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 CHAPTER 02

화주의 오후 세 시

급한 짐, 못 믿을 차

오후 2시 47분. 화주의 휴대폰은 울렸다. 고객사에서다. "부산 내일 오전 9시까지 절대 안 되냐?" — 지금 서울에서 짐을 실어야 한다. 기사를 잡아야 하는데, 이 시각 사용 가능한 차를 찾는 것도 내기다. 중개인에게 전화를 거는 순간, 화주는 이미 알고 있다. 거짓말이 없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최근 지은 차, 운전수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말 뒤엔 항상 의심이 따라온다. 실제로는 5년 된 차이고, 운전수는 전화도 안 받는 경우가 많다.

언제 도착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짐을 실었다. 차는 출발했다. 그런데 "몇 시쯤 도착하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이 없다. 기사는 "교통만 안 막히면 오전 7시쯤"이라고 한다. 하지만 화주는 고객에게 뭐라고 보고할까? 정확한 도착 시간을 약속하지 못하면 화주도 고객을 믿지 못하는 놈이 된다. 부산 수령인이 몇 시에 트럭 대기를 시켜야 할지 알 수 없다. 막힐 수도, 빨리 도착할 수도 있다. 수신인은 정산 전까지 불안에 떤다.

정산은 왜 늘 깜깜한가

짐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들어온다. 그러나 "정산은 언제 되냐"는 질문엔 또 다시 불투명함만 남는다. 화주는 기사에게 "우리가 수금했을 때 정산해 준다"고 했고, 기사는 "2주일 뒤쯤"이라고 한다. 그 사이 누가 돈을 쥐고 있는가? 운송료는 언제 들어오는가? 혹시 기사가 다른 곳에 이미 양도했진 않을까? 화주는 고객에겐 이미 수금했다고 보고했는데, 정작 자신은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는 더 복잡하다. 카드사 수수료는 누가 내는가?

화주와 기사, 서로를 못 믿는 벽

화주는 기사를 못 믿는다. 차의 상태, 도착 약속, 정산 시기 —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런데 기사도 화주를 못 믿는다. 정말 정산할 돈이 있는지, 나중에 클레임을 갈궈올지, 운임을 깎자고 우길 건 아닌지. 한 건의 운송 위에서 두 고객은 각각 앓고 있다. 화주는 "이 짐, 제 때 올까? 이 차, 믿을 만할까?"를 묻고, 기사는 "정산받을까?"를 묻는다. 플랫폼은 이 둘의 불안을 동시에 풀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플랫폼이 수익을 먼저 챙긴다면?

여운: 두 사람 모두 같은 한 건 때문에 앓는다.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플랫폼이 뭔가를 가져가려 한다면, 그 뭔가가 바로 마찰이 된다.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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