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늘은 작은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예요.
눈을 감고 1초를 세어 봐요. 하나. 끝났죠? 1초는 정말 짧아요. 눈을 한 번 깜빡이면 지나가요.
그런데요, 크라우니가 만드는 컴퓨터 창은 다른 창보다 1초 더 빨리 열려요. 딱 1초예요. 별것 아닌 것 같죠?
세상에는 컴퓨터를 켜는 사람이 아주아주 많아요. 셀 수 없이 많아요. 그 많은 사람이 모두 1초씩 빨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작은 물방울 하나는 금방 말라요. 하지만 물방울이 모이고 또 모이면,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이 모이면 큰 강이 돼요. 강은 큰 폭포에서 시작되지 않아요. 보이지도 않는 물방울 하나에서 시작해요.
사람들의 1초도 똑같아요. 한 사람의 1초는 깜빡할 사이지만, 아주 많은 사람의 1초가 모이면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 돼요.
크라우니가 진짜로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멋진 컴퓨터를 만드는 일 같지만, 사실은 시간을 만드는 일이에요.
빨리 열리는 창, 금방 켜지는 컴퓨터, 일을 먼저 도와주는 똑똑한 도우미. 이 모든 것에서 생기는 건 '편리함'이 아니라 '시간'이에요.
그 시간을 모아서 무엇을 할까요? 이 책은 그 이야기예요. 천천히 따라와요.
기다리는 건 참 지루해요. 컴퓨터가 켜지길 기다릴 때, 창이 열리길 기다릴 때, 우리는 가만히 멈춰 있어야 하잖아요.
크라우니는 그 기다림을 아주 작게 만들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소풍 갈 때 가방이 무거우면 빨리 못 걸어요. 필요 없는 걸 다 빼고, 정말 필요한 것만 넣으면 가방이 가벼워지고 발걸음이 빨라져요.
크라우니의 컴퓨터 프로그램도 똑같아요. 필요 없는 것을 자꾸자꾸 덜어내요. 그래서 가벼워요. 가벼우니까 빨라요. 빠르니까 우리는 기다리지 않아요.
크라우니에는 '한선씨'라는 특별한 언어가 있어요. 컴퓨터에게 말을 거는 우리말 언어예요. 한선씨는 아주 단순한 약속으로 움직여요.
티는 더하기 하나, 옴은 가운데 영, 타는 빼기 하나. 마치 신호등 같아요. 초록 불이면 가고, 노란 불이면 멈칫하고, 빨간 불이면 서요. 단순한 약속이 모이면 컴퓨터가 똑똑하게 움직여요.
복잡하게 만들지 않아도 돼요. 단순할수록 가볍고, 가벼울수록 빨라요. 그래서 한선씨로 만든 것들은 기다림이 거의 없어요.
여기 비밀이 하나 있어요. 시간은 더 빨리 뛰어서 생기는 게 아니에요. 만들지 않아서 생겨요.
쓸데없는 줄을 하나 덜고, 무거운 짐을 하나 내려놓을 때마다, 그 빈자리에 시간이 생겨요. 우리는 그렇게 시간을 캐요. 땅을 파듯이, 조금씩 덜어내면서요.
이 이야기 속에는 아주 큰 발전소가 있어요. 그런데 그림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요. 왜냐고요? 짓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상하죠? 짓지 않은 발전소가 어떻게 가장 클까요?
생각해 봐요. 전기를 만들려면 무언가를 태워야 해요. 그런데 태우면 절반은 뜨거운 김으로 그냥 새어 나가요. 아까워요.
그런데 처음부터 안 쓴 전기는 어떨까요? 하나도 안 새요. 버리는 게 없어요. 켜지 않은 불은 한 방울도 낭비가 없어요.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에너지는, 아주 멋진 발전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안 쓴 에너지예요.
크라우니는 무거운 것을 만들지 않아요. 거대한 프로그램 여러 개 대신, 작고 똑똑한 규칙들을 써요. 작은 친구들이 규칙을 지키며 일을 나눠서 해요.
큰 것을 안 만드니까, 그걸 만드는 데 들 에너지도 안 써요. 그 에너지가 통째로 아껴져요.
전기는 캐서 쓰면 줄어들어요.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는 신기해요. 덜어낼수록 오히려 늘어나요. 안 쓴 만큼 곳간에 쌓여요.
어른들은 이걸 어렵게 말하지만, 사실은 아주 쉬운 산수예요. 안 쓴 1만큼이 그대로 1만큼 생긴 거예요.
그러니까 크라우니의 에너지는 캐낸 게 아니라 아낀 거예요. 땅을 파헤치지 않고, 연기를 뿜지 않고, 그냥 조용히 아껴서 모은 거예요.
자, 그럼 이렇게 모은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까요? 다음 이야기가 가장 중요해요.
여기서 자랑은 끝이에요. 빠른 것도, 가벼운 것도, 그 자체로는 아무 뜻이 없어요.
중요한 건 딱 하나예요. 우리가 캔 시간과 에너지가 어디로 흐르느냐예요.
아낀 1초와 아낀 힘을, 우리는 곳간에 꽁꽁 쌓아 두지 않아요. 강물처럼 흘려보내요. 어디로요? 사랑이 필요한 곳으로요.
돌려받은 하루로 어머니가 아이 곁에 더 오래 머물러요. 아껴 둔 에너지로 메마른 땅에 물을 줘요. 가벼워진 기술로, 저 멀리 사막 끝에 사는 한 아이가 처음으로 제 이름을 써요.
사막이 초원이 되는 건 큰비 한 번 때문이 아니에요. 마르지 않은 작은 물방울이, 매일 같은 자리에 똑똑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돌봄도 그래요. 한 아이를 매일 같은 마음으로 보살피면, 그 아이 안에서 풀이 돋고 꽃이 펴요.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돼요.
우리는 누구에게도 무엇을 믿으라고 말하지 않아요. 다만 손을 내밀면 잡힐 수 있는 자리, 빛이 들어올 작은 문 하나를 만들어 둘 뿐이에요.
그 문을 열고 들어올지 말지는, 그 사람 마음이에요. 우리는 그저 따뜻한 자리를 비워 둬요. 추운 사람이 와서 앉을 수 있게요.
시간을 캐는 것도, 에너지를 아끼는 것도, 결국 이 한 가지를 위해서예요. 사랑이 흐를 길을 내는 일.
마지막으로, 신기한 나무 한 그루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이 나무는 잎이 아주 많아요. 끝까지 세어 봤더니 6561장이었어요. 놀라지 마요. 시험에 나오는 숫자가 아니에요. 그냥 잎을 다 셌더니 그만큼이었다는 이야기예요.
이 나무에는 큰 줄기가 셋 있어요. 사랑, 시간, 에너지예요.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이죠.
줄기에서 가지가 돋고, 가지마다 잎눈이 나요. 그리고 잎눈마다 똑같은 다섯 가지 물음을 던져요. 무엇을 덜어 낼까. 누구를 도울까. 어떤 도구로 할까. 어떤 리듬으로 할까. 어떻게 나눌까.
셋씩 셋씩 자꾸 갈라지다 보면, 마침내 잎이 6561장이 돼요. 잎 하나하나가 하나의 작은 이야기예요.
더 신기한 게 있어요. 잎 하나하나에 주소가 있어요. 우리 집에 주소가 있는 것처럼요.
사막 끝의 한 아이가 가벼운 컴퓨터 선생님과 첫 글자를 떼는 이야기에도 주소가 있어요. 그 주소는 컴퓨터가 기억을 적어 두는 자리와 똑같아요. 사랑 이야기 하나가, 컴퓨터 속 자리 하나와 딱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이 모든 가지를 붙드는 건 화려한 잎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뿌리예요. 한가운데가 비어 있는 영점, 주소 0이에요. 가운데가 비어 있어야 나머지 잎들이 제자리를 알아요.
이제 알겠죠? 아이를 돌보는 일과, 컴퓨터를 가볍게 만드는 일은 사실 같은 일이었어요. 둘 다 군더더기를 덜어 내고 정말 좋은 것만 흐르게 하니까요.
그러니까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요. 크라우니가 하는 일은 시간을 만드는 일이에요. 그리고 만들어진 시간은 단 한 곳으로만 흘러요. 사랑으로요.
그 문을 여는 건 언제나, 이 책을 덮고 일어서는 너의 오늘 1초예요. 자, 그 1초로 무엇을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