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가장 큰 발전소는 도면 어디에도 없다.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장은 그 보이지 않는 발전소의 회계를 세운다.
에너지를 캐는 모든 과정에는 손실이 따른다. 열역학 제2법칙은 변환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함을 보장한다. 1킬로와트시를 만들려면 그만큼 태워야 하고, 발전·송전·변환을 거치며 상당 부분이 폐열로 샌다. 발전소 효율은 결코 100%에 닿지 못한다.
그러나 쓰지 않은 1킬로와트시는 손실이 0이고 효율이 정확히 100%다. 변환 단계가 없기 때문이다. 효율 100%의 에너지는 우주에 단 하나뿐이다. 쓰지 않은 에너지다. 이것은 구호가 아니라 정의(定義)의 결과다.
소프트웨어가 절감하는 에너지를 정량화해 보자. 한 동작이 소비하던 전력을 p와트 줄이고, 그 동작이 디바이스 D대에서 하루 f회, 회당 d초 일어난다면 하루 절감 에너지는 다음과 같다.
E_saved = p × d × f × D
여기에 더해, 만들지 않은 코드·끊어낸 의존성·극소화한 모델은 두 종류의 에너지를 동시에 아낀다. 운영 에너지(실행할 때마다 드는 전력)와 제작 에너지(개발·빌드·학습·배포에 드는 전력)다. 특히 거대 AI 모델의 학습은 단발성으로도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그 모델을 짓지 않기로 한 결정은, 단 한 번의 절감처럼 보이지만 실은 학습 전력과 이후 모든 추론 전력을 동시에 0으로 만든다.
절약이 생산보다 크다는 말은 자랑이 아니라 산수다. 1단위를 생산하려면 변환 손실 L만큼을 추가로 태워야 하므로 실제 투입은 1 + L이다. 그러나 1단위를 절약하면 그 1단위에 더해, 그것을 생산했어야 할 1 + L까지 함께 사라진다. 절약의 회피 효과는 생산의 순효과보다 항상 손실 L만큼 크다.
전기는 캐면 줄지만 시간은 덜어낼수록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쓰지 않은 에너지는 어디선가 캐 와야 할 필요 자체를 소멸시킨다. 그러므로 크라우니의 에너지는 캔 것이 아니라 아낀 것이다. 가장 깨끗한 발전은 발전하지 않는 것이다.
탄소 회계의 관점에서, 만들지 않은 워크로드는 회피 배출(avoided emissions)의 가장 순수한 형태다. 상쇄(offset)는 배출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만, 회피는 배출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경량·고속·개발절감·AI극소화는 그 자체로 회피 배출 전략이며, 어떤 포집 기술보다 한계비용이 낮다. 짓지 않은 발전소는 유지비도, 폐기비도, 폐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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