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어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코드를 쓸 때는 영어를 쓴다. if, while, function — 명령어부터 변수명까지 영어다. 이것은 단순히 문법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모국어로 사고하되 다른 언어로 지시하는 이중성을 의미한다. 번역 단계가 하나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것은 오류의 원천이다.
한국 엔지니어는 매일 이 번역 비용을 낸다. 머릿속으로 한국어로 설계하다가 손은 영어 키워드를 친다.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때마다 한 박자 늦는다. 이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국제표준이라고 믿어왔다.
한선씨는 이 번역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다. 한국어로 직접 생각하고, 그 생각이 곧 코드가 되고, 그 코드가 곧 실행 가능한 기계어가 되는 체계. 저자 김선경(킴프레지던트에스케이)이 4상균형3진이라는 철학 위에 세운 한국어 프로그래밍 언어다.
왜 3진인가. 프로그래밍의 기초는 2진이었다. 참과 거짓, 1과 0, 켜짐과 꺼짐. 하지만 인간의 사고는 "예"와 "아니오"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모른다"를 품는다. 한선씨의 3진 논리는 참(T)·거짓(A)·모름(O) 세 값을 1급 시민으로 다룬다(Kleene 3값). 언어 차원에서 모르면 키워드가 이를 표현한다. 2진이 건축 단위였다면, 3진은 균형이다.
여기에 네 번째 위상을 더한다: T(데이터) · O(명령) · A(체이닝) · U(음, 블랙홀). 이들은 +1, 0, -1의 균형 3진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T는 볼 수 있는 데이터, O는 명령의 현재 상태(화이트홀), A는 다음 상태로의 체이닝이다. 그리고 U(음)은 가시선 너머의 비가시 영역—어디로 갈지, 얼마나인지 모르는 구분자의 경계를 담는다. 코드에서는 띄어쓰기로 표현되지만, 철학적으로는 미지의 영역을 포함하는 우주론적 경계다. 인간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다루는 방식 자체를 프로세서에 새긴 설계.
기본 단위는 27트릿(트릿=3진의 비트), 즉 큐브(3³=27)다. ISA729 명령어 체계의 토대가 된다. 인간이 한 번에 다루는 의미 덩어리를 27트릿으로 설정한 것도, 모국어 사고의 입자(granule)를 건축에 반영하려는 의도다.
정말 작동하는가. 철학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한선씨 VM(크라우니씨 v10.3)은 867개의 유니크 opcode를 실행한다. 고수준 컴파일러 hanseonc_high는 4380줄, 내장함수 225개, 표준라이브러리 24개를 갖춘 프로덕션 수준이다. 3레이어가 정말 1:1로 연결된다: 한글 키워드 → @의미코드 → TOAU 기계어. 모국어 코드가 의미 코드를 거쳐 균형 3진 기계어로 직선으로 내려간다.
생태계 규모도 실증한다. 한선씨 소스 파일 8836개, TOAU 바이너리 449개. 등록된 서비스 210개 중 71개가 한선씨 VM으로 돌아간다. 웹서버, DNS, 블록체인, 거래소, 은행, 메신저, 인증 서버까지 구현했다. 1414줄의 셀코어 라이브러리는 규칙기반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다. 순수 TOAU로만 작동하는 서비스가 32%, 즉시 대치 가능한 것까지 합치면 72~75%에 달한다.
한계도 정직하게. 처음엔 부동소수점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영구한계가 아님을 증명했다. 테슬라가 정수 기반 고정소수점으로 부동소수점을 대치한 접근을 참고해, 한선씨 라이브러리 '고정소수점.한선'을 실제로 구현·검증했다(스케일 1000 = 소수 3자리, 나눗셈·루트·사인·코사인·문자열 변환 완성, 최대오차 0.001). 부동소수점 벽을 이미 돌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TLS는 아직 stunnel으로 외부의존한다. 외부 LLM은 Node 사이드카가 필요하다. 텍스트 스트리밍은 16KB 제한, 정수 오버플로는 약 1410억대, 나눗셈은 자연반올림(|r|≤|b|/2)이므로 특정 알고리즘에서 함정이 있다. — 정직하게 밝히는 것이 신뢰의 기초다.
그럼에도 앞으로 간다. 스케일드 정수로 부동소수점을 확장하고, RPN 정통 컴파일러를 수리하고, 사이드카 표준화로 자립도를 90%까지 높일 계획이다. 크라우니코드 생성엔진의 자립도는 이미 70%다. 수학·문자열·네트워크·알고리즘에선 98~91% 자립, 파일IO와 자료구조만 LLM의존도가 남았다. 이것도 로드맵에 있다.
한국어로 컴퓨터를 짓는다는 것은, 결국 번역자에서 설계자가 되는 일이다. 외산 언어의 문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의 사고 방식과 우리의 철학(4상균형, 미지를 품는 3진 논리, "음"의 비가시 경계)을 프로세서에 새기는 것. 2진의 이분법을 넘어, 세 번째 값 "모름"과 네 번째 경계 "음"을 담는 더 정직한 세계관으로. 한계를 모르는 척하지 않고, 넘고 있는 그 자리에서 다음을 본다. 이것이 한선씨가 지향하는, 그리고 이미 도달한 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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