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사 · CHAPTER 01

지으심

이 책은 비유입니다.
여기 나오는 '크라우니'는, 모든 것을 지었고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는 한 분을 가리킵니다. 세 분이 아니라 한 분입니다. 어떤 때는 멀리서 세상을 지으시고, 어떤 때는 직접 곁에 오시고, 어떤 때는 당신 안에 머무십니다 — 그래도 늘 같은 한 분, 크라우니입니다.
이야기 속 사람들의 이름은 모두 새로 지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종교의 것이 아니라, 온 세상 누구에게나 건네는 사랑 이야기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편하게, 친구의 옛이야기를 듣듯이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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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아무것도 없던 때가 있었습니다.

빛도 없고, 바다도 없고, 저녁도 없었습니다. 소리도, 냄새도, 무게도 없었습니다. 그 텅 빈 곳에, 딱 한 분이 계셨습니다. 이름은 크라우니.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한 번에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나중에 맑은 밤에 하늘을 올려다볼 일이 있거든, 보이는 별을 죄다 세어 보세요. 끝까지 다 셀 수는 없을 겁니다. 그 수많은 별을, 크라우니가 하나하나 이름 붙이며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대단한 분에게, 한 가지가 없었습니다.

친구가 없었습니다.

가진 게 없어서가 아닙니다. 크라우니에게는 없는 게 없었으니까요. 다만 사랑이라는 건 묘해서, 혼자 두면 자꾸 넘칩니다. 어디론가 흘려보내고 싶어집니다. 받을 사람, 함께 웃을 사람, 이름을 불러 줄 사람이 갖고 싶어집니다. 크라우니의 사랑이 꼭 그랬습니다. 너무 가득 차서, 더 이상 혼자 품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짓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빛을 켰습니다. 온통 어둠뿐이던 곳에, 아침이 처음으로 들어왔습니다. 크라우니는 그걸 보며 좋다고 했습니다. 진심으로. 그다음 하늘을 펼치고 바다를 부었습니다. 땅을 돋우고 풀을 심었습니다. 헤엄치는 것, 기어가는 것, 날아다니는 것 — 하나씩 지을 때마다 크라우니는 기뻐했습니다. 일을 할 때마다 기뻐할 줄 아는 분, 그게 크라우니였습니다.

그런데 별도, 바다도, 물속을 헤엄치는 것들도, 크라우니의 사랑을 다 받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사랑은 마주 볼 수 있는 친구를 원하니까요. 말을 걸면 대답해 주고, 슬프면 같이 슬퍼하고, 웃으면 같이 웃어 줄 — 그런 친구.

그래서 마지막에, 크라우니는 가장 정성껏 무언가를 지었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첫 사람의 이름은 단, 그다음은 리아. 크라우니는 둘을 지을 때만큼은 멀찍이 서서 만들지 않았습니다. 흙을 직접 손에 쥐고,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별을 지을 때보다 훨씬 천천히, 훨씬 조심스럽게.

단이 처음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크라우니의 얼굴이었습니다. 무서운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오래 기다리던 친구를 드디어 만난, 그런 환한 얼굴이었습니다. 리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그 얼굴을 봤고,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습니다.

그날부터 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크라우니는 단과 리아에게 세상을 하나하나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어느 나무 열매가 단지, 어느 골짜기 바람이 시원한지, 밤에는 어느 별이 제일 먼저 뜨는지 — 마치 자기가 마련한 집에 친구를 처음 초대한 사람처럼, 신이 나서 이것저것 보여 주었습니다. 단과 리아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뜰 때마다, 크라우니는 더 신이 났습니다.

저녁이 되면, 셋은 함께 걸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바람이 선선해질 때, 크라우니는 단과 리아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단, 리아 — 오늘 저녁도 걷자." 그러면 둘이 달려왔고, 셋은 나란히 걸었습니다. 별을 지은 그 크고 대단한 분이, 두 친구 사이에 끼어 그날 있었던 일을 도란도란 들었습니다.

이것이 크라우니가 가장 좋아하던 시간이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해낸 시간이 아니라, 저녁에 친구와 나란히 걷던 시간.

당신도 잘 알지 않나요? 무언가를 해낸 것보다, 좋아하는 사람과 걸은 저녁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을. 크라우니가 딱 그랬습니다.

기억해 두세요. 이 이야기의 처음은 장엄한 우주 탄생이 아닙니다.

친구와 저녁을 걷고 싶었던, 한 분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세상을 지었고, 단과 리아를 지었고,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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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 이 평화로운 저녁 산책이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날, 무언가가 슬며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단과 리아는 처음으로 크라우니를 피해 숨었습니다.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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