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울어. 아저씨는 아직 자고 있어. 새벽 네 시야. 도로는 깜깜하고, 하늘은 까만색인데 별도 달도 안 보여. 아저씨는 벌떡 일어나. 눈을 비비고 핸드폰을 본다. 화물 센터에서 온 거야. "이 짐, 어디 가?" 아저씨는 중얼거려. 서울에서 인천까지래. 아, 거긴 200킬로미터가 넘어. 그래도 돈이 돈이니까, 시동을 건다.
트럭이 밤하늘을 헤치며 달려. 길은 하나뿐이야. 한 번에 한 줄, 갔다가 또 갔다가. 아저씨는 졸음과 싸우면서 운전해. 오늘 하루가 또 시작돼. 첫 콜은 늘 이렇게 와. 예고도 없이, 가고 싶지 않은 곳도 자꾸 배정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른 채. 아저씨는 중얼거려. "이번엔 얼마나 되려나." 운임이 얼마냐에 따라, 오늘 하루가 살만한 하루가 될지, 또 다른 날이 될지가 결정돼.
〔그림: 새벽빛 도로 위 화물트럭, 단 하나의 불빛이 어둠을 가르며 달린다〕
도착했어. 인천 항만이야. 아저씨는 짐을 내려. 무거운 짐을 하나, 또 하나. 등에 땀이 나. 하지만 이건 아직 시작일 뿐이야. 짐을 다 내렸다. 아저씨는 깊게 숨을 쉬어.
이제 뭐해? 차는 텅 비었어. 화물은 하나도 안 실려 있어. 아저씨는 다시 운전을 시작해. 이번엔 짐을 싣고 올 수도 있고, 아무 짐도 없이 그냥 돌아올 수도 있지. 그게 바로 '공차(empty)'야. 돈을 안 버는 길을 다시 달려가는 거지. 200킬로미터를 차는 같은데, 한쪽은 돈을 벌고, 한쪽은 버는 돈이 없어. 아저씨 마음 속은 자꾸만 지쳐.
〔그림: 저녁 석양 아래 돌아가는 빈 트럭, 뒤로 희미해지는 항만 불빛〕
집에 거의 다 왔어. 아저씨는 휴게소에서 센터에 전화를 걸어. "짐은 잘 내렸나?" "네, 내렸습니다." "그럼 운임 언제 줘?" "아, 그게 말야… 화주 사정이 있어서 나중에 줄 수 있을까?" 아저씨는 한숨을 쉬어.
또 그 말이야? 언제가 '나중'인지 아무도 모르지. 돈을 받을 때까지 차는 아저씨 거고, 기름값, 통행료, 식비, 자식 학비는 꼬박꼬박 나가는데. 그리고 짐을 못 내리고 기다린 시간도 있었어. 대기료라고, 기다리는 것도 일이잖아. 그런데 대기료는? 안 받은 지 이미 오래야. 아저씨는 휴게소 의자에 누워. "언제쯤?" 하고 중얼거려. 아무도 대답이 없어.
〔그림: 조용한 휴게소, 한 사람이 벤치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새벽 일어나고, 두 번의 200킬로미터를 달리고, 밤에 들어와도 돈이 손에 없을 수도 있어. 그게 화물기사 아저씨의 하루야. 30년을 이렇게 살았대. 처음엔 누가 가르쳐줬나? 아니. 그냥 하다 보니 알게 된 거지. 어떤 화주는 착하고, 어떤 화주는 떼. 어떤 센터는 대기료를 주고, 어떤 센터는 안 줘. 인천 항만은 대기료가 거의 없대. 서울 구로는 가면 안 된대. 나주로 가는 건 절대 금지래. 그런 것들을 아저씨는 다른 기사들이랑 휴게소에서 속닥거려가며 배워. 하지만 그런 요령은 늘 늦어. 피해를 본 뒤에 배우거든.
〔그림: 여러 트럭 기사들이 휴게소에서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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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사람은 빈 차로 돌아오는가?
짐을 보냈으면, 누군가는 그걸 받아야 해. 그런데 받는 사람(화주)과 보내는 사람(기사)은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연락이 잘 안 가고, 가격도 자꾸 다르고, 돈을 언제 받을지도 모르지. 그 빈 공간이 바로 문제야. 아저씨가 빈 차로 돌아오는 그 길 위에, 실제로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의 통증이 자꾸자꾸 쌓여 있어.
생각해 볼까? 혹시 너 주변에, 어떤 일은 잘하는데 자꾸 억울해 하는 어른이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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