게도, 오늘 내가 어디를 비웠는지가 더 또렷이 보이더군요.
혹시 "배움에 여덟 시간을요?"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신 분 계실까요. 그럼요, 정말입니다. 저는 이걸 "하루를 삼시 세끼처럼 생각하기"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이 골고루 들어와야 몸이 건강하지요. 한 끼만 거르면 그날 하루 종일 기운이 없습니다. 일·배움·쉼도 똑같아요. 일만 하고 배움과 쉼을 거르면 사람은 단순히 피곤해지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마음과 정신까지 야위어 갑니다. 무언가를 배우는 잔잔한 기쁨,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자유. 그것이 사라진 사람은, 배가 부른데도 헛헛한 사람과 똑같아요.
혹시 "여덟 시간을 어떻게 한자리에 앉아서 채우나" 걱정되셨다면, 마음 푹 놓으셔도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일할 때 여덟 시간을 내리 집중하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끊어집니다. 점심을 먹고, 동료와 짧게 이야기하고, 잠깐 자리를 비우고. 그 사이사이 작은 쉼이 끼어들어요. 사람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크라우니에서는 여덟 시간을 아홉 개의 작은 덩어리로 나눕니다. 한 덩어리는 53분 20초. 저희는 이 한 덩어리를 1 크시라고 불러요. 한 크시 동안 일에 푹 빠졌다가, 7분쯤 가볍게 쉬고, 다시 한 크시에 빠집니다. 이걸 아홉 번 반복하면 정확히 여덟 시간이 돼요.
왜 하필 53분 20초일까요? 이건 옛 지혜와 사람 마음의 이치가 만난 숫자입니다. 동양의 사찰에서는 오래전부터 스님들이 일·공부·수행을 여덟 시간씩 나누어 살았어요. 천오백 년을 이어 온 서양의 수도원도 기도와 노동과 독서를 고르게 나누어 하루를 채웠고요. 한 시간이 조금 못 되는 이 덩어리. 그것이 사람이 깊이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길이더라는 거예요. 동양과 서양이 천 년 넘게 따로 살아 보고 똑같은 결론에 다다랐다니, 저는 이 대목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자, 숫자가 좀 복잡하게 들리셨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간단합니다.
"아침에 일 두세 시간, 점심, 오후에 일 또 두세 시간. 퇴근 후 저녁에 배움이나 취미 두세 시간, 밥 먹고 쉰 뒤 잠자리 준비."
딱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53분 20초라는 숫자에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얽매이실 필요는 전혀 없어요. 그저 "한 시간쯤을 한 덩어리로 삼아 집중하고, 그 사이사이 짧게 쉬어 주기" 정도로 마음에 새겨 두시면 됩니다.
자, 이제 어제 하루를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솔직하게, 나 자신에게만은요.
〔오늘의 점검〕
어제 하루 중에…
한 영역이 네 시간에도 못 미쳤다면, 그날은 균형 적자입니다. 예를 들어 일에 열 시간, 배움에 두 시간, 쉼에 여섯 시간이었다면 — 배움이 심하게 굶은 하루예요. 그렇다고 자책하실 일은 아닙니다. 그저 내일 배움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채워 주면 되는 거예요.
저는 이 셋에 점수를 매겨 보기를 권합니다. 목표의 8할쯤을 채웠다면 80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셋 다 80점이면 건강한 하루입니다. 한 영역이 0점이라면 — 하루 종일 배움이 전혀 없었다든지 — 그건 빨간불이에요. 한 영역이 100점인데 다른 영역이 0점인 것은, 결코 잘한 하루가 아닙니다. 한 끼를 두 그릇 먹고 두 끼를 거른 것과 같으니까요.
혹시 "나는 이제 일을 안 하는데" 하실 분 계실까요. 괜찮습니다. 조금도 걱정 마세요. 일의 뜻은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은퇴하신 뒤라면 이렇게 채워 보실 수 있어요.
저는 "일이 없으니 영 무력하다"는 말씀을 참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짜 문제는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세 묶음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일 때가 많아요. 퇴직하고 처음 며칠은 마치 긴 휴가처럼 달콤하지요. 그러나 곧 배움도 일도 함께 빠져나가 버리면서, 마음이 텅 비어 갑니다. 쉼만 남은 하루는 쉼이 아니에요. 처방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시 세 묶음을 고르게 채우는 것. 그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균형 점수는 더 소중해집니다. 젊을 때는 한쪽이 무너져도 몸이 버텨 주지만, 연세가 드시면 한 영역이 0점인 날이 길어질수록 마음도 몸도 빠르게 시들어요. 그러니 더더욱, 매일 세 끼니를 챙기듯 세 묶음을 챙기셔야 합니다.
하루를 보셨으니, 이번엔 시야를 조금 넓혀 지난 한 주를 돌아봅시다. 하루는 들쭉날쭉할 수 있어도, 한 주를 모아 보면 내 삶의 진짜 모양이 드러나거든요.
〔오늘의 점검〕
지난 한 주를 떠올려 보면…
한 영역이 눈에 띄게 낮았다면, 다음 주 계획에 그 영역을 일부러 끼워 넣으세요. 비어 있던 자리는 저절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손을 내밀어 채워 넣어야 채워져요.
이를테면 지난주에 배움이 거의 없었다 싶으면, 다음 주에 이렇게 약속을 세워 봅니다.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의식적으로." 이 한마디가 무너진 균형을 되살리는 비결이에요. 큰 결심은 사흘을 못 가지만, 작은 약속은 한 해를 갑니다.
당신이 왜 자꾸 피곤한지, 왜 가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바로 이 세 묶음을 들여다보세요. 답은 거기에 있습니다.
일만 하고 쉬기만 한 사람은, 몸은 쉬었을지 몰라도 마음이 굶주립니다. 새것을 배우는 기쁨, 무언가를 문득 깨닫는 환희. 그 양식이 끊겼으니까요.
일과 배움만 좇고 쉼을 미뤄 둔 사람은 몸이 서서히 병들어 갑니다. 잠을 줄여 가며 일을 더 하는 것을 두고 흔히 "자기관리"라 부르지요. 하지만 그것은 관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조금씩 깎아 먹는 일이에요. 통장은 채워질지 몰라도, 정작 그 통장을 쓸 사람이 닳아 없어집니다.
세 묶음의 균형이 맞으면,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몸이 가벼워집니다.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거창한 비결도 비싼 약도 아닌, 그저 하루를 셋으로 고르게 나눈 것뿐인데 말이에요.
그리고 이 균형은, 사실 더 큰 이야기의 첫 단추입니다. 우리가 하루를 일·배움·쉼으로 고르게 세우는 법을 익히고 나면, 그 위에 차곡차곡 다른 균형들을 쌓아 올릴 수 있거든요. 시간의 균형이 잡힌 사람은, 머지않아 마음의 균형도, 관계의 균형도,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이 쌓아 가는 가치의 균형까지도 다스릴 줄 알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이 책을 따라오시는 동안 차차 펼쳐 보여 드릴게요. 지금은 한 걸음씩, 하루의 균형부터입니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이 균형을 일상 속에서 실제로 어떻게 세워 가는지 들여다볼 거예요. 제목은 "아홉 명의 회사"입니다. 어쩌면 낯선 말처럼 들리시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하루 속에는 일을 맡은 당신, 배움을 맡은 당신, 쉼을 맡은 당신이 있고, 그 셋이 저마다 또 셋으로 나뉘어 아홉 사람이 됩니다. 그 아홉이 한 회사처럼 손발을 맞출 때, 당신의 인생은 비로소 한 사람이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잘 짜인 한 팀이 함께 굴려 가는 것이 됩니다.
지금은 차분히 어제와 지난 한 주를 되짚어 보세요. 당신의 균형 점수는, 몇 점인가요? 그 점수를 손에 쥐고 다음 장으로 함께 넘어가, 당신 안의 아홉 사람을 한 명씩 만나러 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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