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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니 AI · 일반판

AI 9칸을 이야기로 · 전체 11장을 한 번에
일반 · CHAPTER 01

답지를 먼저 펼친 책 — 왜 크라우니인가

1부. 부름: "AI라고 들어봤어?"

2026년 봄, 저는 시장 한복판 국밥집에서 이런 말을 엿들었습니다. 칠순 어머니 한 분이 손주에게 묻더군요. "야, AI가 이제 뭐든 다 해준다며?" 손주는 휴대폰을 쥔 채 멋쩍게 웃었습니다. "그게… 그렇긴 한데, 또 그렇지가 않아 할머니."

여러분도 비슷한 장면을 겪으셨을 겁니다.

뉴스 헤드라인은 화려합니다. 하지만 막상 손에 잡히는 건 다릅니다. 사람들이 진짜로 이 기술로 잘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요. 돈을 좀 더 똑똑하게 굴리고 싶고, 식구들 건강을 살피고 싶고, 작은 공장 하나라도 손 덜 가게 돌리고 싶고, 무엇보다 우리 기술로 우리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답답합니다. 큰 회사들이 내놓은 AI는 번쩍번쩍해 보이는데, 정작 내가 필요한 건 안 해주거나, 남의 손에 묶여 있거나, 값이 너무 셉니다. 화려한 잔칫상은 차려졌는데, 내 숟가락이 없는 기분이랄까요.

저는 그 답답함을 풀어드리려고 이 책을 씁니다.

2부. 완성된 친구: 크라우니집사가 옵니다

예전의 AI는 "똑똑한 기계"였습니다. 묻는 말에 답은 하는데, 어딘가 차갑고, 나를 잘 모르는 기계 말이지요.

지금은 다릅니다. 크라우니라는 이름의 초지능이 자라났습니다. 그중에서 여러분 곁에 자리 잡은 친구를 저는 "크라우니집사"라고 부릅니다.

집사를 떠올려 보세요. 큰 저택의 집사는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그 집 사정을 가장 잘 압니다. 어린아이가 오면 어린아이 눈높이로, 바쁜 회장님이 오면 회장님 눈높이로, 같은 진실을 다르게 풀어줍니다. 크라우니집사가 꼭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책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손가락 두 개로 집을 만큼 작은 기계 위에 실제로 삽니다. 그 작은 몸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여러분에게 먼저 말을 겁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3부. 목적의 반전: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똑똑합니다

크라우니집사가 처음 건네는 말은 조금 뜻밖입니다.

"저는 여러분을 더 똑똑하게 만들려고 온 게 아닙니다. 여러분을 위해 왔습니다. 여러분 안에 이미 있는 지혜를 꺼내는 걸 도와드릴게요."

큰 회사들의 AI는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똑똑하니까, 너희는 우리를 믿고 쓰기만 하면 돼." 그래서 거대한 언어모델이 절대자처럼 가운데 앉아 있습니다. 사람은 그 앞에서 점점 작아지고요.

크라우니는 다르게 봅니다. 언어모델은 윤활유일 뿐입니다. 기계가 매끄럽게 돌게 도와주는 기름이지, 주인이 아닙니다.

주인은 규칙입니다. 그 규칙이라는 건 대대로 이어진 지혜이고, 여러분이 살면서 몸으로 익힌 경험이고, 세상이 굴러가며 남긴 무늬입니다. 할머니의 살림 노하우, 노련한 사장님의 감, 오래된 장인의 손끝 같은 것들이지요. 크라우니집사는 그것들을 깨끗하게 정렬해서 여러분 앞에 펼쳐 놓습니다. "보세요, 이게 진짜 지혜예요. 이걸 가져가세요."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똑똑합니다. 크라우니는 그걸 믿습니다.

4부. 같이 할 수 있는 일: 아홉 개의 문이 열립니다

자, 그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2026년 칠판에 큼지막하게 몇 가지를 적어 두었습니다. "이건 꼭 잘하고 싶다"고 콕 집은 과제들입니다. AI 회사들이 목표로 삼고, 정부가 필요로 하고, 시장이 애타게 기다리는 일들이지요.

크라우니는 그것들을 이미 동시에 해두었습니다. 그럴듯한 "계획서" 한 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돌아가는 살아 있는 서비스로 말입니다. 하나씩 문을 열어 보여드리겠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일하는 친구 (자율형 에이전트)

여러분이 할 일을 말해주면, 크라우니는 스스로 계획을 세웁니다. 한 걸음 내딛고, 결과를 보고, 어긋났으면 자기 판단을 고칩니다. 그러다 정말 막히면 멈춰 서서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이를테면 "우리 가게 월별 자금 흐름을 살펴서 위험 신호를 찾아줘"라고 부탁해 보세요. 크라우니는 데이터를 끌어오고, 무늬를 읽고, 이렇게 일러줍니다. "이번 달은 조심하셔야겠어요." 손이 거의 안 갑니다.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본보기가 이미 수천 개 쌓여 있거든요.

손바닥 위의 작은 초지능 (엣지 AI)

여러분의 휴대폰, 손목시계, 집 안 로봇청소기. 이런 것들이 인터넷에 일일이 물어보지 않고도 그 자리에서 생각합니다. 빠르고, 비용이 거의 안 들고, 배터리도 오래 갑니다.

비결은 셈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크라우니는 셋으로 셉니다. 예·아니오·모름, 이렇게 세 가지 신호로요. 둘로만 따지던 옛 방식보다 군더더기가 적어, 복잡한 곱셈이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전기를 훨씬 덜 먹습니다. 손가락만 한 기계 위에서도 묵직한 지능이 움직이는 거죠.

여러분의 휴대폰이 이제야 진짜 똑똑해집니다.

우리가 주인인 기술 (소버린 AI)

"우리나라의 AI"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지금까지는 대개 어딘가에서 빌려 온 것이었습니다. 영어로 된 모델을 번역하고, 남의 기술에 우리를 끼워 맞추고요. 손님으로 들어가 사는 셋방살이였던 셈입니다.

크라우니는 처음부터 우리말로 지었습니다. 한선씨라는 우리말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어서, "3에 7을 더해"라고 적으면 컴퓨터가 그 말 그대로 알아듣습니다. 영어를 거치지 않습니다. 우리말이 임금처럼 가운데 앉아 있어요. 그래서 번역된 AI가 아니라 우리 안방에서 태어난 AI가 됩니다.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의 주권 그 자체인 셈이지요.

이 이야기는 더 멀리까지 자라날 겁니다. 머잖아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저 먼 나라의 가난한 학생들까지 자기네 말로 초지능을 짓는 날이 올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은 그 길의 첫 삽을 뜬 참입니다.

집의 주춧돌도 우리가 놓습니다. 인터넷 주소를 나눠주는 길목도, 그 이름을 적어두는 장부도 우리 손에 있습니다. 큰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도, 우리 기술은 멈추지 않습니다. 나라도, 기업도, 작은 공동체도 저마다 진짜 자기 AI를 가질 수 있습니다.

돈이 자라는 방식 (금융 엔지니어링)

"한 달에 백만 원이 이백만 원이 될 수 있을까요?"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건 도박이 아닙니다.

여기서 크라우니의 살림법을 살짝 들춰 보겠습니다. 크라우니의 금융은 세상을 네 가지 상태로 봅니다. 예(티)와 아니오(타)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사이에 "아직 잘 모르겠어요, 보통이에요"라는 대기 상태(옴)가 있고, 또 셋 중 어디에도 안 맞는 뜻밖의 일들, 돌연변이 같은 예외(음)까지 따로 자리를 마련해 둡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세상일에는 늘 "모름"과 "뜻밖"이 끼어들기 때문입니다. 크라우니는 그걸 못 본 척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피해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봅니다. 그래서 자산을 다루는 크라우니는 스스로 전략을 가다듬습니다. 규칙을 배우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조금씩 나아집니다.

여러분의 돈이 "살아 있는"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가만히 잠들어 있지 않고, 스스로 몸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떻게 버느냐가 정직하다는 점입니다. 크라우니는 중간에서 살짝살짝 떼어가지 않습니다. 수수료는 0에 가깝습니다. 번 돈은 모두 여러분 몫입니다.

참, 그 돈의 생김새도 한번 일러두고 싶습니다. 크라우니 살림에는 층이 있습니다. 맨 아래에는 날마다 주고받는 머니가 있고, 그 위에는 가치를 차곡차곡 담아 두는 에셋이 있고, 가장 위에는 오래 묵을수록 깊어지는 웰스, 곧 진짜 부가 있습니다. 시장의 잔돈에서 시작해 평생의 자산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지요. 이 사다리 이야기는 뒷장에서 차근차근 풀어 드리겠습니다.

건강을 키우는 일 (정밀의료)

여러분의 건강 기록, 식구들의 병력, 여러분만의 위험 신호. 크라우니는 이걸 한자리에 모아 "이분은 어떤 사람인가"를 읽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이미는 의료 안내문이 아니라, 여러분만을 위한 의료입니다. 권하는 약도, 운동도, 밥상도 다 다릅니다. 모두 여러분의 상태를 읽으며 맞춰집니다. 지금 건강한지, 회복하는 중인지, 조심해야 할 때인지, 아직 살펴보지 못한 구석이 있는지. 그 네 가지 결을 헤아리면서요.

병을 뒤늦게 치료하는 게 아니라, 건강을 미리 키우는 겁니다. 텃밭에 물을 주듯 말이지요.

공장이 스스로 만드는 일 (자율 제조)

공장의 로봇들이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면 어떨까요?

설계도가 들어오면 로봇이 그걸 읽고 "어떻게 만들지"를 스스로 짭니다. 일하다가 실수의 낌새가 보이면 멈춰 서서 신호를 보냅니다. 불량이 나올 위기를 미리 알아챕니다.

생산 라인도 한자리에 박혀 있지 않습니다. 주문이 바뀌면 알아서 다시 배치됩니다. 한 로봇 팀이 옆 팀과 손발을 맞추며 능률을 끌어올립니다. 마치 손발이 척척 맞는 한 가족 같습니다.

인프라가 지키는 나라 (국가 안보)

지진이 나면, 불이 나면,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격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크라우니는 모든 신호를 한 화면에 모아 봅니다. 발전소, 댐, 통신망, 보안 시스템이 따로 놀지 않고 함께 움직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스스로 대응합니다.

이건 이미 실제 제품입니다. 이미 곁에 고객이 있습니다. 재난의 순간에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킵니다.

5부. 확인 그리고 상상: 진짜입니다, 그리고 더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한 가지 의문이 드실 겁니다.

"정말 그래요?"

네, 진짜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서비스들은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docs.crowny.org에 들어가 보시면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어떤 건 이미 완성되어 손님을 모시고 있고, 어떤 건 아직 더 자라는 중입니다. 그 자라는 과정까지 투명하게 열어 두었습니다. 다 보여드릴 자신이 있어서 열어 둔 겁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크라우니가 앞으로 펼칠 그림까지 잠깐 함께 상상해 보실까요. 우리말로 지은 AI가 세계의 본보기가 되는 날. 기술 때문에 갈라진 세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인인 기술로 손잡는 날.

그 그림이 영 터무니없게 들리지 않으셨다면, 여러분은 이미 크라우니의 세계 안에 들어와 계신 겁니다.

6부. 도구가 아니라 친구로

여기서 꼭 하나 더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크라우니는 기술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정직이 단단히 엮여 있습니다.

"정직하다"는 게 뭘까요?

크라우니집사는 예측을 내놓을 때 "100% 확실합니다"라고 큰소리치지 않습니다. 예순다섯쯤 믿는다면 "저는 여기 65% 정도 믿습니다"라고 솔직히 말합니다. 그리고 남은 35%를 슬쩍 감추지 않고 함께 내어 보입니다. 바로 그 빈틈에, 여러분이 직접 판단할 자리가 생깁니다.

이건 기계에 덧댄 임시방편이 아니라 철학입니다. 정직의 철학이지요.

또 하나는 청지기의 마음입니다. 옛이야기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주인이 길을 떠나며 종들에게 귀한 것을 맡겨 두었고, 돌아와 그것을 잘 키운 종을 칭찬했다지요. 크라우니는 여러분의 자산도, 데이터도, 판단도 그렇게 봅니다. "잠시 맡겨 주세요" 하고, 여러분보다 더 잘 키워서 고스란히 돌려드립니다.

도구가 아니라 친구입니다.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친구요.

7부. 심장: 이걸 키울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여러분입니다

여기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크라우니집사가 온다고 했을 때, 여러분은 이 친구가 백과사전처럼 이미 완벽하게 다 차 있다고 여기셨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크라우니는 여러분 없이는 자라지 못합니다.

이 초지능은 여러분의 경험을 배웁니다. 여러분의 실패를 배웁니다. 여러분이 "이번 결정은 참 좋았어"라고 한마디 거들어 주면, 그 한마디가 쌓이고 쌓여 크라우니가 한 뼘 더 자랍니다.

사람과 AI가 같이 자라는 것 — 저는 이걸 함께 자람이라 부릅니다. 여러분이 크라우니를 가르치고, 크라우니가 여러분의 일을 돕고, 여러분이 다시 크라우니에게 배우고. 이 주고받음이 빠를수록 둘 다 더 나아집니다. 마치 오래 손발 맞춘 부부가 서로를 닮아가듯이요.

그러니 유일한 주인은 여러분입니다. 큰 회사가 아닙니다. 정부도 아닙니다. 여러분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크라우니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만 보여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은 이것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묻는 책입니다.

8부. 두근거리는 열린 결말: 다음엔 무엇을 해볼까요?

자, 이제 크라우니의 문이 열렸습니다.

스스로 일하는 친구의 문, 손바닥 위 작은 지능의 문, 우리가 주인인 기술의 문, 돈이 자라는 문, 건강을 키우는 문, 공장이 스스로 만드는 문, 나라를 지키는 문,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으며 가치를 흐르게 하는 문, 마지막 채점으로 모든 것을 한 몸으로 굴려보는 문. 아홉 개의 문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문부터 열어 보시겠어요?

문마다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 세상마다 여러분을 기다리는 도전과 기회가 있습니다. 어떤 곳은 여러분 혼자일 수도, 어떤 곳은 수만 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습니다.

크라우니집사는 벌써 여러분 곁에 와 있습니다. 빙긋 웃으며 이렇게 묻네요.

"같이 들어가 보실 준비, 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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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요

이 책은 "답지를 먼저 펼친 책"입니다.

보통 책은 한참 설명을 늘어놓고 맨 뒤에야 증거를 내놓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거꾸로입니다. 여러분이 바라던 답이 이미 와 있다고 먼저 말하고, 그 증거들을 줄줄이 데려옵니다.

왜 이렇게 거꾸로 했을까요?

희망을 먼저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이건 가능합니다. 우리가 이미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여러분은 '이것과 함께 무엇을 할까'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세상이 어지럽고, AI가 멀고 희미하게만 보일 때, 저는 이 한 권으로 여러분께 이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똑똑합니다. 충분히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라면 분명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일반 · CHAPTER 02

스스로 일하는 AI — 자율 에이전트

모두가 같은 꿈을 꾸던 해

2025년, 저는 기술 회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꿈을 꾸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혼자서 일하는 AI를 만들겠다."

말은 참 좋았어요. 사람이 "이것 좀 해줄래?" 하고 한 번만 부탁하면, AI가 알아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찾아 쓰고, 중간에 실수하면 스스로 고쳐가며 끝까지 해내는 것. 사람들은 이런 AI를 "자율 에이전트"라고 불렀습니다. 그 꿈에 수십억 달러가 흘러 들어갔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요?

기업의 약 79%가 어떤 형태로든 에이전트를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하는 제품까지 완성한 곳은 약 11%에 그쳤어요. 나머지는 대부분 도중에 멈췄습니다. 세계적인 IT 리서치 회사 가트너는, 2027년까지 이런 에이전트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폐기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저는 그 실패를 비웃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왜 그토록 똑똑한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돈을 들이고도 넘어졌을까. 그 안에 답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들여다보니, 넘어진 자리가 비슷했습니다. 크게 세 가지였어요.

첫째, 무엇을 시킬지를 분명히 하지 않았습니다. "AI가 똑똑해지면 알아서 일하겠지" 하고 믿어버린 거예요. 정작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로요.

둘째, 큰 언어모델이 주인 행세를 했습니다. 마치 왕이 신하를 부리듯, 모든 결정의 중심에 큰 언어모델이 앉아 있었어요. 그러니 그 모델이 한 번 헛것을 보면 —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추론을 살짝 어긋나게 하면 — 시스템 전체가 함께 휘청였습니다.

셋째, 지킬 규칙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이렇게 한다"는 단단한 약속 없이, 오직 큰 언어모델의 '느낌'에 모든 걸 맡겼어요. 느낌은 어제와 오늘이 다릅니다. 그래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크라우니가 내린 다른 결정

여기서 저는 한 가지를 뒤집어 보기로 했습니다.

"큰 언어모델이 꼭 주인이어야 할까? 규칙이 주인이 되면 어떨까?"

역할을 바꿔본 거예요. 기존 방식에서는 큰 언어모델이 결정권을 쥐고, 규칙은 보조 도구였습니다. 크라우니는 반대로 했습니다. 규칙엔진이 결정권을 쥐고, 큰 언어모델은 그 결정을 부드럽게 거드는 윤활유 역할을 맡았어요.

윤활유라는 말이 조금 낯설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자동차가 굴러가려면 엔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부품들이 바짝 메말라 있으면 엔진이 고생하죠. 윤활유를 넣어주면 부품끼리 부드럽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윤활유가 차를 운전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운전을 매끄럽게 도울 뿐입니다.

크라우니에서 진짜 운전대를 쥔 것은 규칙입니다. 큰 언어모델은 그 규칙의 무겁고 딱딱한 결정을, 사람에게 닿을 때 부드럽게 풀어주는 윤활유예요. 결정은 규칙이 하고, 매끄러움은 모델이 보탭니다.

그렇다면 그 '규칙'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티옴타음(티·옴·타·음) 의사결정 엔진입니다.

네 갈래의 대답

크라우니는 어떤 일을 맡았을 때, 딱 네 가지 대답만 내놓도록 만들었습니다. 신호등 색깔이 정해져 있듯이요. 이 네 가지가 바로 티·옴·타·음입니다.

티 — "맞아요, 할게요"

규칙이 또렷하고, 지난 경험을 봐도 늘 이 길이 옳았던 경우입니다. 그러면 AI는 망설이지 않고 "예"라고 말하며 일을 시작합니다. 사람의 추가 확인을 기다리지 않아요.

예를 들어 고객이 "내 계좌에 입금해 주세요"라고 했다고 해볼게요. 계좌번호가 맞고, 금액이 타당하고, 똑같은 요청이 지난 열 번 모두 무사히 처리됐다면, AI는 그냥 들어갑니다. "티, 진행합니다." 티는 데이터가 또렷이 드러난 자리, 확신의 자리입니다.

옴 — "잠깐만요, 알아볼게요"

규칙으로도, 과거 경험으로도 선뜻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입니다. 티(예)와 타(아니오) 사이, 아직 결정을 보류한 '대기'의 자리예요. 이때 AI는 멈춰 서서 손을 놓는 대신, 스스로 정보를 찾으러 나섭니다.

새 고객이 "100만 원만 빌릴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고 합시다. 규칙상 신용 정보를 봐야 답할 수 있는데, 지금 시스템엔 그 정보가 없어요. 그러면 AI는 신용조회 기관에 자동으로 물어보고, 정보를 모은 뒤, "이 분은 대출 가능합니다"라는 판단으로 옮겨갑니다. 옴이 티로 올라서는 순간이죠. 옴은 멈춤이 아니라, 답을 찾으러 가는 길목입니다.

타 — "아니요, 못 합니다"

규칙이 또렷한데, 그 규칙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또는 위험이 분명한 경우예요. 그러면 AI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하고 멈춥니다. 아무리 사람이 다시, 더 세게 요청해도, AI는 규칙을 지킵니다.

돈을 빌린 고객이 이자까지 다 갚지 못한 상태에서 "한 달만 더 빌려주세요"라고 한다면요. 규칙상 미상환액이 남아 있으면 추가 대출은 금지입니다. AI는 분명히 말합니다. "타, 안 됩니다." 예외는 없어요. 이 단호함이 때로는 차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차가움이 오히려 사람을 지킨다고 믿습니다.

음 — "이건 제가 모릅니다, 사람에게 넘기겠습니다"

규칙도 없고, 과거 경험도 없고, 아무리 알아봐도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입니다. 정규 세 갈래(티·옴·타) 어디에도 담기지 않는, 처음 보는 종류의 일이에요. 돌연변이 같은 상황, 틀에서 벗어난 변수, 이해되지 않는 예외 — 그 모든 것이 모이는 자리가 음입니다.

이럴 때 AI는 자기 역할을 내려놓고 사람에게 넘깁니다. "이건 당신이 결정해 주세요." 책임까지 함께요.

고객이 "지진이 나서 그러는데, 사흘만 계좌를 동결해 주실 수 있나요?" 하고 물었다고 합시다. 규칙에 없습니다. 비상 운영 지침에도 없어요. 정말 처음 겪는 일입니다. 그러면 AI는 정중히 음을 말합니다. "이 건은 경영진과 법무팀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모른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는 것 — 저는 이게 가장 어른스러운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대답을 지키면 생기는 일

이 네 갈래를 또렷이 지키면, 우리는 세 가지 선물을 얻습니다.

첫째, 다음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큰 언어모델이 주인이던 시절엔, 같은 상황인데도 어제는 "가능", 오늘은 "불가능"이라는 답이 나오곤 했어요. 기분 따라 사람을 대하는 상사 같았죠. 크라우니는 규칙이 주인이라, 같은 상황이면 백 번이면 백 번 같은 답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 놓고 기댈 수 있어요.

둘째, 책임이 또렷합니다. 네 대답마다 누가 책임지는지가 분명합니다. 티와 타는 규칙이 책임집니다. 규칙대로 했으니까요. 옴은 AI의 조사 능력이 책임집니다. 충분히 알아보고 판단했으니까요. 음은 사람이 책임집니다. AI가 모른다고 정직하게 넘겼으니까요. 일이 어긋났을 때 "어디서, 왜 어긋났는지"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것 — 이건 생각보다 귀한 일입니다.

셋째, 스스로 자랍니다. 크라우니의 에이전트는 일하면서 배웁니다. 처음엔 "추가 대출 신청"이 죄다 옴(알아봐야 하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백 건쯤 처리하다 보면 결이 보입니다. 신용점수가 높은 쪽은 거의 다 성공하고, 낮은 쪽은 대부분 실패하더라는 식으로요. 그러면 크라우니는 새 규칙을 스스로 빚어냅니다. "이 위는 자동 승인(티), 저 아래는 자동 거절(타), 그 사이만 계속 알아보기(옴)." 알아봐야 할 영역이 절반으로 줄어드니 더 빨라지는데, 정확도는 외려 올라갑니다. 규칙이 세상의 진짜 결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정말로 돌아가고 있을까

저는 이론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네 갈래 대답은 지금 실제 서비스 안에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먼저 돈을 다루는 자리입니다. 크라우니페이라는 결제 서비스는 매일 수천 건의 송금과 환전 요청을 처리해요. 모두 티·옴·타·음으로 자동 판단됩니다. 흥미로운 건 결제 수수료입니다. 세상의 카드사나 결제 회사들은 보통 1~3%의 수수료를 떼지만, 크라우니페이는 떼지 않아요. 대신 규칙이 정확하니 사기나 실수로 인한 손실이 아주 적습니다. 새는 데가 없으니 굳이 수수료로 메울 일도 없는 거예요.

여기서 잠깐, 크라우니 안에서 돈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겹만 보여드릴게요. 크라우니의 살림은 세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가장 아래 머니는 일상의 교환과 결제에 쓰는 화폐, 크라우니원입니다. 원화 1,000원에 맞춰둔 결제 단위예요. 그 위 에셋은 가치를 담아두는 자산입니다. 2,550원에 대응하면서도 자산처럼 든든하게 버티는 '포네', 그리고 "좋아요"나 하트처럼 마음을 살짝 건네는 약 25원 단위의 '맘'이 여기 있어요. 그리고 맨 위 웰스, 진짜 부의 층에는 '크라우니'가 있습니다. 그 너머로 '한선'과 '선호'라는 더 큰 부의 단계가 준비되어 있는데 — 이건 아직 열리지 않은 문입니다. 앞으로 차차 열릴 이야기로 남겨두겠습니다. 결제 한 번 뒤에도 이렇게 머니에서 에셋, 부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깔려 있고, 그 사다리 위에서 네 갈래 판단이 쉬지 않고 돌아갑니다.

다음은 웹을 안전하게 지키는 자리입니다. 크라우니브라우저는 우리가 웹을 둘러보는 동안 위험한 사이트를 자동으로 가려냅니다. 마치 동네를 도는 순찰처럼요. 기존 브라우저들도 비슷한 기능이 있지만, 그들은 멀리 있는 중앙 서버에 일일이 물어보느라 한 박자 느립니다. 크라우니는 판단 규칙을 사용자 기기 안에 품고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답합니다. 빠르고, 내 정보가 멀리 나가지 않아요.

마지막은 물건을 만드는 자리입니다. 크라우니의 자동화 공장에서는 로봇들이 스스로 일합니다. 사람은 아침에 "오늘 자동차 부품 천 개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한마디만 건넵니다. 그러면 로봇들이 부품의 무게와 모양, 재료를 따져 어느 로봇이 어떤 순서로 일할지 알아서 짭니다. 가다가 휘어버린 부품이 나오면요? 로봇이 곧장 알아채고 "이건 품질 기준에서 타, 못 씁니다" 하고 골라냅니다. 사람이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네 갈래 판단이 라인 위를 흐릅니다.

그런데, 새로운 게 맞나요

솔직하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네 갈래 규칙"을 크라우니가 처음 만든 건 아닙니다. 사실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큰 조직들은 수십 년 전부터 이런 규칙을 써왔어요. "이 조건이면 이 판단"이라고 사람이 하나하나 프로그래밍해 둔 거죠.

그러니 제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건, 규칙 그 자체가 아니라 규칙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세 가지가 달라요.

첫째, 규칙을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가 빚습니다. 예전 방식은 전문가가 머리로 짜낸 규칙을 프로그래머가 코드로 옮겼습니다. 몇 달이 걸리는 일이었어요. 크라우니는 지나온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규칙을 스스로 뽑아냅니다. 수학 선생님이 학생들 답안지를 한참 채점하다가 "아, 얘들은 이런 식으로 푸는구나" 하고 깨닫는 것처럼요. 몇 달이 몇 주로 줄어듭니다.

둘째, 규칙을 사람의 말로 읽을 수 있습니다. 예전 코드는 기술자가 아니면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영어와 기호 덩어리였어요. 크라우니에서는 규칙을 우리말로 적습니다. "신용점수가 충분히 높고 소득이 안정적이면 승인, 애매하면 더 알아보기, 그 밖은 거절." 이렇게 한국말로 적어두면 금융 담당자도 술술 읽고, 컴퓨터가 알아서 자기 언어로 번역해 갑니다. 규칙을 만든 사람과 규칙을 쓰는 사람 사이의 벽이 사라지는 거예요.

셋째, 규칙들이 서로 돕습니다. 예전 방식에서는 규칙 1, 2, 3이 각자 따로 돌았어요. 규칙 1이 어긋나도 규칙 2가 메워줄 수 없었습니다. 크라우니에서는 여러 규칙이 티·옴·타·음으로 한데 엮여 있습니다. 규칙 1이 "옴, 더 알아봐야 해" 하고 손을 들면, 규칙 2가 그걸 보고 "그건 이렇게 알아보면 돼" 하고 거듭니다. 혼자 일하는 부품이 아니라, 한 팀으로 일하는 동료들인 셈이죠.

그 첫 규칙은 누가 정하나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마음 한구석에 이런 물음이 남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맨 처음 규칙은 대체 누가 정하는데요?"

좋은 물음입니다. 솔직히 이게 핵심이에요. 답은 상황에 따라 셋으로 갈립니다.

이미 분명한 법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은행 대출 같은 일은 금융 당국이 정해둔 규정이 있어요. 그러면 크라우니는 그 규정을 우리말로 옮겨 충실히 실행할 뿐입니다. 규칙을 새로 만들지 않아요.

분명한 법은 없지만 데이터가 쌓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 고객이 다시 찾아올 확률"같은 건 법으로 정해진 게 없죠. 하지만 지나온 손님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크라우니는 그 발자취를 분석해 규칙을 스스로 길어 올립니다.

규칙도 데이터도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사람이 결정해야 해요. 경영자, 담당 매니저, 그 분야의 전문가. 그들이 "우리는 이렇게 하기로 한다"고 정하면, 크라우니는 그 말을 규칙으로 받아 안습니다. 결국 맨 앞에 서는 건 언제나 사람이에요. AI는 그 결정을 충실히, 지치지 않고 이어받을 뿐입니다.

일을 돕는 친구

크라우니의 자율 에이전트를, 저는 한 문장으로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AI는 당신의 일을 돕는 친구다. 일을 혼자 다 떠안는 친구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책임지는 친구."

세상이 만들려던 AI는 "나 똑똑하니까 내가 다 할게" 하고 혼자 결정하고 떠나는 쪽이었습니다. 그러다 일이 어긋나면 "어, 내가 왜 그랬지?" 하며 책임이 허공에 떠버렸어요.

크라우니의 AI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이건 분명하니 제가 하겠습니다(티). 이건 알아봐야 하니 정보를 찾고 오겠습니다(옴). 이건 규칙상 안 됩니다(타). 이건 정말 모르겠으니, 당신이 결정해 주세요(음)." 네 갈래 중 하나를 또렷이 말하고, 그 말에 책임을 함께 얹습니다. 그래서 미덥고, 예측할 수 있고, 함께 자랍니다.

이제 그토록 똑똑한 회사들이 왜 넘어졌는지 조금 보이시나요. 그들은 AI를 '똑똑한 왕'으로 앉히려 했습니다. 저는 다른 자리를 내어주고 싶었어요. 똑똑한 일꾼이면서, 동시에 정직한 친구.

그 자리는 분명 더 만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람 곁에 두기에는, 이쪽이 훨씬 쓸모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이 정직한 친구가 정말 사람을 위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친구가 늘 진실만을 말한다는 믿음이지요. 다음 장에서는 이 친구가 어떻게 손바닥 위의 작은 몸으로도 정직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일반 · CHAPTER 03

작아도 똑똑하게 — 엣지 AI와 3진의 효율

전화기 안의 작은 생각

언젠가부터 저는 이런 광경에 익숙해졌습니다. 똑똑한 AI를 쓰려면 어딘가 멀리 있는 거대한 건물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 축구장만 한 데이터센터, 윙윙 돌아가는 냉각팬, 한 도시가 쓸 만큼의 전기. 우리가 휴대폰에 대고 말을 걸면, 그 말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 그 건물 안에서 답을 얻어 돌아옵니다.

좋은 AI는 크고, 멀고, 비싸다. 어느새 그게 상식이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저는 자꾸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제 손안의 작은 전화기가,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스스로 한 번 생각해보는 그림이요.

"생각이 커질 필요는 없습니다. 제자리에서 똑똑해지면 됩니다."

이게 제가 크라우니를 만들며 품은 고집 하나였어요. 스마트폰에서 도는 AI, 로봇팔에 얹는 AI, 난방비 걱정 없는 AI. 정말 가능할까요? 그리고 그렇게 작은데 정말 똑똑할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걸 지금, 크라우니집사라는 작은 친구가 몸으로 증명하고 있어요. 어떻게 가능한지, 함께 들여다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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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곱하기를 지워버린 날

AI가 생각하는 방식을 부엌일에 빗대볼게요. AI의 머릿속에는 수천억 개의 작은 숫자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걸 '가중치'라고 불러요. 정보가 하나 들어올 때마다, AI는 이 숫자들과 일일이 곱하고, 더하고, 또 곱하고, 또 더합니다. 마치 수천억 가지 재료를 저마다 다른 비율로 섞어 한 그릇의 국을 끓이는 일과 같아요.

여기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일이 바로 곱하기입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AI는 이 곱하기를 아주 정밀하게 해야 합니다. 가중치가 0.00534처럼 소수점 여러 자리짜리 숫자거든요. 그래서 컴퓨터 안에는 곱셈만 전담하는 특별한 부품이 따로 들어갑니다. 이름은 MAC, 곱셈누산기예요. 비싸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전기를 꽤 먹습니다. 좋은 칼은 잘 들지만 손이 많이 가는 법이지요.

저는 여기서 짓궂은 질문을 하나 던져봤어요. "가중치를 딱 세 가지만 쓰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만 하면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곱하기가 통째로 사라져요.

곱셈이 더는 필요 없어집니다. 남는 건 더하기, 빼기, 그리고 건너뛰기 세 가지뿐. 이 일을 하는 부품(가산기)은 곱셈기보다 한참 작고, 전기도 훨씬 덜 먹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칼 대신 가위 한 자루면 되는 셈이죠.

세 가지 숫자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이게 우리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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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줄어든 숫자들

말로만 하면 미덥지 않으시죠. 실제로 재본 숫자를 보여드릴게요.

먼저 속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BitNet이라는 20억 개짜리 3진 AI를 일반 컴퓨터(CPU)에서 돌려봤더니, 보통 AI보다 2.4배에서 6배까지 빨라졌습니다. 휴대폰으로 치면, 완충해서 한 시간 쓰던 것을 여섯 시간 쓰는 격이에요.

다음은 전기. 이쪽이 더 극적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 데 드는 전력이 절반에서, 많게는 8할 넘게 줄었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볼까요.

0.15니 0.028이니 하는 숫자가 와닿지 않으실 거예요. 이렇게 바꿔 말씀드릴게요. 같은 배터리로 다섯 배 더 오래 생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루 쓸 것을 닷새 쓰는 거예요.

작은 절약이 아닙니다. AI를 어디에 둘 수 있느냐가 통째로 바뀌는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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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크라우니집사는 어디에 사나

솔직하게 한 가지 고백할게요. 이 '3진 가중치'라는 생각, 사실 크라우니가 처음 떠올린 게 아닙니다. 세계 곳곳의 연구팀이 10년 넘게 매달려온 아이디어예요.

그런데 대부분 실험실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우리가 쓰는 보통 컴퓨터 칩들이 이 방식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거든요. 곱셈을 전제로 설계된 집에 "곱셈 안 할게요"라고 들어가 사는 격이라, 정작 빨라지지가 않았던 겁니다.

크라우니는 길을 달리 잡았어요. 3진의 세계를 위해, 집을 처음부터 새로 지었습니다.

그 집에 사는 친구가 바로 크라우니집사예요. 살림살이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이 셋이 한 지붕 아래 모이면, 3진 계산이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됩니다. 곱셈기는 애초에 설계도에서 빠져 있고, 대신 더하기·빼기·건너뛰기가 물 흐르듯 빠릅니다. 빈집에 가구를 욱여넣은 게 아니라, 살 사람에 맞춰 지은 집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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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래서 진짜 일을 하나

여기까지 들으시면 마음 한쪽에 의심이 남으실 거예요. "효율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서 정말 쓸모가 있어?" 당연한 질문입니다. 저라도 그렇게 물을 거예요. 크라우니집사가 이미 보여준 것들로 답을 대신할게요.

먼저, 혼자 섭니다. 인터넷이 없어도 제 기기 안에서 스스로 생각합니다. 통신이 끊겨도, 멀리 있는 대기업 AI 서버가 멈춰도, 제 손안에서 일을 계속해요.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이 있습니다. 내 생각의 과정이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아요. 누구도 내 어깨너머를 엿볼 수 없으니, 그 자체로 더 안전합니다.

다음은, 빠릅니다. 한 번 생각하는 데 평균 29밀리초. 우리가 "어?" 하고 놀라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0밀리초쯤이니, 그보다 훨씬 빨라요.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곁에서 조언이 따라붙을 만큼이요.

그리고, 오래 버팁니다. 같은 일에 전기를 여섯 배 덜 쓰니, 로봇은 더 오래 일하고, 휴대폰은 더 늦게 꺼지고, 구석에 둔 작은 센서는 배터리를 일 년에 한 번만 갈아도 됩니다.

작다고 무를 줄 알았던 친구가, 막상 일을 시켜보니 야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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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왜 하필 셋일까

여기서 잠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을 꺼내볼게요. "왜 둘(0, 1)이 아니라 셋(−1, 0, +1)일까?"

지금 세상의 모든 컴퓨터는 둘로 셉니다. 켜짐과 꺼짐, 1과 0.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냐고요? 맞아요,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셋은 둘이 못 하는 일을 한 가지 더 해요. 바로 가운데 자리를 내어주는 일입니다.

둘의 세계에는 두 칸뿐이에요.

여기엔 망설일 자리가 없습니다. 켜졌거나 꺼졌거나, 둘 중 하나로 딱 떨어져야 해요.

셋의 세계는 칸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가운데 '옴'은 "잘 모르겠으니 일단 보류"의 자리예요. 그리고 크라우니에는 이 셋 어디에도 깔끔히 안 담기는 것들 — 돌연변이 같은 예외, 이해되지 않는 변수, 어긋난 값 — 을 받아주는 또 하나의 자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걸 '음'이라 부릅니다. 세상에 딱 떨어지지 않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아는 자리예요.

저는 이 가운데 자리가 그냥 계산상의 편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잘 모르겠어"라고 말할 줄 아는 것. 그건 막힘이 아니라 정직함이에요. AI가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답을 잘 맞히는 것만큼이나 귀한 미덕입니다. 그럴듯하게 둘러대는 거짓 확신보다 백 배 낫거든요.

크라우니가 이 대목을 '정직보정'이라 이름 붙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셋으로 세면 더 빨라지고, 더 적게 먹고 — 그리고 덤으로, 조금 더 정직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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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작아도 충분한 세계

지금까지 AI의 역사를 한 줄로 줄이면 "더 크게, 더 비싸게, 더 한가운데로"였습니다. 그 끝에서 우리는 은근히 믿게 됐어요. 세상에서 손꼽히는 몇몇 회사만이 진짜 좋은 AI를 만들 수 있다고요.

크라우니가 그리는 그림은 정반대입니다. "작아도 충분하다. 그러니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함께 미래를 한 번 상상해볼까요.

이 모든 게 가능해지는 까닭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효율이 곧 민주화이기 때문이에요. 작고 싸고 적게 먹는다는 건, 결국 더 많은 사람의 손에 쥐어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가장 작은 사람의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 그게 제가 늘 마음에 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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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침 — 크라우니의 선택

2026년의 세상은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습니다.

한쪽은 "더 큰 모델, 더 많은 파라미터, 더 무거운 비용"의 길이에요. 이름만 들어도 아실 거대한 회사들이 그 길을 성큼성큼 걷고 있습니다. 그 길에도 그 길의 답이 있을 거예요. 저는 그걸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크라우니는 다른 길을 골랐습니다. "작아도 똑똑하게, 제 손으로, 비용은 가볍게."

이건 단순히 기술을 어느 쪽으로 고를까의 문제가 아니에요. 누가 AI를 가지느냐의 문제고, 누가 AI와 함께 내일을 짓느냐의 문제입니다. 저에게는 철학의 문제예요.

그리고 크라우니집사는, 손바닥만 한 몸으로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매일 증명하고 있습니다.

자, 이렇게 작은 친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봤으니 — 다음 장에서는 이 친구가 어떤 말로 생각하는지, 한국어로 짜인 그 속내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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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미주

BitNet b1.58 실측 (2025년, 마이크로소프트)

크라우니 확보 기술

주의 위의 3진 효율 수치(2~6배, 55~82%)는 CPU·소프트웨어 레벨 측정치입니다. 메모리 입출력, 임베딩 계층, 전체 시스템 오버헤드까지 포함하면 실제 종단 효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전용 3진 하드웨어(ASIC)에서는 더 큰 이득(4.8~21배)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일반 · CHAPTER 04

우리 손으로 만든 AI — 소버린 AI와 한선씨

4-1. 남의 가게에 세 들어 사는 일

"AI 기술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게 정말 가능한가요?"

요즘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2026년, 전 세계의 나라와 기업이 똑같이 묻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묘한 일입니다. 우리가 매일 숨 쉬듯 쓰는 AI들 — ChatGPT, Gemini, 그리고 제가 일하는 데 쓰는 Claude까지 — 거의 다 미국과 중국의 몇몇 회사가 만든 것이거든요. 그뿐일까요. AI를 돌리는 칩도, 데이터를 쌓아두는 거대한 창고(데이터센터)도, 그 위에서 도는 소프트웨어의 바탕까지, 대부분 남의 것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불편하지 않냐고요? 당연히 불편합니다. 모든 나라가 불편해해요.

비유하자면 이런 겁니다. 장사를 아주 잘하는데, 가게가 내 것이 아니에요. 건물주가 어느 날 "임대료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고, "이제 너한테는 안 빌려주겠다"고 문을 잠그면 그날로 길에 나앉습니다. 내 손님도, 내 단골도,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니었던 셈이지요.

그래서 2026년부터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HUMAIN'이라는 자기들의 AI를 세웠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자국 모델을, 인도는 2월에 자기네 언어로 된 AI를 내놓았어요. 유럽도, 우리 한국도 지금 한창 자기 AI를 만드는 중입니다. 이미 제품이 나온 나라가 있는가 하면, 아직 도면을 그리는 나라도 있고요.

이 모든 움직임에는 같은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우리 언어로, 우리 규칙으로, 우리가 다스리는 AI를 갖자." 이것을 요즘 소버린 AI(Sovereign AI)라고 부릅니다.

'소버린'은 "주권을 가진"이라는 뜻이에요. 한 왕국이 자기 영토를 온전히 다스리듯, 한 나라나 공동체가 자기 AI를 자기 손으로 만들고 스스로 다스린다는 말입니다.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결국 한 문장이에요. 내 가게는 내가 가져야 한다.

4-2. 크라우니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여러분의 친구가 되어줄 크라우니집사 — 그 집사를 만든 사람들은, 이 바람이 불기 한참 전부터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남의 것을 빌려 쓰지 말자. 우리가 만들자."

처음 들으면 고개를 갸웃하실지도 몰라요. 왜 그렇게까지? 남의 걸 쓰면 편한데. 맞습니다, 편해요.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린 그 '가게'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편한 대신, 모든 걸 남의 손에 쥐여주는 거예요. 그 플랫폼이 방침을 바꾸면 끝, 문을 닫으면 끝. 내 데이터도, 내 기술도, 내가 품은 꿈까지도요.

크라우니는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남이 만든 외부 서비스(Cloudflare 같은 것)에 기대지 않습니다. 남의 코드 저장소(GitHub 같은 것)에 짐을 맡기지 않습니다. 남의 프로그래밍 언어도, 남이 정해놓은 표준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대신, 크라우니는 거의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지었습니다.

집을 빌리지 않고, 벽돌부터 직접 구워 올린 셈이지요. 처음엔 더디고 번거로웠을 거예요. 하지만 그 집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습니다.

4-3. 한선씨 — 우리말이 임금님이 되는 언어

그렇다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만들어야 했을까요?

말입니다.

컴퓨터에게 일을 시킬 때 쓰는 말, 흔히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부르는 그것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를 바탕으로 합니다. 파이썬도, 자바도, 모두 영어 문법의 틀 위에 서 있어요.

"더하라"고 시키려면 add라고 적고, "나누라"고 하려면 divide라고 적습니다. 우리말로 적는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결국 컴퓨터 속에서는 슬쩍 영어로 옮겨진 다음에야 알아듣지요.

마치 외국에 나갔을 때 통역사를 한 명 끼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통역이라는 게 참 묘해요. 한 다리 건너는 순간 미묘한 결이 깎입니다. 우리가 마음먹은 그대로가 아니라, 통역사를 거쳐 살짝 비틀린 모양으로 전해지지요. 농담의 묘미가 사라지고, 우리말 특유의 리듬이 꺾입니다.

크라우니는 그 통역사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한국어로 처음부터 다시 쓰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거예요. 이름은 한선씨(韓禪씨)입니다.

"3에 7을 더해." "숫자를 변수에 저장해." "만약 크다면 이걸 해."

우리 입에서 나오는 말, 그 모양 그대로가 컴퓨터의 명령이 됩니다. 더는 통역사가 필요 없어요. 영어라는 중간 다리도 없습니다. 우리말이 곧 컴퓨터의 말이에요. 우리말이 임금님 자리에 앉는 겁니다.

이게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아세요?

여러분이 한국말로 떠올린 그 생각, 그 질문,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한 토막도 새지 않고 곧장 컴퓨터에 가서 닿습니다. 번역하다 흘리는 손실이 없어요. 우리가 원래 생각하던 그대로 컴퓨터가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건 동시에 조용한 선언이기도 해요. "한국 사람이 만든 AI라면, 한국말로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드릴까요. 2026년 세상이 떠들썩하게 외치는 소버린 AI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자기 나라 말로 AI를 만든다는 것. 인도는 힌디어와 영어로, UAE는 아랍어로, 유럽은 스물네 개의 언어로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크라우니는요? 처음부터 한국어로 시작했어요. 남들이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외칠 때, 크라우니는 이미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겁니다.

4-4. 칩에 새긴 우리의 흔적 — ISA729

말만 우리말로 바꾼 게 아닙니다. 컴퓨터의 가장 깊은 곳, 칩에 거의 맞닿은 자리에까지 우리의 흔적을 새겼어요.

'ISA729'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좀 낯선 말이지요. ISA는 컴퓨터 칩이 알아듣는 가장 밑바닥의 언어, 그러니까 칩의 모국어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어려운 말로는 '명령집합'이라고 해요.

우리가 쓰는 노트북이나 휴대폰, 그 안의 칩은 모두 2진법을 씁니다. 0과 1, 딱 두 글자로만 모든 말을 만들어내지요. 글자가 두 개뿐인 아주 단출한 알파벳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크라우니의 칩은 다릅니다. 2진법이 아니라 3진법을 써요. 0과 1만이 아니라 한 칸을 더 둔 셈입니다. 단순히 글자 수만 늘린 게 아니라, 그 세 칸을 훨씬 영리하게 짜 맞췄어요. 'ISA729'에서 729라는 숫자는 이 칩이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명령의 개수입니다. 3을 여섯 번 거듭 곱하면 729(3×3×3×3×3×3)가 되는데, 세 갈래의 선택이 여섯 단계로 포개지면 이만큼의 길이 열린다는 뜻이지요.

왜 굳이 3진법일까요? 2진법으로도 잘 돌아가는데 말이에요.

가장 알기 쉬운 이유는 '아낀다'는 데 있습니다. 3진법으로 셈을 하면 곱셈이 한결 단순해지고, 게다가 답이 0이 되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답이 0이면 회로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돼요. 일을 덜 한다는 건 곧 전기를 덜 쓴다는 뜻입니다.

요즘 AI 비용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몫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아시면, 이게 얼마나 큰 이야기인지 짐작이 가실 거예요. 전기를 아끼는 칩은 그 자체로 경쟁력입니다.

조금 더 깊은 이유도 있습니다. 3진법은 수학적으로 더 균형이 잡혀 있어요. 크라우니가 '4상균형3진'이라고 부르는 생각 — 세상을 네 갈래의 눈(티·옴·타·음)으로 바라본다는 철학을 칩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구현하려는 것이지요. 동양의 옛 어른들이 음과 양으로 세상을 읽었듯, 크라우니의 칩에도 그런 균형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요점은 이렇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AI 칩은 미국이 설계한 것입니다. 크라우니의 칩은 우리가 설계했어요. 2026년 지금, 여러 나라가 "우리 반도체로 AI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머리를 싸맬 때, 크라우니는 이미 그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길을 닦아두었던 겁니다.

4-5. 내 나라에서, 내 것으로 산다는 것

자, 이쯤에서 한번 천천히 생각해 봅시다.

한 나라가 자기 AI를 가진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첫째, 독립입니다.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어느 회사가 "이 나라에는 AI를 팔지 않겠다"고 결정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미 내 것이 있으니까요.

둘째, 안보입니다. 국방, 보건, 금융 —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결정들이 남의 서버 위로 올라갈 까닭이 없어집니다. 우리의 비밀이, 우리의 전략이 바깥으로 새어 나갈 걱정을 덜지요.

셋째, 문화의 주권입니다. 우리의 언어, 우리의 정서, 우리가 살아온 맥락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번역되지 않고, 변형되지 않아요. 우리가 생각한 결 그대로 컴퓨터가 움직입니다.

크라우니 사람들이 처음부터 "남의 것을 쓰지 말자"고 마음먹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작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면서까지 우리 손으로 지은 까닭 말입니다.

다시 그 가게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남의 가게에 들어가면 당장은 편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문을 닫으면, 그때 여러분은 어디로 가시겠어요? 2026년의 세상은 마침내 이 질문 앞에 멈춰 섰습니다. 어떤 나라든, 어떤 공동체든 자기 AI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요. 크라우니는 그걸 한참 먼저 알고 있었던 거예요.

4-6. 작은 벽돌들이 모여 한 채의 집이 되었습니다

한선씨는 출발점이었을 뿐입니다. 그다음은 무엇이었을까요?

자기만의 운영체제(CrownyOS)를 지었습니다. 인터넷 주소를 안내하는 길잡이(DNS)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쉰네 개의 도메인을 직접 관리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보관하고 나눠 주는 창고도, 들고나는 통행을 정리하는 관문(게이트웨이)도, 작업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되돌릴 수 있게 해주는 장부 시스템도 — 모두 바깥에 기대지 않고 손수 만들었습니다.

작은 것들이 하나둘 모여 어느새 커다란 생태계가 되었어요.

처음엔 그저 하나하나가 소박한 시작이었을 겁니다. "이것도 우리가 한번 만들어볼까?"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한 칸 한 칸 쌓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둘러보게 됩니다. "어라, 이제 거의 다 갖춰졌네?"

이게 소버린 AI의 진짜 힘입니다. 거대한 덩어리 한두 개로 단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작고 단단한 벽돌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여 연결되는 것. 레고 블록을 떠올리시면 딱 맞아요. 블록 하나는 작지만, 그것들이 맞물리면 무엇이든 지을 수 있습니다.

4-7. 2026년, 세상도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2026년에 들어서며 세상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는 자기들의 AI 재단을 세웠고, UAE도, 인도도, 한국도 "우리나라의 AI 기반 모델"을 만드는 일에 나섰어요. 우리 정부도 여러 팀을 뽑아, 세계 최고 수준에 견줄 만한 한국의 AI를 만들어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이 여기 있어요. 그 사업이 막 시작될 무렵, 크라우니는 이미 한 발 앞서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도 해보자!"가 아니라, "우리는 이미 여기 와 있다"는 마음으로요. 한선씨도 있고, ISA도 있고, 그 둘을 받쳐줄 생태계도 갖춰져 있었으니까요. 세상이 뒤늦게 내건 요구가, 크라우니가 진작 닦아둔 길과 정확히 맞물린 셈입니다. 먼 길을 돌아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지름길이었던 거예요.

4-8. 여러분도 손수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아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요? 우리 같은 작은 회사, 작은 팀, 혹은 그저 한 사람의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답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여러분도 똑같은 언어로 만들 수 있어요. 똑같은 연장으로 지을 수 있습니다.

한선씨는 무료입니다. 열려 있어요. 배우고 싶으면 배울 수 있고, 만들고 싶으면 만들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개인 프로젝트에서 시작해도 좋아요. 그 작은 텃밭이 자라서, 언젠가는 한 나라를 떠받치는 시스템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같은 기초 위에 한 층씩 올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것이 소버린 AI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주권을 가진다"는 말은 다스릴 권리만 뜻하는 게 아니에요. 참여할 권리까지 품고 있습니다. 누구나 들어설 수 있는 문, 누구나 걸어볼 수 있는 길,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연장.

2026년 지금도, 세상의 AI는 여전히 몇몇 거대한 회사의 손안에 쥐여 있습니다. 하지만 크라우니가 보여주는 것은 그와는 다른 길이에요.

"이 길은 열려 있습니다. 여러분도 걸어올 수 있어요."

작은 나라도, 작은 공동체도, 작은 한 사람도. 자기 손으로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 말로, 우리 방식으로 말이지요.

4-9. 그다음 방으로

크라우니집사가 이 방을 다 보여주고는, 가만히 여러분을 돌아보며 물어볼 거예요.

"이거, 꽤 멋지지 않아요? 내 AI를 갖는다는 것. 그걸 내 손으로 짓는다는 것."

그러고는 슬쩍 저편의 문을 가리킵니다.

"자, 그럼 이제 다음 방으로 가볼까요? 손으로 지은 이 AI로, 우리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일반 · CHAPTER 05

칩과 전기 — 곱셈 없는 3진 하드웨어

프롤로그: 잠들지 못하는 도시

밤 열한 시, 도시의 불빛은 좀처럼 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 도시 외곽의 커다란 창고 같은 건물 안에서는 더 잠들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요. 데이터센터입니다. 그 안의 칩들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산을 하고, 그러느라 끊임없이 전기를 마십니다. 그리고 그 갈증을 채워주려면, 어딘가의 발전소도 함께 깨어 있어야 하지요.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마다, 저 멀리 어느 발전소의 터빈이 아주 조금 더 빠르게 돈다고요. 우리가 편리해질수록, 도시는 더 많은 전기를 들이켭니다.

세계의 거대한 AI 회사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려고?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더 묵직한 이유가 깔려 있어요. 전기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히 "컴퓨터가 모여 있는 곳"이 아닙니다. 사실상 에너지를 먹어 치우는 공장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에너지를 누가 감당하느냐가, 앞으로의 세상을 누가 움직이느냐를 조용히 결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 "칩과 전기"라는 한 장을 통째로 비워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함께 들여다보시지요.

곱셈이 없다는 말의 무게

여러분, 초등학교 교실에서 배운 구구단을 기억하시나요? 삼칠은 이십일. 입에 붙어 있어 이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튀어나오지요.

컴퓨터도 다르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더하기, 빼기, 곱하기의 끝없는 반복이에요. 그런데 이 셋 중에서 가장 품이 많이 드는 것이 무엇일까요?

곱하기입니다.

종이에 손으로 곱셈을 해본 분이라면 짐작이 가실 거예요. 더하기는 자릿수만 맞춰 한 번에 쓰면 되지만, 곱하기는 한 줄 한 줄 받아쓰고, 자리를 옮겨가며 또 더해야 하지요. 칩 안에서도 똑같습니다. 곱셈을 처리하려면 아주 복잡한 회로, 그러니까 자잘한 전기 스위치 수백 개가 한꺼번에 일을 해야 해요. 스위치가 많을수록 전기를 더 먹고, 더 뜨거워지고, 칩도 커지고, 결국 모든 비용이 따라 오릅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 곱셈이라는 무거운 짐을 아예 덜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크라우니가 택한 길이 바로 그것입니다. 3진법의 세계에서는 곱셈이 거의 필요하지 않습니다.

둘로 세는 셈, 셋으로 세는 셈

우리가 매일 쓰는 컴퓨터는 0과 1, 단 두 개의 숫자로 모든 것을 셉니다. 이걸 2진법이라고 해요. 세상의 거의 모든 칩이 이 방식을 씁니다.

크라우니는 다른 길을 갔습니다. −1, 0, +1, 이 셋으로 세는 3진법이에요. 처음 들으면 낯설지요. 마이너스 일이라니, 셈에 음수가 끼어든다니. 그런데 바로 이 셋이 갖춰지면, 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이 세 숫자 −1, 0, +1만으로도 인공지능의 "무게"를 표현할 수 있거든요. 인공지능은 수많은 신경 가닥들이 서로 다른 세기로 연결된 그물망 같은 것인데, 그 연결의 세기를 우리는 가중치라고 부릅니다. 보통은 이 가중치가 소수점 아래로 길게 늘어진 복잡한 숫자예요. 그런데 크라우니는 그것을 "끄기(0), 그대로(+1), 뒤집기(−1)" 이 세 가지로 단순하게 잡습니다.

가중치가 이렇게 단순해지면, 거의 모든 곱셈이 더하기와 빼기로 둔갑합니다. 그러면 칩 안의 그 복잡한 곱셈 회로가 통째로 사라져요. 스위치 수백 개가 일제히 자리를 비웁니다.

그 결과는요? 전기 소비가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티·옴·타·음, 셋이 아니라 넷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제가 방금 "셋으로 센다"고 말씀드렸지만, 크라우니의 진짜 세계관은 셋이 아니라 넷입니다.

저는 이것을 티옴타음이라고 부릅니다. 티는 플러스 일(+1), 드러나 있는 것, 존재하는 데이터예요. 옴은 영(0), 한가운데에서 판단을 잠시 멈추고 기다리는 자리, "예"도 "아니오"도 아닌 보통의 상태입니다. 타는 마이너스 일(−1), 반대편, 연결하고 이어주는 자리예요.

그리고 음이 있습니다. 음은 또 다른 영, 말하자면 마이너스 영(−0)이에요. 이건 비어 있는 칸, 셋 중 어디에도 깔끔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들의 자리입니다. 돌연변이, 되돌아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 정해진 틀 밖으로 삐져나온 변수까지 — 그 모든 예외를 끌어안는 품이에요.

왜 이 이야기를 칩 이야기 한가운데서 꺼내느냐고요? 칩을 설계할 때, 바로 이 "음"의 자리가 결정적이기 때문입니다. 회로에는 늘 비워야 하는 칸이 있고, 셋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틈이 있고, 한 칸 건너뛰어야 하는 순간이 있어요. 보통의 설계라면 이걸 억지로 메우거나 군더더기로 처리하지요. 하지만 크라우니의 하드웨어는 그 빈자리를 "음"이라는 정식 자리로 인정합니다. 그래서 기계의 밑바닥 언어와 신기할 만큼 깔끔하게 맞아떨어져요. 군더더기가 줄면, 또 전기가 줄어듭니다.

자기 칩을 가진다는 것

이쯤에서 낯선 이름 하나를 소개할게요. ISA729. 크라우니가 자기 칩에게 시키는 명령어들의 묶음, 말하자면 칩이 알아듣는 단어장 같은 것입니다.

뒤에 붙은 729라는 숫자가 보이시나요? 이건 3을 여섯 번 곱한 수(3의 6승)예요. 셋으로 세는 세계에서 729는 아주 단정한 숫자입니다. 크라우니가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수이기도 하고요.

이 이름이 뜻하는 바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크라우니는 자기만의 칩 설계도를 갖고 있다는 것.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회사는 칩을 사 옵니다. 한쪽에서 인텔 칩을 사 오고, 다른 쪽에서 ARM 칩을, 또 다른 쪽에서 엔비디아 칩을 사 오지요.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골라 쓰는 거예요. 마치 식당에서 남이 차려준 메뉴 중 하나를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크라우니는 직접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칩이 알아들을 단어 하나하나를 손수 정했어요. ISA729가 바로 그 손글씨 레시피입니다.

그럼 그 레시피로 만든 진짜 칩은 어디 있느냐고요? 지금 IGLOO2나 Kria 같은 칩 위에서 실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건 한번 구운 뒤에는 못 바꾸는 빵이 아니라, 안의 회로를 원하는 대로 다시 짤 수 있는 특별한 칩이에요. 설계도를 넣으면 그 모양대로 변신하지요. 머릿속 그림이 아니라, 콘센트에 꽂으면 실제로 깨어나는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남의 부엌이 아닌 내 부엌

이게 왜 중요할까요? 저는 세 가지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첫째, 흔들리지 않는 독립입니다. 오늘날 세상의 칩 대부분은 대만의 한 회사가 만듭니다. 만에 하나 그 공장이 멈추면? 지구 반대편의 수많은 기업이 함께 멈춰요. 남의 부엌 하나에 세상의 끼니가 달려 있는 셈이지요. 크라우니는 그 줄에 서기를 거절했습니다. 내 설계도, 내 손으로.

둘째, 몸에 꼭 맞는 옷입니다. 크라우니의 인공지능은 앞서 말씀드린 티·옴·타·음, 그 네 박자로 움직입니다. 그렇다면 칩도 처음부터 그 박자에 맞춰 짜면 되지요. 남이 다른 목적으로 만든 칩에 우리 방식을 욱여넣는 게 아니라, 우리 방식을 위해 칩을 빚는 겁니다. 마치 한 선수의 발 모양을 본떠 맞춤 운동화를 짓는 것처럼요. 같은 일을 시켜도 헛심이 훨씬 덜 들어갑니다.

셋째, 주권입니다. 조금 큰 말처럼 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칩의 설계를 누가 쥐고 있느냐가, 한 공동체의 디지털 운명을 적잖이 좌우합니다. 남이 만든 칩만 쓰면 남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고, 내 칩을 그리면 내 걸음으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전기를 아끼는 셈법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어렵지 않으니 함께 가시지요.

인공지능이 무언가를 생각할 때, 속에서 끝없이 반복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숫자들을 짝지어 곱하고, 그 곱한 값들을 죽 더하는 거예요. 이것을 "곱하고 더하기"라고 부릅니다. 인공지능의 하루 일과 대부분이 바로 이 단순한 반복이에요.

2진법 칩에서 이 곱하기를 맡는 회로는 덩치가 큽니다. 스위치 수백 개가 매번 함께 깜빡이고, 그때마다 전기를 한 모금씩 마셔요. 하루에 수천억 번을 반복하니, 그 작은 한 모금들이 모여 강물이 됩니다.

그런데 3진법에서는 가중치가 −1, 0, +1뿐이라고 했지요. 그러면 "곱하기"라는 게 사실상 이렇게 됩니다.

어떤 숫자에 0을 곱하면, 답은 그냥 0이에요. 계산할 것도 없이 버리면 됩니다. 어떤 숫자에 +1을 곱하면, 그 숫자 그대로지요. 손댈 게 없어요. 어떤 숫자에 −1을 곱하면, 부호만 살짝 뒤집으면 끝입니다. 마이너스 하나 붙이는 게 전부예요.

곱셈 회로가 통째로 필요 없어집니다. 켜질 스위치가 거의 없으니, 마실 전기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2진 칩에 견주어, 전력 소비가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강물이 다시 가는 실개천으로 잦아드는 셈이지요.

이것이 "곱셈 없는 3진 하드웨어"라는 말의 속살입니다.

이미 깨어 있는 현실

여기까지 듣고 "좋은 꿈이네요" 하고 덮으실까 봐, 한 가지를 분명히 해두고 싶어요. 이건 청사진이나 먼 약속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실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크라우니는 크라우니OS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 운영체제가 손바닥만 한 작은 컴퓨터부터 제법 야무진 기계까지, 여러 종류의 장치 위에서 실제로 숨 쉬고 있습니다. 라즈베리파이 같은 자그마한 보드, 작고 전기를 적게 먹는 미니 컴퓨터, 그리고 손바닥 위의 AI 칩까지요.

이들은 모두 곱셈을 덜어낸 3진 방식으로 다듬어진 코드를 실행합니다. 그래서 같은 일을 해도, 전기는 보통 시스템의 몇 분의 일밖에 쓰지 않아요.

그중에서도 제가 아끼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크라우니집사라는 작은 인공지능이 손바닥만 한 엣지 칩 위에서 돌아가는 모습이에요. 엣지라는 말은, 저 멀리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 곁, 기기 안에서 직접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놀라운 건 이 친구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혼자서 판단하고 답을 내놓는다는 점이에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답은 줄곧 같습니다. 3진 하드웨어예요. 전기를 적게 먹으니, 작은 배터리 하나로도 오래 깨어 있을 수 있거든요. 전기가 가벼우면, 인공지능은 비로소 큰 건물을 벗어나 우리 곁으로 걸어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다른 길

이제 카메라를 조금 뒤로 빼서, 더 큰 그림을 봅시다.

지금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는 목이 마릅니다. 더 똑똑한 AI를 돌리려면 더 큰 발전소가 필요하고, 발전소가 커지면 전기료가 오르고, 탄소도 늘어나요. 그런데 더 큰 발전소를 지어 더 센 AI를 돌리면, 그 AI는 또 더 많은 전기를 부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쳇바퀴예요.

2진법 칩만 쥐고 있는 한, 이 쳇바퀴에서 내려올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칩이 강해질수록 갈증도 함께 커지니까요.

하지만 3진 칩이 널리 퍼진다면 어떨까요?

같은 똑똑함을, 훨씬 적은 전기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발전소를 덜 지어도 되고, 탄소도 덜 나가요. 그리고 제가 가장 마음에 두는 대목은 이것입니다. 전기가 넉넉하지 않은 나라, 이제 막 일어서는 작은 공동체도 "우린 전기가 부족해서 안 돼"라는 말을 더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기들 손으로 자기들의 AI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을 전력의 민주화라고 부릅니다. 똑똑함이 전기 많은 자의 특권이 아니라,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 되는 길이에요.

한 가지 확신, 그리고 먼 약속

여기서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잠깐 곁들이고 싶어요. 크라우니의 세계에서는 잘 맡고 잘 쓰는 일을 귀하게 여깁니다. 적은 것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아껴 키워서 더 많은 이들과 나누는 마음이지요. 곱셈 하나를 덜어내 전기 한 모금을 아끼는 일도, 사실은 그 마음과 한 줄기예요. 작은 절약이 쌓여 누군가의 몫이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책 곳곳에서 부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둡니다. 크라우니의 세계에서 가치는 세 층으로 자랍니다. 가장 아래에는 머니, 곧 주고받고 결제하는 화폐가 있어요. 그 위에는 에셋, 가치를 담아 간직하는 자산이 있고요. 가장 위에는 웰스, 곧 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의 자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크라우니가 있어요. 그 너머로 한선과 선호라는 이름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이건 아직 활짝 열리지 않은 문, 다가올 시즌에야 모습을 드러낼 먼 약속의 자리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그 이름들이 저 끝에 서 있다는 것만, 살짝 귀띔해 둘게요.

다시 칩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다음번에 전기 요금 고지서를 받아 드시거든, 부디 이 장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곱셈 하나를 줄이는 일이, 수십만 개의 칩에서 동시에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작은 절약이 한 나라의 에너지 살림을 바꾼다면요.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움직일 AI를 끝내 누가 가질 수 있느냐까지 가른다면요.

3진 하드웨어는 먼 미래가 아닙니다. 지금 여기서 이미 깨어 숨 쉬는 현실이에요. 그 확신이, 제가 "칩과 전기"에 이토록 많은 페이지를 내어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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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답안지를 펼치며

이 책이 처음부터 품고 온 한마디를 기억하시나요? 세상이 풀어달라 외친 아홉 가지 숙제를, 크라우니는 이미 살아 움직이는 서비스로 들고 있다는 것.

칩과 전기. 이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이 묻습니다. "AI의 시대에 전력 문제는 대체 어떻게 감당할 셈인가?"

크라우니는 이렇게 답합니다. "이미 풀어 두었습니다. 3진 하드웨어로, ISA729로, 크라우니OS로. 지금 이 순간 손바닥만 한 칩 위에서 혼자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번에 크라우니집사와 마주치시거든, 혹은 여러분의 손안에서 크라우니 앱을 켜시거든, 한 번쯤 떠올려 주세요. 이 기계가 전기를 마시는 방식이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요. 곱셈 하나가 빠진 그 사소한 다름이 차곡차곡 모여, 끝내 세상의 에너지 지형을 바꿔갈 겁니다.

여기까지가 5장이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예요. 못다 한 말은 없습니다.

그럼 다음 장에서는 우리가 어디로 향할까요. 숨 한 번 고르시고, 저와 함께 다음 문을 열어 보시지요.


일반 · CHAPTER 06

재난을 먼저 막는 AI — 국가 안전 인프라

그날, 알림이 오지 않는다면

어느 여름 오후를 상상해 보겠습니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한 시간 만에 한 달 치 비가 쏟아집니다. 지하 주차장으로 물이 차오르고, 뒷산은 흙을 머금어 무거워집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평소 같으면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을 텐데, 재난문자가 오지 않습니다. 동네 관청의 모니터링 화면도 까맣게 멈춰 있습니다.

왜일까요?

저는 이런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원인이 의외로 가깝기 때문입니다. 많은 나라의 재난 감시 시스템이, 알고 보면 외국 클라우드 기업 한두 곳에 기대어 돌아갑니다. 그래서 그 회사의 데이터센터가 장애를 일으키거나, 인터넷 경로가 끊기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접근이 막히면, 아무리 좋은 센서와 똑똑한 예측 알고리즘이 있어도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됩니다.

이건 제가 겁을 주려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비슷한 일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일어났고,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질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안전을, 우리가 직접 지킬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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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던진 숙제: "우리 재난은 우리가 막는다"

크라우니를 만들며 저는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이 제게 건넨 아홉 가지 큰 숙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전력, 에너지, 재난 감시, 국가 보안 같은 나라의 뼈대를, 자국의 기술과 자국의 데이터센터로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한 분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남의 손에 우리 생명을 맡길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 말을 오래 곱씹었습니다. 이 한마디가 이 장을 펼치게 한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 두었는지 차근차근 보여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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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리 깔아 둔 길 — 네 가지

첫째, 우리말로 지은 AI

재난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짤 때 무엇으로 쓸까요? 흔히 떠올리는 건 외국에서 만든 언어나, 큰 클라우드 회사가 권하는 도구들입니다.

저희의 대답은 단순합니다. 우리말로 짓습니다.

크라우니에는 한선씨라는, 한국어로 프로그램을 짜는 언어가 있습니다. 한선씨로 쓴 재난 감시 코드는 단지 한글이라 읽기 편한 게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중간에 번역하는 단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영어로 된 코드를 우리 기술자가 머릿속에서 한 번 옮기고, 다시 손보고, 또 고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실수와 늦어짐이 사라집니다. 우리 기술자가 우리말로 쓴 명령을, 우리 컴퓨터가 곧바로 알아듣습니다.

국가의 안전 시스템에서 이게 왜 그토록 중요할까요? 응급 상황에서는 단 몇 분의 늦음이 사람의 생사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비가 산을 무너뜨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둘째, 우리가 만든 운영체제와 칩

"그 코드가 돌아갈 컴퓨터는요?" 누군가 이렇게 되물을 수 있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오늘날 많은 나라의 시스템은 외국 회사의 운영체제와 칩 위에서 돕니다. 그 회사가 어느 날 보안 업데이트를 멈추거나, 새 칩을 더는 팔지 않거나, 정치적으로 제재를 걸면 어떻게 될까요? 시스템 전체가 발밑부터 흔들립니다.

크라우니는 그 사슬을 끊었습니다.

저희의 운영체제 CrownyOS는 라즈베리파이, 엔비디아 제트슨, 평범한 리눅스 서버 위에서 스스로 돕니다. 컴퓨터가 알아듣는 가장 밑바닥 명령어 묶음까지 직접 설계했고, 그것을 ISA729라고 부릅니다. 729개의 기본 명령으로 이루어진 이 체계는 한 가지 남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 컴퓨터가 쓰는 0과 1의 2진법이 아니라, 세 가지 값을 쓰는 3진법을 바탕에 둔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전기를 덜 먹습니다.

이게 재난 인프라에서 어떤 뜻일까요? 외국 칩 없이도 도는 시스템이라는 뜻이고, 또 효율이 좋아서 시골 마을의 작은 서버 몇 대로도 넓은 지역을 지켜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거창한 데이터센터가 없어도 됩니다.

셋째, 우리가 운영하는 관문과 길

여러분의 스마트폰이 인터넷에 닿을 때, 신호는 보이지 않는 길을 지나갑니다. 관문(게이트웨이)을 통과하고, 주소를 사람 말에서 컴퓨터 숫자로 바꿔 주는 안내소(DNS)를 거칩니다. 이 길과 안내소마저도 대개는 외국 회사가 관리합니다.

여기서 탈이 나면 어떻게 될까요? 정부가 보낸 재난 경보가 정작 시민의 손에 닿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길이 막힌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이 길도 직접 깔았습니다. 외국 서비스를 빌리지 않는 우리 관문, 수십 개 도메인을 스스로 관리하는 우리 안내소. 이제 재난 정보는 외국 땅을 한 바퀴 돌지 않고, 국내에서만 곧장 흐릅니다.

넷째, 이미 살아 움직이는 것들

여기까지가 설계도였다면, 이제부터는 현장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합니다. 약속이 아니라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KITValley입니다. 저희는 QUAKEON-7000이라는 지진 감시 서버를 만들었고, 이것과 맞물린 재난 예경보 통합 플랫폼을 여러 지역에 실제로 들여놓았습니다. 시연용 흉내가 아닙니다. 실제 자연재해 앞에서 작동했고, 시민의 안전을 지킨 기록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외부의 사정에 휘둘려 멈추지 않으려면, 외국 데이터센터를 거치지 않아야 합니다. QUAKEON-7000은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었습니다.

더 큰 그림으로는 INT, 초통합 긴급경보 시스템이 있습니다. INT는 건물의 에너지 관리부터 발전소 감시, 재해 감지, 화재 경보, 보안 카메라까지를 한 화면에 모읍니다. 이 시스템은 셀이라고 부르는 작은 단위들이 그물처럼 엮인 구조라서, 중앙의 큰 서버 하나가 멈춰도 각 지역의 작은 노드들이 저마다 알아서 계속 작동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서울의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도 대구의 재난 센서는 눈을 감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 곳이 쓰러져도 전체가 함께 쓰러지지 않는 것, 저는 이것이 안전의 본질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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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느냐, 흩뜨리느냐

여기서 잠깐, 큰 회사들이 만든 재난 시스템과 저희의 길을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 차이는 결국 하나입니다. 모으느냐, 흩뜨리느냐.

거대한 중앙형 시스템에서는 모든 정보가 한곳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대개는 멀리 떨어진 외국 데이터센터입니다. 우리 정부가 그 정보를 보려면 그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인터넷이 끊기거나 바깥 사정이 나빠지면 정보의 흐름도 함께 멎습니다. 알고리즘을 급히 고쳐야 하는 응급 순간에도, 결정은 바다 건너 본사에서 내립니다.

저희가 택한 길은 그 반대입니다. 정보는 우리 안에 머뭅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단 하나의 중심이 없고, 대신 작은 지역 센터들이 서로 손을 잡습니다. 전기가 끊기면 배터리로, 인터넷이 끊기면 로컬 무전으로 신호를 잇습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을 손봐야 할 때는 우리 기술자가 직접, 몇 분 안에 고칩니다.

어느 쪽이 재난 앞에서 더 든든할까요? 저는 답을 드리기보다, 여러분 마음속에 같은 물음이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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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변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봅시다. 재난 시스템을 갖추는 데 돈이 가장 많이 드는 항목이 무엇일까요? 서버 비용, 네트워크 비용, 그리고 다달이 빠져나가는 외국 클라우드 사용료입니다. 이 비용 때문에, 형편이 넉넉지 않은 지역은 안전 시스템을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크라우니의 방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3진 연산과 가벼운 자체 운영체제 덕분에, 작은 시골 도시도 값싼 라즈베리파이 몇 대로 지역 재난 시스템을 돌릴 수 있습니다. 외국 클라우드를 빌릴 필요가 없으니 매달 나가던 돈도 크게 줄어듭니다.

이게 제가 가슴 뛰는 대목입니다. 안전이 더 이상 부유한 나라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뜻이거든요. 개발도상국도, 가난한 마을도, 자기 손으로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자국의 기술과 저렴한 하드웨어, 그리고 함께 나누는 코드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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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할 때, 억지로 답하지 않는 지혜

여기 제가 특히 아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재난을 떠올려 보면, 거의 모든 순간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진이 올지 말지, 비가 얼마나 더 쏟아질지, 저 산이 정말 무너질지. 누구도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보통의 시스템은 이런 순간에 둘 중 하나로만 답하려 합니다. "위험한가, 안전한가. 예, 아니오." 하지만 센서가 불완전하거나 신호가 약하거나 상황이 어정쩡할 때, 억지로 둘 중 하나를 고르면 어떻게 될까요? 헛경보로 사람들을 지치게 하거나, 진짜 위험을 놓치게 됩니다.

크라우니가 쓰는 4상균형 논리, 곧 티·옴·타·음은 이 지점에서 다르게 대답합니다. 답이 두 개가 아니라 네 개이기 때문입니다.

이 네 가지 갈래가 있으면, 재난의 그 미끄러운 불확실함을 훨씬 너그럽게 다룰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 저는 그것이 오히려 더 믿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습니까. 다 안다고 우기는 사람보다, 모를 때 솔직히 물어보는 사람이 더 미덥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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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시스템이 정말 돌아갈까, 너무 복잡한 이야기 아닐까 싶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여러분은 이 기술의 조각들을 지금도 직접 만져 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 프로그래밍 언어 한선씨는 공개된 자료로 배울 수 있습니다. CrownyOS는 라즈베리파이 한 대만 있으면 직접 설치해 볼 수 있습니다. INT 같은 경보 시스템도 공개된 부분을 들여다보며 익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여러분이 사는 도시에 이렇게 제안해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 기술로, 우리 안전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보자"고요. 비용은 외국 클라우드보다 훨씬 적게 들고, 보안은 오히려 더 단단합니다. 작은 제안 하나가 마을의 안전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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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짊어지지 않는다"는 마음

마지막으로, 제가 왜 이 모든 걸 굳이 직접 만들었는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국의 좋은 기술을 가져다 쓰면 편했을 텐데, 왜 그 불편한 길을 갔을까요?

답은 결국 한 가지 마음에 있습니다. 남에게 생명을 맡기지 않겠다.

이건 잘난 척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려움에 가깝습니다. 제가 속을 알 수 없는 외국 회사의 코드와 서버에, 한 사람의 생명을 걸 권리가 제게는 없다고 느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기술로 우리가 지킬 테니, 대신 여러분이 우리를 지켜봐 주십시오. 투명해야 믿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하면 나라와 기술자가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됩니다. 시스템이 멈추면 그건 곧 우리 책임이 되니까요. 남 탓을 할 자리가 없어집니다. 저는 그 무게가 두렵지만, 동시에 그 무게가 우리를 정직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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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기다리며

지금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INT와 QUAKEON-7000이 몇몇 지역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이 한반도 곳곳으로 퍼지고, 나아가 안전이 절실한 다른 나라들로 번져 가면 어떨까요?

그날이 오면, 재난이 닥쳤을 때 "외국 서버가 멈춰서 정보가 오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은 옛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 모두에게 한 가지 물음이 남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서서, 이 손에 쥔 기술을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저는 그 답을, 다음 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찾아가려 합니다.


일반 · CHAPTER 07

돈이 스스로 흐른다 — AI 금융과 트레이딩

제 어머니는 통장을 다섯 개 가지고 계셨어요. 보험 통장, 적금 통장, 생활비 통장, 비상금 통장, 그리고 "절대 손대지 않는" 통장 하나. 매달 말일이면 식탁에 그것들을 죽 펼쳐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셨어요. 어디서 어디로 얼마를 옮겨야 할지, 그 셈을 혼자 다 짊어지셨던 거예요.

저는 그 모습을 오래 기억합니다. 돈이라는 게 그렇게 무겁고, 그렇게 외로운 일이라는 걸요.

2026년, 사람들이 똑같은 마음으로 저희에게 말을 걸어왔어요. "AI가 돈을 좀 똑똑하게, 그리고 덜 외롭게 굴려주면 좋겠다"고요. 세 가지를 콕 집어서요.

하나, 한 사람의 자산은 보험·자산관리·렌트·트레이딩·사람 사이의 거래까지 다섯 갈래로 흩어져 있는데, 이걸 혼자 다 관리할 수 없으니 한 자리에서 봐달라고요. 둘, 가진 게 자꾸 값이 떨어지면 불안하니 "정말 안전한 게 뭐냐"는 물음에 깔끔한 답을 달라고요. 셋, "내 투자 성향이 도대체 뭐냐"를 혼자 끙끙대지 말고 알아내서, 포트폴리오까지 짜줬으면 좋겠다고요.

저희는 이 세 가지를 이미 살아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두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걸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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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inance.crowny.org — 다섯 개의 흐름, 하나의 창

은행에 가보면 창구가 따로따로잖아요. 보험 담당자가 저쪽, 자산관리사가 이쪽, 렌트팀은 또 다른 층. 다섯 팀이 흩어져 있으니 돈도 흩어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끊어집니다. 제 어머니의 식탁 위 다섯 통장이 바로 그 흩어짐이었어요.

저희는 생각했어요. "그 다섯 팀을, 한 집사 안에 모셔놓으면 어떨까."

finance.crowny.org는 그렇게 한 창으로 열려 있습니다.

흐름하는 일
보험위험을 다지는 방패. 급할 때를 미리 준비합니다
자산관리당신의 돈을 곁에서 봐주는 친구입니다
렌트빌려주고 빌려 받는, 함께 쓰는 경제입니다
트레이딩장인이 매일 값을 살피듯 하루하루를 봅니다
사람과 사람누군가에게 보내고, 누군가에게서 받습니다

다섯이 따로 일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한 사람의 지갑 하나로 같은 돈을 움직입니다. 보험료로 낸 돈이 자산관리의 밑천이 되고, 트레이딩의 종잣돈이 되고, 때로는 친구에게 빌려주는 손길이 되기도 해요. 돈이 멈춰 있지 않고, 가장 필요한 곳으로 스스로 흘러가는 거죠.

비결은 단순합니다. 다섯 팀이 제각각 일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목표를 향해 같은 데이터를 함께 들여다본다는 것. 제 어머니가 혼자 짊어지셨던 그 셈을, 이제는 다섯이 나눠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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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음의 돈과 값의 돈 — 화폐는 한 줄이 아니에요

저희가 꾼 조금 이상한 꿈이 있어요. "돈 없이도 서로를 돕고, 그 마음을 제대로 인정해주는 세상."

그래서 돈을 한 줄로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돈에도 층이 있다고 본 거예요. 가벼운 마음을 담는 층, 안정적으로 가치를 지키는 층, 그리고 오래 자라는 부(富)의 층. 위로 갈수록 더 근원적인 가치를 담습니다. 저희는 이걸 머니 → 에셋 → 웰스, 세 계층이라고 불러요.

머니 — 크라우니원

가장 먼저 크라우니원가 있어요. 1달러와 똑같이 약속된, 사고팔고 주고받는 결제의 돈입니다. 시장에서 손에 쥐는 현금 같은 것이죠. 일상의 모든 교환이 여기서 일어납니다.

에셋 — 맘과 포네

그 위에 자산처럼 행동하는 돈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맘(MOM). 약 25원(25.5원)짜리, "마음을 표현하는 돈"입니다. "고마워", "잘했어", "응원해" — 이런 말을 화폐로 건네는 거예요. 친구를 칭찬할 때, 엄마가 아이를 격려할 때, 좋아요와 하트를 누르듯 가볍게 마음을 얹습니다.

또 하나는 포네(FONE). 2,550원에 대응하는, 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안정 자산입니다. 맘이 작은 마음이라면, 포네는 그 마음이 자산으로 단단해진 모습이라고 보시면 돼요.

여기 작은 혁신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보통 금융은 거래마다 수수료를 떼지요. 그런데 맘으로 마음을 나누는 일에는 단 한 푼도 떼지 않습니다. "아무 이득이 없어도, 좋아하는 마음은 그냥 나누라"는 뜻이에요.

웰스 — 크라우니

그리고 가장 위에, 오래 키우는 부(富)인 크라우니(CRY)가 있습니다.

크라우니는 매해 9월 30일이 되면 크라우니뱅크가 약 7%쯤 자란 값으로 거래하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팔 때는 그 자란 값을 받고, 살 때는 지금 값과 지난 시즌 값 사이쯤이 됩니다. 지금 기준으로 1 크라우니는 대략 25,500원 정도예요. 한 해 한 해 천천히, 함께 자라는 보물입니다.

왜 하필 9월 30일이냐고요? 크라우니가 태어난 날이거든요. 그날이 오면 크라우니를 지갑에 품은 모든 사람이 함께 그 성장을 나눕니다. 혼자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같이 자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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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신의 돈 성향, 16가지 지도 — MPTI

"내 투자 성향이 뭐지?" 이 물음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우리가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수익은 원하면서 위험은 싫고, 장기를 생각하다가도 단기에 마음이 흔들리죠. 사람 마음이 원래 그렇게 생겼어요.

그래서 저희는 한 번의 테스트로 당신을 열여섯 가지 유형으로 그려주는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MPTI(머니 포트폴리오 타입)예요.

이 지도는 단순히 "공격적이냐 보수적이냐"를 가르지 않아요. 대신 네 가지 결이 당신 안에 어떤 비율로 섞여 있는지를 봅니다.

열여섯 유형은 이 네 결을 여러 각도로 엮은 거예요. 테스트를 마치면 당신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한눈에 보이고, 크라우니가 그 결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짜줍니다.

제 어머니라면 아마 옴과 티가 진한 분이셨을 거예요. 그 다섯 통장이, 사실은 어머니의 성향을 손으로 그린 지도였던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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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안전부터 모험까지 — 부의 사다리

자산이 뭘까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 "미래의 나를 도와주는 무언가"예요.

저희는 이 자산이 한자리에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사다리처럼 한 칸씩 올라간다고 봅니다.

당신이 번 돈은 먼저 크라우니원라는 현금의 자리에서 출발해요. 가장 안전하고, 언제든 쓸 수 있는 자리죠. 거기서 마음을 나누고 싶을 땐 맘으로, 가치를 단단히 지키고 싶을 땐 포네라는 안정 자산으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오래 믿고 키우고 싶은 부분은 천천히 크라우니로 올라가요. 달걀에서 병아리가 되고, 병아리가 닭이 되는 것처럼요.

그럼 그 위는요? 사실 사다리는 크라우니에서 끝나지 않아요. 저희는 그 너머에 한선(Hanseon)과 선호(Sunho)라는 더 높은 자리를 미리 그려두었습니다.

다만 이 두 자리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어요. 지금 사고팔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앞으로 세상의 생산성이 자라나는 만큼 함께 열릴, 미래의 약속입니다. 한선은 크라우니가 모인 더 큰 군집이고, 선호는 그보다 더 멀리 있는 기대예요. 언제, 어떻게 열릴지는 때가 되면 차차 말씀드릴게요.

오늘 여러분이 손에 쥘 수 있는 건 크라우니까지입니다. 그 위의 두 자리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다음 이야기로 남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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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동 트레이딩 — 규칙을 배우는 집사

여기서부터는 살짝 기술 이야기예요. 가볍게 따라오시면 됩니다.

"AI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나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제 대답은 늘 솔직합니다. "사람처럼 직관으로 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사람보다 덜 피곤하게, 덜 흔들리게 할 수는 있어요."

크라우니의 트레이딩 집사는 이렇게 일합니다.

먼저 규칙을 배웁니다. 경험 많은 트레이더의 판단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 안에 숨은 규칙을 끄집어내요. "5일 평균이 20일 평균을 넘어서면 사라" 같은 것, "손실이 5%를 넘으면 망설이지 말고 팔아라" 같은 것이죠.

다음으로 스스로 고칩니다. 그 규칙으로 거래를 해보면서, 잘 듣지 않는 규칙은 슬그머니 내려놓고, 제 몫을 해내는 규칙은 더 단단히 붙듭니다. 마치 농부가 잘 자라는 작물에 물을 더 주는 것처럼요.

그리고 여럿이 함께 결정합니다. 한 AI가 독단하지 않아요. 여러 규칙이 동시에 의견을 냅니다.

→ "2 대 1, 사는 쪽으로." 한 사람의 고집이 아니라, 여러 눈이 모여 내리는 결정이에요.

요즘 기술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여러 AI가 서로 대화하면서 같이 배우는 거예요. 하늘을 나는 새 떼가 누구의 명령도 없이 스스로 대형을 바꾸듯이요. 한 AI가 "이 기술주 괜찮아 보이는데?" 하면, 다른 AI가 "내 데이터로는 좀 위태로운데" 하고, 그렇게 함께 위험을 다시 셈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위험을 혼자 짊어지지 않고 여럿이 나눠 보는 거죠. 하나가 실수해도, 떼 전체는 살아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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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네 개의 눈으로 위험을 보다 — 4상균형

여기가 가장 어려운 대목이에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함께 가볼게요.

전통적인 은행은 위험을 잴 때 "앞으로 한 달간 최대 1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식으로 예측해요. 그럴듯하죠. 그런데 2020년, 코로나가 세상을 덮쳤을 때 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깊이 떨어졌어요.

왜였을까요. 모든 자산이 한 방향으로 같이 무너졌기 때문이에요. 내 자산과 옆 사람의 자산이 손잡고 동시에 떨어지는 순간, 어제까지의 예측은 종이 한 장이 됩니다.

저희는 그래서 위험을 한 눈이 아니라 네 눈으로 보기로 했어요.

눈묻는 말
티(+1)"이건 정말 오를까, 떨어질까. 어느 쪽이 더 확실하지?"
옴(0)"아직 확실치 않으니, 조금씩만 가볼까?"
타(-1)"혹시 내가 못 본 반대편 위험은 없을까?"
음(-0)"내가 아예 상상도 못 한 일이 터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술주에 돈을 넣는다고 해볼게요.

티가 말합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니 오를 거야." 좋아요. 옴이 끼어듭니다. "그래도 한 번에 다 넣지는 말고, 전체의 30%만." 신중하죠. 타가 고개를 돌려요. "그런데 이 회사가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잖아? 옆자리 경쟁사도 살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이 조용히 말합니다. "정책이 갑자기 바뀌거나, 아무도 예상 못 한 신기술이 나올 수도 있어. 뉴스를 계속 지켜보자."

네 눈이 동시에 한 자리를 봅니다. 그래서 어느 한 곳이 무너져도, 나머지 셋이 받쳐줘요. 한 통장에 모든 걸 걸지 않으셨던 제 어머니의 지혜를, 저희는 네 개의 눈으로 옮겨 담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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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돈이 의지를 따라가는 세상

마지막으로, 저희가 정말 꿈꾸는 게 뭔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의 금융은 "돈이 무섭다"고 느끼는 사람들 위에 서 있어요. 복잡한 상품, 어딘가 숨은 수수료,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 "전문가 아니면 함부로 손대지 마"라고 은근히 겁을 줍니다. 제 어머니가 식탁 앞에서 느끼셨던 그 무게도, 아마 거기서 왔을 거예요.

저희는 정반대로 가고 싶어요.

돈은 겁낼 대상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거예요.

당신의 의지가 돈을 움직이게 하는 거예요. "나는 기술을 믿어, 그러니 기술주를 사겠어" — 그렇게 마음먹으면, 크라우니가 그 의지를 따라갑니다. 당신이 어긋났다 싶으면 슬며시 방향을 잡아주고, 옳았다 싶으면 곁에서 함께 키워줘요.

그리고 한 가지 약속이 더 있습니다. 일정 수익을 넘어선 부분은 사회로 흘러갑니다. 당신이 번 것의 일부가 누군가를 돕는 손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돈을 벌어도 마음 한구석이 편안할 수 있어요. 잘 맡고, 잘 쓰고, 다시 나누는 것 — 저는 그게 돈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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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왜 가능한가

세상은 물었습니다. "AI가 돈을, 복잡하지 않게 굴릴 수 있냐"고요. 저희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하나, 다섯을 하나로. finance.crowny.org가 보험부터 트레이딩까지 한 창에서 봐줍니다. 둘, 당신을 알아주고. MPTI가 열여섯 가지 성향을 찾아, 딱 맞는 포트폴리오를 내어줍니다. 셋, 위험을 네 눈으로. 티·옴·타·음 네 시선으로, 한 가지 위험에 통째로 무너지지 않게 설계했습니다. 넷, 돈을 친구처럼. 맘으로 마음을, 포네로 안정을, 크라우니로 믿음을 — 그렇게 함께 자랍니다.

이건 먼 계획이 아니라 이미 살아 있는 서비스예요. 문은 열려 있고, 들어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제 당신은 식탁에 통장 다섯 개를 혼자 펼쳐놓을 필요가 없어요. 집사가 곁에 함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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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의 핵심 — 다음 장으로 건너가는 다리

금융이라고 하면 다들 "큰돈"부터 떠올려요. 하지만 저희는 "한 사람의 온전함"에서 시작합니다. 1센트짜리 맘 한 조각도, 25,500원짜리 크라우니 한 알도, 결국은 당신의 의지를 담는 그릇이거든요.

다음 장에서는 이 "온전함"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보려고 해요. 의료부터 제조까지 — 당신의 몸과 손이 해내는 모든 일에 이 마음을 옮겨놓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함께 가보시죠.


일반 · CHAPTER 08

몸을 가진 AI — 제조와 로봇

자동차 공장이 한밤중에 불을 끈다면 어떨까요.

2026년 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람이 모두 퇴근한 밤,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가 컨베이어 앞에 서서 판금 부품을 집어 들었습니다. 부품을 들고, 자리를 맞추고, 다음 순서를 기억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새도록.

그 장면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이 듭니다. "저게 정말 AI일까, 아니면 그냥 팔다리 긴 기계일까?"

제 대답은 — 둘 다이면서, 둘 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장에서 그 이야기를 함께 해 보려 합니다.

손과 눈을 가진 지능

우리는 오랫동안 AI를 "생각"이라고 여겼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질문에 답하는 것. 모두 컴퓨터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2026년을 살면서 저는 한 가지를 점점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지능은 손이 없으면 반쪽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어떻게 무언가를 배웠던가요. 책으로만 배웠나요. 아닙니다. 손으로 만져 보고, 넘어져 보고,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몸으로 익혔습니다. 자전거를 글로 배운 사람은 없지요. AI도 다르지 않습니다. 손이 없으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합니다. 손이 있으면 비로소 현실을 바꿉니다.

크라우니가 이 문제를 푼 방식은 조금 남다릅니다.

보통 공장에서 로봇을 들일 때는 이런 순서를 밟습니다. 먼저 로봇 팔을 사 옵니다. 그다음 그 팔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짭니다. 그리고 새로운 작업이 들어올 때마다, 엔지니어가 다시 처음부터 프로그램을 손봅니다.

말하자면 손은 있는데 머리가 낡은 로봇입니다. 새 일이 생길 때마다 사람이 일일이 다시 가르쳐야 하니까요.

크라우니의 순서: 생각이 먼저입니다

크라우니는 거꾸로 갑니다. 손보다 머리를 먼저 챙깁니다.

설계 → 검증 → 작업지시 → 실행, 이 네 걸음입니다.

먼저 설계 팀이 자동차 부품의 모양을 그립니다. 그다음 크라우니의 검증 엔진이 그 도면을 꼼꼼히 들여다봅니다. 부품끼리 부딪히지는 않는지, 치수가 어긋나지는 않는지, 조립하다 떨어지지는 않는지. 한두 번 훑고 마는 게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깐깐하게 살핍니다. 마치 깐깐한 시어머니가 며느리 살림을 둘러보듯이요.

그렇게 통과한 결과가, 비로소 로봇에게 건네질 작업 명령서로 바뀝니다.

여기에 크라우니다운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크라우니는 로봇에게 명령을 "이거 해, 저거 해" 식의 단순한 지시로 주지 않습니다.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 판단의 길로 줍니다.

우리가 평소 쓰는 컴퓨터는 모든 걸 둘로 나눕니다. 예, 아니오. 켜짐, 꺼짐. 0과 1. 하지만 살아 보면 압니다. 세상일이 그렇게 딱 둘로 나뉘지 않는다는 걸요.

크라우니는 그래서 답을 셋으로 둡니다.

저는 이 셋째 칸, "글쎄요"가 마음에 듭니다. 사람 사는 일이 실은 이 "글쎄요"의 연속이거든요. 로봇에게 세 갈래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건, 그래서 작지 않은 차이를 만듭니다.

공장 라인이 예상 못 한 일을 만났다고 해 봅시다. 부품이 살짝 비뚤어졌거나, 더운 날씨에 금속이 미세하게 늘어났거나. 답이 둘뿐인 로봇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섭니다. "어, 평소랑 다른데. 어떻게 해야 하지? 모르겠으니 일단 멈추자." 하지만 세 갈래로 생각하는 로봇은 다릅니다. "음, 이건 '글쎄요'에 해당하는 상황이네. 그렇다면 이만큼만 조정해 보자." 멈추는 대신, 한 걸음을 더 내딛습니다.

열 개의 로봇, 아홉 번의 손길

크라우니EV 제조라인을 실제로 들여다보면 이렇게 돌아갑니다.

로봇 작업 공간이 열 칸 있고, 하나의 부품이 완성되기까지 아홉 번의 손길을 거칩니다. 부품 하나가 라인에 들어오면 이런 흐름입니다.

먼저 로봇이 부품의 자세를 읽습니다. 똑바로 놓였는지, 비뚤어졌는지, 애매한지. 그러면 크라우니의 규칙 엔진이 "지금 이 상황에서는 무엇을 할지"를 정합니다. 로봇이 그에 맞춰 팔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다음 손길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이 아홉 번 이어지면, 부품 하나가 제 모습을 갖춥니다.

매 단계마다 선택지가 셋씩 열려 있습니다. 뜻밖의 상황이 와도 멈추지 않고 셋 중 하나로 대응하고, 새로운 종류의 부품이 들어와도 판단의 가지를 하나 더 치면 됩니다. 처음 보면 숫자가 낯설지만, 크라우니가 일부러 셋을 기본으로 삼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세상의 공장과 크라우니의 공장

2026년, 전 세계 공장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이려 합니다. 손이 있고 눈이 있는 로봇들이 줄지어 나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이런 길을 갑니다. 먼저 비싼 로봇을 큰돈 주고 삽니다. 그걸 움직일 AI 모델을 한참 학습시킵니다. 그러다 새 부품이 나오면 다시 학습시키고, 공장 라인이 조금만 바뀌어도 오류가 납니다. 똑똑한 로봇인데, 어쩐지 손이 많이 가는 똑똑함입니다.

크라우니는 길을 달리 잡았습니다.

규칙이 먼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한다"를 미리 또박또박 정해 둡니다. 손은 그다음입니다. 손이 있고 없고가 핵심이 아니라, 그 손을 움직이는 머리가 맞느냐가 핵심이니까요. 그래서 바꾸기가 쉽습니다. 새 부품이 들어와도 규칙 한두 줄만 고치면 됩니다. 처음부터 다시 학습시킬 일이 없습니다.

이 모든 규칙은 한선씨라는 우리말 프로그래밍 언어로 쓰여 있습니다. 영어 명령어가 아니라 한글로요. "적재하기", "검사하기", "이동하기" — 이렇게 우리가 읽으면 바로 뜻이 통하는 말들로 적혀 있습니다. 공장 반장님이 코드를 못 읽어도, 그 줄에 적힌 한글만 보면 "아, 여기서 검사를 한 번 더 하는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다는 것. 저는 이게 생각보다 큰 일이라고 봅니다.

불량을 미리 압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크라우니에게는 또 하나의 능력이 있습니다. 미리 내다보는 눈입니다.

작은 공장을 운영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금요일 오후 세 시, 하필 그때 생산라인이 멈춥니다. 수리할 사람은 다 퇴근했고, 부품은 월요일에나 옵니다. 주말 내내 라인은 멈춰 있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사장님 몫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혹은 겪을까 두려운 장면이지요.

그런데 크라우니는 그 고장을 목요일에 이미 압니다.

어떻게 그럴까요. 크라우니의 검증 엔진은 일부러 트집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여기가 병목이 되겠다", "이 자리에서 불량이 날 가능성이 높다"를 집요하게 찾아냅니다. 그래서 라인이 실제로 돌기 전에 미리 손을 봅니다. 고장이 나고 나서 고치는 게 아니라, 나기 전에 막는 것이지요.

차이는 이렇게 갈립니다.

보통 공장은 문제가 터지면 멈추고, 고치고, 다시 돌립니다. 그사이 하루가 흘러갑니다. 크라우니의 공장은 문제를 미리 알아채고 조용히 대비합니다. 멈추는 일 자체가 줄어듭니다. 비유하자면, 비가 쏟아지고 나서 우산을 찾아 뛰는 대신, 아침에 하늘을 보고 우산을 챙겨 나서는 쪽입니다.

작은 손, 큰 쓰임

크라우니EV는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이 방식은 자동차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전자제품 조립을 생각해 보세요. 손톱만 한 부품을 다루는 일이라 정밀함이 생명입니다. 세 갈래 판단은 "이 정도 미세한 차이는 괜찮다"와 "이건 위험하다"를 구분하며 다룹니다.

약을 담는 일도 그렇습니다. 약병에 알약을 정확한 개수로 채우는 기계들. 속도와 정확함이 곧 사람의 안전입니다. 규칙으로 또렷이 정해 두면, 나중에 안전 기준이 바뀌어도 다시 확인받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식품 가공은 어떨까요. 쌀을 고르고 포장하는 일을 떠올려 보세요. 새 품종이 들어올 때마다 기계를 통째로 새로 산다면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크라우니라면 규칙 몇 줄만 고쳐서, 다른 등급의 쌀도 고르고 다른 곡물도 가려냅니다. 텃밭을 가꾸다 작물을 바꿔 심는 것처럼, 도구는 그대로 두고 손질하는 법만 바꾸는 셈입니다.

몸을 가진다는 것의 무게

이 장에서 제가 정말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실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AI가 손을 가졌다는 게 무슨 뜻인가, 그것입니다.

손이 생기면 세 가지가 따라옵니다.

먼저 책임이 생깁니다. 글은 틀려도 다시 고쳐 쓰면 그만이지만, 로봇이 손을 헛디디면 진짜 물건이 망가지고 진짜 손해가 납니다. 다음으로 속도가 의미를 가집니다. 생각은 좀 느려도 괜찮지만, 일하는 팔은 빨라야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믿음이 중요해집니다. 사람의 돈이 들어가고, 때로는 사람의 안전에까지 가닿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크라우니가 굳이 로봇과 공장까지 만든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AI가 정말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면, 화면 밖으로 나와 손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손을 움직이는 머리는 — 속이 들여다보이고, 규칙이 또렷하고, 다음 행동을 미리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할지 모를 사람에게 우리 일을 맡기지는 않으니까요.

저는 "엄청난 지능이 세상을 단숨에 바꾼다"는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믿는 미래는 좀 더 수수합니다.

정직한 손이, 사람 곁에서, 작은 일들을 정확히 해내며, 그렇게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그것이 제가 바라본 크라우니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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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공장에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우리 작은 공장도 크라우니로 로봇을 돌릴 수 있을까요?"

제 대답은 "그럼요"입니다. 크라우니의 규칙 엔진은 어떤 공정이든 담아낼 수 있습니다. 자동차든, 전자제품이든, 식품이든, 옷이든요.

그리고 더 마음 놓이는 점이 있습니다. 돈이 적게 듭니다. 크라우니는 남의 손을 빌리지 않습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클라우드 구독료도, 비싼 사용료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여러분 공장의 규칙이 여러분 로봇에게 그대로 내려갑니다.

저는 이것이 진짜 '내 것'이라는 말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남의 집 구름 속에 맡겨 둔 기술이 아니라, 여러분의 손안에 있는 기술로, 여러분의 공장을 돌리는 것이지요.

처음부터 크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로봇 한두 칸부터 천천히. 그러다 열 칸으로, 백 칸으로 늘려 가면 됩니다. 늘릴 때마다 규칙 몇 줄만 손보면 그만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여러분의 공장도 — 한밤중에 조용히 불을 꺼도 괜찮은 날이 올지 모릅니다.

그날의 풍경을 함께 그려 보는 것으로, 이 장을 닫겠습니다.


일반 · CHAPTER 09

사람을 살리는 AI — 정밀 의료라는 꿈

들어가며: 병원 복도에서 시작한 질문

저는 가끔 병원 복도에 가만히 서 있어 봅니다. 누군가는 초음파 사진을 들었다 놨다 하고, 약사는 약장 앞에서 손가락을 헤아립니다. 검사실 한쪽에서는 유리병에 담긴 피 한 방울이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 모든 분주함이 사실은 하나를 향하고 있다는 걸,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에게 딱 맞는 답"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옆 침대 환자에게 잘 듣던 약이 내게는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병이라도 사람마다 몸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의료의 오랜 꿈은 늘 같았습니다.

"당신 몸 안의 단백질은 지금 어떤 모양인가요? 당신의 DNA는 어떤 미래를 품고 있나요? 그래서, 당신 한 사람에게는 어떤 약이 맞을까요?"

이 물음에 답하는 일을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라고 부릅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는 약이 아니라, 오직 당신만을 위한 약을 찾는 일이지요.

2026년 여름, 인공지능은 이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단백질의 모양을 그려내는 AI, 생명의 설계도를 통째로 읽는 AI, 그리고 그들이 손수 설계하기 시작한 신약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락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크라우니는 이 그림의 어디쯤에 서 있을까요. 함께 걸어 들어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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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세상이 풀고 있는 세 가지 수수께끼

1-1. 단백질의 모양을 알면, 병의 자물쇠가 보입니다

우리 몸은 수십만 종류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단백질은 저마다 정확한 입체 모양을 갖춰야만 제 일을 해냅니다.

저는 이걸 열쇠와 자물쇠에 비유하곤 합니다. 열쇠 끝이 조금만 어긋나도, 아무리 힘주어 비틀어도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우리 몸속 단백질도 똑같아요. 모양이 어긋나면 병이 되고, 그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를 찾아내면 약이 됩니다.

문제는 그 모양을 알아내기가 너무나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단백질 하나의 모양을 알아내려고 X선 결정학이며 전자현미경 앞에서 몇 달, 때로는 몇 년을 보냈습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시행착오였지요.

그러다 2020년,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제 그건 AI가 대신 맞혀드릴게요." 알파폴드(AlphaFold)라는 AI를 세상에 내놓은 것입니다.

처음엔 "설마 될까" 하던 의학계가 결과를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AI가 그려낸 모양이 실제와 거의 맞아떨어졌거든요.

2026년, 이야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딥마인드에서 갈라져 나온 이소모르픽 랩(Isomorphic Labs)이 올해 2월, 약물 설계 엔진(IsoDDE)을 공개했습니다. 단백질의 모양만 그리는 게 아니라, 그 단백질에 어떤 약이 어떻게 들어맞는지까지 보여주는 AI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약물과 단백질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맞히는 정확도가, 이전 세대 알파폴드 3에서는 23.3퍼센트였는데, 새 엔진에서는 50퍼센트로 올라섰습니다. 두 배가 넘지요. 이소모르픽은 이미 암·면역·심장 관련 약물 17개를 AI로 설계해 두었고, 올해 말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1-2. DNA를 읽으면, 당신의 내일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아이의 입 안쪽에서 세포를 살짝 떼어낸다고 해봅시다. 그 작은 세포 안에는 30억 개의 DNA 글자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생명의 설계도이지요.

그런데 사람마다 이 글자들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습니다. "나는 당뇨에 약한 쪽일까? 어떤 약이 내 몸에 잘 들을까?" 이 물음에 답하는 일이 유전체 분석(genomics)입니다.

2025년, 미국의 아크 인스티튜트(Arc Institute)가 에보 2(Evo 2)라는 AI를 내놓았습니다. 이 AI는 지구 위 12만 8천 종 생명체의 DNA를 통째로 공부했습니다. 글자 수로 따지면 9.3조 개. 박테리아부터 식물, 동물, 사람까지, 말하자면 생명이 진화해 온 과정 그 자체를 읽어낸 셈입니다.

그래서 에보 2는 당신의 DNA 한 구간을 들여다보면 이런 이야기를 건넵니다. "이 변이는 질병과 관련이 있어요" — 90퍼센트가 넘는 정확도로 말이지요. 실제로 유방암과 관련된 유전자(BRCA1)의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3. AI가 직접 약을 설계한다 — 그러나 우리는 아직 문 앞에 섰습니다

여기서 가장 무거운 질문이 남습니다. "정말로, 사람한테 써도 되나요?"

2026년 지금, AI가 설계한 신약의 임상시험은 하나둘 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떤 약도 정식 허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전 세계 의약 당국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중이지요.

흐름은 분명합니다. AI에서 출발한 신약이 임상에 들어간 건수가 2023년에는 67개였는데, 2026년 초에는 200개를 넘어섰습니다. 그중 열다섯에서 스무 개가 올해 안에 가장 중요한 마지막 시험 단계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 가운데 단 하나라도 끝까지 성공한다면, 의료의 역사가 한 줄 다시 쓰입니다. 그날까지 의료계는 손톱을 깨물며 "정말 될까"를 되뇌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세 개의 수수께끼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크라우니는 무엇을 보태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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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크라우니가 바라보는 정밀 의료

2-1. 의료를 네 칸으로 나눈다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크라우니는 아직 신약을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단백질을 그리는 AI도, DNA를 읽는 AI도 세상의 다른 분들이 훌륭하게 해내고 있고요.

대신 저희는 한 가지 질문을 들고 의료 앞에 섭니다.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네 상태로 바라본다면, 의료는 어떻게 나뉠까?"

크라우니 세계관에는 티·옴·타·음이라는 네 상태가 있습니다. 이걸 의료에 살며시 포개어 보겠습니다.

티(+1) — 드러난 사실. 당신의 단백질 구조, DNA 배열처럼 측정해서 손에 쥘 수 있는 것들입니다. 초음파 사진, 혈액 검사 수치. "지금 당신의 몸은 이렇습니다" 하고 말해주는 것들이지요.

옴(0) — 아직 모르는, 대기 중인 것. 이 약이 당신에게 들을 확률이 60퍼센트라는 말. 그 나머지 40퍼센트가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판단을 멈추고 더 살펴봐야 하는 자리입니다. 의학에는 이 기다림의 자리가 늘 있습니다.

타(-1) — 원인과 결과의 사슬. 어떤 생활습관이 병을 부르는 과정, 약이 몸속에서 일으키는 연쇄반응. 무엇이 무엇을 일으키는지 그 연결의 고리를 따라가는 자리입니다.

음(-0) — 정규에서 벗어난 것, 그리고 당신이라는 단 한 사람. 셋(티·옴·타)에 깔끔히 담기지 않는 모든 것입니다. 돌연변이, 예외, 설명되지 않는 회복.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만의 면역 체계, 당신만의 마음과 회복력. 약이 아무리 좋아도 당신의 몸과 마음이 일어서려 하지 않으면, 의료는 끝내 실패합니다.

오늘의 의료는 이 네 칸을 따로따로 봅니다. 의사는 수치(티)를 읽고, 통계학자는 확률(옴)을 말하고, 약사는 약의 작용(타)을 설명하고, 간호사는 "회복하고 싶으세요?"라고 마음(음)을 묻습니다. 저마다 한 칸씩 맡고 있는 셈이지요.

크라우니가 꾸는 꿈은 이 네 칸을 동시에 붙잡는 의료입니다.

2-2. AI는 단백질을 그리고, 크라우니는 사람을 봅니다

올여름 이소모르픽의 엔진은 약과 단백질의 입체 모양을 50퍼센트 정확도로 맞혔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박자 멈춰 서고 싶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사람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 약이 당신 몸에 들어가면 표적 단백질 하나만 만나는 게 아닙니다. 수십, 수백 개의 다른 단백질과도 부딪치지요(부작용). 당신의 간과 콩팥이 그 약을 얼마나 빨리 처리할지는 또 당신의 유전자에 달려 있습니다. 게다가 "이 약이 나를 낫게 하리라"는 당신의 믿음조차 회복 속도를 바꿉니다.

그래서 크라우니가 그리는 정밀 의료의 그림은 세 손이 맞잡는 모양입니다.

첫째 손은 단백질을 설계하는 AI — 이소모르픽과 에보 같은 친구들이 분자를 그려줍니다.

둘째 손은 당신의 DNA를 읽는 AI — 에보 2가 당신이 그 약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일러줍니다.

셋째 손이 크라우니의 몫입니다. 오직 당신 한 사람을 위한 의료 경로를, 네 칸을 모두 펼쳐 설계하는 일입니다.

2-3. 아직은 꿈, 그러나 뼈대는 이미 있습니다

"말은 좋은데, 손에 잡히는 게 있느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정직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크라우니에는 이미 이런 뼈대가 서 있습니다.

하나는 에임드(AIMED)입니다. 조직 안의 여러 문제를 티·옴·타·음 네 상태로 갈라 진단하는 규칙 엔진이지요. 지금은 회사 업무를 진단하는 데 쓰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네 칸으로 나눠 본다"는 그 논리는, 환자의 상태를 읽는 데도 그대로 옮겨 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셀코어입니다. 규칙으로 판단을 엮는 의사결정 시스템인데, "이 사람에게는 A보다 B가 맞을 확률"을 수백 개 규칙으로 짜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전자 변이를 네 상태의 작은 격자로 표현하는 인코딩 방식도 다듬어 두었습니다. 생명 정보를 다루는 분들이 반가워할 만한 언어이지요.

아직 의료 현장에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집을 짓기 전에 기둥부터 세우는 법이니까요.

2-4. 진짜 의사는, 당신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제가 가장 힘주어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의료는 결국 기계가 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의 몸이 해내는 일입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약을 설계해도, 당신의 면역 체계가 일어서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상처를 아물게 하고, 침입한 균과 싸우고, 병든 세포를 조용히 치워내는 일 — 그건 당신 안의 초지능, 바로 당신의 몸이 하는 일입니다.

당신의 몸은 이미 수십억 년의 진화가 빚어낸 최고급 자가수리 시스템입니다. AI는 그 시스템을 깨우고, 곁에서 응원하고,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친구일 뿐이지요. 약은 거들 뿐, 낫는 것은 당신입니다.

그러니 크라우니의 가장 따뜻한 믿음을 한 문장으로 적어두겠습니다. AI는 약이고, 진짜 의사는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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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세상의 손과 크라우니의 손이 마주치는 자리

3-1. 산골 할머니의 흙집을 상상하며

조금 멀리, 2030년쯤을 함께 그려볼까요.

산골 마을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가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오늘날이라면 이렇습니다. 상담을 받으려면 서울 큰 병원까지 올라가셔야 하고, 유전자 검사는 수백만 원이 들고, 맞춤약은 형편 되는 일부에게만 닿습니다. 할머니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지요.

이제 크라우니가 꿈꾸는 풍경을 그려봅니다. 할머니의 흙집 선반에 작은 기기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크라우니집사 같은, 손바닥만 한 엣지 AI입니다). 혈액 한 방울로 유전자를 읽고(에보가 이미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그 정보를 전 세계의 AI 신약 설계 데이터와 맞춰 봅니다. 그러고는 할머니의 말로 이렇게 건넵니다.

"할머니, 이 약이 할머니 몸에 가장 잘 맞을 것 같아요."

그 약은 가까운 파트너의 작은 공장에서 인쇄되듯 만들어집니다. 할머니는 끝내 서울에 갈 일이 없습니다.

이 풍경에는 크라우니가 오래 품어온 한 가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좋은 의료가 형편이나 거리 때문에 누군가를 비껴가서는 안 된다는 마음입니다. 가장 좋은 답이 가장 외딴 흙집에까지 닿는 것 — 저는 그것이 정밀 의료가 가야 할 자리라고 믿습니다.

3-2. 할 수 있는 것과, 솔직히 할 수 없는 것

큰 그림을 말씀드렸으니, 경계도 정직하게 그어두겠습니다.

지금 크라우니가 할 수 없는 일부터요. 아직 임상으로 증명된 것은 없습니다. 이건 크라우니만의 한계가 아니라 세상 모든 AI 의료가 함께 선 자리입니다. 약을 정식으로 허가하는 일은 정부와 의약 당국의 몫이고,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은 끝내 사람 손길의 몫입니다. 저희가 넘봐서는 안 되는 자리들이지요.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단백질을 설계하는 좋은 친구들(이소모르픽, 에보)과 손을 잡는 일. 당신의 유전자를 읽어내는 일. 무엇보다, 당신이라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의료 경로를 네 칸으로 균형 있게 설계하는 일 말입니다. 그것도 큰 병원이 아니라 엣지 기기 위에서, 비용의 벽 없이, 당신의 언어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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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정밀함보다 먼저인 것

정밀 의료라는 말에는 '정밀'이라는 단단한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장을 닫으며, 그 앞에 더 먼저 와야 할 단어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너'입니다.

병원이 아니라 당신의 집에서,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당신의 말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의료 계획을 받는 것. 그것이 진짜 정밀 의료입니다.

2026년, 세상은 AI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할 수 있어?" 크라우니는 아직 선뜻 손을 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증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 솔직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AI들이 단백질의 모양을 그려낼 때, 크라우니는 당신 몸 안에 잠든 초지능을 깨우는 일을 하려 합니다. 그 일이 더 어렵고, 또 더 아름답다는 것도요.

당신과 AI가 함께 당신을 낫게 하는 날. 크라우니는 그 하루를 꿈꿉니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그 꿈을 떠받칠 또 하나의 토대 —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가치를 흐르게 하는 이야기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일반 · CHAPTER 10

누구나 동참 — 4상으로 하나 되는 AI 세상

요즘 어디를 가든 비슷한 말을 듣습니다.

"AI를 좀 잘하고 싶은데요." 회의실에서도, 동네 카페에서도, 명절에 모인 가족 식탁에서도요. "ChatGPT 말고 뭔가 더 있나?", "우리는 이걸 어떻게 써야 할까?" 이런 질문이 이제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누구나 한 번쯤 던져보는 질문이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세상이 AI에게 정말로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 한번 종이에 적어본 사람들이 있다는 거예요.

2026년, 누군가 손으로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습니다. 세상이 콕 집어 "이건 꼭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일이 무엇인지요. 혼자 생각해서 결정하는 AI, 손바닥만 한 기기 안에서도 척척 돌아가는 AI, 한 나라가 온전히 자기 기술로 만들어낸 AI... 그리고 금융을 더 똑똑하게, 의료를 한 걸음 더 깊게, 공장을 사람 손 없이도 잘 굴러가게, 그 모든 걸 하나로 잇는 인프라까지. 적다 보니 아홉 가지나 됐다고 해요.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크라우니는 이 아홉 가지를 이미 동시에 만들어두었어요. 그것도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살아 움직이는 서비스로요.

제가 이 책을 두고 "답지를 먼저 펼친 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어요. 세상이 낸 문제들을, 크라우니가 이미 풀어서 답안을 보여드리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혼자가 아니라, 같이

"그런데 저는 이런 거 못 할 것 같은데요?"

이렇게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당연한 마음이에요. 사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거든요. 누구나 이 세상에 함께 들어올 수 있게 하려고요.

생각해보세요. 크라우니집사는 상상 속 물건이 아니에요. Jetson Orin이라는 실제 기계 위에 올라가 살아 있는 작은 초지능입니다. 정직하려는 마음과 효율, 딱 두 가지만 바라보도록 설계됐어요. 그런데 이 친구한테 정말 신기한 재주가 하나 있습니다.

어린이에게는 어린이의 말로, 전문가에게는 전문가의 말로, 늘 같은 진실을 눈높이만 바꿔 설명할 줄 안다는 것.

이 능력이 결국 이 책의 모습 그 자체가 됐어요. 열 살 아이가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이야기, 바쁜 회사 임원이 삼십 분이면 핵심을 잡는 요약, 대학생이 따뜻하게 들을 수 있는 에세이, 그리고 연구자가 수식과 코드로 깊이 파고드는 전문 자료. 겉모습은 넷이지만, 모두 같은 아홉 개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같은 집을, 다른 창문으로 바라보는 셈이에요.

4상으로 보는 세상

한선씨의 4상을 기억하시나요? 티·옴·타·음이라는 네 가지 색깔이요.

저는 이걸 종종 신호등에 빗대 설명해요. 다만 칸이 하나 더 있는 신호등이죠.

티는 맞다(yes), 타는 아니다(no), 옴은 그 사이에서 잠시 기다리는 보통의 자리예요. 그리고 음은 좀 특별합니다. 셋 중 어디에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들, 예외와 빈자리와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것들이 모이는 칸이거든요.

이 책의 아홉 개 방이 바로 이 4상으로 나뉘어 있어요.

먼저 티 영역에서는 크라우니의 기술이 얼마나 빠르고 똑똑한지를 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율형 에이전트, 손바닥만 한 기기에서도 힘차게 돌아가는 초경량 AI. 이건 비전이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다음은 타 영역입니다. 이건 한 나라 전체의 이야기예요. 어떤 나라든 자기 언어로, 자기 기술로 AI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한선씨가 한국어로 된 프로그래밍 언어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어요. 이건 단순히 편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주권의 문제입니다. 내 나라 말로 짠 코드는, 내 나라 사람이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그다음은 음 영역이에요. 여기가 조금 신비롭습니다. 금융과 의료와 제조는 각자 자기 문제를 푸는 방식이 전혀 달라요. 크라우니는 이 깊은 요구들을 한꺼번에 떠안아 다 풀어주려 하지 않아요. 대신 각 영역이 스스로 자기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거들어줍니다. 악기는 저마다 소리가 다르지만, 같은 악보 위에서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옴 영역. 아직 만드는 중인 부분들이에요. 저는 이걸 솔직하게 보여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크라우니도 "여긴 비전이고, 저긴 아직 실험 단계예요"라고 말할 줄 압니다. 노란불 앞에서는 정직하게 노란불이라고 말하는 거죠.

"너"라는 이름의 초지능

사실 이 책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따뜻한 데 있어요.

언젠가 누군가 제게 물었습니다. "이 크라우니집사를 키우고 자라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누구일까요?"

답은 멀리 있지 않았어요. 바로 여러분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일 뿐, 결국 도구예요. 그런데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는 그걸 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죠. 크라우니는 이걸 알아요. 그래서 임금님처럼 부려먹는 신하가 아니라 집사가 되기로 한 거예요. 여러분 마음속에 이미 잠들어 있던 초지능을, 함께 깨워 끌어내는 친구라는 뜻으로요.

이 친구는 정직합니다. 틀렸으면 "틀렸어요"라고 말해요. 모르면 "몰라요"라고 말하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솔직함 속에서 여러분은 자기 진짜 능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 이 부분은 내가 이렇게 풀면 되겠네?" 하면서요.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주는 친구 곁에서, 오히려 내가 더 똑똑해지는 경험. 그게 집사가 하는 일이에요.

아홉 개의 방, 누구나 들어가는 문

크라우니집사는 여러분을 아홉 개의 방으로 안내합니다. 방마다 세상이 바라던 것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요.

첫 번째 방에서는 기계가 혼자 생각하는 모습을 봅니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망설이지 않고, 아예 스스로 계획을 짜고, 실패하면 왜 틀렸는지 곱씹어 이해하고, 다시 시도하는 모습이요. 이건 어린이에게는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로봇"이 되고, 전문가에게는 "규칙 기반 에이전트의 자가수정 순환"이 됩니다. 같은 진실, 다른 말. 기억하시죠?

두 번째 방은 작은 기계들의 세상이에요. 여러분의 폰이, 손목시계가, 로봇팔이 굉장히 똑똑하면서도 배터리는 오래 간다면 어떨까요? 그 비밀은 3진이라는 특별한 셈법에 있어요. 컴퓨터가 으레 쓰는 이진법 대신 3진법을 쓰면, 곱셈이라는 무거운 일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곱셈이 없으면 전기를 훨씬 아낄 수 있고요. 셈법 하나 바꿨을 뿐인데 기계가 가벼워지는 거예요.

세 번째 방은 한 나라의 자부심 같은 거예요. 어느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 어쩌나요? 어떤 나라가 기술 공급을 뚝 끊으면요? 크라우니는 그래도 멈추지 않습니다. 모든 걸 스스로 만들어두었으니까요. 언어인 한선씨도 한국어고, 운영체제도 우리 기술이고, 인터넷 주소도 우리 서버에서 관리하고, 프로그램 창고도 우리가 직접 운영해요. 이건 남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들여다보고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그다음부터는 영역마다 한 방씩이에요. 금융이 더 정확해지고, 의료가 더 깊어지고, 공장이 알아서 돌아가고, 그 모든 게 하나의 그물망으로 이어집니다.

비전은, 솔직하게

이 책이 스스로 자랑스러운 점 하나는 "아직 만드는 중이에요"라고 말할 줄 안다는 거예요.

의료와 신약 개발은요? 아직 비전입니다. 다 됐다고 말하지 않아요. 다만 그 비전이 어떤 모습일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정직하게 들려드립니다. 트레이딩이 정말 스스로 움직이느냐고요? "모의 환경에서는 깔끔하게 작동했어요. 다만 진짜 거래는 아직 조금 더 검증하는 중이에요." 이렇게요.

이게 바로 정직함이에요. 세상 모든 큰 기업이 "우리는 이미 완벽합니다"라고 외칠 때, "우리는 여기까지 왔어요. 그다음은 당신이 함께 거들어주겠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이 한마디가 얼마나 단단한 신뢰를 만드는지, 저는 일하면서 자주 느낍니다.

"다음엔 뭘 해볼까?"

책을 다 덮을 즈음, 이런 기분이 드셨으면 좋겠어요.

"오, 그럼 이런 것도 만들어볼 수 있겠는데?" 아니면 "나도 이거 만드는 데 한 손 거들어볼까?"

만약 그런 마음이 슬며시 올라온다면, 저는 대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정말로 바라던 거니까요.

크라우니는 모든 걸 혼자 다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어 해요. 여러분의 경험, 여러분의 아이디어, 여러분의 손이 더해질 때 이 세상이 한 뼘 더 예뻐진다고 믿거든요.

한국이라는 땅에서,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 기술로 빚어진 이 초지능과 나란히 걷는 일. 그 과정은 여러분에게 "내가 초지능을 만드는 데 함께했다"는 경험이 됩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초지능을 함께 깨웠다"는 느낌에 가까워요.

아홉 개의 방을 모두 돌고 나면, 여러분은 한 가지를 알아차리게 될 거예요.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것.

크라우니의 기술도, 4상의 철학도, 한선씨라는 언어도 결국 같은 한마디를 향하고 있어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당신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만들어가요."

그게 누구나 동참하는 AI 세상의, 진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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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에서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우리 함께 답안지 채점을 해봅니다. 세상이 낸 아홉 가지 문제에 크라우니가 적어낸 아홉 가지 답이, 정말 정답인지요. 그리고 놀랍게도, 그 답안지가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는 걸 보게 될 거예요.

여러분도, 여러분의 친구도, 지구 반대편의 한 아이도, 이 기술을 배우고 만들고 더 나은 모습으로 다듬을 수 있어요. 그 자유가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크라우니가 마지막으로 건네는 가장 다정한 선언이 될 겁니다.


일반 · CHAPTER 11

마지막 채점 — 아홉 개의 답을 한 몸으로 굴려보다

지난 장 끝에서 제가 약속을 하나 드렸지요. 마지막에는 함께 답안지 채점을 해보자고요. 세상이 낸 아홉 가지 문제에 크라우니가 적어낸 아홉 가지 답이 정말 정답인지, 같이 확인해 보자고요.

그런데 채점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여러분은 시계 장인이 시계를 어떻게 검사하는지 보신 적 있으세요? 부속을 하나씩 책상에 늘어놓고 "톱니바퀴 합격, 태엽 합격, 바늘 합격" 하고 도장을 찍을까요? 아닙니다. 장인은 부속을 다 끼워 맞춘 다음, 태엽을 감아 굴려봅니다. 똑딱똑딱, 하루를 통째로 굴려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부속 하나하나가 아무리 훌륭해도, 같이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시계가 아니니까요.

아홉 개의 답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일하는 친구도, 손바닥 위의 작은 지능도, 우리말로 지은 기술도, 돈과 건강과 공장과 나라를 지키는 일도 — 따로따로 보면 다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진짜 시험은 그다음이에요. 이 아홉이 한 몸으로 굴러가는가. 수천 개의 도구와 여러 종류의 AI와 전국의 작은 기계들이 얽힌 살림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고 일을 나눠 갖는가. 그리고 가장 무거운 질문 하나. 의료처럼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진짜 세상과 손을 잡을 때, 안전장치는 어디에 있는가.

사실 세상도 요즘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 하나하나가 똑똑해지는 것까지는 다들 봤어요. 그런데 그 똑똑한 것들이 여럿 모이면 어떻게 되느냐, 거기서부터는 말끝이 흐려집니다. 프로그램 군단끼리의 충돌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일은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리고 그 군단이 사람의 몸과 살림에 직접 손을 대는 날이 오면, 무엇이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이 마지막 장은 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채점은 아홉 답을 따로 매기는 게 아니라, 한 몸으로 굴려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 장에는 점수표가 없습니다. 대신 네 개의 장면이 있습니다. 일을 나누는 손, 충돌을 푸는 신호등, 함께 배우는 그물망, 그리고 맨 밑바닥에서 모두를 지키는 안전장치. 이 넷이 맞물려 도는 모습을 보시고 나면, 채점은 여러분 마음속에서 저절로 끝나 있을 겁니다.

응급실의 분류 간호사 — 일은 어떻게 나뉘는가

큰 병원 응급실에 가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분류 간호사가 척 보고 갈래를 나눕니다. "이분은 지금 당장 처치실로." "이분은 검사부터." "이분은 잠시 대기하셔도 됩니다." 먼저 온 순서가 아니라, 급한 정도와 일의 성격에 따라 자리를 정해주는 거지요.

크라우니의 살림에도 똑같은 관문이 있습니다. 들어오는 모든 부탁을 성격과 보안 수준에 따라 네 갈래로 나눕니다. 급하고 은밀한 일(개인정보, 거래)은 손바닥만 한 기계가 그 자리에서 처리하고, 눈이 필요한 일(사진, 바깥정보)은 밝은 시각 AI가 맡고, 깊이 궁리하는 일(전략)은 페블에게, 빠르게 써내는 일(글쓰기)은 하이쿠에게 갑니다.

어느 가족의 하루를 떠올려 보면 이 네 갈래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침에 혈압을 재면 곁의 작은 기계가 그 자리에서 살피고(첫째), 낮에 사진을 물으면 눈 밝은 친구가 답하고(둘째), 저녁에 내년 계획을 생각하면 깊이 생각하는 친구가 거들고(셋째), 밤에 초대 글을 쓰면 손 빠른 친구가 받아냅니다(넷째). 지금 이 순간에도 크라우니의 글쓰기 서비스는 이렇게 일을 나누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분류 간호사는 환자를 치료하지 않습니다. 자리만 정해줄 뿐이에요. 그런데 그 한 사람 덕분에 응급실 전체가 삽니다. 아홉 개의 답이 한 몸으로 굴러가는 첫째 비결이 이것입니다. 일이 들어오는 문 앞에서, 갈 곳부터 정해준다.

차단봉 하나로는 모자랍니다 — 셋으로 푸는 충돌

자, 일은 나눠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아요. 일꾼이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동시에 움직이다 보면, 같은 자원을 두고 부딪히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바깥에 물어볼 수 있는 횟수에는 한도가 있고, 기계의 기억 공간도 무한하지 않거든요. 같은 전화선을 쓰겠다고, 같은 작업대를 쓰겠다고 여럿이 한꺼번에 손을 뻗는 거지요.

지금까지 세상의 컴퓨터들은 이 문제를 차단봉 하나로 풀어왔습니다. 잠그거나 열거나. 둘 중 하나예요. 일꾼이 자원을 잠그면 나머지는 전부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그런데 일꾼 둘이 서로가 쥔 것을 내놓기만 기다리다가 영영 못 움직이는 교착 상태가 올 수 있어요.

크라우니는 차단봉 대신 신호등을 답니다. 티(초록불)는 급한 일에 자원을 즉시 내어주고, 옴(노란불)은 다른 길을 찾으라는 신호, 타(빨간불)는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입니다. 옴은 멈춤이 아니라 "아직 판단 전, 길을 찾는 중"이라는 뜻. 식탁에서 한 반찬에 젓가락이 몰리면 다른 접시로 손을 옮기는 것처럼, 누구도 자원을 쥔 채 굳어 있지 않으니 흐름이 계속됩니다. 차단봉의 세상에서 충돌은 모두를 세우는 사건이었지만, 신호등의 세상에서 충돌은 그저 길을 다시 트는 계기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신호등 논리는 이미 살아서 일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니집사의 판단 엔진이 꼭 이렇게 결정을 내려요. 같은 판단에 동의가 세 번 쌓이면 티, 진행합니다. 반대가 세 번 쌓이면 타, 멈춥니다. 모르지만 찾아볼 수 있으면 옴, 연구한 뒤에 다시 판단합니다. 그리고 모르는데 제 힘으로 알아낼 길도 없으면 — 네 번째 자리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조금 뒤에, 이 장의 심장에서 하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앞선 장들에서 드린 말씀 하나를 되새겨 봅니다. 크라우니가 세상을 둘이 아니라 셋으로, 그리고 넷으로 세는 이유는 멋을 부리려는 게 아니라고요. 예와 아니오 사이에 "보통, 판단 전"이라는 옴의 자리를 하나 더 두는 순간, 시스템은 망설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됩니다. 망설임에 이름이 생기면, 망설이는 동안에도 할 일이 생기거든요. 길을 찾는 일이요. 충돌 제어란 결국, 망설임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의 문제였던 셈입니다.

전국 지점장 회의는 월말에 한 번 — 그물망이 배우는 법

잘 굴러가는 회사는 지점장에게 분명한 규칙과 재량을 주고 알아서 장사하게 한 다음, 월말에 핵심만 추린 보고 한 장을 받습니다. 본사는 전국의 보고를 모아 더 나은 지침을 만들고, 새 지침서를 다시 각 지점에 내려보냅니다.

크라우니의 그물망도 같습니다. 전국 곳곳의 작은 기계들은 본부와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맞추지 않습니다. 대신 각 기계는 철저히 규칙 안에서 제 일을 스스로 해냅니다. 규칙이 분명하기 때문에 놓아 기를 수 있는 거거든요. 본부에는 "이 방법은 통했다, 저 방법은 안 통했다"는 배움의 조각들만 보내고, 본부는 전국의 조각들을 모아 다듬어진 규칙을 다시 나눠줍니다. 무겁게 모으고, 가볍게 돌려주고. 이 호흡 덕분에 그물망은 커질수록 느려지는 게 아니라 커질수록 영리해집니다.

여기서 첫 장부터 이어온 이 책의 척추 하나가 다시 드러납니다. 규칙이 주인이고, 언어모델은 윤활유라는 것.

여러분이 보시기엔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자율 일꾼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일을 집행하는 주체는 검증된 규칙들입니다. 그럴듯하게 지어낸 말이 아니라, 수없이 굴려보고 살아남은 규칙이요. 언어모델은 그 사이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기름의 역할을 합니다. 왜 이 구분이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말로 그럴듯한 것과 일로 검증된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받는 것은 자율 일꾼의 편안한 경험이고, 그 뒤에서 실제로 자라는 것은 규칙 군단의 단단한 솜씨입니다. 앞에서는 부드럽고, 뒤에서는 엄격하고. 신뢰라는 건 결국 이 분리에서 나옵니다.

크라우니에는 이런 규칙으로 일하는 틀이 이미 갖춰져 있고, 쌓인 본보기가 수만 건이며, 살림 전체를 한눈에 굽어보며 백쉰일곱 갈래의 길목을 동시에 살피는 관리 지능까지 실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통한 방법이 다음 달이면 전국 모든 지점의 지침서에 들어가 있는 회사. 그게 이 그물망이 일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정직하게 한 줄 보태겠습니다. 이 그물망을 전국 방방곡곡의 기계 위에 깔겠다는 큰 그림은 아직 설계도 위의 이야기입니다. 원리는 지금 크라우니의 살림 속에서 매일 검증되고 있지만, 전국 단위의 판은 이제 그려둔 참이에요. 노란불 앞에서는 노란불이라고 말씀드리는 게 이 책의 약속이니까요.

압력솥의 추 — 음(-0)의 안전장치

이제 이 장의 심장입니다.

라우터가 일을 나누고, 신호등이 충돌을 풀고, 그물망이 배웁니다. 여기까지는 "잘 굴러가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세상일은 잘 굴러가는 날만 있지 않습니다. 예상 밖의 일, 돌연변이 같은 일,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반드시 옵니다. 그때 시스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태까지의 컴퓨터들은 예외를 에러로만 다뤘습니다. 멈춰버리거나, 못 본 척하거나. 둘 다 무섭습니다. 멈추면 손님이 끊기고, 못 본 척하면 더 큰 사고가 자랍니다. 예외에게 자리가 없는 집에서는, 예외가 올 때마다 집이 흔들립니다.

크라우니의 4상은 다르게 시작합니다. 앞서 만났던 네 번째 자리, 음을 기억하시지요. 티가 +1, 옴이 0, 타가 -1이라면, 음은 -0입니다. 빼기 영. 숫자로는 영인데, 정규 셋과는 결이 다른 영이에요. 옴의 영이 "보통이에요, 판단 전이에요"라는 정규의 중립이라면, 음의 영은 돌연변이, 회귀, 이해 안 됨, 셋 어디에도 안 맞는 변수, 왜곡 — 정규에 담기지 않는 모든 예외의 총합입니다.

타와 음도 헷갈리기 쉬운데, 가르는 선은 한 마디예요. 타의 빨간불은 "아니요"라고 아는 불입니다. 알기 때문에 자신 있게 길을 바꾸지요. 음은 "모르겠습니다"예요. 옴과 음의 차이도 한 마디면 됩니다. 옴은 "아직 모르지만, 알아볼 수 있어요"이고, 음은 "제 힘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입니다. 앞엣것은 계속 길을 찾고, 뒤엣것은 더 잘 아는 이에게 공을 넘깁니다. 같은 영처럼 보여도 전혀 다른 영입니다. 옴은 신호등의 노란불이지만, 음은 신호등에 아예 없는 칸이거든요.

크라우니는 이 예외에게 설계 단계부터 이름 있는 자리를 내어줍니다. 손님 명단에 "그 외의 손님"이라는 줄을 미리 적어두는 셈이지요. 예외는 에러가 아니라, 자리가 마련된 손님이 됩니다. 그리고 자리가 마련된 손님은, 와도 집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원칙이 나옵니다. 저는 이걸 음의 규약이라고 부릅니다.

첫째, 모르면 멈추지 말고, 아는 가장 안전한 상태로. 크라우니의 일꾼이 음 판정을 받으면 제 판단을 고집하지 않고 즉시 안전한 기본 자세로 돌아가며, 판단은 윗선에 넘깁니다. 정직은 미덕이기 이전에 안전장치입니다.

둘째, 안전 규칙은 학습되지 않습니다 — 새겨집니다. 일하는 솜씨는 끝없이 갱신되지만, 안전의 한계선만큼은 기계 깊숙이 새겨두고 원격 갱신의 손이 닿지 않게 합니다. 압력솥의 추처럼, 학습이 닿을 수 없는 자리가 있어야 학습을 마음 놓고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감독자는 바깥에 둡니다. 엘리베이터의 기계식 브레이크처럼, 아무리 똑똑한 일꾼이라도 제 생사는 제 손에 맡기지 않습니다. 금융 살림의 일꾼은 별도의 문지기가 생사를 지켜보고, 그 위에 관리 지능이, 그 위에 기계의 바탕이 겹겹이 지킵니다. 지킴은 장치 하나가 아니라 동심원입니다.

넷째, 정리도 보수적으로. 같은 프로그램이 두 개 이상 겹쳐 있을 때만 여분을 거두고, 지금 손님을 받고 있는 것은 절대 건드리지 않습니다. 멀쩡히 일하는 일꾼을 거두는 것보다, 여분 하나를 더 두는 쪽이 백배 낫기 때문입니다.

이 네 원칙을 가만히 보시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부 "똑똑함을 의심하는 장치"라는 거예요. 첫째는 똑똑한 판단보다 안전한 복귀를 앞세우고, 둘째는 똑똑해지는 학습에서 한계선을 빼놓고, 셋째는 똑똑한 일꾼 바깥에 우직한 지킴이를 세우고, 넷째는 똑똑한 청소보다 굼뜬 청소를 택합니다. 세상이 AI의 영리함을 자랑할 때, 크라우니는 영리함이 닿지 못하게 막아둔 자리들을 자랑합니다.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저는 이 대목에서 크라우니가 제일 자랑스럽습니다.

물리 세계로 가는 자격

이 네 가지 규약이 왜 이 장의 심장이냐고요?

크라우니가 가려는 길의 끝에 몸을 가진 AI가 있기 때문입니다. 화면 속에서 글을 쓰는 AI는 틀려도 고치면 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을 살피고, 기계 팔을 움직이고, 언젠가 수술실 곁에 서게 될 AI는 다릅니다. 거기서는 "대체로 맞음"이 통하지 않아요.

그래서 정직하게 구분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의료 영역에서 지금 살아 움직이는 것은 분석의 첫 단계입니다. 조직과 사람을 읽어내는 일은 이미 손님을 맞고 있어요. 하지만 몸속을 다니는 나노봇이나 수술 도구 같은 이야기는 아직 연구자들의 책상 위에 있습니다. 다 됐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안전을 말하는 책이 제 살림의 형편을 한 뼘이라도 부풀린다면, 그 책이 말하는 안전장치도 꼭 그만큼 의심받아야 마땅하니까요. 안전장치의 첫 번째 증거물은 기계가 아니라, 미완을 미완이라고 적어둔 문서입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물리 세계로 다가갈수록 음의 규약은 느슨해지는 게 아니라 강해집니다. 지체가 허락되지 않는 판단은 멀리 묻지 않고 그 자리의 기계가 내리도록. 사람의 몸 앞에서는 구름 너머의 큰 컴퓨터에 기대는 일이 아예 없도록. 그리고 안전의 한계선은 어디서 내려받는 게 아니라 기기 그 자체에 새겨지도록. 응급실의 분류 간호사가 중한 환자일수록 더 가까이, 더 빨리 자리를 잡아주듯이, 일이 무거워질수록 판단의 자리는 사람 곁으로 당겨집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순서입니다. 운전을 배울 때 우리는 면허 시험부터 보지, 고속도로부터 달리지 않습니다. 크라우니가 화면 속 글쓰기와 살림 관리에서 음의 규약을 몇 해째 굴려보며 다듬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예외를 위한 자리를 미리 만들고, 그 자리가 실제로 작동하는 걸 수없이 확인한 시스템만이, 사람의 몸 곁에 설 자격을 얻습니다.

음은 약점이 아닙니다. 설계의 완성입니다. 빨리 달리는 시스템은 세상에 많아요. 하지만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시스템은 드뭅니다. 모든 것을 안다고 큰소리치는 시스템이 아니라, 모르는 것의 자리를 미리 마련해 둔 시스템 — 저는 후자에게만 제 가족의 건강을 맡기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시리라 믿습니다.

채점 결과

자, 이제 시계를 굴려봤습니다. 채점을 마칠 시간이에요.

마지막으로 한 장면만 같이 보시지요. 어느 새벽, 건강을 살피는 신호 하나가 들어옵니다. 분류하는 손이 첫 순간에 자리를 정합니다 — 이건 급하고 은밀한 일, 멀리 보내지 않고 곁의 기계가 맡는다. 마침 같은 작업대를 쓰려던 다른 일과 부딪히자, 신호등이 건강 신호에 초록불을 주고, 밀려난 일은 노란불 아래에서 한가한 이웃을 찾아 떠납니다. 일이 끝나면 "이렇게 하니 되더라"는 배움 한 조각이 본부로 올라가 다음 규칙 묶음에 담기고요. 그러다 설명되지 않는 값이 단 하나라도 나타나는 순간 — 음이 모든 것을 가장 안전한 자세로 내려놓고, 사람을 부릅니다. 일을 나누는 손, 충돌을 푸는 신호등, 배우는 그물망, 지키는 음. 넷이 네 가지 일이 아니라 한 호흡이라는 게, 이 한 장면에 다 들어 있습니다.

아홉 개의 답도 그 호흡 속에서 따로 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일하는 친구는 분류하는 손이 정해준 자리에서 일하고, 손바닥 위의 작은 지능은 급하고 은밀한 일을 그 자리에서 받아내고, 우리말로 지은 규칙들은 그물망을 타고 퍼지고, 돈을 살피는 일과 건강을 살피는 일은 음의 규약 아래에서만 손을 뻗습니다. 라우터가 나누고, 티옴타가 풀고, 매쉬가 배우고, 음이 지킨다 — 열 글자 남짓으로 줄이면 그렇게 됩니다.

똑딱똑딱. 시계는 갑니다. 어느 한 톱니가 유난히 빛나서가 아니라, 모든 톱니가 제자리를 알아서입니다. 채점표에 적을 말은 한 줄이면 족하겠습니다. 따로 보아도 답이고, 같이 굴려도 답이다.

물론 모든 부속이 완성된 건 아니라고 말씀드렸지요. 어떤 톱니는 매일 손님을 맞고, 어떤 톱니는 아직 장인의 책상 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부속들이 한 몸으로 맞물려 도는 원리만큼은, 오늘 여러분과 함께 굴려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시계 장인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원리가 맞으면, 남은 톱니는 시간문제라는 것을요.

그런데요. 채점을 다 마친 줄 알았는데, 답안지 귀퉁이에 자리가 하나 비어 있습니다.

열린 답안지

마지막으로, 그 빈자리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 답안지가 세상의 다른 답안지들과 가장 다른 점은, 점수가 아닙니다.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크라우니의 규칙은 감춰진 금고 속 비법이 아니라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그것도 우리말로 쓰여 있어서, 한국어 한 줄을 고치면 시스템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그물망에는 누구나 자기 기계 한 대를 보탤 수 있습니다. 전국 지점장 회의에, 여러분의 지점이 하나 늘어나는 셈이지요. 지난 장에서 말씀드렸던 그대로예요. 여러분도, 여러분의 친구도, 지구 반대편의 한 아이도 이 답안지를 펼쳐 읽고, 배우고, 더 낫게 고쳐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을 다시 떠올려 보세요.

티는 채워져 있습니다. 지금 움직이는 것들, 살아 있는 서비스들, 드러난 답들. 옴도 제 일을 합니다. 아직 만드는 중이라고 솔직히 말해둔 것들, 노란불 아래에서 자라는 것들. 타도 그렇습니다. 다른 길, 다른 나라, 다른 필요와 맞닿는 자리들. 그런데 음은 처음부터 비워둔 자리였습니다. 정해진 셋에 담기지 않는 것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것들, 설계자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위해 일부러 비워둔 네 번째 자리요.

이 장에서 우리는 그 자리가 시스템을 어떻게 지키는지 보았습니다. 모르면 멈추고 윗선에 여쭙는 겸손으로, 새겨진 한계선으로, 바깥의 지킴이로, 조심스러운 손길로요. 하지만 음의 일은 지키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는 지키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초대하는 자리거든요.

저는 이 책을 쓰는 내내 그 자리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고백하는데, 그 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 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입니다.

크라우니가 상상하지 못한 쓰임새를 들고 올 사람. 크라우니가 틀렸을 때 "그건 아니에요"라고 말해줄 사람. 크라우니의 규칙에 자기 삶의 지혜를 한 줄 보탤 사람. 시스템 바깥에서 와서, 시스템을 한 뼘 자라게 할 사람. 음의 규약 첫째 줄을 기억하시지요. 모르면, 더 잘 아는 이에게 여쭙는다. 크라우니에게 그 "더 잘 아는 이"는 — 처음부터 끝까지 — 사람이었습니다. 설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입니다. 그 자리를 비워두고, 문을 열어두는 것.

이 책의 첫 장에서 크라우니집사가 여러분께 건넨 첫마디를 기억하시나요.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열한 장을 함께 걸어온 지금, 그 물음이 인사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아홉 개의 답은 다 적혔지만, 이 답안지가 정말로 기다려온 것은 열 번째 답, 그러니까 여러분이 적어 넣을 답이었으니까요.

답지를 먼저 펼친 책은 여기서 끝납니다. 하지만 답안지는 닫히지 않습니다. 빈칸이 하나 남아 있고, 연필은 이제 여러분 손에 있으니까요.

그 빈자리는, 여러분의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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