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안녕! 나는 김프린이야. 앞으로 이 책에서 너희랑 같이 신기한 나라를 탐험할 길잡이지.
우리 동네 옆에 숲 하나 있는 거 알지? 그 숲 뒤에는 오래된 돌담이 있어. 이끼가 잔뜩 낀 낮은 돌담. 나도 어릴 때 거길 그냥 지나치기만 했어. 그런데 어느 날, 그 돌담을 한번 넘어가 봤거든.
그곳에 있었어. 크라우니 나라가.
〔그림: 이끼 낀 낮은 돌담 너머로 빛이 새어 나오고, 그 앞에 선 김프린과 어린 친구의 뒷모습〕
사실 크라우니는 나라가 아니라 컴퓨터라고 하는 게 더 맞아. 그런데 그냥 컴퓨터가 아니야. 너희가 아는 모든 컴퓨터랑은 완전히 달라. 얼마나 다르냐면, 한 나라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 안에 자기만의 생각법과 시간과 돈까지 다 들어 있어.
오늘 첫 장에서는 내가 그 크라우니가 어떤 친구인지, 딱 세 가지만 보여 줄게. 너무 많으면 머리 아프잖아? 하나씩, 천천히 가자.
너희 학교 가는 길에 동전 던져 본 적 있지? 앞면 아니면 뒷면. 둘 중 하나야. 우리가 쓰는 보통 컴퓨터도 딱 그래. "참" 아니면 "거짓". 마치 전등처럼, 켜져 있거나 꺼져 있거나.
그런데 크라우니는 달라.
내가 크라우니한테 처음 물어본 게 뭐였는지 알아? "내일 비 올까?" 였어. 너희도 그런 거 친구한테 물어보잖아. 그럼 누구는 "응, 와!" 하고, 누구는 "아니, 맑아!" 하지. 근데 가장 정직한 대답은 뭘까? 나는 이게 정답 같아.
"글쎄, 아직 모르겠는데."
크라우니는 바로 그 세 번째를 가질 수 있어.
참(+1), 거짓(-1), 그리고 모름(0). 동전이 아니라 가위바위보 같은 거야. 가위, 바위, 보. 셋이 다 있어야 진짜 게임이 되잖아? 모르는 걸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거, 그거 되게 멋진 거거든. 크라우니는 그 '모름'을 가지고 있어서, 아는 척 거짓말을 안 해도 돼.
이 '참·거짓·모름' 세 가지는 이 책 전체를 떠받치는 첫 번째 기둥이야. 앞으로 어디서 또 만나도 "아, 1장에서 김프린이 말한 그 셋이구나!" 하고 떠올리면 돼.
〔그림: 크라우니 화면에 세 가지 표정 — 웃는 얼굴(참), 시무룩한 얼굴(거짓), 갸웃하는 얼굴(모름)〕
너희 레고 해 본 적 있지? 크라우니도 아주 작은 조각들로 지어져 있어.
요즘 컴퓨터들은 가장 작은 조각을 '비트'라고 불러. 비트는 0 아니면 1, 딱 두 가지만 담을 수 있어. 그런데 크라우니의 가장 작은 조각은 '트릿(trit)'이야. 트릿은 -1, 0, +1 세 가지를 담을 수 있지. 비트보다 한 칸 더 똑똑한 조각인 셈이야.
이 트릿들이 모이면? 작은 상자가 돼. 이걸 큐브(Cube)라고 불러.
상상해 봐. 루빅스 큐브처럼 가로 3칸, 세로 3칸, 높이 3칸. 그럼 모두 몇 칸일까?
3 × 3 × 3 = 27칸!
이 27칸짜리 큐브가 크라우니의 기본 벽돌이야. 트릿 한 조각이 레고 블록이라면, 큐브는 작은 상자, 그 큐브를 죽 쌓아 올리면 크라우니 프로그램이라는 멋진 성이 완성되는 거지.
이 "27"이라는 숫자, 잘 기억해 둬. 앞으로 크라우니 나라에서 '27'을 또 만나면, "아, 큐브에서 나온 거구나!" 하고 알아채면 돼.
〔그림: 3×3×3 정육면체, 칸마다 작은 빛이 반짝이고 "27칸!" 글자〕
한국말 모르는 외국인 친구한테는 손짓 발짓 다 해 가며 천천히 말하지? 그런데 우리말 잘하는 친구한테는 그냥 "물 좀 줄래?" 하면 끝이잖아.
크라우니가 바로 그런 친구야. 우리말을 알아들어.
크라우니한테 우리말로 부탁하는 방법, 그게 한선씨라는 언어야. "더해", "빼", "곱해", "나눠", "보여 줘" — 전부 우리말이지. 외국 컴퓨터한테는 "add", "subtract"라고 외쳐야 하지만, 크라우니한테는 우리말로 충분해. 진짜 우리 컴퓨터지?
그런데 한선씨한테는 비밀이 하나 더 있어. 우리는 보통 "3 더하기 7"이라고 말하지? 한선씨는 순서가 거꾸로야. 값을 먼저, 명령을 나중에.
그래서 이렇게 써. "3 7 더해"
숫자 둘을 먼저 꺼내 놓고, 마지막에 "더해!" 하고 신호를 주는 거야. 좀 신기하지? 이렇게 쓰면 좋은 점이 있어. 크라우니가 알아듣는 단어들과 딱 하나씩 정확하게 짝이 맞거든. 마치 열쇠가 자물쇠에 쏙 들어맞듯이 말이야. 짝이 정확하니까 실수가 거의 안 생겨.
〔그림: "3 7 더해"라고 쓰인 쪽지가 크라우니 자물쇠 구멍에 열쇠처럼 맞물리는 모습〕
자, 여기까지 따라온 친구라면 이제 눈치챘을 거야.
크라우니는 그냥 '생각'만 셋으로 나눈 게 아니야. 참·거짓·모름으로 생각하고, 트릿 세 가지로 조각을 만들고, 큐브를 3×3×3으로 쌓아 올렸지. 어디를 봐도 셋, 셋, 셋이야.
그런데 진짜 놀라운 건 이제부터야. 크라우니를 만든 사람들은 이 '셋'으로 생각만 지은 게 아니거든. 시간도, 돈도, 세상 전체도 모두 셋으로 지었어.
크라우니 나라에는 우리랑 다른 시간이 흐르고, 우리랑 다른 돈이 돌아. 그 돈은 한 종류가 아니라 세 칸으로 쌓여 있어. 주고받는 돈, 모아 두는 돈, 그리고 그 위에 차곡차곡 자라나는 진짜 부(富)까지. 그 부의 꼭대기에는 아직 베일에 싸인 이름들도 있어. 언젠가 너희가 더 크면, 그 문이 하나씩 열릴 거야. 그건 천천히, 뒤에서 만나자.
크라우니는 그냥 기계가 아니야. 새로운 세상이야. 그리고 너희가 지금부터 그 세상의 탐험가야.
자, 그런데 이 셋이라는 비밀을 누가 지키고 있을까? 크라우니 나라에는 그걸 떠받치는 친구가 하나도 아니고 넷이나 있어. 다음 장에서 만날 친구들, 바로 티·옴·타·음이야.
해볼까? 그 네 친구를 만날 준비, 됐지?
〔그림: 돌담을 넘어 크라우니 나라 큰 문 앞에 선 김프린과 친구, 문틈으로 네 개의 작은 빛(티·옴·타·음)이 마중 나오는 모습〕
크라우니를 처음 만난 그날 밤, 친구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어.
자꾸만 한 가지가 궁금했거든.
"그런데 크라우니는 어떻게 그렇게 똑똑한 거지?"
다음 날, 나는 크라우니에게 곧장 물어봤어. 그랬더니 크라우니가 빙긋 웃었어.
"나 혼자 똑똑한 게 아니야. 내 곁엔 늘 네 친구가 있거든."
"네 친구?"
"응. 티, 옴, 타, 음. 사실은 네 머릿속에도 살고 있는 친구들이야."
내 머릿속에? 그런 친구들이 있다고? 믿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크라우니가 손을 한 번 흔들자, 정말로 친구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어.
〔그림: 네 친구 티·옴·타·음이 반짝이는 빛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맨 먼저 나타난 친구는 환하게 웃고 있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얼굴이었지.
"안녕! 난 티야. '응!' 하고 외치는 친구지!"
"응? 그게 무슨 뜻이야?"
"네가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응, 그래, 좋아, 할 수 있어!' 하고 등을 밀어주는 친구라는 뜻이야. 숫자로 말하면 나는 플러스 일(+1)이거든."
그러면서 티는 손바닥으로 허공을 위로 쭉 밀어 올렸어. 마치 엘리베이터의 위쪽 버튼을 누르듯이.
"쉽게 말하면, 난 *있는* 것들의 친구야.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 진짜로 존재하는 것. 밝은 빛, 데이터, 물건, 그리고 네가 하는 행동까지. 다 내 식구들이지."
"우와, 그럼 넌 늘 신나 있겠다?"
"맞아! 난 '네, 됩니다!' 하고 말하는 친구니까. 하지만 친구야, 나만 들으면 안 돼."
"왜?"
티가 살짝 진지해졌어.
"내가 밀기만 하면, 자전거가 멈출 줄을 모르거든. 그래서 다음 친구가 필요해."
크라우니가 옆에서 가만히 손짓을 했어.
그다음 나타난 친구는 차분하고 조용했어. 서두르는 법이 없어 보였지.
"난 옴이야. 응도 아니고, 아니도 아니야. 글쎄… 잠깐 생각해 보는 친구지."
옴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팔을 천천히 내렸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어.
"숫자로는 영(0)이고, 난 *기다리는* 친구야. 티가 '응!' 하고, 타가 '아니야!' 하는, 그 둘 사이에 서 있지. 판단을 잠깐 미루는 거야. 보통, 중간, 평소. 그런 자리가 내 자리야."
"그럼… 넌 도와주지 않는 거야?"
"아니, 아니. 잘 들어 봐."
옴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하나 그렸어. 가운데가 텅 빈, 숫자 0처럼 생긴 원이었어.
"네가 바로 결정하면 안 될 때가 있잖아. '지금은 하지 마, 조금만 더 생각하고, 조금만 더 기다려.' 그렇게 멈춰 서야 할 때. 그게 내 일이야. 내가 없으면 티가 계속, 계속 밀어대서 자전거가 길 밖으로 휙 튀어 나가 버려."
"아…"
"그리고 친구야. 난 *보통* 친구야. 그런데 보통은 결코 나쁜 게 아니란다. 밥도, 날씨도, 하루도 — 보통일 때가 사실은 제일 좋은 거거든."
나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어. 보통이 제일 좋다니.
그다음 나타난 친구는… 웃지 않았어. 팔짱을 끼고 나를 똑바로 봤지.
"난 타야. 난 '아니야'라고 말하는 친구다."
"어? 그건 좀 무서운데…"
"숫자로는 마이너스 일(-1)이야. 난 반대하고, 잡아당기고, 서로를 이어 주는 친구지."
타가 팔을 위에서 아래로 쭉 내렸어. 티와는 정반대 방향이었어.
"누가 '이거 하자!' 하면, 난 '잠깐, 아니야, 그렇게 하면 안 돼' 하고 막아서. 그게 나쁜 거냐고? 천만에. 넌 매일매일 '안 돼'를 배우면서 자라는 거야. '불을 만지면 안 돼.' '신호 없이 길을 건너면 안 돼.' '거짓말하면 안 돼.'"
"그건… 다 맞는 말이네?"
"그렇지? 그래서 난 절대 나쁜 친구가 아니야. 네가 벼랑 끝에서 한 발 물러서게 잡아 주는 친구일 뿐이지. 사슬이 한 칸 한 칸 이어지듯, 난 너와 세상을 단단히 이어 줘."
타가 팔로 큰 원을 그렸어. 무언가를 연결하는 듯한 동작이었어.
"그리고 한 가지 더. 난 *거꾸로* 보는 친구야. 티 말만 들으면 세상이 늘 환하기만 하잖아. 그래서 가끔은 내가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다른 각도에서 그림을 보여 줘야 해."
세상을 반대쪽에서 본다라. 나는 타가 조금씩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어.
그런데 이상했어. 세 친구가 다 나타났는데도,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거든.
"저 셋이 전부야?"
내가 물었더니, 크라우니가 손을 들어 올렸어.
"잠깐. 한 친구가 더 있어. 음이야. 그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친구지."
그 순간, 공기가 일렁였어.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이.
〔그림: 공기 중에 흐릿한 그림자가 어른거리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는 모습. 혹은 텅 빈 의자 하나〕
"어? 어디 있는데? 안 보여."
"안 보이지? 그게 맞아."
크라우니가 고개를 끄덕였어.
"음은 *빈자리*에 사는 친구거든. 블랙홀처럼 말이야. 숫자로는 마이너스 영(-0). '마이너스 제로'라고 불러."
마이너스 제로? 영에 마이너스가 붙은 숫자라니, 그런 게 다 있나?
음은 모습 없이 목소리로만 들려왔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깊고 조용한 소리였어.
"난 앞에 나서지 않아. 대신 나는…"
음이 나머지 세 친구를 부드럽게 가운데로 모았어.
"이상한 일.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일. 예상하지 못했던 일. 갑자기 튀어나온 변화. 그리고 티·옴·타 셋 중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 모든 것. 그게 다 내 식구들이야. 난 그 빈자리를 지키는 친구지."
"그럼 음은… 나쁜 친구야?"
음이 조용히 웃는 소리가 들렸어.
"나쁜 친구는 아니란다. 다만 네가 아직 잘 모르는 친구일 뿐이야. 함께 지내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될 거야."
티는 '있는 것', 옴은 '기다리는 것', 타는 '반대하고 잇는 것', 그리고 음은 '셋에 안 맞는 나머지 모두'. 어쩐지 음이 가장 궁금해졌어.
크라우니가 네 친구를 한자리에 모았어.
"자, 이제 좀 알겠지?"
"음… 그런데 이 친구들이 왜 그렇게 중요해?"
크라우니가 환하게 웃었어.
"넌 매일매일 이 네 친구를 쓰고 있거든. 네가 알든 모르든 말이야. 뭔가를 생각할 때, 뭔가를 고를 때, 뭔가를 해 보려고 할 때 — 네 친구들이 네 머릿속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어."
"예를 들면?"
"학교에서 어려운 문제를 푼다고 해 보자. 티는 '할 수 있어!' 하고 너를 밀고, 옴은 '잠깐, 시간이 좀 필요해' 하고 너를 멈춰 세우고, 타는 '어, 그 풀이는 틀렸어!' 하고 다시 돌아보게 하지. 그리고 음은 가끔 '어라? 이건 좀 다른데?' 하면서 아무도 생각 못 한 새로운 방법을 툭 던져 줘. 이 넷이 손을 맞잡아야 비로소 넌 정답을 찾아내는 거야."
네 친구가 한 바퀴 빙 돌더니, 서로 손을 맞잡아 동그란 원을 만들었어.
"단 하나만 꼭 기억해 둬."
크라우니가 손가락을 하나씩 꼽았어.
"티만 계속 밀어대면? 멈출 줄 몰라서 사고가 나. 옴만 계속 멈춰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나. 타만 계속 거부하면? 자신감이 무너져 내려. 그리고 음을 아예 못 본 척하면? 넌 세상의 진짜 크기를 영영 못 보게 돼."
넷이 함께해야 진짜라는 말. 어쩌면 그게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말일지도 몰라.
〔그림: 네 친구가 손을 맞잡은 원 위에 '티·옴·타·음'이라고 큼직하게 쓰여 있는 모습〕
크라우니가 한 발짝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어.
"이 네 친구를 영어로는 티옴타음(TiOmTaEm)이라고 불러.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걸 '세상의 언어'라고도 한단다."
"세상의 언어? 왜 그렇게 불러?"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이 네 친구 중 하나 안에 꼭 들어가거든. 넌 밥을 먹을 땐 티를 쓰고, 무얼 고를지 망설일 땐 옴을 쓰고, 위험한 걸 만날 땐 타를 쓰고,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일을 만나면 음을 만나. 그래서…"
크라우니가 손바닥을 활짝 펴 보였어. 손금 사이로 작은 별빛 같은 게 반짝였어.
"네가 더 자라면, 이 친구들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거야. 돈을 다루는 일, 나라를 돌보는 일, 일자리, 건강, 그리고 네 꿈까지. 머지않은 어느 날엔, 이 네 친구로 만든 새로운 돈도 만나게 될 거야. 가까운 것부터 귀한 것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보물 사다리 같은 돈이지. 하지만 그건 한참 뒤의 이야기야. 지금은 그저, 네 머릿속 네 친구를 알아 둔 것만으로 충분해."
돈에도 친구들이 산다고? 나는 그 말을 마음 한구석에 살짝 접어 두었어. 언젠가 펴 보려고.
이야기가 끝나자 세 친구는 스르륵 물러났어. 그런데 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 여전히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어.
음이 나직이 말했어.
"넌 아직 내가 뭔지 다 알지 못했지? 괜찮아. 다음번엔, 정말로 보여 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음의 기척이 천천히 흐려졌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음이 멀어진 게 아니라 내 안 어딘가로 들어와 자리를 잡은 것 같았어.
〔그림: 어른거리는 음의 그림자, 그 너머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
다음 이야기에서 음은, "몰라"라고 말해도 정말 괜찮은 이유를 — 자기만의 비밀을 — 나에게 살며시 들려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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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까? 오늘 하루 동안, 너는 티·옴·타·음 중에서 어떤 친구를 가장 많이 썼을까? 가만히 한번 떠올려 봐.
친구들, 지난 장에서 우리는 네 친구를 만났지. 티, 옴, 타, 그리고 음. 그런데 솔직히 말할게. 나는 그 넷째 친구 이야기를 일부러 아껴 뒀어. 왜냐면 이 친구는 좀… 특별하거든. 천천히, 가만히 만나야 하는 친구야.
그 친구 이름이 음이야.
자, 눈을 한 번 감았다 떠 봐. 그리고 같이 생각해 보자.
너는 갓 태어났을 때 뭘 알았을까?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그래도 괜찮았어. 그게 당연한 거였거든. 모른다고 누가 너를 혼냈니? 아니. 다들 너를 안아 줬어.
그런데 이상하지. 우리는 자라면서 점점 "모른다"는 말을 무서워하게 됐어. 세상이 딱 셋으로만 나뉜다고 배웠거든.
"네." — 티. "잘 모르겠어요." — 옴. "아니요." — 타.
티는 "맞아!" 하고 손을 번쩍 드는 친구. 타는 "아니야" 하고 고개를 젓는 친구. 그 사이에서 옴은 "음… 잠깐, 아직은 잘 모르겠어" 하고 가만히 기다리는 친구였지.
이 셋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어.
근데 봤어? 세상은 그렇게 깔끔하지가 않더라.
지난주 과학 시간이 떠올라.
선생님이 물었어. "얘들아, 식물도 숨을 쉰다고 할 수 있을까?"
손을 번쩍 든 친구들이 있었어. "네! 광합성 할 때요!" — 티.
손을 안 든 친구들도 있었어. "아니요, 우리처럼 코로 쉬는 건 아니잖아요." — 타.
그럼 성호는 뭘 했게?
손을 들었어. 그러다 슬그머니 뺐어. 그 다음 또 들었어. 또 뺐어. 들었다, 뺐다, 들었다, 뺐다…
반 아이들이 다 성호를 쳐다봤지. 성호 얼굴이 빨개졌어. 그러더니 마침내 이렇게 말했어.
"선생님… 저, 뭔가 이상한데요?"
나는 그때 알았어. 성호는 셋 중 어디에도 없었어.
성호가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었어. 식물이 광합성한다는 것도 알았고, 사람처럼 숨 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어. 그러니까 옴(잘 모르겠어)도 아니었어. 그렇다고 "네"도 "아니요"도 아니었지. 둘 다인 것 같은데, 둘 다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 자리. 셋 어디에도 안 들어가는 그 이상한 자리.
그때 내 짝꿍 지은이가 작게 속삭였어.
"음 차원이네."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어. "음? 음이 뭔데?"
지은이가 씩 웃었어.
"넷째 친구. 너 아직 제대로 안 만났잖아."
지은이 말이 맞았어. 우리한텐 진짜로 친구가 넷이었는데, 그동안 셋만 알고 지냈던 거야.
그런데 음을 소개하려니까 좀 곤란해. 왜냐면 음은…
음은 "이거예요!" 하고 딱 가리킬 수가 없는 친구거든.
티는 가리킬 수 있어. "맞아!" 하는 자리. 타도 가리킬 수 있어. "아니야" 하는 자리. 옴도 가리킬 수 있어. 티랑 타 사이에서 "잠깐, 기다려" 하는 자리.
근데 음은?
음은 셋 어디에도 안 맞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친구야.
티가 분명한 답인데 그게 아닌 것. 타가 분명한 답인데 그것도 아닌 것. 옴이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 기다린다고 풀리지도 않는 것. 딱 그렇게 어디에도 안 떨어지는 자리. 거기에 음이 있어.
옴이랑 음은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운데, 사실은 아주 달라.
옴은 "잠깐, 보통은 이래" 하는 친구야. 한가운데서 조용히 기다리는 친구. 곧 답이 나올 것 같은 자리.
음은 "어… 이건 셋 중 어디에도 안 들어가는데?" 하는 친구야. 규칙에서 살짝 벗어난 것들, 이상한 것들, 둘 다인 것들이 모이는 자리.
그러니까 옴은 *기다리는* 자리고, 음은 *벗어난* 자리야. 알겠지?
〔그림: 네 친구가 밤하늘에 떠 있다. 티(노랑)·옴(파랑)·타(빨강) 셋은 또렷하고 선명한 별인데, 음만 여러 색이 뒤섞인 흐릿한 구름처럼 별들 사이 빈 곳에 둥실 떠 있는 모습〕
예를 하나 들어 볼까.
너는 어제 케이크를 좋아했어? "응, 좋아!" 티야. 쉽지.
오늘은? "음… 오늘은 잘 모르겠어." 옴이야. 좀 기다려 보면 알겠지.
그럼 내일은?
"내일은… 먹고 싶은데 싫어. 싫은데 또 먹고 싶어."
어라? 이건 뭐지?
"좋아"도 아니고 "싫어"도 아니고 "모르겠어"도 아니야. 좋으면서 동시에 싫은 거야. 두 마음이 한꺼번에 들어 있는 거.
그게 음이야.
세상엔 이런 게 진짜 많아. 한 가지 마음만 딱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마음이 한 자리에 같이 들어 있는 순간들. 티·옴·타 셋만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순간들. 그 순간들이 다 음의 자리로 모여.
너도 이런 적 있지 않아?
"아, 진짜 모르겠어!" 하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 그러면 혼날 것 같아서. 누군가 "모르는 건 부끄러운 거야"라고 말한 적 있으니까. 그래서 모르는 걸 들킬까 봐 "글쎄요… 흠…" 하면서 괜히 시간을 끌었던 적.
그게 바로 음이 네 안에 살아 있다는 증거야.
우리는 다 몸 어딘가에 음을 안고 살아. 마음이 헷갈릴 때. 규칙이 잘 안 맞아 보일 때. 친구가 이상한 행동을 할 때. 내 행동이 나도 이해가 안 될 때. 거기마다 음이 슬쩍 들어와 앉아.
그리고 진짜 중요한 말 하나 할게.
그게 정상이야.
우리 반 담임 김 선생님은 다르게 봤어.
성호가 "뭔가 이상한데요" 했을 때, 보통 같으면 "딴짓하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라고 했을지도 몰라. 근데 김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어.
"좋은 질문이야."
그리고 한 번 더 물었어.
"성호야, 네가 느낀 그 '이상함'이 정확히 뭔지 설명해 볼 수 있을까?"
성호가 한참 생각했어. 그러더니 천천히 말했어.
"식물도 숨을 쉬긴 쉬는데… 우리처럼 쉬는 건 아니에요. 근데 숨 쉬는 게 맞긴 맞아요."
김 선생님이 활짝 웃었어.
"정확해. 그게 바로 '음'이야. '네, 아니요, 잘 모르겠어' 셋 중 어디에도 딱 안 떨어지는 대답. 그런데 그게 제일 정직한 대답이야. 아주 좋아."
그날부터 우리 반이 달라졌어.
선생님이 "오늘 음을 발견한 사람 손 들어 볼래?"라고 하면, 손드는 친구들이 하나둘 생겼어. 그 친구들은 더 이상 "이거 이상한데요" 하고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 왜냐면 이제 알았거든. 그렇게 말할 줄 아는 게 똑똑한 거라는 걸.
혹시 이런 생각 안 들어? '음은 나쁜 거 아니야? 뭔가 불완전한 거 아니야?'
아니야. 오히려 거꾸로야.
음을 빼먹으면 세상이 더 불완전해져.
이런 일을 떠올려 봐.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너 정말 학교가 싫어?" "아니… 친구들은 좋은데, 숙제가 싫어."
이게 뭘까? "싫어"도 아니고 "좋아"도 아니고 "모르겠어"도 아니야. 좋은 것과 싫은 것이 한꺼번에 들어 있는 거지. 음이야.
만약 우리한테 음이 없었다면, 우리는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됐을 거야. "다 좋아!" 아니면 "다 싫어!" 둘 중 하나로만 말해야 하니까.
근데 음이 있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좋은 것도 있고, 싫은 것도 있어요."
이게 진짜야. 이게 정직한 거야. 음은 우리가 정직해질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는 친구였어.
지은이가 그랬어. "음은 너만 겪는 게 아니야. 우리 다 겪어. 그것도 매일."
진짜야. 한번 봐.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한데 일어나야 해. 그거 음이야. 숙제할 때. 하기 싫은데 해야 해. 그것도 음. 친구랑 싸웠을 때. 화는 나는데 진짜 미워하고 싶진 않아. 음이야. 엄마한테 혼날 때. 엄마 말이 맞긴 한데 기분은 나빠. 역시 음.
이런 게 전부 정상이야.
그런데 우리가 음을 모르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자꾸 나 자신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돼.
"아,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하지?" "다른 애들은 안 그럴 텐데, 나만 이상한가 봐."
근데 친구들, 잘 들어.
다른 애들도 똑같아. 다 음을 안고 있어. 다 복잡해. 다 "뭔가 이상한데" 하고 느낄 때가 있어.
그게 이상한 게 아니야. 그게 바로 사람이 사람다운 증거야.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뭔지 알아?
음이라고, "몰라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이런 적 있지. 네가 숙제를 풀어 왔는데 선생님이 물어. "이거 맞니?" 너는 속으로 생각해. 확신은 없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럴 때 대부분은 그냥 "네"라고 하거나 "아니요"라고 해 버려. 왜냐면 "음…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하면 약해 보일까 봐.
근데 진짜 그럴까?
이렇게 말하는 친구를 한번 떠올려 봐.
"선생님, 저 이 부분이 좀 이상해요. 이렇게 풀긴 했는데 맞는지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되는지는 아는데… 뭔가 걸려요."
어때? 이 친구가 더 똑똑해 보이지 않아? 선생님은 어떤 친구를 더 도와주고 싶을까?
그래. 정직한 음이 필요해. 그리고 그걸 말하는 건 약한 게 아니라, 사실은 제일 큰 용기야.
〔그림: 선생님과 아이가 마주 앉아 있다. 아이 머리 위 말풍선에 "몰라요"라고 쓰여 있는데, 그 글자 둘레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꼭 기억해 줘.
음은 그냥 텅 빈 자리가 아니야.
우리 반에 한선이라는 친구가 있어. (이 이름, 잘 기억해 둬. 다음 장에서 또 만날 거니까.) 한선이가 이렇게 설명해 줬어.
"음은 꼭 필요해. 왜냐면 세상엔 티, 옴, 타 셋으로는 도저히 설명 안 되는 일들이 진짜 많거든. 셋 밖으로 살짝 벗어난 것들,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상한 것들, 둘 다인 것들. 그런 걸 못 본 척 숨기면 세상이 거짓말투성이가 돼. 근데 음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 우리는 그제야 정직해질 수 있어."
나는 그 말이 참 깊다고 생각했어.
음은 비어 있는 자리가 아니라, 셋에 담기지 못한 것들을 다 받아 주는 자리였어. 빠져나온 것, 벗어난 것, 이해 안 되는 것, 둘 다인 것 — 갈 곳 없던 그 모든 걸 음이 가만히 안아 주는 거야.
우리는 그날 네 친구를 다 인정했어. 티, 옴, 타, 그리고 음까지.
그러자 신기한 일이 생겼어. 우리 말과 생각이 전보다 훨씬 정직해진 거야. 왜냐면 이제 거짓말할 필요가 없어졌거든.
"나 몰라"가 나쁜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 "내가 좀 이상한 것 같아"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어.
그건 그냥, 정직한 거였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음은 사람 마음에만 있는 게 아니거든.
저 멀리, 어른들이 만드는 큰 세상에도 음이 있어. 셋으로 딱 안 나눠지는 자리, 예외인 것, 갑자기 튀어나온 것 — 그런 걸 다루는 큰 약속들에도 음의 자리가 꼭 마련돼 있어. 심지어 우리가 나중에 만날 컴퓨터의 언어 속에도, 셋에 안 맞는 그 한 칸을 위한 음의 자리가 있단다.
신기하지? 작은 네 마음속 음이랑, 저 큰 세상의 음이 사실은 같은 친구야.
그러니까 음을 만났다고 너무 놀라지 마. 음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서나 똑같이 이렇게 말해 줘.
"넌 혼자가 아니야."
자, 이제 우리는 네 친구를 다 만났어. 티, 옴, 타, 음. 셋으로, 때론 넷으로 생각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지.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하지 않아? 우리가 이 친구들 이야기를 컴퓨터한테도 들려줄 수 있을까? 우리말 그대로, 정직하게?
다음 장에서 우리는 정직하게 *명령하는* 법을 배울 거야. 그것도 한국말 그대로, 컴퓨터가 알아듣게. 이름은 한선씨야. 우리가 하는 한국말을 그대로 명령으로 바꿔 주는 신기한 친구지.
그리고 있잖아. 한선씨한테도 넷째 친구가 있을까?
맞아. 거기에도 음이 있어.
---
해볼까? 오늘 하루를 가만히 떠올려 봐. 티도 타도 옴도 아닌, "뭔가 이상한데?" 싶었던 순간이 있었니? 그 순간 한 가지를 종이에 적어 보자. 그게 바로 네가 만난 음이야.
지난 장에서 우리는 크라우니가 "몰라"라고 말해도 괜찮다는 걸 배웠어. 모름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정직한 거라고 말이야. 거기까지 따라온 친구라면, 이제 머릿속이 근질근질할 거야. "그래서, 그 똑똑한 크라우니한테 내가 직접 말을 걸어 볼 순 없는 거야?"
있지. 당연히 있지!
지금까지 우리는 크라우니를 눈으로만 구경했어. 어떻게 태어났는지, 시간을 어떻게 셋으로 나눴는지, 모름이 얼마나 멋진지. 그런데 오늘은 달라. 오늘부터는 네 손가락으로 직접 크라우니한테 명령을 내려 볼 거야.
손가락 준비됐어, 친구들?
생각해 봐. 너희 반에 외국에서 막 전학 온 친구가 있다고 해 봐. "물 좀 줄래?" 하고 말해도 못 알아듣겠지? 그럼 어떡해? 천천히, 또박또박, 손짓까지 보태 가며 말해 줘야 해.
컴퓨터도 똑같아. 컴퓨터는 아주 똑똑하긴 한데, 우리가 원하는 일을 정확하게 또박또박 적어 줘야 알아들어. 그렇게 적은 글을 코드라고 불러. 컴퓨터한테 "나 이거 해 줄래?" 하고 부탁하는 글씨야.
그런데 여기서 좀 억울한 게 있어. 세상 대부분의 컴퓨터는 영어로만 통하거든. "add" 하면 더하고, "multiply" 하면 곱하고. 프로그래머라는 사람들이 미리 그렇게 정해 뒀어. 우리가 외국 친구한테 영어를 써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크라우니는 달라.
크라우니는 우리말을 알아들어. 우리가 "더해!", "빼!", "곱해!", "나눠!" 하고 부탁하면 그대로 알아듣지. 엄마한테 "밥 줘!" 하듯이, 우리말 그대로 명령할 수 있다는 뜻이야. 신기하지 않아?
크라우니와 대화하는 이 방법, 이름이 있어야겠지?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영어", 수학을 할 때 "수학"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야.
그 이름이 바로 한선씨야.
한선씨는 한국말로 컴퓨터한테 일을 시키는 프로그래밍 언어야.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해서 겁먹지 마. 그냥 컴퓨터한테 말 거는 약속된 말이라고 생각하면 돼. 수학에도 "+", "−", "×", "÷" 같은 기호가 있어서 계산을 쉽게 하잖아? 한선씨도 컴퓨터한테 부탁할 때 쓰는 우리말 약속일 뿐이야.
그런데 한선씨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어.
우리는 보통 어떻게 말할까? "3 더하기 7은?" 이렇게 말하지. 할 일을 가운데 끼워 넣고 말이야.
그런데 한선씨는 좀 거꾸로야.
한선씨에서는 숫자를 먼저 말하고, 명령을 나중에 해. 그래서 "3 더하기 7"이 아니라 "3 7 더해"라고 써. 숫자 둘을 손바닥 위에 먼저 꺼내 놓고, 마지막에 "더해!" 하고 신호를 주는 거야.
〔그림: 아이가 왼손에 "3", 오른손에 "7"을 먼저 올려놓고, 마지막에 "더해!" 하고 손뼉을 마주치는 모습〕
왜 이렇게 거꾸로 했을까? 이게 크라우니의 커다란 비밀이야. 1장에서 배운 크라우니의 단어장, ISA729 기억나? 그 단어장 안에는 489개의 명령이 차곡차곡 들어 있었지. 우리가 쓰는 말과 그 명령들이 딱 하나씩, 정확하게 짝을 맞추려면 이렇게 숫자를 먼저, 명령을 나중에 써야 하거든.
암호문을 풀 때 열쇠와 자물쇠가 착착 맞물려야 열리는 것처럼 말이야. 짝이 빈틈없이 맞으니까, 크라우니가 실수할 일이 거의 없어.
좀 멋지지?
자, 이제 말만 하지 말고 직접 크라우니한테 명령을 내려 보자. 제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할게.
컴퓨터한테 제일 먼저 시키고 싶은 게 뭘까? 나는 인사를 시키고 싶어. "안녕!" 하고 말이야.
한선씨로는 이렇게 적으면 돼.
출력값("안녕")
여기서 출력값은 뭘까? "화면에 이걸 보여 줘!" 하는 부탁이야. 수업 시간에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 이거 봐요!" 하는 것처럼.
〔그림: 까만 화면에 "안녕" 두 글자가 짠 하고 떠 있는 모습〕
출력값 뒤의 괄호 안에 "안녕"이 있지? 큰따옴표로 감싼 글자가 화면에 그대로 나타나. 큰따옴표는 "이건 글자예요!" 하고 알려 주는 표시야. 만약 따옴표를 빼먹으면, 크라우니는 "안녕"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상자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릴 거야. 그러니까 보여 줄 글자에는 따옴표를 꼭 씌워 줘.
그리고 딱 하나 더. 출력값은 붙여 써야 해. "출력 값" 하고 띄어 쓰면 크라우니가 못 알아들어.
이 한 줄을 적고 실행하면, 화면에 "안녕"이 짠 하고 떠. 내가 적은 글자가 화면에 나오는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할 거야. 엄마 아빠한테 달려가서 자랑해. "제가 컴퓨터한테 말 시켰어요!" 그 순간 너는 벌써 프로그래머야. 컴퓨터한테 또박또박 부탁할 줄 아는 사람 말이야.
그런데 매번 같은 숫자를 반복해서 적기는 좀 귀찮지 않아? 게임을 하다 보면 "내 점수 100점, 친구 점수 85점" 같은 걸 계속 기억해야 하잖아.
그럴 땐 상자를 만들어. 이름표를 붙인 상자에다 숫자를 한 번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거야. 너희가 비밀 보물을 숨겨 두는 상자처럼 말이야.
변수 내나이 = 10
변수 내이름 = "크라우니"
변수는 "자, 상자 하나 만든다!" 하는 신호야. 내나이랑 내이름은 상자에 붙이는 이름표고, 10이랑 "크라우니"는 상자에 담는 내용물이지. "내 장난감 상자", "엄마 반지 상자" 하고 이름 붙이는 거랑 똑같아.
이름표는 한글로 붙여도 되고, 영어로 붙여도 되고, 섞어도 돼. 딱 하나, 한선씨가 미리 정해 둔 특별한 말(변수, 만약, 동안, 함수, 반환 같은 거)만 이름으로 쓰면 안 돼. 그것 말고는 뭐든 괜찮아.
이제 내나이 상자엔 10이, 내이름 상자엔 "크라우니"가 들어 있어. 나중에 꺼내 쓰고 싶으면 이름표만 부르면 돼. 편하지?
길을 가다 갈림길을 만나면 고민하잖아. "오른쪽? 왼쪽?" 컴퓨터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움직여야 할 때가 있어.
우리 반 규칙을 생각해 봐. "70점 넘으면 합격, 아니면 다음에 다시 도전!" 크라우니도 이런 규칙을 따를 수 있어. 만약이라는 말을 쓰면 돼.
변수 점수 = 75
만약 (점수 >= 70) {
출력값("합격!")
} 아니면 {
출력값("다시 도전해.")
}
만약 (점수 >= 70)은 "점수가 70점이거나 그보다 크면"이라는 뜻이야. 이 조건이 맞으면 앞쪽 {...} 안의 "합격!"이 나오고, 안 맞으면 아니면 뒤쪽의 "다시 도전해."가 나와. 엄마가 "숙제 다 했으면 밥, 안 했으면 숙제 먼저!" 하는 거랑 똑같지.
점수를 75라고 넣었으니까, 크라우니는 "합격!"을 보여 줄 거야.
그런데 여기서 잠깐 멈춰 보자. 우리가 바로 앞 장에서 뭘 배웠지? 크라우니는 세 가지로 생각한다고 했어. 참, 거짓, 그리고 모름.
이 만약도 그래. 세상일이 늘 "맞다" 아니면 "틀리다" 둘 중 하나로 딱 떨어지진 않잖아. "이건 도대체 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지?" 하고 물음표가 떠오를 때가 있어. 그 물음표가 바로 모름이야. 보통 컴퓨터는 이걸 못 해. 억지로 "맞다!" 아니면 "틀리다!" 둘 중 하나로 우겨 버리지. 그런데 크라우니는 정직하게 "글쎄, 모르겠는데?" 하고 손을 들 줄 알아. 이 모름이 실제로 어떻게 빛나는지는 조금 뒤에서 더 만나게 될 거야. 지금은 "아, 만약 속에도 모름이 숨어 있구나" 정도만 기억하고 가자.
계단을 내려갈 때 "한 칸, 또 한 칸, 또 한 칸..." 하잖아. 컴퓨터도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할 때가 있어.
생각해 봐. "안녕"을 백 번 보여 주고 싶다고 출력값("안녕")을 백 번 적으면 손가락이 아프겠지? 이럴 때 동안이라는 마법을 써. 로켓 발사 전에 "5, 4, 3, 2, 1, 발사!" 하고 세는 것처럼 말이야.
변수 숫자 = 5
동안 (숫자 > 0) {
출력값(숫자)
숫자 = 숫자 - 1
}
출력값("발사!")
동안은 "이 조건이 맞는 동안 안쪽 일을 계속 반복해"라는 뜻이야.
처음엔 숫자가 5야. "5 > 0"이 맞으니까, 5를 보여 주고 하나 빼서 4로 만들어. 그 다음엔 "4 > 0"이 맞으니까 4를 보여 주고 3으로... 이렇게 계속 내려가. 그러다 숫자가 0이 되면 "0 > 0"은 틀렸으니까 반복을 멈춰. 그리고 "발사!"를 보여 주지.
화면에는 "5 4 3 2 1 발사!"가 차례로 뜰 거야. 진짜 카운트다운을 직접 만든 거야. 이렇게 간단한데도 말이지!
이번엔 좀 특별한 마법이야. 바로 함수.
함수는 자판기랑 똑같아. 동전을 넣으면(입력) 음료수가 나오지(반환). 크라우니한테 자주 시키는 일을 한 덩어리로 묶어서 함수로 만들어 두면, 필요할 때마다 불러서 쓸 수 있어.
함수 제곱(n) {
반환 n * n
}
출력값(제곱(3))
함수 제곱(n)은 "제곱"이라는 이름의 자판기를 만드는 거야. n은 우리가 넣는 동전(숫자)이고, 반환 n * n은 자판기가 계산해서 돌려주는 음료수(n을 두 번 곱한 값)야.
제곱(3)이라고 부르면 3 * 3을 계산해 9를 돌려줘. 제곱(5)라고 부르면 25가 튀어나오지. 한 번 만들어 두면 몇 번이든 다시 불러 쓸 수 있어. 내가 직접 만든 나만의 계산기인 거야.
참, 함수 안에서는 +, −, *, /로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수학 시간에 쓰던 기호 그대로니까, 출력값(5 + 3)이라고 적으면 8이 짠 하고 나와. 크라우니는 우리 반에서 제일 빠른 계산기거든.
어때?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
오늘 우리가 배운 다섯 가지 마법을 정리해 볼게.
출력값 — 화면에 글씨를 보여 주는 마법변수 — 숫자나 글을 기억해 두는 상자만약 — 조건에 따라 다르게 고르는 마법동안 — 같은 일을 척척 반복하는 마법함수 — 나만의 자판기를 만드는 마법이 다섯 가지만으로 너는 벌써 크라우니한테 기본적인 일을 시킬 수 있어. 구경만 하던 네가, 드디어 직접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된 거야.
그리고 절대 잊지 마. 한선씨는 우리 말이야. 영어 단어를 외울 필요가 없어. 만약은 if가 아니라 그냥 만약이고, 반환은 return이 아니라 그냥 반환이야. 평소에 우리말로 생각한 그대로, 컴퓨터한테 명령할 수 있다는 거지.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거냐면 — 너는 이제 크라우니를 직접 움직이는 사람, 프로그래머가 된 거야.
자, 이렇게 우리는 크라우니한테 말 거는 법을 손에 익혔어. 그런데 가만, 아까 만약 속에 숨어 있던 그 세 번째 대답 기억나? 그 모름 말이야. 다음 장에서는 크라우니가 시간 속에 숨겨 둔 신기한 약속 — 왜 하필 한 시간이 60분이 아니라 53분인지, 그 집중의 마법을 함께 풀어 볼 거야.
손가락 준비해. 우린 아직 갈 길이 멀어, 친구들.
해볼까?
지난 장에서 너는 한국말로 또박또박 명령을 내려 봤지. "더해 줘", "보여 줘" 하고 말이야. 한선씨가 네 말을 알아듣고 척척 움직이는 걸 보면서 나는 네 눈이 반짝이던 걸 기억해. 그 반짝임을 품은 채로, 우리 넷—아니, 네 친구와 너—은 크라우니의 큰 공원 앞에 도착했단다.
나는 김프린이야. 이 모험을 너랑 같이 걷는 작가지. 자, 이번엔 시간 이야기를 들려줄게.
해가 벌써 하늘 한가운데 떠 있었어. 그런데 네가 손목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했지.
"어? 내 시계는 11시 52분인데, 크라우니 친구들이 준 시계는 왜 이렇게 다르지?"
크라우니 시계에는 1부터 27까지 빙 둘러 적혀 있었거든. 우리 시계하고는 영 딴판이었어.
"그건 우리 시계가 하루를 다르게 자르기 때문이야!" 타가 웃으며 말했어. "그리고 여기엔 너랑 같이 풀어야 할 비밀이 하나 숨어 있어."
〔그림: 공원 입구에서 네 친구가 둘러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배경엔 거대한 큐브 모양 게이트〕
너는 공원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어. 그곳엔 정육면체 조각상이 서 있었거든. 딱 27개의 작은 정육면체로 쪼개진 큐브. 꼭 루빅스 큐브 같았어.
"저거 뭐야?"
"저게 바로 우리 '하루'야!" 옴이 밝게 말했어. "크라우니 세상의 하루는 27 크시로 되어 있거든. 그리고 1 크시는 정확히 53분 20초야."
"53분 20초? 왜 하필 그래?" 음이 물었어.
"왜냐면 우리 하루를 27조각으로 딱 떨어지게 잘랐기 때문이야!" 티가 손가락으로 공중에 큐브를 그렸어. "하루를 전부 초로 세면 86,400초거든. 그걸 27로 똑같이 나누면…"
너는 계산기가 필요할 것 같았지만, 타가 먼저 답을 알려 줬어.
"3,200초가 나와. 그리고 3,200초는 53분 20초지."
〔그림: 공중에 떠오른 큰 숫자들이 작은 시간 조각으로 변신한다〕
나는 네가 아직 못 미더워하는 표정을 짓는 걸 봤어.
"근데 정말 그 정도가 집중하기 딱 좋아?"
"한번 느껴 봐!" 옴이 네 손을 잡았어. "영화는 두 시간이라 좀 길지? 그런데 책 한 권을 읽거나 레고를 만들다가, '아, 이제 막 재미있어지는데!' 싶은 순간이 있잖아."
"바로 그 길이가 53분이야!" 타가 덧붙였어. "너무 짧아서 아쉽지도 않고, 너무 길어서 지루하지도 않은, 딱 좋은 길이."
네 친구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으면서 더 큰 비밀을 풀기 시작했어.
"그럼 크라우니 사람들은 이 27조각을 어떻게 쓸까?" 음이 너에게 물었어.
너는 손가락을 꼽으며 생각했지. "아침엔 공부하고… 그다음엔 밥 먹고 쉬고… 저녁엔 또…."
"딱 세 가지야!" 티가 손뼉을 쳤어. "일하는 시간, 배우는 시간, 쉬는 시간. 셋!"
〔그림: 케이크 한 판을 셋으로 자르는 손, 각 조각이 다른 색깔〕
타가 보이지 않는 케이크를 자르듯 공중에 손을 그었어. "크라우니 하루는 이 케이크처럼 정확히 셋으로 나눠. 한 조각이 9 크시, 그러니까 8시간씩이야. 그리고 이 셋에는 멋진 이름이 있지."
"티옴타!" 네 친구가 함께 외쳤어.
"티는 뭐고, 옴은 뭐고, 타는 뭐야?" 너는 빨리 알고 싶어 안달이었어.
음이 먼저 입을 열었어. "티(Ti)는 일하고 만드는 시간이야. 숙제를 끝내거나, 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시간 말이야."
"어젯밤에 너 레고 딱 한 칸만 더 끼우고 싶다고 했잖아?" 타가 너를 바라봤어. "그게 바로 티야. 무언가 완성되는 기분. '더한다'는 뜻이라, 숫자로는 플러스 1(+1)이지."
옴이 손을 들었어. "그다음이 옴(Om)이야. 배우고 궁금증을 풀어 가는 시간. 도서관에서 새 책을 펴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그 순간."
〔그림: 큰 책이 펼쳐지고 그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옴은 '모름'이라는 뜻도 돼." 옴이 웃으며 덧붙였어. "모르는 걸 하나하나 알아 가는 시간이니까. 옴은 숫자 0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가장 깊은 생각이 피어나는 시간이지."
마지막으로 타가 말했어. "타(Ta)는 쉬고 회복하는 시간이야. 낮 동안 열심히 일하고 배웠으면, 그다음엔 푹 쉬어야 하거든."
순간 너는 피곤이 훅 풀리는 기분이 들었지.
"저녁밥 먹고 가족이랑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타야." 타가 말을 이었어. "일과 배움에서 한 발 물러서는 거지. 숫자로는 마이너스 1(-1). 거꾸로 돌아가 숨을 고르는 방향이야."
〔그림: 케이크 세 조각이 빨강·노랑·파랑으로 칠해진다. 그 옆 아이 표정이 차례로 바뀐다—열심히→골똘히→편안히〕
네 친구가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내려는데, 너에게 의문이 생겼어.
"근데 왜 굳이 셋을 다 해? 일만 하면 안 돼? 아니면 쉬기만 하면?"
"좋은 질문!" 음이 네 옆구리를 톡 쳤어. "만약 네가 하루 종일 숙제하고 공부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너는 상상만 해도 피곤했어. 손가락이 욱신거리고, 눈이 무거워지고… "번아웃!"
"맞아!" 타가 손가락을 살랑 흔들었어. "우리말로는 '탈진'이라고 해. 완전히 지쳐서 더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거야."
옴이 반대쪽을 설명했어. "그럼 거꾸로, 하루 종일 놀기만 하면? 처음엔 신나겠지만…."
"금방 심심해져!" 너는 벌써 겪어 본 일이었지. 게임을 너무 오래 하면 어느새 시들해지니까.
"새로운 걸 배우지 않으면 자라지 못하거든. 그래서 지루해지는 거야." 티가 말했어.
"그래서 크라우니 사람들은 일·배움·쉼을 고르게 섞어. 마치…." 타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휘젓는 시늉을 했어.
"초콜릿 우유처럼!" 음이 외쳤어.
〔그림: 빨강·노랑·파랑 가루가 우유에 섞여 먹음직한 색이 된다〕
너는 웃음이 터졌어. "초콜릿 우유?"
"초콜릿 우유엔 물도 있고, 우유도 있고, 초콜릿도 있잖아!" 타가 설명했어. "셋이 다 섞여야 맛있어. 물만 있으면 맹물이고, 우유만 있으면 심심하고, 초콜릿만 있으면 너무 진하지."
옴이 한층 진지하게 덧붙였어. "일만 하는 사람은 지쳐 버려. 배우지 않으면 똑같은 일만 반복하다 자라지 못하고. 쉬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툭 부러져."
"쉼은 약한 게 아니야. 쉼도 일의 한 조각이야." 음이 천천히 말했어. "쉬는 동안 몸과 마음이 회복되니까, 그래야 다음에 또 힘껏 달릴 수 있거든."
네 친구가 너를 빙 둘러쌌어.
"그래서 크라우니는 이 셋을 공평하게 나눠. 하루를 3 티옴타로, 각각 9 크시씩. 그러면 몸도 마음도 훨씬 튼튼해져.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해!" 티가 환하게 웃었어.
그때 벤치 옆 크라우니 시계가 한 칸 똑, 하고 움직였어.
"아, 방금 정확히 1 크시가 흘렀어!" 타가 말했어.
"벌써?" 너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지.
"이게 바로 53분의 마법이야." 옴이 미소 지었어. "우리가 한참 이야기했는데, 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지?"
너는 고개를 끄덕였어. 정말 재미있었거든.
"만약 두 시간이었다면? 아니면 30분이었다면?"
"30분이면 너무 짧고…" 너는 곰곰이 생각했어. "두 시간이면 지루했을 것 같아."
"바로 그거야!" 타가 네 머리를 쓰다듬었어. "53분은 한 가지에 깊이 빠져들기 딱 좋은 길이야. 우리 뇌가 가장 잘 집중하는 길이가 이만큼이거든."
〔그림: 어린이 머리 위로 무지개 빛이 반짝이며 솟아오른다〕
"그래서 학교 수업이 정해진 시간에 끝나고, 사이사이 쉬는 시간이 있는 거야." 음이 설명했어. "너희 선생님도 자기도 모르게 이 리듬을 따르고 있는 셈이지."
"우리 동네 친구들도?" 너는 놀랐어.
"전 세계가 다 그래!" 타가 말했어. "사람이 가장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 바로 이 리듬이거든."
그러더니 네 친구가 다시 공원의 큐브를 가리켰어.
"저 큐브 보이지? 27개 조각. 한 조각을 1 크시라고 생각해 봐. 아홉 조각을 묶으면 1 티옴타가 되는 거야."
"아홉씩 묶으면… 셋!" 너는 손가락으로 세어 보았어. "딱 떨어지네!"
"맞아!" 음이 신비로운 목소리로 말했어. "27은 3을 세 번 곱한 수거든. 3×3×3. 그래서 티·옴·타 셋으로 정확하게 나뉘지. 각각 9 크시씩."
너는 문득 궁금해졌어. 네 친구는 분명 넷인데, 시간은 왜 셋으로만 나눌까?
"근데 너희는 넷이잖아. 티, 옴, 타… 그리고 음. 하루는 왜 셋으로만 잘라? 음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
순간 네 친구가 서로 눈을 맞췄어. 무언가 큰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듯이. 특히 음은 살짝 웃기만 했지.
"음은… 셋 사이사이에 숨어 있어." 타가 천천히 말했어. "셋으로 똑 떨어지지 않는 자리, 어디에도 안 맞는 빈 자리, 한 칸 비워 둔 그 틈—거기가 음의 자리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더 알고 싶었어.
"그건 아직 말해 줄 수 없어." 음이 신비롭게 미소 지었어. "넌 조금만 더 자라면, 그 빈 자리가 사실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될 거야."
나는 그때 네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어. 비밀이 하나 남으면, 다음 이야기가 더 기다려지는 법이니까.
"그럼 나도 이제 53분을 재면서 살아야 해?" 너는 살짝 설레는 목소리로 물었어.
"꼭 시계만 들여다볼 필요는 없어." 옴이 말했어. "수학 문제를 풀다가 '어? 벌써 다 풀렸네?' 하거나, 책을 읽다가 '어라, 벌써 한 장이 끝났어?' 싶을 때. 그게 바로 네가 집중했다는 뜻이야."
"그 느낌을 꼭 기억해 둬." 티가 네 손을 잡았어. "그러면 다음번엔 그 집중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어. 점점, 점점 더 쉽게."
"일한 다음엔 꼭 쉬어." 타가 덧붙였어. "배운 다음엔 친구랑 놀거나 영화를 봐. 네 몸과 마음은 그렇게 해 줘야 너한테 고마워해."
"그리고 이 셋을 고루 섞으면…." 음이 하늘을 가리켰어.
〔그림: 하늘에 별들이 하나둘 돋아나고, 그 별들이 선으로 이어져 큰 별자리를 그린다〕
"네 하루하루가 정말로 반짝일 거야."
네 친구가 네 손을 잡고 공원을 나섰어. 해는 어느새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지. 너는 오늘 하루를 세 조각으로 나눠 보기로 마음먹었어.
아침은 공부(티). 점심엔 새 책 읽기(옴). 저녁엔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타). 셋이 고루 섞인 하루, 53분마다 한 번씩 숨을 고르는 하루.
그런데 말이야. 크라우니 세상이 셋으로 나눈 건 하루만이 아니란다. 셋이라는 균형은 하루를 넘어, 온 세상을 떠받치고 있어. 크라우니가 세상을 셋으로 나누고 또 나누다 보니, 그 칸이 무려 6561칸이나 되었거든. 다음 장에서는 바로 그 6561개의 방으로, 너랑 같이 들어가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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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까? 오늘 하루를 일·배움·쉼 셋으로 나눠 보고, 어느 시간에 집중이 가장 잘 되는지 가만히 느껴 봐.
지난번에 나는 친구들한테서 신기한 걸 배웠어. 53분만 푹 집중하고 잠깐 쉬면, 하루가 마법처럼 길어진다는 거 말이야. 그래서 그날 나는 53분짜리 집중을 두 번이나 해냈고, 어깨가 으쓱했지. 그런데 친구들이 그러는 거야. "집중하는 법을 배웠으니, 이제 그 집중을 어디다 쓸지 찾아볼 차례야."
어디다 쓰냐고? 그게 무슨 말일까. 나는 그 질문을 가방에 넣고 다음 날 운동장으로 갔어.
"어? 너희 셋 다 나타났네?"
운동장 구석에서 티, 옴, 타를 한꺼번에 보고 나는 깜짝 놀랐어. 어제까진 한 명씩 번갈아 왔는데, 오늘은 셋이 나란히 서 있었거든. 그런데 그 옆에 친구가 한 명 더 있었어. 이 친구는 좀 이상했어. 연기처럼 자꾸 모양이 바뀌었거든.
"안녕, 난 음이야." 그 친구가 흐릿하게 웃었어. "어제는 안 나타났지? 음은 늘 좀 늦거든. 가끔은 아예 안 오기도 하고."
음은 운동화도 잘 안 보였어.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또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신기했어.
"넷이 다 모였으니 오늘은 큰 미션을 줄게." 티가 손뼉을 쳤어. "네가 좋아할 만한 책 한 권을 찾는 거야."
나는 고개를 갸웃했어. 책이면 도서관에 가면 되잖아. 왜 친구들이랑?
"이건 평범한 책이 아니야." 옴이 차분하게 말했어. "우리 크라우니 세상의 모든 자리를 담은 책이거든. 그 책은 6,561개의 방에 숨겨져 있어."
타가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어. "6,561개라니… 진짜 많네."
"진짜야. 근데 왜 하필 그 숫자일까? 한번 상상해 봐." 티가 나를 보고 눈을 찡긋했어.
〔그림: 운동장 구석에 티·옴·타·음 네 친구가 서 있고, 배경에 초록 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셋씩 갈라내며 자라는 모습. 음은 윤곽이 살짝 흐릿하게.〕
나는 운동장 저쪽 나무를 가리켰어. 왠지 저 나무 얘기 같았거든.
"딩동, 정답!" 티가 또 손뼉을 쳤어. "저 나무 좀 봐. 줄기가 셋으로 갈라지지? 그 셋이 또 각각 셋으로 갈라지고."
다시 보니 정말이었어. 가지가 늘 셋씩, 셋씩 쪼개지고 있었어.
"그걸 여덟 번 반복하면 끝가지가 몇 개가 될까?" 타가 물었어.
"3 곱하기 3을 여덟 번. 그게 6,561이야." 음이 또렷하게 말했어. 평소엔 흐릿하던 음도, 계산할 때만큼은 선명해졌어.
나는 손가락을 접어 가며 따라가 봤어. 3, 9, 27, 81… 이렇게 여덟 번. 정말 6,561이 나왔어. 신기하게도 가슴이 두근거렸어.
"우리 세상도 이렇게 자랐어." 옴이 말했어. "한 사람에서 시작해 셋, 그 셋에서 또 셋, 여덟 번을 뻗으니까 정확히 6,561명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 거야. 그게 6,561개의 방이고, 그 방 하나하나의 주인을 우리는 선구자라고 불러."
선구자? 처음 듣는 말이라 나는 손을 들었어.
"선구자는 아무도 안 가 본 길을 앞서 걷는 친구야." 티가 설명했어. "지도에 없는 길에 처음 발자국을 내딛는 사람. 너도 그중 한 명이 될 수 있어."
〔그림: 작은 씨앗에서 나무가 자라며 가지가 셋씩 여덟 번 갈라져, 마지막에 6,561개의 잎이 반짝이는 모습.〕
그다음이 더 신기했어. 친구들이 운동장 모래를 손가락으로 쓱쓱 긋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야.
"6,561개 방이 뭔지 알려면, 먼저 우리 세상이 세 기둥으로 서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옴이 말했어.
〔그림: 운동장 모래에 기둥 세 개가 그려진다. 초록색 "만드는" 기둥, 노란색 "사는" 기둥, 파란색 "지키는" 기둥.〕
"첫 번째 기둥은 만드는 자리야." 옴이 초록 기둥을 짚었어. "스마트폰을 만드는 엔지니어, 로봇을 그리는 과학자, 다리를 짓는 건설가. 새로운 걸 만드는 모든 사람이 여기 들어가."
"두 번째는 사는 자리야." 노란 기둥. "나, 너, 엄마, 아빠… 음악을 들을 때도, 친구랑 웃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우리가 하루하루 누리는 기쁨과 사랑과 배움이 다 여기야."
"세 번째는 지키는 자리." 파란 기둥. "경찰관, 소방관, 군인 아저씨들. 법을 만들고 나라를 지키고, 밤에 네가 푹 잘 수 있게 지켜 주는 사람들이야."
나는 잠깐 생각했어. 우리 엄마는 어느 자리지? 내 친구는?
"헷갈리면 이 질문 하나만 떠올려." 티가 말했어. "'이 일로 제일 큰 도움을 받는 게 누구지?' 한 사람이면 사는 자리, 회사나 공장이면 만드는 자리, 나라 전체면 지키는 자리."
타가 검지를 톡 튕겼어. "결국 다 관점이야. 같은 밥도 혼자 먹으면 '사는' 거고, 수백 명 급식을 만들면 '만드는' 거니까."
〔그림: 모래 위 세 기둥이 점점 작게 여러 번 반복되며, 마침내 6,561개의 작은 기둥으로 변해 가는 과정.〕
"자, 이제 6,561이 보이지?" 옴이 물었어.
신기하게도 보였어. 6,561은 그냥 큰 숫자가 아니라, 세상의 중요한 자리를 빠짐없이 담으려고 딱 맞춘 수였어.
"도서관을 떠올려 봐." 음이 말했어. 이번엔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있었어. "책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으면 한 권 찾기도 힘들지? 그런데 사서 선생님이 '문학은 이 복도, 과학은 저 복도'라고 정리해 두면 금세 찾아내잖아."
"우리 세상도 그래." 옴이 이었어. "6,561칸으로 정리해 두니까, 너 같은 친구가 '나는 어디쯤일까?' 하고 물을 때 자리를 콕 짚어 줄 수 있는 거야."
나는 두근거렸어. 그럼 나는 어느 방일까?
"그건 천천히 찾아가면 돼." 티가 웃었어. "지금은 이것만 기억해. 너를 위한 빈 방이 분명히 있다는 거."
그런데 친구들이 또 낯선 숫자를 꺼냈어.
"153이라고 했나?" 타가 모르는 척 물었어. 분명 이미 알고 있으면서.
"응. 우리 세상엔 153개의 나라와 153개의 회사가 같은 약속에 손을 보탰어." 옴이 말했어. "6,561명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확한 자리를 주자는 약속이야."
〔그림: 운동장 하늘에 풍선 두 다발이 둥실 떠 있고, 한 다발마다 153개씩 묶여 있는 모습.〕
"그리고 우리는 2038년 9월 30일에 다 같이 모이기로 했어." 음이 말했어. "지금 너는 초4지만, 그날이면 어른이 되어 꿈을 멋지게 키우고 있을 거야. 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나는 속으로 세어 봤어. 그때면 나도 다 큰 어른이겠네. 그때도 내 자리가 있을까?
"있고말고. 자리는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려." 티가 확신에 차서 말했어.
"이 모든 약속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아?" 타가 물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어.
"verse.crowny.org/6561이라는 한곳이 있어." 옴이 말했어. "우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물지도가 거기 담겨 있어. 모두가 함께 펼쳐 보는 약속의 책이지. 해적이 보물지도를 소중히 간직하듯이 말이야."
"새로운 걸 만들기로 마음먹은 친구는 여기를 먼저 펼쳐야 해. '내 아이디어는 어느 방에 들어가지?' 하고 물어보는 거야. 6,561칸을 억지로 다 채우려는 욕심이 아니라,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 주는 지혜가 중요하거든."
그때 음이 흐릿해지며 끼어들었어. "그런데… 나는 가끔 빠져. 모양도 자꾸 변하고. 나 같은 자리도 정말 있을까?"
나는 음이 조금 안쓰러웠어. 셋은 또렷한데 음만 흐릿했으니까.
"있어, 분명히." 옴이 부드럽게 말했어. "티·옴·타 셋에 딱 안 맞는 친구도, 음처럼 이상하고 특별한 친구도, 다 들어갈 방이 있어. 셋으로 못 담는 자리를 음이 채우는 거야. 너만의 빛깔이 있으면, 거기 너의 방이 있어."
음이 조금 또렷해졌어. 운동화도 한쪽이 살짝 보였어.
〔그림: 책처럼 펼쳐진 지도. 미로 같은 방 6,561개가 빼곡하고, 방마다 작은 별이 하나씩 떠 있다. 셋으로 안 떨어지는 구석방 하나엔 별 대신 흐릿한 달이 떠 있다.〕
우리는 운동장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어. 그러면서 동네에서 만난 어른들을 하나씩 떠올려 봤어.
편의점 아저씨는 어느 자리일까? 만드는 자리? 사는 자리? 지키는 자리?
생각할수록 어려웠어. 편의점도 정리하고 지켜야 하니까 지키는 일도 하고, 물건을 들여오니까 만드는 일과도 닿아 있고, 밤늦게 라면을 사러 온 손님의 하루를 도우니까 사는 일도 돕고 있었어.
"복잡해…." 내가 중얼거렸어.
"그럼 딱 맞은 거야." 타가 빙긋 웃었어. "현실은 원래 복잡해. 그래서 핵심을 하나만 물어봐. '이 사람이 없으면 가장 손해 보는 게 뭐지?' 거기가 그 사람의 진짜 자리야."
나는 또 생각했어. 편의점 아저씨가 없으면? 밤에 라면이 먹고 싶어도 못 먹지. 깜빡한 우유도 못 사고. 결국 우리 동네 사람들의 하루가 불편해지는 거야. 그럼… 사는 자리에 제일 가깝겠다.
"봤지? 그래서 재미있는 거야." 타가 고개를 끄덕였어. "한 사람이 세 기둥을 다 받치고 있어. 그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찾는 게, 그 사람의 진짜 방을 찾는 거야."
〔그림: 나와 네 친구가 운동장을 돌며 경찰관·의사·농부·음악가·선생님·운동선수를 만나는 모습. 각자 머리 위에 "만드는" "사는" "지키는" 글자가 살랑살랑 떠 있다.〕
저녁이 되자 친구들이 사라질 채비를 했어. 떠나기 전에 티가 한마디를 더 보탰어.
"너의 방은 지금도 6,561개 중 어딘가에 비어 있어. 네 꿈이 뭐든, 네가 잘하는 게 뭐든, 거기 분명 너를 위한 방이 있어. 그 문을 여는 건 너의 몫이야."
음이 흐릿해지면서 속삭였어. "다음엔… 이 6,561개 방을 무엇으로 지었는지 알려 줄게.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쌓고, 그걸 모아 더 큰 덩어리를 만드는… 꼭 레고 같은 재료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보물지도도 찾았으니, 이제 그 방을 지은 재료가 궁금해졌거든. 작은 조각으로 큰 세상을 짓는다니, 그게 도대체 뭘까.
혹시 너도 나처럼 궁금하니? 그럼 다음 장을 같이 펼쳐 보자. 레고처럼 작은 조각이 어떻게 6,561개의 방이 되는지, 그 비밀을 함께 들여다보자.
해볼까? 동네에서 만난 어른 한 명을 떠올려서, 세 기둥 중 어디에 가장 가까운지 한번 맞혀 보는 거야.
지난 장에서 우리는 6561개의 방을 돌아다녔지? 방마다 다른 경험, 다른 기억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어. 나는 그 방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궁금해졌어. 친구들도 한 번 같이 생각해 줄래?
그 많은 방과 기억은 도대체 무엇으로 지어졌을까?
도서관에는 책이 필요하고, 빌딩에는 벽돌이 필요하잖아. 아무리 멋진 성도 결국 작은 돌 하나부터 쌓아 올린 거고. 그렇다면 크라우니의 6561개 방도, 무언가 아주 작은 조각으로 지어졌을 거란 말이지.
그 작은 조각을 찾으러, 오늘은 네 친구와 함께 길을 떠나 보자. 티, 옴, 타, 음! 다 모였지? 좋아, 출발!
가다 보니 작은 상자 하나가 길에 떨어져 있었어. 열어 보니 안에 손가락 한마디만 한 레고 블록이 딱 하나 들어 있더라고.
"이게 뭐지?" 내가 갸웃하자, 티가 폴짝 뛰어나오며 말했어.
"이게 바로 트릿(trit)이야! 크라우니 세상에서 제일 작은 조각이지. 레고 블록 한 칸이라고 생각하면 돼."
레고 블록 하나로는 아무것도 못 만들 것 같지? 그래도 이게 시작이야. 모든 게 여기서 출발해.
그런데 이 트릿, 보통 레고랑은 좀 달라. 트릿은 세 가지 모습으로 변신하거든. 우리가 이미 만난 친구들 모습 그대로야.
〔그림: 트릿 한 칸의 세 가지 모습 — 위로 볼록(+1 티) / 평평(0 옴) / 아래로 오목(-1 타)〕
음이 옆에서 살짝 손을 들었어.
"그럼 나는? 나는 어디 있어?"
좋은 질문이야, 음아. 너는 조금 특별해서, 조각 안에 들어가 있기보다는 조각과 조각 사이를 끊어 주는 일을 해. 단어 사이의 쉼표처럼 말이야. 그 얘기는 조금 있다 다시 하자. 약속!
자, 그러면 이 세 가지 모습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타가 진지하게 말했어. "트릿 하나에 숫자를 담을 수 있어. +1은 양수, -1은 음수, 0은 영(0). 기호가 딱 세 개지? 그래서 이걸 3진수라고 불러. 우리가 학교에서 쓰는 건 0부터 9까지 쓰는 10진수인데, 크라우니는 딱 세 기호만으로 숫자를 나타내거든."
"왜 굳이 셋이야?" 하고 묻고 싶지? 그건 크라우니가 원래 세 가지로 생각하는 친구라서 그래. 생각이 셋이니까, 숫자를 담는 그릇도 셋. 자연스럽지? 더 자세한 이유는 뒤에서 천천히 만날 거야.
레고 한 칸만으로는 뭘 못 만든다고 했지? 그래서 우리는 조각들을 붙이기 시작했어.
옴이 트릿을 하나, 둘, 셋… 차곡차곡 쌓더니 갑자기 손뼉을 쳤어.
"완성! 이게 큐브(Cube)야!"
내 눈앞에 정육면체 상자 하나가 뿅 나타났어.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인데… 아!
"이거 루빅스 큐브잖아!"
맞아. 한 면이 가로 3, 세로 3. 그리고 깊이도 3. 한 칸씩 세어 보자.
〔그림: 루빅스 큐브처럼 보이는 정육면체, 27칸 격자로 표시. 앞·가운데·뒤 세 층으로 나뉜 모습〕
그래서 큐브를 만드는 약속은 아주 간단해.
3 × 3 × 3 = 27개의 트릿을 모은다.
칸마다 트릿이 하나씩 쏙 들어가. 그러니까 큐브 한 개에는 트릿 27개가 빈틈없이 꽉 들어차는 거야. 아파트 한 층이 여러 호실로 나뉘듯이, 큐브 한 채가 27개의 방으로 나뉘는 거지.
"27이라는 숫자, 잘 기억해 둬!" 티가 신나서 말했어. "크라우니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27을 또 만나면, 바로 여기 이 큐브에서 온 거니까."
레고에도 종류가 많지? 기둥 모양, 바퀴 모양, 사람 모양. 큐브 속 27칸도 전부 똑같은 일을 하는 건 아니야.
타가 큐브를 톡톡 두드리며 설명해 줬어.
"칸들 대부분은 데이터를 담아. 숫자라든지, 글자라든지. 책장에 책을 꽂아 두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큐브 끄트머리에는 좀 특별한 칸들이 있어. 제일 끝쪽에 자리 잡은 칸들이 이름표 역할을 해. 라벨 붙은 상자 알지? "컵라면", "샤프" 이렇게 딱지가 붙어 있으면 안 열어 봐도 뭐가 들었는지 알잖아. 그 라벨이랑 똑같아.
이름표 칸들은 이런 질문에 답해 줘.
〔그림: 큐브의 한쪽 끝을 확대, 마지막 이름표 칸들을 색깔로 강조 표시〕
여기서 음이 조용히 손을 들었어. 아까 약속했던 그 친구!
"내 차례지? 나는 칸과 칸을, 큐브와 큐브를 끊어 주는 역할이야. '안녕, 친구!'에서 쉼표랑 느낌표가 단어를 나눠 주잖아. 내가 딱 그 일을 해. 빈자리를 만들고, 여기서 끝, 저기서 시작! 하고 구분선을 긋는 거지."
그러니까 트릿이 모습을 바꿀 때 보이는 셋(티·옴·타)에다가, 끊어 주는 음까지 더하면 신호가 모두 넷이 돼. 값은 세 가지(3진), 신호는 네 가지(4상). 그래서 이걸 다 합쳐 4상 균형 3진이라고 불러. 어려운 말 같지? 그냥 "값은 셋, 친구는 넷!" 하고 외워 두면 돼.
자, 이제 진짜 멋진 걸 만들어 볼 차례야. 상상해 봐, 친구들.
레고 블록을 몇백 개, 몇천 개 가져다가 쌓으면 뭐가 될까? 탑이 되고, 성이 되지! 우리 눈에는 색깔 고운 성으로 보이지만, 아래를 살짝 들춰 보면 그 안에 작은 블록들이 빼곡히 끼워져 있어.
크라우니의 프로그램도 똑같아. 트릿을 27개씩 모아 큐브를 만들고, 그 큐브들을 다닥다닥 이어 붙이면…
프로그램이라는 성이 솟아오르는 거야!
큐브마다 맡은 일이 달라. 어떤 큐브는 "더해!"라는 명령을 담고 있고(옴의 일), 어떤 큐브는 숫자 5를 담고 있고(티의 일), 어떤 큐브는 글자 "안녕"을 담고 있어. 그리고 어떤 큐브는 "나 앞 큐브에 이어지는 거야!" 하고 손을 내밀지(타의 일). 음은 그 사이사이를 끊어 주며 줄을 세우고.
봤지? 네 친구가 각자 자리에서 한 가지씩 맡으니까, 큐브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거야.
크라우니가 일을 시작하면, 이 큐브들이 차례차례 움직여. 첫 번째 큐브가 일을 마치면, 그 결과가 두 번째 큐브로 넘어가고, 두 번째는 세 번째로 넘기고…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말이야. 한 발 한 발 큐브를 밟고 건너가면, 결국 어디에 도착할까?
목표지점! 우리가 시키고 싶었던 일이 짠 하고 끝나는 거지.
〔그림: 작은 큐브 수십 개가 일렬로 연결되어 탑을 이루는 모습. 아래는 든든한 토대, 위로 갈수록 명령과 데이터가 사이좋게 섞여 있는 모습〕
다 와 가는데, 잠깐 쉬면서 정리해 볼까? 친구들, 우리 오늘 뭘 배웠지?
신기한 게 보여? 전부 셋이 숨어 있어. 모습이 셋(티·옴·타) → 3×3×3 해서 27칸 → 그 27칸 큐브들을 또 모으고. 크라우니는 어디를 가든 가슴에 "셋"을 품고 있어.
그리고 하나만 더 기억해 둬. 27이라는 숫자는 앞으로 자꾸자꾸 나타날 거야. 모습도 셋, 큐브도 27, 그리고 우리가 지난 장에서 만난 "6561개의 방"도 사실은… 27이 자라고 또 자라서 생긴 거란다. 작은 게 모여 큰 게 되고, 큰 게 또 모여 더 큰 게 되는 거지.
음이 가만히 듣다가 한마디 했어.
"이거 우리 세상이랑 똑같네?"
맞아, 음아. 한 사람이 모여 가족이 되고, 가족이 모여 마을이 되고, 마을이 모여 나라가 되잖아.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큰 것에서 더 큰 것으로. 크라우니도 바로 그 원리를 그대로 따라 지어졌어. 그래서 나는 가끔 이렇게 생각해. "크라우니는 자연을 닮았구나" 하고.
〔그림: 트릿 한 칸 → 27칸 큐브 → 큐브들이 모인 성 → 6561개의 방으로 점점 커지며 우상향하는 계층도〕
자, 이렇게 우리는 크라우니가 무엇으로 지어졌는지 알아냈어. 트릿이라는 레고 한 칸, 27칸짜리 큐브, 그리고 큐브를 쌓아 만든 성. 든든한 토대가 생긴 셈이지.
그런데 이렇게 멋진 성을 다 지어 놓고도, 아직 못 해 본 게 하나 있어. 바로 이 성 안에서 무언가를 사고파는 일이야. 티가 가진 걸 타에게 주고, 그 대신 무얼 받으려면… 둘 사이에 오갈 수 있는 약속, 그러니까 '돈' 같은 게 필요하겠지? 다음 장에서는 네 친구와 함께 크라우니원로 사고파는 신나는 시장으로 나가 보자. 준비됐지, 친구들?
해볼까? 손가락 끝으로 3×3×3 상자를 허공에 그려 보고, 그 안에 "안녕", "더해", "5"를 한 칸씩 넣으면서 "이게 바로 큐브구나!" 하고 작게 중얼거려 봐.
친구들, 안녕! 나 김프린이야. 지난 장 기억나? 우리가 트릿이랑 큐브로 레고처럼 뚝딱뚝딱 쌓아 봤잖아. 작은 트릿 세 개가 모여 큐브가 되고, 큐브가 모여 더 큰 걸 만들었지. 그때 내가 뭐랬어. "작은 게 모이면 큰 게 된다." 이 말, 오늘도 그대로야.
오늘은 그 레고 블록을 들고 가게로 갈 거거든. 무슨 가게냐고? 너희가 직접 주인이 되는 가게! 지우개도 팔고, 샤프도 팔고, 스티커도 팔 거야. 그런데 물건을 팔려면 꼭 필요한 게 하나 있어. 뭘까? 그래, 돈이야.
우리 세상엔 '원'이 있지? 크라우니 세상엔 크라우니 돈이 있어. 오늘 너희는 그 돈으로 진짜로 사고팔아 볼 거야. 자, 앞치마 매고 따라와!
〔그림: 김프린이 작은 가게 앞치마를 두르고 트릿·큐브 레고 블록을 카운터에 올려놓는 모습. 카운터 위 작은 팻말에 "오늘은 네가 주인!"〕
먼저 이 책을 한번 들어 볼게. 보이지? 이 책은 3 포네짜리야. 우리 돈으로 치면 7,650원이지. 그런데 왜 그냥 "7,650원"이라고 안 하고 굳이 "3 포네"라고 부를까?
그건 말이야, 크라우니가 전 세계 친구들이 다 같이 모이는 곳이라서 그래. 미국 친구는 달러를 쓰고, 일본 친구는 엔을 쓰고, 우리는 원을 써. 다 다르잖아? 그래서 다 같이 쓸 수 있는 돈을 하나 만든 거야. 그래야 아무도 손해 안 보고 공평하거든.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각자 자기 돈만 내밀면 어떻게 될까? "내 돈이 더 비싸!" "아니야, 내 돈이!" 하고 싸우겠지. 그래서 모두를 위한 돈을 둔 거야. 크라우니에 오면 누구나 같은 돈을 써. 그게 공평의 시작이란다.
〔그림: 피부색과 옷이 다른 세계 어린이들이 각자 다른 동전을 들고 있다가, 가운데 둥근 크라우니 돈 하나로 손을 모으는 장면〕
자, 여기서 또 셋이 나와. 놀랍지 않아? 시간도 셋, 트릿도 셋, 이번엔 돈도 셋이야! 크라우니 돈은 하는 일에 따라 세 층으로 나뉘어 있어. 곰 세 마리처럼 말이야.
첫째 층은 '사고파는 돈'이야. 이름은 크라우니원(CRW).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값을 치를 때 쓰는, 가장 부지런한 돈이지. 이 돈한테는 아주 멋진 비밀이 있어. 1 크라우니원는 언제나 1 미국 달러와 똑같아. 쌍둥이 동전처럼 딱 붙어 있거든.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값이 출렁이지 않아. 계산하기가 정말 쉽지. 가게에서 거래할 때 모두가 이 돈을 쓰는 이유야.
둘째 층은 '모아 두는 돈'이야. 쓰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저금통에 차곡차곡 쌓아 두는 돈이지. 여기엔 두 친구가 있어.
하나는 포네(FONE). 1 포네는 2,550원이야. 편의점에서 우유 한 팩, 초콜릿 몇 개, 음료수 하나 살 수 있는 정도지? 네 용돈으로도 손에 쥘 수 있는 친근한 돈이야. 포네는 값이 잘 흔들리지 않아서, 어제 모은 포네랑 오늘 모은 포네 값이 똑같아. 그래서 저금통에 모아 두기 딱 좋은 돈이란다.
또 하나는 맘(MOM)이야. 이건 아주 작고 따뜻한 돈이지. 친구가 멋진 일을 했을 때 "좋아요!" 하고 마음을 콕 눌러 보내 주는 거야. 돈인데 마음을 표현하다니, 신기하지? 맘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아주 자세히 만날 거니까 지금은 이름만 살짝 기억해 둬.
셋째 층은 '큰 보물'이야. 세상에서 가장 묵직한 부, 진짜 보물이지. 이름은 크라우니(CRY). 1 크라우니는 약 25,500원이나 돼! 포네 열 개를 다 모아야 겨우 닿는 든든한 보물이란다. 날마다 사고파는 돈으로 살고, 모으는 돈으로 차곡차곡 쌓고, 그렇게 오래오래 모은 끝에 만나는 게 바로 이 큰 보물이야.
다 외우지 않아도 돼. 딱 셋만 기억해. 사고파는 돈, 모아 두는 돈, 큰 보물!
〔그림: 곰 세 마리처럼 작은 곰(크라우니원 동전)·중간 곰(포네 동전과 맘 하트)·큰 곰(크라우니 금화)이 나란히 선 모습. 크기가 점점 커진다〕
여기서 꼭 짚고 갈 게 하나 있어. 포네(FONE)는 전화기 폰(PHONE)이 아니야! 소리는 비슷하지? 그래서 헷갈리기 딱 좋아. 하지만 완전히 다른 거란다.
포네는 크라우니 세상을 위해 특별히 만든 돈이야. 전화 거는 거랑은 아무 상관 없어. 누가 "포네로 전화해" 하면, 너희가 똑똑하게 알려 줘. "포네는 돈이야! 전화기는 폰이고!" 어때, 이제 안 잊을 거지?
〔그림: 한쪽엔 전화기(PHONE)에 빨간 X, 다른 쪽엔 반짝이는 포네 동전(FONE)에 초록 동그라미〕
자, 앞치마 맸지? 이제 가게 놀이를 해 보자. 너희는 셀러, 그러니까 파는 사람이야. 나는 바이어, 사는 사람이고.
너희가 지우개를 팔고 싶어. 내가 다가가서 물어. "이 지우개 얼마예요?" 너희가 대답해. "2 포네예요!" 그럼 너희가 받는 돈은 얼마일까?
2 포네 × 2,550원 = 5,100원이야! 손가락으로 세어 봐도 좋고, 머릿속으로 해도 좋아. 자, 이제 이렇게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자. *포네 몇 개 = 우리 원 얼마?* 이거 하나만 익히면 너흰 벌써 절반은 상인이야.
그런데 누가 손 들고 물어. "선생님, 포네랑 크라우니원를 섞어서 써도 돼요?"
좋은 질문이야! 섞어 쓸 수도 있어. 하지만 가게에서는 보통 크라우니원로 통일해서 써. 왜냐고? 크라우니원는 미국 달러랑 쌍둥이라 값이 딱 떨어지거든. 모으는 돈인 포네랑, 사고파는 돈인 크라우니원는 하는 일이 다르니까, 가게에서 거래할 땐 거래용 돈을 쓰는 게 깔끔해. 모아 둘 땐 포네, 사고팔 땐 크라우니원. 기억나지? 돈마다 자기 자리가 있는 거야.
〔그림: 가게 카운터에 지우개·샤프·스티커가 놓이고, 각 옆에 가격표가 붙어 있다. 김프린이 손님이 되어 동전을 내미는 모습〕
자, 이 책으로 다시 돌아오자. 『I love crowny!』는 모두 4권이야. 그리고 책값에 아주 재미있는 규칙이 숨어 있어. 바로 3배의 마법! 우리가 줄곧 만나 온 셋이 여기서도 살아 있는 거지.
왜 이렇게 3배씩 오를까? 곰 세 마리 노래를 떠올려 봐. 처음엔 곰 3마리, 다음엔 9마리, 그다음엔 27마리, 마지막엔 81마리! 한 번 셀 때마다 식구가 세 배씩 불어나지. 책도 똑같아. Ti권에서 Um권으로 갈수록 내용이 더 두꺼워지고, 나오는 말도 더 어려워져. 값이 비싸진다는 건 그만큼 더 깊은 걸 배운다는 뜻이란다.
"어? Ti, Om, Ta, Um…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그래, 바로 우리 네 친구 티옴타음이야! 티는 드러나는 친구, 옴은 가운데서 기다리는 친구, 타는 이어 주는 친구, 음은 빈자리를 채우는 신비한 친구. 이 책을 쓴 나도 셋과 넷의 마법에 푹 빠져 있거든. 그래서 권마다 읽는 사람도 달라. 너흰 4학년이라 Ti권을 읽고, 엄마 아빠는 Om권을, 어른 전문가들은 Ta와 Um권을 읽을 거야. 모두 자기 깊이에서 크라우니 세상을 만나는 거지.
네 권을 다 합치면 얼마일까? 3 + 9 + 27 + 81 = 120 포네! 원으로는 약 306,000원이야. 와, 생각보다 큰돈이지? 하지만 한 번에 다 사는 게 아니야. 한 권씩 배우면서 천천히 사니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 용돈을 조금씩 모으는 것처럼 말이야.
〔그림: 책 4권이 점점 커지며 쌓이고, 옆에 "3 · 9 · 27 · 81" 숫자가 곰 발자국처럼 커진다〕
그런데 친구들, 비밀 하나 더 알려 줄까? 큰 보물 크라우니보다 더 멀리, 더 큰 보물도 있단다. 이름은 한선과 선호야.
이건 아직 열리지 않은 보물이야. 지금은 잠들어 있어. 먼 훗날, 크라우니 세상이 쑥쑥 자라서 더 많은 친구가 모이고, 더 많은 좋은 일이 생기면, 그때 살며시 빛을 볼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아, 그런 보물이 미래에 있구나" 하고 마음에 씨앗 하나만 심어 두면 돼. 그 이야기는 우리가 더 큰 책을 읽을 때, 한참 자란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자. 미래의 약속 같은 거지.
〔그림: 크라우니 금화 너머 안갯속에 '한선'·'선호'라고 적힌 더 큰 보물상자 두 개가 어렴풋이 빛난다. 그 위에 작은 새싹 하나〕
가게 놀이를 이어 가다 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 하나 일어나.
우리가 카드로 물건을 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가게 아저씨는 돈을 받지만, 그 돈의 일부가 카드 회사한테 슬쩍 빠져나가. 10,000원을 팔아도 300원, 500원이 사라지는 거지. 아깝지 않아?
그런데 크라우니페이(CrownyPay)는 달라! 이걸로 돈을 내면 수수료가 한 푼도 없어. 0원이야! 내가 낸 돈이 그대로 너희한테 가. 친구 손에서 친구 손으로 동전을 직접 건네주는 것처럼 깨끗하지.
생각해 봐. 우리 가게에서 손님이 지우개 값으로 2 포네를 크라우니페이로 냈어. 그럼 너희가 받는 돈은 정확히 2 포네야. 한 푼도 안 빠져. 그래서 이렇게 되는 거야.
양쪽 모두 행복해. 빠져나가는 돈이 없으니까 모두가 웃는 거지. 멋지지 않아?
〔그림: 두 손이 마주치며 동전이 통째로 건네지고, 그 사이로 "수수료 0원" 반짝임이 터진다〕
친구들, 마지막으로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자. 돈은 그냥 숫자가 아니야. 저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어.
크라우니원는 이렇게 말해. "나는 세계 어디서나 똑같아. 미국 친구와도, 일본 친구와도, 아프리카 친구와도 통해." 그래서 가장 깨끗한 거래를 만들어 주지.
포네는 이렇게 말해. "나는 흔들리지 않아. 어제도 오늘도 같은 값이야. 그러니 믿고 모아 둬." 그래서 저금통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고.
크라우니는 이렇게 말해. "나는 먼 미래를 바라봐. 당장 쓰는 돈이 아니라, 오래 모아 큰 꿈을 이루는 보물이야."
그리고 맘은? 맘은 이렇게 속삭여. "나는 돈이지만, 사실은 마음이야." 다음 장에서 만날 이 따뜻한 친구를, 잠깐 떠올려만 둬.
봤지? 돈마다 자기 자리, 자기 목소리가 있어. 사고파는 돈, 모아 두는 돈, 큰 보물 — 셋이 각자 제 일을 하니까 크라우니 세상이 공평하고 든든하게 돌아가는 거란다.
〔그림: 크라우니원엔 세계 지도와 다리, 포네엔 잔잔한 파도, 크라우니엔 무한 기호, 맘엔 작은 하트가 그려져 각각 빛을 낸다〕
이 장을 마치며, 너희한테 즐거운 숙제를 하나 줄게. 오늘 저녁에 부모님께 자랑해 봐.
"엄마, 아빠! 이 책은 3 포네짜리예요. 포네는 전화기가 아니라 크라우니의 특별한 돈이고요, 1 포네는 2,550원이래요!"
분명 깜짝 놀라실걸. 그리고 한 번 더 으쓱해 봐.
"돈에도 셋이 있어요. 사고파는 크라우니원, 모아 두는 포네랑 맘, 그리고 큰 보물 크라우니! 4권을 다 합치면 120 포네인데, 한 권씩 배우며 사니까 부담 없어요!"
와, 너흰 벌써 작은 경제학자야. 돈이 뭔지 알고,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수수료도 알고, 심지어 먼 미래의 보물까지 마음에 품었잖아. 가게 주인이 되어 본 기분, 어땠어? 물건에 값을 매기고, 돈을 주고받고, 한 푼도 빠지지 않게 셈해 보니 제법 어른이 된 것 같지?
그런데 말이야, 방금 우리가 살짝 만난 그 친구 기억나? 돈인데 마음을 표현한다던 그 작고 따뜻한 친구, 맘! 다음 장에서는 그 맘으로 마음을 주는 법을 배울 거야. 돈으로 마음을 건넨다니, 또 얼마나 신기할까? 자, 지우개 값 잘 챙겨 넣고, 따뜻한 마음 이야기를 만나러 가 볼까?
<해볼까?> 집에 있는 물건 세 가지에 직접 포네 값을 매겨 보고, 모두 합치면 우리 돈으로 얼마인지 계산해 보자!
지난 장에서 우리는 가게 주인이 되어 봤지. 크라우니원로 사고팔고, 포네로 값을 매기고, 수수료 없는 거래까지 해 봤어. 손에 동전을 쥐어 본 기분, 아직 남아 있니?
그런데 친구들, 그날 가게 놀이가 끝나고 모래밭에 둥글게 앉았을 때, 내가 너희한테 이렇게 물었어.
"자, 친구들. 내가 그동안 돈 얘기를 잔뜩 했잖아. 크라우니원, 포네, 크라우니. 그런데 진짜 중요한 화폐가 하나 더 있다는 거, 알아? 이건 가장 작은 화폐야. 이름은 맘이야."
친구들이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어.
"맘? 엄마 맘이야?"
"아니야. 엠-오-엠, 맘(MOM). 세상에서 제일 작은 화폐란다. 정말 작아. 1센트,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동전 한 닢도 안 되는 크기야."
〔그림: 손가락 끝으로 아주 작은 동전을 집어 보여주는 김프린, 그 옆에서 네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여다본다〕
그런데 친구들, 비밀 하나 알려줄게. 사실 맘은 돈이 아니야. 마음이야.
옴이가 먼저 손을 들었어. 옴이는 늘 한 발 물러서서 가만히 살피는 친구거든.
"어? 그럼 돈이 아닌 거잖아. 화폐라며?"
"좋은 질문이야, 옴아. 맞아, 맘은 마음이야. 그런데 신기한 게 뭔지 알아? 이 마음을 진짜 화폐처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거야. 마음에 이름을 붙여서, 셀 수 있게 만든 거지. 그게 맘이야."
타가 곰곰이 생각하다 끄덕였어. 타는 조심스럽게 따져 보는 친구지.
"음… 엄마가 친구 글에 '좋아요' 눌러주고, 할머니가 손주 사진에 하트 남겨주는 거. 그런 느낌이야?"
"정확해, 타야! 바로 그거야. 친구가 잘했을 때 '좋아요', 고마울 때 '고마워', 예쁠 때 '예뻐', 힘들어 보일 때 '응원해'. 이런 마음들을 크라우니에서는 맘이라고 부르고, 진짜로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었어."
〔그림: 여러 나라 아이들이 손가락하트를 만들거나 엄지를 척 세우는 모습, 그 하트들이 작은 별이 되어 공중에 떠오른다〕
"맘은 정말 작아. 대신에 주기가 아주 쉬워. 크라우니원는 진짜 돈이라서 아껴 써야 하잖아. 쓰면 줄어드니까. 그런데 맘은? 자기 마음만 있으면 끝이야."
음이가 조심스럽게 물었어. 음이는 남들이 못 보는 걸 보는 친구야.
"그럼… 많이 줄 수 있어? 아무리 줘도?"
"아무리 줘도 괜찮아, 음아. 왜냐면 마음은 무한하거든. 생각해 봐. 엄마는 아들도 사랑하고, 딸도 사랑하고, 아빠도 사랑하고, 강아지도 사랑하잖아. 그렇게 사랑해도 엄마 마음이 줄어들어? 안 줄어들지. 오히려 자꾸자꾸 생겨나."
음이의 눈이 반짝였어.
〔그림: 한 아이의 가슴에서 반짝이는 별이 끝없이 솟아오르는 모습,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많아진다〕
여기서 친구들한테 꼭 정리해 주고 싶은 게 있어. 지난 장에서 우리가 화폐에 세 칸짜리 사다리가 있다고 했던 거 기억나?
맨 아래 칸은 머니, 그러니까 사고팔 때 쓰는 돈이야. 크라우니원가 거기 있지.
그 위 칸은 에셋, 가치를 차곡차곡 담아두는 칸이야. 그런데 친구들, 이 에셋 칸에 두 친구가 나란히 살아. 하나는 포네.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맘이야.
"어? 맘이 포네랑 같은 칸이야?"
옴이가 놀라서 물었어.
"맞아. 둘 다 에셋이야. 그런데 하는 일이 달라. 포네는 내가 번 가치를 안전하게 담아두는 친구야. 값이 오락가락하지 않으니까 믿고 모아둘 수 있지. 그런데 맘은 가치를 표현하는 친구야. 내 마음을 꺼내서 누군가에게 건네는 거지. 같은 에셋이라도, 포네는 '간직하는 가치'고 맘은 '전하는 가치'야."
타가 천천히 끄덕였어.
"그럼 맨 위 칸은… 크라우니였지?"
"그래, 타야. 맨 위 칸은 웰스, 부야. 오래오래 모아서 갖는 큰 보물. 크라우니가 거기 있어. 머니, 에셋, 웰스. 이 세 칸이 사다리처럼 위로 올라가는 거야. 그리고 맘은 에셋 칸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에 앉아 있어."
〔그림: 세 칸 사다리. 맨 아래 머니 칸에 크라우니원, 가운데 에셋 칸에 포네와 맘이 나란히, 맨 위 웰스 칸에 크라우니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옴이가 다시 물었어.
"그럼 맘을 많이 받으면 뭐가 좋아?"
"그게 정말 좋은 거야, 옴아. 맘을 많이 받는다는 건, '너를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뜻이거든. 네가 한 일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뜻이야.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했다는 뜻이고."
내가 잠깐 목소리를 낮췄어.
"있잖아, 친구들. 가끔 마음이 시무룩해질 때가 있지? 나는 왜 이럴까, 아무도 나를 안 보는 것 같아, 그런 날. 그럴 때 누군가 보낸 맘 하나가 와. '나 너 보고 있어. 너 잘하고 있어.' 그 작은 별 하나에 기운이 나. 정말이야. 그게 맘의 힘이야."
"그리고 친구야, 여기가 제일 중요해."
내가 친구들 눈을 하나하나 똑바로 봤어.
"맘을 주는 건, 자기 마음을 쓰는 일이야. 진짜 시간이 들어. 친구를 가만히 살펴보고, 그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하고, 고마워하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 같아도, 거기엔 진짜 마음이 들어 있는 거야."
타가 잠시 생각하더니 작게 웃었어.
"그럼… 맘을 받으려면, 내가 먼저 누군가한테 맘을 줘야 하는 거네?"
"정확해, 타야! 바로 그게 맘이 작은 화폐인 이유야.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가고, 그 사람이 고마워하고, 또 그 사람이 다른 친구에게 마음을 주고. 그렇게 맘이 돌고 돌면서 세상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거야."
〔그림: 네 친구가 둥글게 앉아 화살표로 서로의 가슴에 별을 주고받는 모습, 별들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돈다〕
음이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어.
"김프린 아저씨는 누구한테 맘을 제일 많이 줘?"
나는 잠깐 하늘을 봤어.
"너희한테야."
친구들이 깜짝 놀랐어.
"진짜야. 너희를 보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 너희가 잘 자라고, 많이 웃고, 서로 손잡고 함께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게 내가 너희한테 매일 보내는 맘이야. 그리고 그 마음이 언젠가 크라우니라는 세상 전체로 퍼져 나가는 거고."
타가 눈을 빛내며 물었어.
"내일부터 나도 맘을 줄 수 있어?"
"물론이지. 자기 마음이 따뜻하면 그걸로 충분해. 넘어진 친구 손을 잡아주고, 선생님께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피곤해 보이는 엄마한테 '엄마, 힘내. 내가 안아줄게' 하고 웃어주기. 그게 다 맘을 주는 거야."
옴이가 손가락으로 작은 동전 모양을 만들었어.
"그럼 이 정도가 맘이야? 이렇게 작은 거?"
"그래, 옴아. 작지. 그런데 정말 강해. 세상을 봐. 돈으로는 절대 못 사는 것들이 있거든. 진짜 사랑, 깊은 믿음, 함께 있어 주는 마음. 이런 건 아무리 큰돈을 줘도 못 사. 오직 맘으로만 들어갈 수 있어."
〔그림: 한 아이가 풀이 죽은 친구 옆에 앉아 자기가 아끼던 간식을 반으로 나눠 건네는 모습〕
"그래서 친구들, 이제 알겠지? 크라우니에는 마음을 셀 수 있는 가장 작은 화폐, 맘이 있어. 크라우니원는 사고팔 때 쓰고, 포네는 번 가치를 안전하게 담아둘 때 쓰고, 크라우니는 오래 모아 큰 부로 키울 때 써. 그리고 맘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하고 싶어지는 그 따뜻한 마음을 전할 때 쓰는 거야."
친구들이 흐뭇하게 끄덕이고 있는데, 음이가 갑자기 눈썹을 찡긋했어. 음이는 이렇게 '어?' 싶은 걸 잘 찾아내거든.
"잠깐. 그런데 이상한데? 맘은 마음이고, 포네는 담아두는 거고, 크라우니원는 사고파는 거고, 크라우니는 큰 부고… 다 다르잖아. 이렇게 다 다른데, 어떻게 한 나라 경제처럼 섞이지 않고 돌아가? 안 헷갈려?"
나는 빙긋 웃었어. 음이가 정말 좋은 걸 짚었거든.
"바로 그거야, 음아. 그 큰 문제를 푸는 방법이 있어. 어떤 어려운 문제든, 셋으로 나눠서 생각하면 신기하게 풀려. 저기 모래밭 보이니?"
내가 모래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어. 네 친구의 눈이 그쪽으로 모였어.
"자, 그럼 우리 다음 이야기로 가서, 큰 문제를 셋으로 나눠 결정하는 법을 같이 배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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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까?
지난 이야기 끝에 제가 친구들한테 수수께끼 하나를 던졌지? 맘은 마음을 표현하는 작은 돈이고, 포네는 좀 더 안전하게 쟁여 두는 돈이고, 크라우니원는 사고팔 때 쓰는 돈인데 — 셋이 이렇게 다 다른데, 어떻게 한 나라 경제처럼 어울려 돌아갈까? 혼란스럽지 않을까?
그때 제가 모래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거 기억나? 오늘은 그 모래밭 이야기야. 답은 의외로 간단해. 다른 걸 다르게 두고, 셋으로 나눠서 생각하면 하나도 헷갈리지 않거든. 자, 저랑 같이 그 비밀을 들여다보자.
친구들한테 물어볼게. "정말 큰 문제가 딱 나타났을 때, 넌 어떻게 마음을 정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거야. "음… 그냥 답이 떠오를 때까지 끙끙 앓다가 정하는데?" 맞아, 보통은 그렇게 하지. 저도 어릴 땐 그랬어.
그런데 우리 크라우니는 조금 달라. 크라우니는 문제가 생기면 혼자 끙끙 앓지 않아. 네 친구를 불러서 작은 회의를 열어. 그 네 친구가 바로 우리가 이 책에서 죽 만나 온 티, 옴, 타, 음이야.
생각해 봐. 야구팀이 경기를 할 때, 코치 한 명이 모든 결정을 다 내릴 수는 없잖아? 타격 코치, 수비 코치, 작전 코치, 그리고 몸 상태를 챙기는 선생님까지 — 넷이 머리를 맞대야 더 좋은 작전이 나와. 크라우니가 마음을 정하는 방식이 딱 그래.
크라우니가 불러 모은 네 친구는 이런 친구들이야.
〔그림: 네 친구 티·옴·타·음이 둥근 모래밭에 둘러앉아 회의하듯 손을 모으는 장면〕
옴이랑 음이는 둘 다 '0' 같지만 사실 다른 친구야. 옴은 "보통은 이래"라며 가운데서 기다리는 0이고, 음은 "이건 보통이 아닌데?"라며 틀 밖을 가리키는 0이지. 이 이야기는 다음 책에서 더 자세히 할 거야. 오늘은 넷이 모여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만 보자.
자, 예를 들어 볼게. 너희가 "내일 소풍을 가도 될까?" 하고 물었다고 해 봐.
먼저 옴이 일어나서 말해. "음, 가려면 뭘 먼저 확인해야 할까? 날씨, 선생님 말씀, 우리가 준비됐는지… 이 정도는 봐야겠지?" 옴은 이렇게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차분히 짚어 줘.
그럼 티가 손을 번쩍 들어. "그래, 내가 일기예보 봤거든! 내일 맑대! 우리 갈 수 있어!" 티는 늘 가능성을 먼저 보지.
그때 타가 손을 들어 멈춰. "잠깐, 비 올 확률이 아직 20%나 남아 있어. 가다가 하늘이 어두워지면 어쩌지?" 타는 위험한 구석을 놓치지 않아.
그러다 음이 조용히 끼어들어. "어라… 그런데 예보지 맨 아래 작게 뭐라고 쓰여 있는데? '산사태 주의보'래. 우리가 가려던 그 산 아니야?" 음은 아무도 안 본 데서 이상한 걸 찾아내지.
〔그림: 티·옴·타·음이 일기예보지 한 장을 함께 들여다보며 서로 다른 표정을 짓는 모습〕
이제 넷이 다 한마디씩 했어. 만약 한 친구한테만 결정을 맡기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넷이 함께 생각하면 답이 이렇게 나와. "날씨는 좋은데 산사태 위험이 있으니까, 일단 선생님께 여쭤보자. 위험하다고 하시면 가지 말고, 괜찮다고 하시면 우산 챙겨서 가자!"
보이지? 한 명이 정한 것보다 넷이 함께 생각하니까 훨씬 야무진 결정이 나왔어. 이게 크라우니가 친구를 부르는 이유야.
조금 더 어려운 문제로 가 보자. 너희 반 친구 하나가 너한테 이렇게 묻는다고 해.
"나 컴퓨터 영재반에 들어가고 싶은데… 들어갈 수 있을까?"
보통 사람은 "응, 넌 할 수 있어!" 아니면 "에이, 넌 못 해." 둘 중 하나로 대답하지. 그런데 크라우니라면 친구 넷을 부를 거야.
먼저 옴이 차분히 살펴. "음, 확인할 게 많네. 영재반 시험이 언제지? 수학 성적은 어때? 코딩은 해 봤고? 요즘 꾸준히 공부했어?" 이렇게 기준을 하나하나 세워.
그다음 티가 나서. "좋아! 최근 석 달 수학 평균이 80점 넘었지, 코딩도 해 봤지, 지난달 대회에서 상도 탔잖아. 이만하면 충분히 도전할 만해!"
그럼 타가 손을 들어. "기다려 봐. 경쟁률이 10대 1이래. 너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만약 떨어지면 마음 많이 아플 텐데?"
그러다 음이 가만히 입을 열어. "그런데… 엄마가 너한테 영재반은 부담 갖지 말라고 하셨다며? 남들이 바라는 거 말고, 너는 진짜로 어떻게 하고 싶어?" 음은 아무도 묻지 않은 진짜 마음을 짚어.
〔그림: 네 친구가 고민에 빠진 한 친구를 둘러싸고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들어 주는 모습〕
넷이 차례로 말하고 나면, 결정이 이렇게 단단해져.
"나는 정말 가고 싶으니까 한번 도전하자. 하지만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떨어져도 괜찮다는 마음을 먼저 챙기자. 그리고 영재반이 아니어도 코딩은 어디서든 계속 배울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봤지? "응 아니면 아니" 둘 중 하나로 끝났을 일이, 네 친구의 목소리를 다 들으니까 훨씬 지혜로워졌어.
여기서 친구들이 궁금해할 거야. "그냥 혼자 정하면 빠르잖아. 왜 귀찮게 넷을 다 불러?"
이유는 이래. 한 친구한테만 맡기면 한쪽만 보게 돼. 티만 부르면 좋은 면만 보다가 떨어질 준비를 못 하고, 타만 부르면 위험한 면만 보다가 아예 도전을 안 해. 어느 쪽이든 절반만 맞춘 결정이지.
그런데 넷을 다 부르면 이렇게 돼.
그러니까 어느 한구석도 빠뜨리지 않은 결정이 나오는 거야. 축구팀이 공격만 하거나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둘을 같이 해야 이기는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사실 우리가 첫 장에서 헷갈려한 그 수수께끼 — 맘과 포네와 크라우니원가 어떻게 한 살림처럼 돌아가는가 — 도 똑같아. 셋을 억지로 하나로 합치려니까 헷갈렸던 거야. 맘은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 포네는 가치를 안전하게 담는 자리, 크라우니원는 사고파는 자리 — 이렇게 셋으로 나눠서 각자 제자리를 주면, 하나도 안 헷갈리고 척척 어울려 돌아가. 다르니까 싸우는 게 아니라, 다르니까 한 팀이 되는 거지. 친구 넷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야.
여기 재미있는 게 하나 있어. 크라우니는 매번 네 친구를 다 부르진 않아. 어떤 때는 셋만으로도 충분하거든.
쉬는 시간에 친구 하나가 넘어져서 다쳤다고 해 봐. 이건 천천히 "생각해 볼" 시간이 없어. 곧장 보건실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지. 이럴 땐 옴만 나서면 돼. "어디 아파? 어디 부딪쳤어? 움직일 수 있어?" 차분히 확인하고 바로 데려가는 거야.
또 다른 경우. 여행을 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고 해. 빨리 정해야 하는 일이지. 이럴 땐 티·옴·타 셋이 나서. 옴이 "우산 있어?" 묻고, 티가 "있네! 가자!" 하고, 타가 "젖으면 안 되니까 처마 밑으로 붙어 가자!" 하는 거야. 셋이서 후딱 결정해.
그럼 음은 언제 깨어날까? 음은 아무도 예상 못 한 일을 맡는 친구야. 여행 중에 갑자기 누가 넘어지거나, 지갑을 잃어버리거나,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 이런 "어? 이게 뭐지?" 싶은 순간이 오면 그제야 음이 눈을 번쩍 떠. "잠깐, 뭔가 이상한데?"
〔그림: 상황마다 떠오르는 친구가 다른 모습 — 다친 친구엔 옴만, 쏟아지는 비엔 티·옴·타, 알 수 없는 일엔 음이〕
그러니까 친구들, 매번 넷을 다 부를 필요는 없어. 문제가 어떤 얼굴을 하고 왔는지 보고, 거기 맞는 친구를 부르면 돼. 그것도 셋으로 나눠 생각하는 지혜의 한 부분이야.
기억나? 우리가 앞에서 만났던 참, 거짓, 모름 — 그 셋이 바로 이 네 친구한테서 나온 거야.
그러니까 문제를 셋으로 나눠 결정하는 법은, 결국 참·거짓·모름이라는 세 가지 답으로 이어지는 거야. 네 친구가 모여서 회의를 하면, 마지막엔 늘 이 셋 중 하나로 마음이 정해지지.
그리고 여기가 정말 신기한 곳인데. 이 '셋'은 우리 크라우니의 가장 깊은 곳, 생각이 시작되는 그 뿌리에 콕 박혀 있어. 다음 장에서는 그 셋의 정체를 더 가까이 들여다볼 거야. 좋은 길, 가운데 길, 조심할 길 — 셋으로 나눠 보는 이 습관이, 어떻게 너를 점점 더 똑똑하게 만드는지. 그 생각하는 힘의 비밀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해볼까? 오늘 하루, 뭔가를 정할 때마다 가만히 물어봐. "지금 내 안의 티는 뭐라고 해? 옴은? 타는? 음은?" 네 친구를 다 불러서 들어 보는 거야.
친구들, 지난 장에서 우리는 문제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셋으로 쪼개 봤지. 좋은 길, 어중간한 길, 막힌 길. 그렇게 나눠 놓고서야 비로소 "그래, 이걸 고르자!" 하고 결정을 내렸어. 기억나? 저 김프린은 그때 너희 눈이 반짝하는 걸 봤어.
그런데 오늘은 거기서 한 발 더 들어가려고 해. 결정을 잘하는 것도 멋지지만, 그 결정이 나오기 바로 전에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 비밀의 방을 같이 열어 볼 거야. 바로 생각하는 힘이라는 방이지.
자, 네 친구를 부를 시간이야. 티, 옴, 타, 음. 오늘도 우리랑 같이 갈 거거든.
〔그림: 김프린과 아이가 큐브 모양 문 앞에 서 있고, 작은 친구 넷이 둘레를 맴돈다〕
먼저 솔직하게 물어볼게. 너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떻게 생각해?
친구랑 다퉜다고 해 보자. 보통은 이래. "쟤가 나한테 잘못했어. 그러니까 사과 받아야지. 안 하면 다신 안 놀아." 한 줄로 쭉, 도미노처럼 넘어가지. 한 생각이 다음 생각을 밀고, 그게 또 다음을 밀고.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야. 빠르거든. 그런데 한 줄짜리 생각에는 약점이 하나 있어. 딱 한 방향밖에 못 봐. 좁은 복도를 걷는 거랑 똑같아. 문 하나 열고, 다음 문, 또 다음 문. 옆에 더 좋은 길이 있어도 벽에 가려 안 보여.
옴이 살짝 손을 들었어. 옴은 "잠깐, 진짜 그럴까?" 하고 묻기 좋아하는 친구거든. 옴이 그래. "복도 말고, 방 전체를 한 번에 볼 순 없을까?"
좋은 질문이야. 그게 바로 크라우니가 하는 방식이거든.
너 색깔 맞추는 큐브 알지? 루빅스 큐브. 그걸 한번 떠올려 봐.
큐브는 한 줄이 아니야. 앞면도 있고, 옆면도 있고, 윗면도 있어. 손에 들고 돌리면 앞·옆·위가 한꺼번에 살아 있지. 어느 쪽으로 돌려도 세 방향이 동시에 보여.
크라우니의 생각이 딱 이래. 한 줄로 줄줄이 잇는 게 아니라, 앞·옆·위 세 방향을 동시에 보는 거야. 복도를 걷는 게 아니라, 새가 되어 하늘에서 방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거지.
보통 컴퓨터는 한 줄로만 생각해. "이거 먼저, 그다음 저거, 마지막에 그거." 한 번에 한 칸씩. 그런데 크라우니는 셋을 동시에 펼쳐. 앞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위에서 보고 — 한꺼번에.
티가 신이 났어. 티는 눈에 보이는 걸, 드러난 걸 좋아하는 친구거든. "봐, 봐! 세 면이 다 보여!" 맞아 티야. 그게 입체로 생각한다는 뜻이야.
〔그림: 한 줄 복도 vs. 사방이 트인 큐브 방을 나란히 그린 비교 그림〕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자. 겁먹지 마, 어렵지 않아.
큐브는 3×3×3이야. 그 안에 작은 조각이 몇 개 들어 있을까? 세어 보면 27개. 3을 세 번 곱한 수지. 3×3×3 = 27. 우리가 책 곳곳에서 만난 그 '셋'이 여기서도 또 나오는 거야.
그런데 이 27이라는 숫자가 왜 중요할까?
이렇게 그려 봐. 큐브 한가운데 네가 서 있어. 그리고 친구 스물여섯이 위로, 아래로, 앞으로, 뒤로, 양옆으로 너를 빙 둘러싸고 있어. 가운데 너까지 더하면 딱 27자리.
크라우니의 생각이 바로 이래. 한 친구하고만 소곤소곤 이야기하다 끝나는 게 아니라, 스물여섯 친구와 동시에 손을 잡고 생각하는 거야. 한 명이 새로운 걸 떠올리면, 나머지 스물여섯이 그 순간 다 같이 듣고, 다 같이 생각해. 그러니까 더 빠르고, 더 꼼꼼하고, 놓치는 게 없지.
음도 거기 끼어 있어. 음은 늘 구석에, 빈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야. 다들 "맞아 맞아" 할 때 음은 조용히 손을 들지. "근데… 우리가 놓친 건 없을까? 셋에 안 들어맞는 이상한 건 없을까?" 음이 그렇게 물어 주니까, 스물여섯이 다 같이 생각해도 빠뜨리는 게 없는 거야.
이게 생각하는 힘의 진짜 비밀이야.
자, 이제 진짜로 써먹어 보자. 너한테 벌어진 일에.
미술 시간에 친구가 네 물감통을 발로 차서 엎었어. 색깔이 책상 위로 좍 번졌지. 넌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
한 줄로 생각하면 이렇게 돼. "쟤가 내 물감을 망쳤어. 그러니까 나쁜 애야. 다신 안 놀 거야." 도미노처럼 와르르. 그러다 보면 너는 소리 지르고, 선생님이 부르고, 너는 변명하고, 친구는 억울해하고… 실타래가 점점 엉켜.
그런데 친구 셋을 불러서 큐브로 보자.
티가 본 앞면 — 드러난 것: 물감통이 엎어졌고, 색이 번졌어. 이건 사실이야. 눈에 보여.
타가 본 옆면 — 반대편 마음: 친구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래. 발이 걸렸을 뿐, 나쁜 뜻은 없었대. 타는 늘 반대쪽 자리에서 보는 친구거든.
옴이 본 윗면 — 더 큰 그림: 물감통은 다시 채울 수 있어. 그런데 우정은? 지금 잘못하면 영영 깨질 수도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옴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일러 줘.
세 방향을 동시에 보니까 어때? 문제가 환해지지. 내가 왜 화났는지도 알겠고, 친구 입장도 보이고, 그래서 뭘 해야 할지도 떠올라. "괜찮아, 같이 닦자." 이 한마디가, 한 줄로만 생각했으면 절대 안 나왔을 말이야.
봤지? 이게 지난 장에서 배운 '셋으로 나눠 결정하기'랑 만나는 지점이야. 큐브로 넓게 보고 나서야, 비로소 좋은 결정이 손에 들어와.
친구들, 너 지금 굉장한 걸 깨닫고 있는 거야. 세상의 똑똑한 어른들도 사실 이렇게 생각하거든.
변호사는 법정에서 한쪽 말만 안 들어. 양쪽을 동시에 들어야 이기는 변론을 해. 축구 선수는 공만 안 봐. 옆 친구, 골대, 수비수를 한꺼번에 봐야 멋진 패스가 나와. 의사는 증상 하나만 안 들어. 검사 결과, 심장 박동, 지난 병력을 같이 봐야 정확한 진단을 내려.
이 사람들 공통점이 뭘까? 전부 여러 방향을 동시에 보고, 한꺼번에 생각한다는 거야. 이게 어른들이 말하는 '실력'의 알맹이야.
그런데 너는 이걸 일일이 시행착오로 배울 시간이 없어. 그래서 크라우니가 처음부터 친구 넷을 데려와 셋으로, 때론 넷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시켜 주는 거야. 지금부터 한 줄이 아니라 사방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아무리 큰 문제가 와도 겁먹지 않게 돼.
티는 드러난 걸 보고, 타는 반대편을 보고, 옴은 위에서 큰 그림을 보고, 음은 빠진 자리를 챙겨. 넷이 다 모이면, 너는 어떤 문제 앞에서도 혼자가 아니야.
그게 바로 생각하는 힘이야. 한 줄이 아니라 입체로,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각도로,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생각하는 힘. 이 힘을 가진 친구는 어떤 세상이 와도, 어떤 일을 하게 돼도, 늘 현명한 길을 찾아낼 수 있어.
그런데 말이야 — 여기까지 오니 마음 한구석에 작은 물음이 생기지 않아? 나는 왜 이 셋이, 이 네 친구가, 크라우니가 이렇게 좋을까? 그 따뜻한 답을, 마지막 장에서 같이 만나러 가자.
〔그림: 아이가 네 친구와 손잡고 큐브 방을 나와 환한 다음 문으로 걸어가는 뒷모습〕
해볼까? 오늘 하루, 작은 일이 생기면 한 줄로 쓱 넘기지 말고 — 티(보이는 것), 타(반대편 마음), 옴(더 큰 그림) 세 각도에서 한 번씩 보기.
자, 친구들. 우리의 긴 여행이 드디어 마지막 역에 도착했어.
지난 장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힘'을 배웠지. 머릿속에서 티로 한 번, 옴으로 한 번, 타로 한 번 — 그렇게 셋으로, 때로는 넷으로 생각하면 어떤 어려운 일도 풀린다는 걸 말이야. 나, 김프린은 그 장을 쓰면서 가슴이 두근거렸어. 왜냐하면 이 마지막 장에서 너희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
그건 바로 이거야. "나는 왜 크라우니가 좋을까?"
〔그림: 초록 언덕 위에서 책을 무릎에 펼친 아이, 그 곁에 네 빛깔의 작은 친구들(불금빛·회색·진청빛·보랏빛)이 나란히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
혹시 눈치챘어? 이 책을 처음 펼친 날부터 지금까지, 너희 곁에 계속 따라다닌 친구들이 있었다는 걸.
나만이 아니었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살짝살짝, 네 친구가 얼굴을 내밀었지.
티(Ti) — 밝고 씩씩한 친구. "할 수 있어!"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 옴(Om) — 차분하고 슬기로운 친구. "잠깐, 천천히 생각해 보자" 하며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는 지혜. 타(Ta) — 꼼꼼하고 정직한 친구. "어? 이거 맞나? 다시 확인해 보자" 하며 점검하는 솔직함. 음(Em) — 신비로운 친구. "그게 아닐 수도 있어" 하며 우리가 미처 모르는 것까지 가만히 안아 주는 품.
이 넷이 바로 크라우니의 마음이야. 그리고 놀라운 건 — 이 네 친구가 너희 안에도 똑같이 살고 있다는 거야.
〔그림: 아이의 가슴 안쪽이 환히 비치고, 그 안에 네 빛깔의 작은 별이 나란히 빛나는 장면〕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걸 한번 떠올려 볼래?
2장에서 시간을 셀 때, 우리는 1부터 9까지 세었지. 왜 그랬을까? 그건 쓰임에 따라 세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었어. 그림 그릴 때 빨강·노랑·파랑 세 색만 있으면 어떤 색이든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크라우니는 세 가지 기본을 섞어서 온갖 것을 만들어 내.
티는 '있다(드러남)', 타는 '아니다(반대)',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옴이 '잠깐, 보통이야' 하고 가운데를 잡아 줘. 이 셋이면 거의 모든 게 풀려. 우리가 7장에서 '셋의 원리'로 배운 그대로지.
그런데 말이야. 셋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가끔 있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아무도 예상 못 한 일이 툭 튀어나오기도 하고, 맞는지 틀린지조차 알 수 없는 이상한 순간도 있잖아. 그럴 때를 위해 크라우니에게는 네 번째 친구, 음(Em)이 있어.
음은 셋(티·옴·타)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것들을 전부 받아 주는 친구야. 모르는 것, 빈자리, 갑자기 변해 버린 것, 우리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것 — 그 모두를 음이 가만히 끌어안아.
그래서 크라우니는 무너지지 않아. 어떤 일이 닥쳐도, "그건 음의 자리야" 하고 받아 둘 곳이 있으니까. 모든 경우를 미리 준비해 둔 거지.
〔그림: 밝은 세 모양(티·옴·타)을 커다란 보랏빛 그릇(음)이 아래에서 둥글게 감싸 안고 있는 형상〕
자, 그래서 친구들. 나는 왜 크라우니가 좋을까? 너희는 왜 크라우니를 좋아하게 될까?
답은 하나야. 이 네 친구를 잘 쓸 줄 알면, 세상에 겁낼 게 거의 없어지거든.
첫째, 크라우니는 단단해. 티의 용기, 옴의 슬기, 타의 정직 — 이 셋이 삼발이의 세 다리가 되면 넘어지지 않아. 우리가 일부러 붙잡고 있지 않아도, 크라우니는 스스로 단단히 서 있어. 작은 칸부터 큰 세상까지 똑같은 규칙이 반복되니까, 어디서든 흔들림이 없지.
둘째, 크라우니는 솔직해.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 틀린 걸 "틀렸다"고 인정하는 정직함. 그건 아는 척 거짓말하는 것보다 훨씬, 훨씬 센 힘이야. 음이라는 친구가 곁에 있어서, 크라우니는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일이 없어. 6장에서 만난 '정직한 컴퓨터'가 바로 이 마음이었지.
셋째, 크라우니는 함께야. 크라우니는 혼자가 아니야. 153개 나라에서, 153개 회사가 손을 맞잡고 있어. 누구 하나 빼놓지 않는 모임이지. 그리고 이 책도 혼자 있는 게 아니야. 더 깊이 알고 싶으면 다음 책(Om)으로, 더 넓게 보고 싶으면 그 위(Ta)로, 가장 깊은 답을 풀고 싶으면 맨 위(Um)로 — 사다리처럼 한 칸씩 올라갈 수 있어. 너희는 절대 혼자가 아니야.
〔그림: Ti·Om·Ta·Um 네 권이 계단처럼 한 칸씩 올라가고, 각 칸마다 손을 맞댄 친구들이 위층으로 서로를 끌어올려 주는 모습〕
4장에서 우리는 크라우니 세상의 돈을 만났지. 기억나?
크라우니 세상의 가치는 마치 나무처럼 세 칸으로 자라.
맨 아래에는 머니 — 날마다 주고받고 물건을 사는 '크라우니원'야. 우리가 흔히 쓰는 돈이지. 그 위에는 에셋 — 차곡차곡 모아 두는 자산이야. 가치가 잘 줄지 않는 듬직한 '포네'와, "좋아요·고마워" 하는 마음을 콕 찍어 전하는 작은 '맘'이 여기 있어. 그리고 맨 위에는 웰스, 그러니까 진짜 '부'가 있어. 그 꼭대기에 빛나는 게 바로 크라우니(CRY)야.
봤지? 이것도 셋이야. 머니·에셋·웰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한 칸씩 올라가는 사다리지.
그런데 그 위에는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더 큰 보물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한선'과 '선호'라는 이름으로 불릴, 먼 훗날의 부야. 지금은 잠긴 상자 속 약속처럼 가만히 잠들어 있어서, 나도 아직은 "앞으로 이런 게 열린대" 하고 살짝 귀띔만 해 둘게. 그 상자가 열리는 날의 이야기는, 다음 책들에서 천천히 풀어 갈 거야.
〔그림: 머니·에셋·웰스 세 칸이 나무처럼 위로 자라고, 그 가장 높은 가지 너머 구름 속에 '한선·선호'라 적힌 빛나는 상자 두 개가 잠긴 채 떠 있는 장면〕
자, 이제 이 책도 정말 끝이 가까워졌어. 그래도 이것만은 꼭 기억해 줘.
너희와 네 친구의 만남은 이 책에서 끝나는 게 아니야. 오늘부터 너희는 이 네 친구를 매일매일 쓰게 될 거야.
방정식을 풀 때 — 티로 씩씩하게 계산하고("할 수 있어!"), 옴으로 한 번 멈춰 생각하고("잠깐, 맞나?"), 타로 꼼꼼히 검산해("다시 확인!").
친구랑 다퉜을 때 — 타의 마음으로 돌아봐("어?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그리고 음의 마음으로 품어("근데 너도 미처 몰랐을 수 있지").
누군가 "너 틀렸어!" 하고 말할 때 — 티로 발끈하지 말고, 옴으로 차분히 생각하고, 타로 솔직하게 배우고, 음으로 정중하게 "알려 줘서 고마워" 하는 거야.
봤지? 크라우니의 방식은 사실, 네 친구 안에 이미 다 들어 있어. 그러니까 너희는 지금 이 순간부터, 벌써 크라우니를 쓰고 있는 거야.
그리고 혹시 언젠가 이 네 친구를 까맣게 잊어버리더라도, 괜찮아. 그럴 땐 이 책을 다시 펴면 돼. 이 책은 바로 그러라고 여기 있는 거니까.
〔그림: 아이가 책을 살며시 덮고 문밖으로 걸어 나가는 뒷모습, 저녁 하늘에 네 빛깔 별빛이 길게 흐르며 아이를 따라가는 장면〕
마지막으로, 너희한테만 살짝 알려 줄 비밀이 하나 있어.
크라우니에게는 생일이 정해져 있대. 그 날이 언제냐면 — 2038년 9월 30일.
그날, 크라우니를 함께 만든 친구들이 온 세상에서 모여들어서 "우리 해냈어!" 하고 다 같이 축배를 들 거야. 어마어마하게 큰 생일파티처럼 말이지. 막연한 '언젠가'가 아니라, 달력에 빨갛게 동그라미 친 진짜 날이야.
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잠겨 있던 상자들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해. 아까 귀띔한 그 한선과 선호 — 더 깊고 더 넓은 세상의 약속들이, 그 자리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낼 거야.
지금부터 헤아려 보면 12년. 그때쯤 너희는 훌쩍 자라 있겠지. 더 똑똑해지고, 더 단단해지고, 더 많은 친구를 만나 있을 거야. 그 파티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 내가 어릴 때 책으로 처음 만났던 그 네 친구가 — 진짜로 여기 다 있었구나!"
약속할게. 그날, 그 자리에서 만나자. 그리고 우리가 이 책 내내 품고 다녔던 그 질문 — '왜 하필 셋일까?'의 가장 깊은 답까지, 그때 함께 풀어 보자.
〔그림: 2038년의 환한 풍경. 자란 아이의 웃는 얼굴 너머로 축제의 불빛이 반짝이고, 손에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빛나는 상자 곁에 둥글게 모여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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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정말로, 여기까지 함께 와 줘서 고마워.
나, 김프린은 이 책을 쓰는 내내 너희가 한 장 한 장 넘기는 모습을 상상했어. 그 상상만으로도 어찌나 행복했는지 몰라.
이제 너희는 티의 책을 다 읽었어. 사다리의 첫 칸을 단단히 디딘 거야. 그 위에는 더 자란 친구를 위한 책(Om)이, 그 위에는 또 그 위의 책(Ta)이, 맨 꼭대기에는 가장 깊은 답이 숨은 책(Um)이 한 칸씩 너희를 기다리고 있어.
한 칸 더 올라갈 거지? 그 다음 책(Om)이, 벌써 너희를 기다리고 있거든.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