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집으로 돌아왔어.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가 끝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 빈 차로 돌아오던 길이 아니었다. 차에는 다음 짐이 이미 실려 있었고, 휴대폰에는 확실한 정산 시간이 떠 있었고, 통장에는 어제 보상이 들어와 있었다. 아저씨는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편한 숨이었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저씨는 중얼거렸다. 이 기적 같은 하루가, 무엇으로 가능해졌는지.
기사는 화주와의 전화를 받았다. 늘 그렇듯이. "짐 잘 내렸나?" 하는 인사 대신, 이번엔 다른 말이 돌아왔다.
"정산은 오늘 밤 열 시, 정해진 시간이야. 떨어질 일은 없어."
어? 그게 뭐하는 말이야? 아저씨는 한 번 더 물었다.
"정말요? 대기료도 포함해서요?"
"당연하지. 우린 모든 시간을 돈으로 센다니까."
정산이 빠르다는 게, 특별한 약속이 아니라 규칙이라는 뜻이었어. 마치 택배가 사흘 안에 온다고 하는 것처럼. 그런 약속을 누가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그림: 휴대폰 화면에 정산 시간이 떠 있다. 정확한 시각. 뒤로는 기사의 얼굴이 안도감으로 부드러워지고 있다〕
그런데 더 신기한 일이 생겼어. 기사가 받은 정산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마진'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야.
"마진이요? 플랫폼이 버는 거 말이에요?"
"아니, 우린 버는 게 아니라 쿠폰으로 바꿔 버린다니까."
아저씨는 이해가 안 됐어. 버는 돈을 왜 버린다고 말하지?
하지만 다음 날, 아저씨는 알았다. 그 쿠폰으로 정비소에서 차를 고쳤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고, 휴게소에서 밥을 먹었다. 원래는 그냥 돈으로 쓸 수 없었을 것들인데, 쿠폰이 되니 마치 누군가가 아저씨의 피로를 직접 돌봐 주는 느낌이 들었어.
화주도 마찬가지였다. 화주는 그 마진을 받고 나서 물었다.
"우리도 이렇게 쓸 수 있어요?"
"당연하지. 너도 기사니까. 화주든 기사든, 모두가 그 쿠폰을 쓸 수 있다."
〔그림: 화주와 기사가 각각 카페, 정비소, 휴게실에 서 있다. 같은 쿠폰을 펼쳐 들고 웃음짓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약속을 가능하게 하는 게, 무엇일까?
기사가 물었다. "그런데, 정말 항상 그럴까? 누군가는 안 속일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러자 누군가가 대답했어.
"그건 우리가 아니라 '셀코어'가 본다."
셀코어? 그게 뭐야?
"규칙이야. 기사가 언제 도착했는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화주가 언제 돈을 낼 준비가 됐는지, 그 모든 걸 손으로 적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기록하는 거지. 그리고 그 기록에 따라 누가 얼마를 받는지, 누가 쿠폰을 나눌지가 정해진다."
아저씨는 이해했어. 감정이 없는 규칙이 있으면, 누가 더 강해서, 누가 더 약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야.
〔그림: 투명한 상자 속에서 작은 격자들이 깜빡깜빡 불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각 격자는 한 번의 거래, 한 번의 약속을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사가 안 되는 부분이 생겼을 때, 누가 옆에 서 줄까?
"저, 화주가 잘못 말했는데요. 거리가 이렇게 된 줄 몰랐어요."
"그럼 우린 봐 줄 거야. 크라우니집사가 확인해 줄 테니까."
크라우니집사? 또 무언가 이름 같은 게 있다.
"집사라는 건, 너 옆에 항상 있는 도우미라는 뜻이야. 넌 차를 몬다. 근데 헷갈리면? 집사가 물어봐. 뭐가 필요하면? 집사가 찾아봐. 혼자가 아니라 그 집사와 함께, 더 현명하게 판단하고 더 빠르게 움직인다."
기사는 그제야 웃음이 나왔어. 이렇게 쉬운 일이었어? 아니. 쉬운 게 아니라 그냥 정직한 거였다.
〔그림: 기사의 어깨 옆에 투명한 형태의 집사가 서 있다. 말을 걸고, 손가락으로 휴대폰의 지도를 가리키고, 때론 격려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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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가 중요해. 이 모든 약속이, 완전히 이루어진 건 아니었어.
"그럼, 이게 다예요? 이렇게 하면, 이제 끝?"
아저씨가 물었을 때, 대답은 솔직했다.
"아니. 이건 처음이야. 우린 이제 더 큰 약속을 만들어가는 중이야."
"더 큰 약속이요?"
"그래. 지금 우린 이 약속들(정산, 마진 환원, 셀코어, 집사)을 트럭 한 대, 한 대에 적용하고 있어. 근데 그다음은?"
기사는 추측해 봤어. "퀵? 택배?"
"맞아. 그리고 그 이상도. 트럭이 짐을 나르고, 퀵이 도시를 누르고, 택배가 집에 도착하는 모든 길이, 한국 전체가, 아니 세계 전체가 이 약속으로 매끄러워지는 거야. 그게 auto.crowny.org야. 우리가 지금 지어가고 있는, 그 약속의 나라."
〔그림: 한국 지도가 펼쳐지고, 거기 도시마다 트럭과 퀵과 택배 박스가 떠다닌다. 그리고 가장자리에는 '건설 중'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근데, 정말 가능할까요?"
"그 이유를 보여 줄게. 기억해? 1장에서, 넌 빈 차로 돌아왔어."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런데 지금? 차에는 다음 짐이 실려 있고, 정산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리고 너는 이 약속을 다른 기사한테 전했지?"
"네. 제 후배한테요."
"그 후배의 후배도 있을 거야. 그렇게 쌓이다 보면, 한 명은 수천 명이 되고, 그 수천 명의 신뢰는 한국 전체를 덮는다. 그게 바로 사다리야. 트럭의 한 칸에서 시작된 약속이, 퀵 한 칸, 택배 한 칸, 그리고 공장과 로봇까지 이어지는 거지."
기사는 처음으로, 자기가 무엇의 첫 번째 계단인지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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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사의 하루를 다시 보자.
이번엔, 기사는 반쯤 깼다. 핸드폰이 울었거든. 하지만 예전처럼 '어디 가?'라는 물음표가 먼저 떴던 건 아니었다. 정산 시간이 정확히 떠 있었고, 화주도 이미 평가가 떠 있었다. 좋은 평가였다. 그래서 기사는 마음이 편했어. 오늘 하루가 또 어떻게 될지, 불안하지 않았다.
"또 가 보자."
기사는 웃음이 나왔다. 절망이 아니라 기대였어.
〔그림: 화물차가 새벽 어둠 속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이번엔, 차의 불빛이 좀 더 밝다〕
짐을 내렸다. 무겁긴 했지만, 이번엔 대기료를 기록하며 내렸다. 기록은 자동으로 셀코어에 들어간다. 감정 없는 약속이 이 순간도 기사의 편을 든다.
화주는 물었다. "얼마나 기다렸어요?"
"55분이었어요."
"그럼 대기료 포함해서 정산해 드릴 거예요."
간단하다. 감정이 없으면 불공정도 없고, 증오도 없어.
〔그림: 항만의 짐을 내리는 기사, 휴대폰 화면에는 정확한 시각이 한 줄 기록되고 있다〕
차는 빈 채로 돌아왔다. 여전히 공차다. 하지만 다르다. 왜냐하면 다음 짐이 이미 예약되어 있었고, 정산은 정해진 시간에 나올 거고, 그 정산 안에는 기사의 모든 시간이 공정하게 들어가 있거든.
기사는 휴게소에 선다. 예전처럼 한숨을 쉬지 않는다. 커피를 마신다. 쿠폰으로. 옆 기사가 물었다.
"어, 당신도 여기 가입했어요?"
"응. 너도 해 봐. 정산이 빨라."
아주 간단한 말이다. 하지만 이 한마디가, 또 다른 기사를 이 길로 부르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된다.
〔그림: 휴게소의 기사, 커피를 들고 있다. 그 옆에 또 다른 기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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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책의 마지막 물음이다.
기사의 하루가 매끄러워진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감정 없는 규칙(셀코어)이 공정을 지켜 줬어.
둘째, 약속된 보상(쿠폰)으로 기사의 몸과 마음을 돌봐 줬어.
셋째, 누군가(집사)가 옆에서 도와줬어.
이 세 가지는 화물차에만 있는 게 아니야. 너의 일, 너의 산업에도 분명 있을 거다.
누군가 떼는 일? 누군가 기다리는데도 돈을 안 주는 일? 누군가 혼자라고 느끼는 일?
그 마찰이, 바로 자동화할 첫 번째 일이야.
〔그림: 책장을 펼치는 손가락. 그 너머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일을 하고 있다. 배달원, 택시 기사, 공장 일꾼, 공부하는 학생. 모두가 각자의 길에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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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 1장에서 길은 하나뿐이었어. 한 번에 한 줄, 갔다가 또 갔다가. 그런데 이제는 달라. 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부르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불러서, 한 번에 여러 길이 동시에 이어진다. 빈 차로 돌아오던 그 길이, 이제 매끄러워졌다.
기사는 집 앞에 섰다. 자식들이 "아빠!"라고 외쳤다. 예전처럼 피곤한 얼굴이 아니었어. 아저씨는 웃었다. 진짜 웃음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선물은, 아직 앞에 있었다.
왜냐하면 이제 또 다른 기사가, 또 다른 화주가, 또 다른 누군가가 이 약속을 받게 될 거고, 그들의 매끄러운 하루도 시작되기 때문이야.
〔그림: 해가 질 무렵, 기사가 집 현관에 선다. 아들딸이 달려온다. 뒤로는 아직도 도시 곳곳에서 트럭들이 달리고 있다. 모두 더 가볍고, 더 빠르고, 더 공정한 약속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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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질문은 하나 남는다.
당신의 첫 마찰은 무엇인가?
그 마찰을 매끄럽게 할 때, 당신의 세상도 다시 시작된다.
생각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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